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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113화 (112/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113화

113. 왕따(3)

“비서실장.”

“예, 도련님.”

“상혁이에게 붙여 줄 사람…… 아니. 이번에 우리 파운드리에 새로 들어온 신입 있죠?”

“회장님 지시로 들어온 전아영 씨가 있습니다.”

“네. 맞아요. 그 사람.”

백도현은 돌아오자마자 비서실장인 박정철을 불러들였다. 그러고는 그에게 전아영에 대한 처리를 부탁했다.

“상혁이에게 붙이세요.”

“예?”

분명 백도현은 오늘 출근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혁에 대한 적개심을 보였다. 백성철이 상혁을 끼고 도는 이유가 너무나도 눈에 훤히 보였고, 지금의 구도를 훼손시키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 것인지 백도현의 스탠스가 바뀌었다.

“예, 사장님.”

그러나 백도현의 말에 그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동시에 백도현은 박정철에게 말했다.

“자원 받으세요. 상혁이에게 붙여 줄 사람을 저희 쪽에서 뽑을 겁니다.”

“백상혁 군과 손을 잡으시기로 하셨습니까?”

백도현은 상혁을 쳐 내려는 것이 아니라 상혁과 손을 잡은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그 때문에 박정철이 확인차 반문하자 백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이 백상혁을 한국대 이사장으로 보내셨습니다.”

“한국대라면…….”

“예. 형님이나 저나, 서로 숨겨야 할 게 많은 곳이죠. 그러니 회장님은 상혁이의 손에 제대로 칼을 쥐여 준 셈입니다.”

“음…….”

“그런데 상혁이는 순순히 칼이 될 생각이 없더군요.”

백도현의 말에 박정철의 눈이 커졌다. 백도현은 박정철이 그러건 말건 자신에게 먼저 딜을 제안하던 상혁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영악한 놈.’

확실히 백도현이 보기에도 상혁에게는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남의 머리 위에 서기 위한 제왕학을 배우지 않은 상혁일 텐데 생각하는 바가 특별했기 때문이다.

만약 교육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라면 무서운 놈이다. 하지만 동시에 잘 구슬려 내 편으로 삼을 수 있다면 백이현을 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무기가 될 수 있다.

‘나에게만 딜을 제시한 것은 아닐 것이다.’

상혁은 지금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백성철 회장과 자신, 그리고 백이현 사이에서 줄다리기하고 있었다.

졸지에 백성철이 두 아들을 견제하겠다고 끌어들인 상혁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비록 갈 길은 멀지만, 한국대에는 확실히 형을 보내버릴 수 있는 무기가 있으니까.’

문제는 한국대에 자신을 날려 버릴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결국 상혁이 내민 손을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내가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게 되는 법이다. 백도현은 그럴 자신이 있었고 그러기 위해 상혁과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일단 공지는 내도록 하겠습니다.”

“백상혁 옆에서 붙어 있으면서 메신저 역할과 감시 역할을 동시에 할 사람이 필요하니까 신경 써서 구하도록 하세요.”

“예, 사장님.”

백도현은 그렇게 상혁에 대한 일을 마무리 짓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박정철이 나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자 백도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글레이저입니까?”

“예. 계속해서 닦달을…….”

“빌어먹을 놈들.”

자신과 한 약속은 싹 입 닫고 씻어 버린 뒤 자신과 맺은 협약의 내용만을 들고 자신을 협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도현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CIA가 내분이 일어나고, 그들이 엘릭서 프로젝트를 실패한 것에 대해 오히려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은 백도현 쪽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에서 냄새를 못 맡았을 리 없죠.”

“예, 아무래도…….”

CIA가 미군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와 자기들끼리 내분을 벌였다. 그 소식을 국정원에서 듣지 못했을 리 없다. 만약 자신의 엘릭서 프로젝트가 국정원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해진다.

“회장님도 아셨다고 봐야겠군요.”

“…….”

백도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자를 뱅그르르 돌렸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정도로 일이 커진 걸 백성철 회장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 백도현의 얼굴에 별로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 기회를 회장님은 적절하게 사용하실 겁니다.”

“사장님을 견제하려고 하실 겁니다.”

“극단적으로 하시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알아낸 걸 회장님께서 모르실 리 없으니. 원탁과 프리메이슨이라. 21세기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 누가 대체 알겠습니까?”

백도현은 빙글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박정철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너무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위험하실 수 있습니다.”

“위험 없이 왕좌를 차지할 수는 없는 법이죠. 그리고 아마 연락이 올 겁니다.”

“예?”

“프리메이슨. 원탁의 대적자. 그들이 지금 돌아가는 이 상황을 모르고 있을 것 같습니까?”

박정철의 두 눈에 놀랐다는 기색이 서렸다가 사라졌다. 그러고는 이내 신뢰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백도현에게는 다 생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연락이 오는 즉시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 *

“한국행의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디션입니다.”

“오디션이요?”

“한국의 잠재력은 매번 볼 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저는 제2의 사만다 허드를 찾고 있고, 그 대상이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 그럼 그 오디션의 윤곽이 대충 나와…….”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는지라.”

주드 포터는 능숙하게 기자를 상대했다. 미국의 파파라치들에 비하면 한국 기자들은 비교적 양반이었다. 그때 경호원이 시계를 들여다보며 주드 포터에게 말했다.

“미스터 포터. 10분 지났습니다.”

“이런. 시간이 다 됐군요. 부족한 시간이지만 할 수 있는 대답은 다 해 드렸습니다. 다음번에 또 뵐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럼.”

“미스터 포터, 미스터 포터!!”

주드 포터는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1분은 다른 사람의 1년과도 맞먹었다.

사만다 허드의 기획사 사장.

단 1인만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였지만 그 회사의 주인이나 다름없는 사만다 허드의 커리어를 생각해 보면 웬만한 배우 스무 명을 데려다 놔도 세울 수 없는 기록을 세운 그녀다.

그렇기에 그가 방한했다는 소식에 미국에 연락 통이 있어 그 소식을 접한 연예부 기자들이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는 그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기획사의 사장일 뿐인 그가 그런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후우. 이제 끝났나?”

“예, 미스터 포터.”

“호텔로 돌아가지.”

그를 경호하는 경호원들이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앞뒤로도 호위 차량이 붙었다. 그가 이토록 경호에 신경을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글레이저.’

그는 사만다가 글레이저 가문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극소수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는 사만다가 실종됐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만다에게서 한국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필시 글레이저 가문이 사만다에게 해코지를 했다고 믿고 있었던 그는 사만다의 연락에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경호에 신경을 쓴 이유는 글레이저 가문이라면 그에게까지 마수를 뻗칠 수 있다 의심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기는 왔다. 하지만 섣불리 사만다에게 접근할 수는 없지.’

글레이저 가문은 사만다를 노리고 있다. 사만다는 기적적으로 그들의 마수에서 살아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드 포터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따라다니는 눈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가 기자들을 만나고 돌아다닌 것도 일부러 일정을 밝혀 자신이 사고를 당한다면 그 시간과 용의자를 특정하기 위함이다.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 상대가 무려 글레이저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리바인은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했지. 필시 사만다와 관련된 일일 것이고. 그렇다면 글레이저 가문의 눈이 한국을 향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어딘가에 있을 사만다가 그들의 눈에 발각된다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만다를 혼자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사만다는 그에게 있어 뮤즈이자 그의 꿈을 이뤄준 행운의 여신이다. 동시에 가족처럼 가깝게 여기는 사이이기도 했다.

그러니 주드 포터는 사만다에 대한 의리와 걱정에 기꺼이 한국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문제는 거기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드 포터는 꾀를 냈다.

오디션.

넥스트 사만다를 찾는다는 슬로건 아래 주드 포터는 실제로 한국의 방송국들과 미팅 일정을 잡았다. 그런 식으로 이슈를 만들어 사만다에게 닿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기를 간절하게 바랐기 때문이다.

‘사만다. 어디 있니. 연락을 해 다오.’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이름을 되뇌이는 주드 포터를, 그가 걱정했던 것처럼 주시하는 시선이 있었다.

“카나리아. 클리어.”

주드 포터를 은밀하게 감시하는 사람들. 한국인 절반과 외국인 절반으로 구성된 그들은 글레이저 가문에서 보낸 감시조였다.

그리고 머리 위 하늘에도 지금 주드 포터를 쫓는 위성이 있었다. 글레이저 가문은 엘릭서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 새 나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주드 포터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장비와 인원을 동원해 감시했다.

부우우웅!!

서 있던 차가 주드 포터의 차를 따라 출발했다. 그렇게 차가 사라지고 난 뒤 차가 서 있던 주차장의 건물 안에서 누군가 투덜거리면서 걸어 나왔다.

“뭐야 저 양놈들은?”

김태양.

흑태양파의 두목이자 상혁의 방문을 받았던, 국정원의 위장조직.

하필이면 글레이저 가문의 감시조들이 잠복하고 있던 곳이 흑태양파가 있는 건물의 주차장이었던 셈이다.

당연히 그들의 존재를 김태양과 흑태양파의 조직원들이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됐다. 손도 씻었는데 뭐.”

하지만 김태양은 애써 신경을 껐다. 그 이유는 그가 국정원에서 말 그대로 손을 씻고 나왔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거의 좌천 형식으로 흑태양파는 조직으로 위장해 있었지만 사람 장사하는 놈들을 상부 허락 없이 쳤다고 정직 처분을 내리길래 때려치웠다.

그러고는 흥신소 노릇을 하려고 사무실을 하나 차렸는데 당연히 손님이 있을 리 없다.

국정원에서 나간 특급 요원은 절대로 평범하게 살 수 없다. 나라에서 그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껏 차린 흥신소도 철저하게 국정원에 의해 묻혔다.

“왜 그러십니까?”

“밖에 있던 애들, 갔다.”

“어디 애들입니까? 국내 애들은 아닌 것 같던데.”

흥신소 직원, 그러니까 전 국정원 요원 중 하나가 관심을 보이자 김태양이 떽 소리를 내면서 정색했다. 필요 이상의 궁금증은 단명의 원흉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늘고 길게 살자.”

“그냥 궁금하단…… 예, 알았슴다.”

투덜거리려던 요원은 김태양의 표정이 입을 딱 다물었다.

똑똑.

그런데 그때 누군가 흥신소의 문을 두드렸다. 손님이라는 생각에 김태양이 벌떡 일어나서는 손수 문을 열어 주었다.

“어서 오십쇼!”

“혹시 여기가 흑태양파입니까?”

그곳에는 오승택이 서 있었다. 상혁이 시켜서 이곳에 온 오승택은 김태양과 안의 요원들을 보고는 심상치 않은 곳이란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그냥 양아치들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도가 그들에게서 흘렀기 때문이다.

순간 김태양의 눈빛이 바뀌었다.

“흑태양파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김태양은 빠르게 오승택을 위아래로 훑었다. 모르는 얼굴이다. 하지만 김태양 역시 오승택이 그런 것처럼 오승택이 특수한 훈련을 받은 군인 출신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기무사? 아니면 다른 비밀 부대?’

그렇게 김태양이 탐색전을 펼치려는 찰나 오승택이 눈에 힘을 뺐다. 괜히 이들과 기 싸움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걸 시킨 건 상혁이기 때문이다.

“백상혁 님이 보내셔서 왔습니다.”

“그게 누…… 예?”

김태양의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백상혁. 자신과 부하들의 몸에 이상한 것을 심고 사라진 마법사, 그리고 나중에 사람 장사하는 데를 정리하도록 시킨 괴인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요즘 연락이 없어 이러다 죽는 것이 아닌가 가끔 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을 보내다니.

“여러분들을 데려오시랍니다.”

“저, 저희를요?”

“예.”

그 순간 김태양은 눈을 살짝 감았다. 올 것이 왔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한 가지다.

무엇을 받아 낼 수 있느냐. 아니, 상혁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 자신들의 효용 가치를 상혁에게 증명해야 한다.

“얘들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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