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209화 (208/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209화

209. 위즈니랜드의 마법사(4)

치지지직!!

“뭐, 뭐야?”

“1번 드론 다운!”

“2번 드론 다운!”

“3번…….”

“4번…….”

이동용 상황실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특수목적으로 개량한 이동용 상황실이니만큼 내부는 협소했는데, 모든 드론 조종사들이 당황한 얼굴로 꺼진 화면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봤다.

“뭐야! 보고해!”

“모든 드론이…… 격추당했습니다.”

“격추? 확실해?”

찐웨이청이 모자를 벗어 한 손에 든 채 분노를 터뜨렸다. 감히 대중화의 땅에서 국가안전부가 운용하는 드론이 격추당하다니. 이건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정황상 그렇습니다. 소국인을 포착하여 추적하려는 순간 모든 드론이 추락했습니다.”

“몇 대를 풀었는데!”

“1호에서 35호까지 전부…….”

한 두기라면 모를까 서른 기가 넘는 드론의 화면이 모두 먹통이 됐다. 그렇다는 건 부하의 보고처럼 드론이 격추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감히 누가!”

“그건 저도…….”

“CCTV 분석은?”

“위즈니랜드 내부에 CCTV가 3,000여 대 넘게 있어 파악 중입니다.”

“타마더!!”

찐웨이청의 입에서 기어코 육두문자가 흘러나왔다. 국가안전부 소속으로 중국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찐웨이청이지만 지금 그는 마치 교수대에 서기 직전인 것처럼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안 돼. 반드시 우리가 잡아야 한다. 자칫해서 놓치거나, 공안의 손에 들어갔다가는 내 목이 날아간다.’

부부장을 비롯해 그보다 더 윗선이 주시하고 있는 일이다. 만약 찐웨이청이 실패한다면 그의 커리어는 여기서 끝이다.

국가안전부에서 커리어가 끝난다는 건 곧 목숨이 간당간당해진다는 소리다. 국가안전부 출신을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그들이 중국의 비밀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살인멸구.

굳이 살려서 힘들게 관리를 하느니 죽여서 입을 막는 것이 나라 입장에서는 훨씬 경제적이다. 찐웨이청은 그런 목적으로 국가안전부 내 암살부대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어차피 사람 머릿수야 차고 넘칠 정도로 많으니 그렇게 죽여 없애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본보기도 되고 비용 절감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죽을 수는 없어.’

찐웨이청은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도현, 소국의 빵즈 놈을 반드시 붙잡아야만 했다.

“전투부대 투입.”

“예?”

“귓구멍 막혔어? 투입하라고.”

“하지만 안에는 유영 아가씨가.”

“그러니까!”

찐웨이청이 목청을 높였다. 그는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부하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었다.

“유영 아가씨나 다른 입장객들이 모르게. 은밀히 침투해서 작전을 하라고. 그것도 못 하면 대중화의 특공 경찰이라고 말할 수 없는 법이지. 어?”

꾹꾹.

“이 일이 실패하면, 너나 나나 모두 모가지야. 드론 격추됐다고 그냥 여기서 손가락 빨고 있을 생각이야? 너, 얼마 전에 딸도 낳았다면서.”

찐웨이청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려던 부하의 눈빛이 흔들렸다. 찐웨이청은 손으로 구겼던 공안모를 다시 펴서 꾹꾹 눌러 주름을 없앤 다음 허벅지에 탁탁 쳤다.

“네 딸을 아비 없는 애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백도현, 반드시 잡아야 해. 그것만 명심해.”

“예!”

바짝 군기가 든 부하의 대답에 찐웨이청이 드론 조종사들을 쳐다봤다.

“드론, 다시 띄워. 새 걸로. 백도현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찾아내. 알았어?”

“예!!”

* * *

스윽.

백도현이 탈을 반쯤 벗은 채로 빼꼼 눈을 내밀어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레옹 탈을 쓰고서는 고개가 꺾이지 않아 하늘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후욱.”

그러면서 푹푹 찌는 인형탈 내부의 공기를 바깥으로 내뱉었다. 그러고는 옆구리를 움켜쥐고는 슬쩍 근처 벽에 기댔다.

“지나갔나?”

머리 위를 활공하는 드론을 보고 설마 하는 마음에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했던 백도현이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모습을 드론이 포착하고 따라왔다는 것은 꿈에도 모르는 그였다.

“아프군.”

옆구리가 움찔거렸다. 계속해서 움직인 탓인지 피가 흘러나와 바지까지 축축했다. 하지만 이를 악문 백도현은 다시 몸을 바로 세웠다.

와아아아아

레옹!

찰칵찰칵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을수록 백도현의 안전은 보장된다. 백도현은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 다른 인형탈도 많아 레옹이 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속에 섞이면 더욱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누군가 백도현의 어깨를 확 잡아끌었다.

“쉬잇-!!”

백도현의 눈이 커졌다. 조금 전 사진을 찍어 주었던 소녀, 유영이 백도현의 어깨를 잡아끌면서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영의 뒤로 덮치듯 달려온 여자, 상웨이가 무서운 얼굴로 품에서 총을 꺼내 백도현의 등에 푹 찔렀다.

인형탈 속으로 총이 반쯤 파고들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을 정도가 됐다. 상웨이의 입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영아, 물러서.”

“알았어, 언니.”

유영은 순순히 뒤로 물러섰다. 그녀도 이미 자신이 상웨이를 크게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주석의 딸이고, 상웨이는 그녀가 하는 걸 다 들어 줘야 한다고 해도 유영이 위험해진다면 그건 상웨이의 목숨과 직결되는 일이란 것을 아는 유영이다.

“크으…….”

“뒤돌아보지 마. 그대로 걸어.”

“당신들 누구야.”

“그건 우리가 물어볼 말이고. 어서!”

백도현은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잡힐 줄이야. 하지만 백도현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저 소녀.’

백도현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소녀, 유영이 유일한 구명줄이다. 자신의 등에 총을 들이민 여자는 경호원이 분명하니 유영을 인질로 삼으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침착하자.’

백도현은 심호흡을 하며 기회를 노렸다.

‘범상치 않은 신분이라 생각했지만 설마 총기를 소지한 경호원이라니.’

어쩌면 소녀, 유영이 자신의 확실한 구명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백도현의 눈이 빛났다.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온다는 말이 지금처럼 절실하게 와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백도현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끌려갔다. 상웨이가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세 발자국. 그리고 무릎 꿇어.”

“너흰 누구지? 아버지의 개인가? 공안?”

“……앞으로 가.”

상웨이는 백도현의 말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서늘하게 말했다. 힐끗 옆을 쳐다보니 유영 역시 무언가를 눈치챈 모양이었다.

유영이 상웨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언니, 들었어요?”

“들었어. 중국인은 아닌 것 같은데.”

“언니를 보고 ‘아버지’의 개라고 했어요.”

유영도 한 눈에 백도현이 범상치 않은 신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웨이가 거친 손길로 인형탈을 벗겼다.

“큭.”

백도현이 신음을 내며 머리를 흔들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눌어붙어 있었다. 40대 중반인 백도현은 파리해진 안색으로 상웨이와 유영을 쳐다봤다.

“본 적 없는 얼굴이군.”

“고개 돌려.”

“숨 좀 쉬자. 인형탈 써 봤나? 숨이 턱턱 막힌다고.”

백도현은 일부러 못 들은 척, 다른 말을 들어 놓으며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상웨이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철컥.

“헛소리하지 말고.”

상웨이의 날 선 반응에 백도현은 고개를 돌렸다. 총기를 다루고 자신을 다루는 것이 익숙한 것을 보니 그냥 어중이떠중이는 아니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렵군.’

상웨이에게서 전문 경호원의 느낌을 느낀 백도현은 이를 앙다물었다. 일반인인 자신이 전문 경호원의 방심을 이끌어 내려면 어지간한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힘들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아아앙-!

그때 머리 위로 드론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지나갔다. 그런데 그때 드론이 딱 허공에 멈추더니 아래쪽을 쳐다봤다.

“이제 잡혔으니까 저 시끄러운 놈 좀 치워.”

“뭐……?”

“너희, 한 편 아니야?”

상웨이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가만히 멈춰 서 활공하고 있는 드론이 상웨이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상웨이의 머릿속에 드론 부대가 스쳐 지나갔다.

“아니야? 아하하. 뭐야. 그럼 내가 그냥 운으로 붙잡혔다는 소리야?”

“개소리하지 마.”

상웨이의 표정이 사나워졌다.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 이 근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상웨이가 유영을 쳐다봤다.

“영아, 빠지자.”

“언니.”

“여기까지야. 더 갔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어.”

상웨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유영의 안전이다. 그에 유영이 뭐라 말하려는 찰나 시끄러운 소리가 머리 위를 뒤덮었다.

부아아앙!!

한 대, 두 대, 세 대…… 열 대, 스무 대…….

서른 대.

사방에서 드론이 모여들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무려 서른 대가 넘는 드론이 머리 위에 운집한 것이다. 상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영아! 어서 나가야 돼!”

이처럼 많은 드론을 운영할 수 있는 곳, 그중에서도 벌건 대낮에 위즈니랜드를 휘저을 수 있는 곳은 딱 한 곳뿐이다.

‘국가안전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면 도심에서 총격전을 펼치고 민간인 사상자도 신경 쓰지 않는 미친놈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국가안전부다.

국가안전부면 곧 이곳으로 전투부대가 들이닥칠 터.

“너, 대체 뭐길래 국가안전부에 쫓기는 거지?”

“뭐야. 날 납치한 놈들이 국가안전부였어? 생각보다 거물이었네. 하하하.”

백도현이 해맑게 웃었다. 상웨이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고는 발을 들어 백도현의 등을 걷어찼다.

“윽!”

“우리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가자, 영아.”

“알았어요, 언니.”

유영도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고는 두말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상웨이가 손을 들어 올렸고 그녀의 전신에 붉은 점이 생겼다.

처저저적!

스윽

‘어느새!’

드론이 나타난 지 불과 1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사복 차림으로 총기를 소지한 국가안전부의 전투부대가 나타난 것이다.

상웨이가 소리쳤다.

“난 동부전구 71집단군 벼락부대 소속 상웨이 소교라고 합니다! 이곳에 VIP께서 계신다는 걸 귀하들이 모를 리 없으니 물러나시오!”

철컥, 철컥, 철컥!

위즈니랜드에 방문객인 척하고 들어온 사복 차림의 국가안전부 소속 요원들 한 개 소대가 어느새 주변을 포위하고 있었다.

상웨이는 그조차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에 스스로를 자책했지만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아무리 국가안전부가 막 나간다고 하더라도 주석의 딸이다.’

그러니 머리가 있다면 그냥 보내 줄 것이다. 그 전에 국가안전부에서 위즈니랜드에 유영이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스윽.

국가안전부 요원이 상웨이와 유영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옆으로 비켜서며 손짓을 하자 상웨이가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때.

철컥!!

“누구냐!!”

손짓했던 요원의 안색이 변하더니 그의 총구가 상웨이와 유영을 향했다. 상웨이가 기겁하면서 외쳤다.

“무슨 짓입니까!”

“언니!”

유영이 상웨이의 옷자락을 꾹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 순간 상웨이는 자신이 있는 쪽을 겨눈 요원이 자신과 유영이 아니라 더 뒤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긴, 마법사지.”

휘오오오오-!!

유영과 상웨이는 자신의 뒤에서 낯선 한국어와 함께 강풍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총구를 겨누던 요원이 멍한 눈을 하며 총구를 내리고는 이내 으악 소리를 내며 머리를 움켜쥐고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윽! 꺄아아악!

저리 가!

으아아!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이곳을 포위한 국가안전부 요원들 전부가 머리를 움켜쥐고는 고통을 호소했다.

스윽.

그리고 그때 상웨이의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인기척에 상웨이가 얼른 몸을 돌리며 총을 들어 올렸지만 상웨이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뻣뻣-!

몸이 뻣뻣해지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명 마법을 해제하며 착지한 상혁이 상웨이를 보며 웃었다.

“순발력이 좋아. 마비 마법이니까 억지로 움직이려 들 필요 없어. 힘만 뺄 뿐이니까.”

‘……마법?’

“마법이요?”

상웨이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건 유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즈니랜드와 마법은 찰떡궁합이다. 하지만 유영과 상웨이 둘 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상혁이 방금 영어로 말한 마법이 그녀들이 아는 마법과는 다른, 실재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를 말씀이십니까, 황녀마마.”

상혁이 가나안의 예법이자 마법사의 예법대로 유영에게 인사하고는 장난기 섞인 얼굴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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