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 여기선 개념이 필요없나 봅니다.
* * *
어라…. 이게 뭐….
4층에 도착하자마자 본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의 흔적이었다. 딱 봐도 10명 이상의 그룹 파티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며시 이동하며 4층 구석구석 살펴본 결과 드디어 보게 되었다.
검이랑 지팡이 활이라
쩝….
판타지 수준이 거기서 거기인지라 역시나 똑같구나.
마법사
검사
궁수
아주 대표적인 3대 천왕이 아닌가.
아! 사제도 필수 요원이던가?
다치면 치료를 해야 하니 꼭 필요하긴 하네
당장에라도 다가가서 기쁨의 세래머니라도 쳐주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내 덩치가 상당히 크다.
역시 시스템을 믿는 다는 건 사치였어
종족명 작은 지렁이?
웃기지 마
사람 2명 연달아 합쳐 놓은 거보다 큰 지렁이가 어딜 봐서 작다는 거야?
뭐…. 벨로르 울프보다 작기는 하다만.
솔직히 이때까지 비교 대상이 벨로르 던전의 몬스터들 뿐이 없었기에 제일 큰 덩치를 가진 벨로르 울프를 대상으로 비교를 했다.
내가 벨로르 울프보다 1/3 정도 작으니 생각보다 벨로르 울프가 많이 크다.
검사의 키를 180으로 잡고 내가 저것보다 크니까 360? 아니다 대충 400 잡으면 되겠네
그럼 벨로르 울프는 1200이라는 소린데 상당히 크다.
12m라…. 이때까지 그런 줄도 모르고 박아 넣고 있었네
에이.
괜히 쪽팔린다.
내 것도 생각보다 큰데.
지렁이치고는….
아닌가?
꼬르륵….
어…. 배고프다.
위험해
나 배고프면 민감해진다고?
근처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4층이니까 꽤 먹음직스런 몬스터가 있을 텐데.
올치! 딱 걸렸어
내 몸보다 정확히 절반 정도 작은 쥐를 발견했다.
[벨로르 렛트]
레벨 : 8
종족 : 설치류
HP : 200
MP : 20
체력 : 20
민첩 : 50
지능 : 2
스킬: 독니, 전광석화
이야
벨로르 울프보다 체력은 낮지만 민첩이 20 더 높다. 말 그대로 나처럼 빠르게 이동하면서 죽인다는 건데
스킬에 전광석화가 심히 마음에 걸린다.
딱 봐도 이동 스킬인데.
나보단 안 빠르겠지?
[지룡보 LV4]
민첩 * 5 + LV당 10%
내 민첩이 정확히 100이다. 지룡보가 민첩 *5의 추가 이속을 준다 하니 실제론 500의 민첩에 레벨당 10% 추가니 40퍼 추가한다면 실제론 민첩이 700이라는 소리다.
이 정도면 어디 맞아 죽지는 않는다는 소린데 혹시 모른다. 여기 보스 몹이 어떻게 생겨 처먹었는지.
먹이야 반갑다!
휘이익!
덥석!
...?
어라.
이 녀석 어디 갔니?
왜 입안엔 아무것도 없는 걸까?
힐끗 옆을 바라보니 렛트가 빨간 눈을 부라리며 날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헤... 이 녀석 순간 가속능력이 나보다 빠르구나
망했네?
방금 꼬리 물린 거 맞지?
잘리겠네.
아야…. 슬슬 아파지는 게 진짜 잘리겠네?
나도 미쳐가나 보다.
내 꼬리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렛트를 보며 별의별 생각이 다 나니 말이다.
[띠링! 메인퀘스트 발생! 현실을 부정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벨로르 렛트를 저지하라 0/1]
[서브퀘스트가 발생합니다. 벨로르 렛트 0/50]
[서브퀘스트가 발생합니다. 벨로르 렛트 퀸 0/1]
얼마만의 퀘스트냐.
이 녀석들은 매번 내가 힘들 때 이렇게 나타나는데 편할 때 나타나면 안 되겠니?
지룡보를 이용하여 렛트를 쫓아가는데 이 녀석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 도망간다. 아니…. 스킬이라면 당연히 사용할 때마다 MP가 딸라야 하는 거 아니야?
분명 MP를 봤을 때 20이었다.
전광석화가 MP1씩 든다고 할 때 최소 20번 그리고 회복력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 거기에 +를 덧대어 생각하니 의외로 답이 나왔다.
지옥 끝까지 쫓아가 주마!
빙글빙글!
찍찍!!찍!!
뭐라고 그러는 거야!
난 쥐가 하는 말 모른다고!
말하고 싶으면 네가 지렁이 언어를 배워 오던가?
콰득!
찍!!
오예~ 잡혔습니다.
정확하게 23번이네
다행스럽게도 회복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다.
입에 물린 채 발버둥 치는 렛트를 산채로 꿀꺽 해버리는데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띠링! 메인퀘스트 달성! 보상으로 랜덤 스킬이 주어집니다]
[서브퀘스트 벨로르 렛트 1/50]
[랜덤 스킬이 생성됩니다……. 축하합니다. <섭취 MAX="">를 얻으셨습니다]
응?
나한테 섭취 MAX는 있는데?
기본적인 음식을 먹을 때도 섭취를 사용하는데 여기서 섭취를 또 받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섭취 MAX="">를 이미 습득하신 상태이기에 <섭취 MAX=""> 와 <섭취 MAX="">가 합쳐집니다. <흡수 MAX="">를 습득하셨습니다]
[흡수 MAX]
대상의 스킬을 랜덤으로 흡수한다. 단! 종족마다 단 한 번만 적용된다. 흡수하지 않아도 된다.
헐..
이거 사기 아니야?
그럼 방금전에 먹었던 렛트의 스킬 2가지 중 하나를 흡수할 수도 있겠네?
[섭취하신 벨로르 렛트의 스킬은 2가지 랜덤으로 습득하시겠습니까?]
응, 할래
[흡수를 시작합니다. 축하합니다. <독니 LV1="">을 획득하셨습니다.]
에이….
내심 전광석화를 기대했는데….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낮다는 생각을 했다.
메인퀘스트를 깼으니 이제는 서브 퀘스트를 깰 차례였는데 상당히 귀찮다.
여전히 서브퀘스트에는 [암컷 지렁이의 엉덩이를 물어 꿈틀거리게 하세요][ 밟혀보세요. 그리고 정말로 꿈틀하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세요] 이 두 가지의 퀘스트가 있었는데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개수가 5개였다.
렛트에 관한 퀘스트 2개에 상스럽기 그지없는 쓰레기 퀘스트 2개를 합하면 총 4개다.
곧바로 5층으로 가자니 퀘스트가 더 생성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렇게 된다면 메인퀘스트가 2개가 나오게 된다면 하나를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에 그냥 후다닥 깨버리기로 했다.
마침 잘됐네
사람…. 아니 이제는 인간이라고 해야겠지?
인간들도 있으니 밟으면 꿈틀한다 퀘스트를 깨면 되겠고
저거 암컷 지렁이는 어디서 구한단 말이야?
환생한 지 여러 달이 지난 지금까지 지렁이라곤 나 혼자 밖에 못 봤다. 혹여나 땅속에 있을까 봐 땅을 파면서까지 둘러 봤지만, 전혀 보이질 않았는데 설마하니 내가 유니크 몬스터는 아니겠지?
게임상에서도 몬스터들의 계급은 일반 , 정예 , 네임드 , 보스 , 유니크 순으로 있다. 보스보다 더 찾기 힘들고 잡기 힘들다는 유니크 몬스터가 나라면 참 좋겠지만 그럴것 같았으면 지렁이 말고 드래곤이나 다른 상위 종족으로 태어났어야 했기에 고히 접어드렸다.
가자~ 가자~ 밟히러 가자~
음…. 노래 부르니까 굉장히 슬픈데?
그냥 입 다물고 가야겠다.
`
`
`
찍찍!
안녕~ 그러니까 죽어
휘익! 휙!휙!
으아…. 제발 한 번에 좀 죽으라고!
전광석화를 습득하지 못해서 이렇게 슬프다.
매번 렛트를 만날 때 마다 23번을 내리 쫓아가야 하니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50*23번의 극랄한 추격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맨탈이 나가려고 했지만 빌어먹게도 그런 걸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아…. 이럴 땐 한 번에 몰아 잡는 게 최곤데.
사냥의 꽃은 몰이 사냥이 아니겠나?
광역기로 한방에 몰아 잡는다면….
어?
잘하면 가능하겠다.
나에겐 아주 좋은 스킬이 있지 않은가?
[능력치]
레벨 : 11
경험치 6804/102400 칭호 :[똑똑한 지렁이][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350
MP : 340
체력 : 30
민첩 : 100
지능 : 29
신앙심 : 100
보너스 능력치 : 4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6, 독니 LV 4
전광석화를 쓰며 도망가는 렛트를 쫓아가다 보니 어느새 지룡보가 LV6이나 되어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지룡보 보다는 ME끼 와 자기투척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독니가 필요했다.
가만 보자
우선 ME끼 스킬을 자기투척 스킬에 부여를 하고 거기에 독니를 박아 넣어서 독을 주입 시키면 된다는 말이지.
그런데 문제라면
내가 내 몸을 어떻게 뜯어?
아.
음..
결국, 뜯겨야하는거야?
아프겠네
우씨! 좀 편하게 하면 어디가 어때서 흑흑..
어쩔 수 없이 꼬리를 자르기 위해서 렛트에게 다가갔다.
찍!
그래그래…. 어서 와서 잘라가렴
이게 도축장에 글려가는 소의 느낌인가?
<표적 `꼬리`를="" 보며="" 렛트가="" 달려듭니다.=""/>
콱!
으어!
아프다!
아파!
꼬리를 게걸스럽게 뜯고 있는 렛트와 살점이 뜯기는 고통에 난 꿈틀거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끊어지라는 소소한 희망 사항이랄까?
찌직!
<신체가 절단되었습니다.="" 재생까지="" 3시간=""/>
270>
으아! 내가 고자라니!
꼬리가 뜯겨 나갔으니 고자가 되어야 하지만...
지렁이의 성기는 목에 있습니다~♥
드디어 꼬리가 뜯겨 나갔다.
HP 확인을 해보니 상당량 줄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일반적인 상처와 절단되는 상처의 스케일이 상당량 다른 듯 보였다.
그럼 이제 독니를 주….
어어어..!
야! 너 일루와!
가지마! 안되! 내 꼬리 내놔…!
이런 빌어먹을 녀석을 봤나!?
렛트 이 녀석이 잘린 꼬리를 들고 튄다.
아니! 지능에 대한 고찰이 확실히 필요한 것 같아!
지능 0인 주제 꼼수를 쓰더니 이젠 2짜리가 이딴 치사한 방법을 사용해!?
[사용자에 대한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말을 펼칩니다.]
[지능 : MP와 관련된 능력치 (지적인 능력과 무관)]
아눼….
친절히 알려줘서 고맙쉐….
결국, 또다시 23번의 추격전을 펼치곤 내 뱃속으로 사라진 렛트였다.
우으.. 꼬리 없으니까 허전하네
재생하려면 3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잠시 쉬고 있으면서 잘린 꼬리에 독니를 박아 넣고 있었다.
한 번에 안되면 두 번 세 번 하면 되겠지?
역시 난 똑똑해
한 번에 주입 할 수 있는 독의 양은 미량이었다. 독니 레벨이 낮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적은 양이었지만 다행히 하나의 타겟에 여러 번 주입이 가능했기에 꼬리가 재생되기 전까지 계속 주입하고 있었다.
푹!
푹!
푹!
에 퉤퉤…. 뭐야…. 맛이 왜 이래?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3초마다="" 20의="" 체력이="" 감소합니다.="" 지속시간="" 30초=""/>
계속 독니를 사용하면서 박아 넣고 있었는데 내가 중독되어버렸다.
[띠링! 멍청한 업적을 달성합니다. 칭호 <멍청한 지렁이="">를 획득하셨습니다]
[칭호 <똑똑한 지렁이=""> 와 칭호 <멍청한 지렁이가=""> 서로 중화되어 사라집니다]
[신앙심 100으로 인해 불행이 최고조로 이릅니다]
[칭호를 획득할 수 없게 됐습니다.]
[칭호[브레이커]의 영향으로 신의 규칙을 파괴하였습니다]
[띠링! 신이 놀란 기적적인 업적! 신이 만들어낸 규칙을 두 번이나 깨트린 자에게 부여됩니다.]
[칭호[브레이커]가 [갓 브레이커]로 변화하였습니다.]
....?
거참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네
될 대로 돼라지....
언제 내 뜻대로 된 적이 있냐? 마음대로 칭호 줬다가 뺏고 하는데
하도 제멋대로인 시스템인지라 아예 포기했던 나로서는 칭호가 사라지는 건 아까웠지만 그래도 더 좋은 칭호가 생겼다는 거에 만족을 했다.
[갓 브레이커]
올 능력치 +30 신앙심 200
허허…. 신앙심 200이다.
이거 조금만 더 있으면 신한테 버림받겠다.
얼씨구 좋구나?
어차피 버려진 몸 더 버려진다고 해서 잃을 것도 없다.
어…. 그러고 보면 신앙심이 라고 하면 나쁜 쪽으로 좋은 거지 않나?
별로 신경 쓰고 싶지는 않네
그나저나 칭호로 인해서 체력이랑 지능이 50이 넘었는데 뭘 줬을까나?
*********
우랴하!
덥썩!
퍽!
찍!!
죽어라! 나의 똥이 되어 던전의 거름이 되어라!
주변에 8마리 되는 렛트가 쭉 뻗어있다.
<독니>를 이용해서 잘린 꼬리에 독을 주입한 뒤 스킬로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니 렛트가 아주 사족을 못 써 달려든다.
꼬리에 달려든 렛트는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뜯어 먹는데, 이미 돌덩어리라고 자부할 정도로 독이 첨과 되어있는 상태였다. 3초마다 20의 체력이 따르는 무지막지한 중독으로 인해 30초의 시간 동안 렛트는 빈 사상태에 빠져 바닥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렛트의 체력은 1
고로 원킬 원샷이란 말씀!
퍽!
찌익!
이빨이 없는 민둥한 입으로 물어도 원킬
꼬리 없는 꼬리로 때려도 원킬
지룡보로 스윽 지나가도 원킬
우헤헤헤
이거 신나는데?
예상 밖의 효과로 한번에 8마리나 되는 렛트를 잡았다.
그것도 30초만에!
렛트의 어그로를 끈다고 이곳저곳을 들쑤시는데 2분 정도 걸린 것 치고는 아주 제대로 된 사냥 방식이었다.
23번의 추격전과 미친듯한 깨물기를 통해 한 마리를 잡을 빠엔 역시 이런 게 진리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여기에 온 지 얼마나 지났더라? 고급시계를 보자니 날짜에 대한 설정이 나와 있긴 했는데 이걸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638일 22시간="" 12분=""/>
시계에 적힌 것을 본다면 벌써 538일이나 지냈다는 말이다.
아니...아니 잠깐만?…. 지렁이가 아무리 시간개념이 없다곤 하지만 난 고작 한 달쯤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야? 근 2년 동안 여기서 지냈다는 거야? 어…. 잠시만? 그럼 아까전에 봤던 인간들은 전부 갔겠네?
으아... 이게 뭐야! 도저히 시간 개념을 잡을 수가 없잖아!?
<638일 23시간="" 20분=""/>
아…? 님 잠시만요 내가 얼마나 있었다고 벌써 1시간이나 지났다는 거예요?
너무 막가는 거 아냐?
이거 사실 사기지?
응?
실제론 진짜 한 달쯤 지나간 거 아니야?
<638일 23시간="" 37분=""/>
미안해 잘못했어.
그냥 닥치고 사냥이나 할 테니까 얌전히 있어 줄래?
어쩐지 재생시간 3시간이라고 했으면서 눈에 보일 정도의 미친 듯이 재생하는 꼬리를 보고는 왜 그러나 했네
그냥 내가 개념이 없었던 거야.
하하하….
하하하…….
하…. 어이없네….
에휴…. 그냥 닥치고 사냥이나 해야겠다.
[능력치]
레벨 : 11
경험치 52742/102400 칭호 :[갓 브레이커]
종족 : 작은 지렁이
HP : 640
MP : 620
체력 : 59
민첩 : 130
지능 : 57
신앙심 : 200
보너스 능력치 : 4
특이사항: 윤회의 끝자락에 다다른 존재로서 마지막 환생을 겪고 있다.
특권 : 전생 기억, 게임 능력
스킬 : 흡수 MAX 지렁이 헤드 어택 MAX, 지렁이 꼬리치기 MAX, ME끼 MAX, 자기투척 MAX, 지룡보 LV11, 독니 LV 9, 과부하 LV1, 지렁이지렁 LV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