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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는 대마법사-35화 (34/249)

쓰레기 먹는 대마법사 35화

035. 남의 눈에 눈물 낸 놈(5)

천안지청은 서울이나 경남 지역에 비해서 여러모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요새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불법 약물 문제였다.

천안과 대전 등의 서울권에서 가까운 충청도 지역을 중심으로 범죄자들이 빠르게 세를 불려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경찰청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불법 약물 증거품들이 천안지청의 증거실에까지 보관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상혁에게는 노다지가 되었다.

뽀르르르!!

지훈의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초아가 흥분해서는 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나무의 정령인 초아에게 불법 약물은 정화해야 할 독성 물질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세계의 의지가 그것을 초아의 사명으로 심어 놓은 탓에 초아는 오염과 관련된 것이라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곤 했다.

지금이 딱 그랬다.

“진정해. 진정.”

상혁이 은은한 마나를 내뿜자 초아가 상혁의 머리카락을 헤집고 들어갔다. 그 안에 숨어서 보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한 모양이었다.

슥슥

상혁은 손바닥 하나만 한 크기로 쌓인 불법 약물 봉지 열 개가 쫘르르 놓인 것을 보며 눈을 몽롱하게 치켜떴다.

“이런 걸 득템이라고 하는 건가?”

하얀 가루가 든 봉지였다. 그 불법 약물에서 아찔할 정도의 마나가 느껴졌다.

상혁은 불법 약물 봉지 하나를 들어서 집어던졌다가 받으며 무게를 가늠했다.

“500g. 이 정도의 마나량이면.”

한 봉지당, 그러니까 세계의 의지가 수치화 한 마나에 의하면 대략 10 정도가 찰 것이다.

“하나당 10?”

상혁의 입가에 군침이 사악 맴돌았다. 10 봉지면 무려 100의 마력이다. 그러니, 저걸 다 취한다면 3서클에 도달할 수 있는 마나가 충족되는 셈이다.

물론, 직접 섭취는 하지 않고 안에 있는 마나만 섭취할 거지만.

“이건 못 참지.”

상혁은 불법 약물 봉지들을 터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주머니가 불룩하게 솟아올랐기에 상혁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보자, 지금 마나가.”

[이름 : 상혁

직업 : 2서클 마법사

상태 : 근력/1, 민첩/1, 체력/1, 마나/213]

213.

“293까진 안전하겠네.”

그렇다면 8봉지까지는 여기서 해치울 수 있다는 소리다. 여기서 3서클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에 곧바로 3서클로 돌입하는 것은 미뤄 두기로 했다.

가나안에서 하지 못했던 시도들을 다시 가는 길에 마음껏 해 보고 있었기 때문에 또 한세월 잡아먹을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럼.”

열 봉지를 전부 다 주머니에 넣고 나갈 수는 없었다. 저들도 장님이 아닌 다음에야 그게 수상해 보일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두 봉지 정도면 가능했다.

상혁은 망설임 없이 봉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곤 손으로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쑤욱.

한 봉지, 두 봉지 그리고 여덟 봉지.

그러자 상혁의 입에서 검은 피가 와락 하고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검은 피는 상혁의 턱을 따라 흘러내리지 않았다.

마나만 섭취한다고 해도 강력한 불법 약물에 있는 마나이기 때문에 찾아온 반동이었다.

휘오오!!

위력을 한껏 낮춰 시전한 1서클 윈드 마법이 상혁의 입에서 흘러나온 검은 피를 받아 냈다. 그러자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는 윈드 마법이 점차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파앙!!

잠시 후 상혁의 몸에서 세상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상혁의 옷자락이 살짝 떴다가 가라앉았다.

마나가 유형화가 되어 순간적으로 상혁의 옷자락을 휘날렸을 정도로 상혁이 섭취하여 소화한 마나가 막대하다는 뜻이었다.

[이름 : 상혁

직업 : 2서클 마법사

상태 : 근력/1, 민첩/1, 체력/1, 마나/299]

“와우.”

상혁은 마지막으로 입에 남은 피를 퉤 하고 뱉은 뒤 곧장 스텟창을 꺼내서는 확인했다. 그러자 마나가 기가 막히게 딱 1 모자란 299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불법 약물 봉지가 전부 다 같은 무게가 아니었다는 것이 자칫하면 실패를 불러일으킬 뻔했다.

“실순가?”

엄밀히 말하면 실수는 아니다. 3서클에 도달하는 것이 재앙이거나 실패는 아닌 법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됐다면 마나의 고리를 수백 개의 마나의 올을 만들어 단단하게 조직한다는 것을 못 했을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사람이라도 들어오면 끝장이고.’

꾸욱.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해 본 상혁은 마나가 들끓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씩 웃었다. 이대로라면 오늘 밤에 곧바로 3서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딱 한 서클만 더 올리면 된다.

진짜 제대로 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수준이 4서클부터였으니 말이다.

“골렘부터 만들어야지.”

마법사의 잡일을 도맡아 해 주는 마법 생물체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4서클부터였다. 골렘을 부릴 수 있어야 비로소 마법사로 대우를 받을 수 있었기에 상혁은 두 눈을 빛냈다.

“그럼 힘들게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상혁이 골렘을 부린다는 걸 들키지 않으면 된다는 일이다.

서울까지 올라가서 정리하는 것도 그렇고, SG그룹이라는 대기업과 얼굴을 붉혀야 하는 것도 그렇고.

골렘을 시키고 그냥 뒤에서 들키지만 않고 있으면 간단하게 끝나는 일이다.

“지구의 물건으로 골렘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는데.”

상혁은 가나안에서 했던 상상을 현실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기뻐했다. 그러다가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알아줄 사람도 없는 연구인데.”

그래도 기쁜 것을 보니 마법사의 사고가 여전히 자신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법사라고 하면 모름지기 탑과 연구였으니 말이다.

“돈 많이 벌어서 마탑도 세워야지.”

마탑이 별건가.

그냥 높은 놈이 장땡인 것이 마탑이다. 사실 탑이란 형태는 마법 연구에 있어 그리 효율적인 구조가 아니었으나 가나안에서는 탑주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용으로 지어졌다.

그러니 여기서 돈 많이 벌어서 빌딩을 세우면 된다.

그리고 그걸 마탑이라 이름 지으면 그게 곧 마탑이 되는 것이지.

아마 그런 마탑을 세울 정도가 되면 SG그룹, 아니 SG의 할애비가 오더라도 상혁이 눈 하나 깜박이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될 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가나안에서 억울하게 떨어져서 그 개고생한 보상을 여기 지구에서라도 받을 생각이었다. 그게 상혁의 소박한(?) 목표였다.

“자아. 그럼.”

상혁이 여전히 돌아가고 있는 소용돌이에 파이어 마법으로 불을 붙였다. 그러자 바람이 불과 만나 작은 화염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면서 허공에서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이크.”

하마터면 그 불길이 천장 위의 스프링클러에 닿을 뻔했기 때문에 상혁은 얼른 소용돌이를 낮췄다. 그러고는 자신이 흘린 피가 다 증발한 것을 확인한 뒤 상혁은 다시 언락을 통해 창문을 열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휙, 휙.

점프 마법으로 1층에 가볍게 착지한 상혁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천안지청이 작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안에 조경을 꽤 열심히 해 놔서 울창한 나무들이 시야를 많이 가려 주었다.

상혁은 아무도 없는 흡연 장소에 깔끔하게 착지한 뒤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 삼아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았다.

“흐흥.”

콧노래를 부르며 콜라를 마신 상혁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캬아 하고 외쳤다.

“역시, 보람찬 일을 하고 마시는 콜라가 짱이라니까.”

이 청랑햠이 얼마나 그리웠던지. 단숨에 콜라를 원샷한 상혁이 손에 든 콜라 캔을 우직하고 구겼다.

* * *

“정해. 지금이라도 진범에 대한 조사가 들어가서 무고한 피해자를 풀어 준다면 조용히 있을 것을 약속하지. 하지만.”

한덕광이 잡아먹을 것처럼 이선호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선호의 두 눈이 더 맹렬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서울에서 SG를 상대로 싸우던 그 기질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그런 이선호에게 눈을 부라리는 한덕광의 눈빛은 세 살배기 아이처럼 순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겠다면 내 모든 것을 걸고 이걸 온 세상에 알려 주지.”

“……이 영상을 어디서 구한 거지?”

“네가 알 필요는 없어. 마지막이다. 한때나마 같은 법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사람의 최후 제안이야.”

“이선호. 너야말로 후회할 짓 하지 마.”

한덕광이 자신을 가리킨 뒤 이선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대단한 정의감으로 날뛴 결과가 이거야. 난 검사. 넌 서울에서 쫓겨난 변호사. 승소보다 패소한 건이 훨씬 더 많지?”

변호사는 승률로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이선호는 0점짜리 변호사였다. 이선호의 승소 확률은 10퍼센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지금껏 벌여 온 모든 송사가 난다 긴다하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10퍼센트나 승소한 것이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과정은 보지 않는다. 오직 결과만을 볼 뿐이다.

그 때문에 한덕광은 이선호를 보면서 두 눈을 부라렸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벌레일 뿐이야. 난 좀 더 잘난 벌레가 되기를 바라는 거고. 벌레가 발버둥 쳐 봤자 결국에는 벌레밖에 더 되겠어?”

이선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서 길들여진 벌레가 되겠다?”

“변태해서 날아오를 거다. 그래서 그놈들의 머리 위로 올라갈 거고.”

한덕광의 야심은 컸다. 하지만 이선호는 그에게 정작 그럴 깜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선호는 입 아프게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기로 했다.

“마음대로 해라. 너가 변태가 되건 말건 나랑은 관계없는 일이고. 이번 일은.”

이선호의 안광이 푸르스름하게 뻗어 나왔다.

“내가 말한 대로 처리해. 아니면 내가 왜, 무슨 깡으로 SG에 홀로 싸웠는지 보게 될 거야.”

“미친놈.”

“넌 내가 걸어온 길을 상상도 못 해. 그러니까 한 번 궁금하면 버텨보든지. 그런데 아마, 후회하게 될걸?”

이선호가 히죽 웃었다.

“네가 모시는 그분들이 네가 일 처리 하나 못 해서 일을 크게 만드는 걸 원할까?”

한덕광의 표정이 변하며 이를 갈았다.

“너.”

“잘 생각해.”

이선호는 경고를 남긴 뒤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흡연 장소에서 콜라를 들이켜고 있는 상혁을 찾았다.

“오셨습니까?”

“예.”

이선호는 힘없이 웃었다. 애초에 한덕광이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한덕광이 훨씬 더 출세욕으로 불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힘을 빠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듣습니다. 그런 놈들은.”

상혁은 콜라를 하나 더 뽑아서 내밀었다. 이선호가 상혁을 쳐다봤다.

“현실보다는 망상을 좇는 놈들이니까요. 자신이 그들이 될 수 있을 거란 착각. 그게 자신들을 좀 먹는지도 모르고.”

상혁은 다 마신 콜라 캔을 구겨 재활용 쓰레기통에 던져서는 골인시켰다.

마나가 가득해 기분이 좋은 상혁은 특별히 기분을 내기로 했다.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만든 게 자신의 눈에서는 피눈물을 흐르게 한다는 걸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따악.

상혁은 손가락을 튕겼다. 음성 증폭 마법이었다. 당연히 목표는 한덕광의 검사실이었다.

[안 되겠어. 어르신들께서 아시기 전에 처리해야겠어요. 조사관님.]

[예.]

[미래현석파 애들. 부르세요.]

[예?]

[그놈들이 시골 아저씨 하나 못 죽여서 이 사달이 난 것 아닙니까. 저게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가져오세요.]

[예.]

[요새 논가가 많이 허물어졌다고 하던데. 그런데 발 헛디뎌서 잘못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선호는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한덕광은 살인교사를 하고 있었다.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거기에 수단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따악.

상혁은 손가락을 튕겼다. 상혁의 하얀 이가 새파랗게 드러나며 이선호에게로 향했다.

“자. 그럼 이제 변호사님은.”

대마법사 상혁의 목소리가 진중해졌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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