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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죽어서 지렁이로
* * *
어라…? 난 분명히 죽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꾸르륵..
배고프니까 뭐라도 좀 먹어야 겠….
[성공적으로 진화하셨습니다.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아…. 이게….
[삑! 잘못된 선택입니다. 설정 오류로 인해 무작위로 진화를 선정합니다.]
뭔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에 누가 들어있나?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지?
[연산 처리 중…. 띠링! 축하합니다. 지렁이로 진화하셨습니다.]
아 몰라…. 될 대로 돼라지
********
이게 무슨 상황일까?
[환생 주기 444번 마지막 환생을 기원합니다.]
그래서 지렁이로 환생시켜줬어요? 엿 먹어 보라고?
네…. 당신의 의도대로 너무 큰 빅엿을 선사해 주셨어요. 너무 감사드려서 당장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눈이라고는 옹이구멍보다 더 작고 사방이 흙? 아니지 이건 동굴이라고 해야 하나? 엄청나게 큰 동굴이 눈앞에 딱! 있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일단 진정하자…. 그래 진정…. 진정….진정은 개뿔! 야! 뉘신지는 몰라도 지렁이로 태어나게 해줄 거면 기억이라도 없애 주던가!?
[20만 PS 포인트로 기억 소거 물약을 구매하시겠습니까?]
응 차라리 모르고 살아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잔여 포인트가 부족합니다.]
아…….
끝도 없는 동굴 바닥을 계속 기어가고 있었지만 기어가는 것만큼 보람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작은 거야?
아니 내가 작은 것인지 동굴이 큰 것인지 모르겠지만 두 다리가 아닌 몸통을 이용해서 기어 다닌다는 게 신기하다.
완전 편해!
마치 누워서 이동하는 것 처럼 느껴지잖아!
아…. 맞는 말인가?
[지속적인 행동으로 인해 능력치가 오릅니다. 체력 +1 민첩 +1]
[기어가고 있습니다. 을 습득합니다]
이거 게임 맞지?
아니면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 해줄 리가 없잖아?
아니 무엇보다 이러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내가 지렁이로 환생한 게 이상한 건가? 모르겠네.
게임이라면 이라고 외치면….
[능력치]
레벨 : 1
경험치 0/100
종족 : 지렁이
HP : 20
MP : 120
체력 : 2
민첩 : 2
지능 : 12
보너스 능력치 : 5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1, 섭취 MAX
결국, 게임이라는 거네 그것도 목숨이 하나 밖에 없는 현실판 게임
우와! 나 지금 엿된거야? 지렁이로 무엇을 하라고….
[메인 퀘스트 발생! 당신은 지금 현 상황에 아주 당황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지렁이로서 자각하시길 바랍니다. 흙 퍼먹기 0/5회]
.....
설마 이게 퀘스트는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고 말고 흙 퍼먹기가 말이되? 난 땅거지가 아니라고?
꼬르륵….
아까부터 배고팠는데 흙을 보자니 미친 듯이 요동친다.
넌 사람이야! 지렁이가 아니라고!
안돼! 안돼! 안돼! 아…. 돼…. 되…. 되…….
아움!
[띵링! 흙을 퍼먹었습니다. 1/5]
생각보다 맛…. 아! 결국, 저질러 버렸습니다.
**************
[띠링! 흙 퍼먹기 5회를 성공적으로 달성하셨습니다.]
[경험치 100을 얻으셨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흑흑…. 이건 아니야.
어째서 퀘스트를 완료했음에도 계속 퍼먹는 거냐고!
우걱우걱….
지렁이 입주제 끝도 없이 들어간다. 아니 끝은 있다. 단지 입으로 흙을 퍼먹으면 꼬리 쪽에 달린 항문으로 바로 배설이 된다는 게 다른 점이긴 하다만…. 그래도 이게 뭐야.
직장도 아니고 먹으면 3초도 안 돼서 뒤로 나온다. 이래서 영양분이라도 흡수하겠어?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아…. 영양적으로는 모르겠지만 경험치는 착실하게 오르네
[능력치]
레벨 : 2
경험치 5/200
종족 : 지렁이
HP : 30
MP : 130
체력 : 2 > 3
민첩 : 2 > 3
지능 : 12 > 13
보너스 능력치 : 10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1, 섭취 MAX
능력치 창을 열어보니 확실히 레벨이 올랐다. 레벨당 보너스 능력치가 5개고 능력치는 1씩 오르나 보네
도대체 이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물론 이렇게 말해봤자 최악의 저질이라는 건 알겠다. 최소치가 0이든 1이든 간에 한 자리 숫자라는 생각을 하자니 확실히 저질스러운 능력치다.
남자는 힘! 오로지 체력…. 을 찍자니 혹시나 느려서 찍 하고 밟히면 죽는 거 아니야?
보너스 능력치를 찍자니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기어 다니는 것만으로도 계속 능력치가 오르잖아?
[지속적인 행동으로 인해 능력치가 오릅니다. 체력 +1 민첩 +1]
[기어가고 있습니다. 을 습득합니다]
응.
이렇게 잘 오르는데 굳이 아깝게 능력치를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사람일 때 게임을 많이 해본 경험자로서 최대한 보너스 능력치를 아끼는 게 장땡이라는걸 알고 있다는 사실!
와하하! 나 겁나 똑똑한 듯?
[기적의 업적! 지렁이로서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꼼수를 생각하셨습니다. 똑똑한 지렁이 칭호를 얻습니다.]
똑똑한…. 지렁이?
이봐요.
그래 봤자 지렁이잖아?
어휴….
칭호라면 능력치라도 붙어있겠지?
[똑똑한 지렁이]
올 능력치 +1 지능 +1
올! 올 능력치 +1에 지능은 추가로 +1?
열라 좋군!
민첩과 체력이 4로 상승해서 그런지 아까보다 2배는 빨라진 것 같았다.
우오오!! 우사인 지렁이다! 다 비켜!
꿈틀…. 꿈틀….
하…. 민첩 올리고 싶다.
*******
우걱우걱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흙을 퍼먹었습니다. 경험치 5를 얻으셨습니다]
`
`
`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5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음…. 대략 6시간쯤 지났나?
지렁이 체감상 그쯤 지난 것 같은데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에잉…. 시계라도 있으면 좋은데
[마법 시계를 100 PS 포인트로 구매하시겠습니까?]
아니 어차피 사지도 못할 것 왜 자꾸 권하는 거야?
대략적인 시스템은 알아냈지만 PS 포인트에 대한 의문점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흙도 먹어봤고 돌도 먹어봤지만 도통 줄 생각을 안 해
뭘까?
그렇다고 퀘스트를 해서 얻는 거도 아니고….
[메인 퀘스트 발생! 지렁이로서 훌륭하게 성장한 그대! PS 포인트를 습득하자! 방법 : 미확인 0/1]
아니, 솔직히 방법이라도 알려주고 퀘스트를 내려 주던가…. 이건 꼭 노가다를 사서 해야 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메인 퀘스트뿐만 아니라 이런 쓰레기 같은 서브 퀘스트는 뭔데?
[지렁이의 매력을 어필하세요][암컷 지렁이의 엉덩이를 물어 꿈틀거리게 하세요][ 밟혀보세요. 그리고 정말로 꿈틀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
이런 걸 할까 보냐!?
첫 번째의 것은 내가 지렁이로 환생했으니까 그렇다고 이해하지만 두 번짼 뭔데!? 왜 남의 엉덩이를 물어? 게다가 세 번 짼 나보고 죽으라는 것 같은데 가당키나 한 퀘스트냐?
마구 발광…. 아니 꿈틀한다.
[지렁이의 매력을 어필하셨습니다. 100 경험치를 얻으셨습니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체력이 상승합니다. 체력 +1
[능력치]
레벨 : 4 칭호 :[똑똑한 지렁이]
경험치 150/800
종족 : 지렁이
HP : 90
MP : 150
체력 : 9 > 10
민첩 : 9
지능 : 15
보너스 능력치 : 20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기어가기 LV5, 섭취 MAX
아아…. 난 도저히 모르겠다. 이놈의 시스템은 뭐 이렇게 복잡하면서 단순한 것인지….
이딴 게 매력 어필이면 밟혀서 꿈틀 하는 건 뭐냐?
이제는 신경 쓰지 말자.
이건 정력 낭비야
그럼 그럼….
6시간 동안 기어왔더니 꽤 많이 왔다.
한 50m?
이제는 동굴 벽에 다달했는데, 옹이 눈으로 벽면을 바라보니 뭔가 꿈틀거리는 게 보인다.
뭐지?
10분쯤 더 기어가니까 꿈틀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벌레였다.
그래 봤자 이름도 모르는 거….
[벨로르 버그]
레벨 : 1
종족 : 곤충
HP : 10
MP : 0
체력 : 1
민첩 : 4
지능 : 0
스킬: 비행
어…. 이런 거도 알려주는 거야?
나름 친절한 시스템이었네 미안해 시스템아
난 벨로르 버그를 보며 나보다 레벨이 낮다는 것을 깨닫고는 우선 잡고 보자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이런 걸 사냥해서 쉽게 레벨업을 하잖아?
레벨과 비교하면 민첩이 상당히 높고 스킬로는 비행이라는 것에 조금은 긴장을 했지만, 한대만 툭 쳐도 죽을 것 같은 체력이기에 용기를 내었다.
가자! 저건 경험치 덩어린 거야!
꿈틀꿈틀….
1분경과
자자! 이제 다 와 간다.
3분경과
다 왔어! 조금만….
5분경과
아놔….
잊었다. 눈으로 보는 것과 내가 저기까지 가야 하는 거리…. 그리고 내 속력이 겁나 느리다는 것을
*******
죽어!
열심히 머리를 휘두르며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나였다.
[머리를 과도하게 돌려 3초간 스턴에 빠집니다.]
[머리를 돌렸습니다. [지렁 헤드 어택 LV1]을 습득합니다]
몰라 몰라! 그냥 스턴에 빠지든 말든 난 돌리기만 할 거야!
무려 20분에 걸쳐 도착한 벽이다. 그리고 손쉽게 잡을 거라 생각했던 벨로르 버그는 바로 눈앞에서 왜앵 거리며 날아다니는데….
문제는 이 녀석이 가까이 다가오질 않는다.
제발 이리와!!
나 토할 것 같단 말이야…. 우욱!
체력 10이라서 한 방에 죽을 거라 생각했는데 깨물기 공격으로 겨우 4 깎았다. 지렁이에게 이빨이 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무는 힘이 강할 리도 없었기에 너무나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예상외로 이 녀석은 비선공 몬스터였다.
겉모습만 보면 뭐라도 와그작 씹어 먹을 것 처럼 생겼는데.
아무튼, 한번 물리고 나니 가까이 오기는커녕 기회만 보다가 꼬리 부분을 열심히 공격한다.
이 녀석 지능 0이라며!!!
아마….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절규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놈의 자식은 지능 수치 0이면서 머리는 겁나 잘 쓴다.
이런 녀석이 0이라면 난 뭔데? 난 슈퍼 지렁이냐?
[머리를 과도하게 돌려 3초간 스턴에 빠집니다.]
으어….
또 스턴이다.
이러면 저 녀석이….
쯔걱!
아파! 아프다고!
꼼지락 꼼지락
엉덩이가 미친 듯이 따가워지며 애써 움직여 보지만 스턴 상태였기에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같은 곳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녀석을 보는 내 눈에는 불이 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턴이 풀립니다]
와아악! 너 뒤졌어!
휙!휙!휙!
꼬리와 머리를 나비가 날갯짓 하듯 펄럭거리며 움직이며 녀석을 공격했지만 이미 하늘 높이 도망간 상태였다.
화난다…. 화난다! 으어! 답답해 미치겠다!
당장에라도 보너스 능력치를 민첩에 꼴아 박아서 저놈을 낭만이 넘치는 내 뱃속에 집어넣고 싶었다.
아까부터 계속 공격당한 꼬리 부분이 거의 떨어져 나가려 하고 있다. 아프다 으엉…! 마음 같아서는 상처를 치료 하고 싶었지만 여기에 약국이라던가 치료 약 같은 게 있을 리가 만무하니 레벨업을 하는 게 가장 편하고 빠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머리를 잘 써야 해
저 녀석은 내가 움직일 때는 하늘에 있고 스턴이 걸려서 멈칫 할 때는 내려와서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걸 이용해서 공격하면 되지 않을까?
[벨로르 버그]
레벨 : 1
종족 : 곤충
HP : 10 > 6
MP : 0
체력 : 1
민첩 : 4
지능 : 0
스킬: 비행
남은 체력은 6 한 번의 공격으로 4의 데미지를 줄 수 있으니 2번의 공격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까와 똑같이 머리와 꼬리를 빙빙 돌린다. 꼬리가 끊어질 것만 같이 덜렁덜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아픔을 참고 계속 돌리다가 일부로 멈칫거렸다.
스턴이 걸렸을 때와 같은 포즈 같은 모션을 취하며 녀석을 유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쫓아온다.
와라! 네놈의 머리를 와그작 씹어 줄 테니!
아! 와그작이 아니라 산채로 꿀꺽이구나?
나의 완벽한 연기에 속아 가까이 오는 녀석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덥썩!
됐다!
엉덩이 부분을 물었더니 다시금 4의 체력이 딸랐고 황급히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녀석을 보니 한 번 더 공격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물어? 아니야 너무 높아.
그럼 어떡해....
이판사판이다! 네가 죽나 내가 죽나 해보자고!
부웅!
꼬리를 힘차게 움직였다. 그리고 하늘 높이 올라가는 뭔가를 보게 되었고 그것은 곧 녀석의 머리를 가격하고는 함께 떨어져 내렸다.
[띠링! 메인퀘스트 PS 포인트를 습득하자! 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1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몸을 미끼로 사냥감을 낚았습니다. [ME끼 MAX]를 습득하셨습니다.]
[몸 일부를 희생하여 사냥에 성공하였습니다. [자기투척 MAX]를 습득하셨습니다.]
[한번에 두 가지 이상의 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을 완료 하였습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레벨업을 합니다.]
[보너스 능력치 20개를 획득하셨습니다.]
[조건 충족! 진화를 시작합니다.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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