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의 세신사 영애님-131화 (131/150)

외전 5화.

“미, 미혹술?!”

“그 모, 몽마들이 사용한다는 그거 말입니까?!”

프리트와 휘온이 경악해 소리쳤다.

루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본디 몽마. 미혹술은 제 특기 중 하나죠.”

프리트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그 능력이 갑자기 왜 휘온에게 넘어갔다는 거…… 크윽!”

휘온을 바라보던 프리트가 제 심장을 부여잡았다.

“휘온 당장 그 면상 좀 치워!”

“왜 저에게 그러십니까, 폐하!”

그의 얼굴만 보면 가슴이 뛰기 때문이었다.

프리트는 울상이 되었다.

“야 마왕, 저거 어떻게 좀 못 해? 내가 휘온 놈 보면서 두근거려야겠냐고, 어?”

하지만 루헤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왜 제 능력이 공작에게 전이된 거죠? 그리고 분명…….’

루헤가 제 입술을 잘근 씹었다.

‘미혹술 말고도, 한 가지 능력이 더 사라진 것 같은데.’

하지만 제 몸속 마나의 흐름을 보면, 마력을 소실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대체 무슨 능력이 사라진 거지?

그러는 사이 프리트의 얼굴은 달아오를 대로 올라 터지기 직전이 되었다.

“야, 마왕-! 저거 어떻게 좀 해보라니까!”

휘온 역시 울상이었다.

“루헤 님 제발, 제 혼삿길을 막지 마십시오!”

“아니 근데 이 자식이 황제에게 감히?”

루헤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힘을 당신 안에 가둔다고 생각해 봐요, 공작.”

“예?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십시오, 루헤 님.”

“……일단 저를 따라 해보세요.”

그렇게 잠시간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끓어 넘치는 몽마의 매력을 잠재우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휘온이 말했다.

“저는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폐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겠습니다.”

하지만 루헤는 고개를 저었다.

“흐응. 이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그, 그게 무슨 뜻입니까?”

“당신에게서 흘러나온 페로몬은 시간이 갈수록 더 멀리까지 퍼지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루헤가 싱긋 웃었다.

“근처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가 당신에게 홀리게 되겠죠?”

“예에에에에?!”

루헤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뭐, 드래곤에게서 수이를 빼앗아 오고 싶다면…… 이대로가 당신에게는 더 나을지도?”

“……!”

그 말에 프리트와 휘온은 깜짝 놀랐다.

“마왕 너, 그럼 설마.”

“루헤 님은 산수이 남작의 마음을 미혹술로 사로잡을 수도 있으셨던 겁니까?”

루헤가 씩 웃었다.

“뭐, 그렇죠.”

그러자 휘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왜 그때 미혹술을 쓰지 않으신 겁니까?”

“음…… 글쎄요?”

루헤가 싱긋 웃으며 덧붙였다.

“아무튼, 선택은 이제 당신의 몫이에요, 공작.”

휘온이 주먹을 꽉 쥐었다.

“……배우겠습니다.”

“응?”

“미혹술을 조절하는 법을 다시 가르쳐 주십시오. 될 때까지 해보겠습니다.”

“흐응, 수이를 원하지 않나 봐요?”

“그녀 스스로 저를 선택한 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게다가 전…….”

휘온이 말을 이었다.

“그녀의 행복을 깨트리고 싶지 않습니다.”

루헤가 웃었다.

“아까 제게 물은 질문에, 당신이 대신 대답했네요.”

“……!”

“뭐 일단은 당신의 문제부터 해결해 보도록 할까요?”

그때 갑자기 무언가 물속에 첨벙 빠져드는 소리가 들렸다.

“?!”

갑자기 프리트가 온천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가 있던 곳에선 거품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휘온이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뛰어들려 했다.

“폐, 폐하!”

하지만 루헤가 그를 저지했다.

“……나한테 맡겨요, 공작.”

이어서 루헤가 손가락을 튕기자, 물속에서 프리트의 커다란 몸체가 솟구쳐 올라왔다.

“쿠울…… 쿨.”

프리트는.

잠들어 있었다.

그를 보며 루헤가 한숨을 내쉬었다.

‘쯧. 미혹술 이외에 사라진 또 다른 능력이 뭔가 했더니.’

루헤가 또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프리트가 눈을 떴다.

“어, 어? 이봐 마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어!”

루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저의 나른함이었네요.’

***

세 남자는 온천 밖으로 나와 현 상황을 정리해보았다.

“그러니까, 저 온천에 들어가면 서로의 능력이 뒤바뀐다는 거야?!”

“뭐, 일단은 그런 것 같네요.”

루헤의 가설을 들은 프리트와 휘온이 놀라 휘청거렸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마왕 네놈의 미혹술은 휘온 저놈한테 넘어갔고.”

“루헤 님의 수면력은 폐하께로 옮겨갔다는 말씀입니까?”

“쿠울-쿨.”

프리트는 루헤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휘온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도대체? 많이 자는 것도 마계에선 능력인 겁니까, 루헤 님?”

“잠을 무시하지 마세요, 공작. 수면은 만병의 통치약이니까요.”

휘온이 프리트를 흔들어 깨웠다.

“폐하, 일어나 보십시오! 폐하!”

“으, 으음.”

잠에서 깨어난 프리트가 나른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럼 마왕 네놈한텐 우리의 무슨 능력이 옮겨간 거지?”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루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이었다.

“어떤 능력이든 저보다 뛰어난 자가 없다 보니, 뭐가 넘어온 건지 별로 티가 안 나서요.”

“아니 이 자식이? ……쿠울.”

휘온은 이제 프리트를 깨우길 포기한 채, 근처 나무에 대충 기대어두었다.

그가 루헤에게 물었다.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은 있습니까, 루헤 님?”

“저도 찾는 중이에요.”

“하아, 곧 두 사람이 이곳으로 돌아올 텐데. 큰일이군요.”

얀피르와 산수이를 말하는 거였다.

그때, 갑자기 루헤의 머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그가 휘온을 향해 다급히 말했다.

“지금…… 지금 당장 수이를 찾아야 해요.”

“예? 어째서죠?!”

“드래곤과 수이의 능력이 서로 뒤바뀐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잠시 휘온과 루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휘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설마…… 산수이 남작이, 드래곤으로 변하게 되는 겁니까?”

***

한편 세 남자에게서 멀리 떨어진 산수이와 얀피르.

그들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둘만의 시간에 취해 있었다.

특히나 얀피르의 입꼬리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드디어 주인하고 단둘이 있을 수 있어!’

마침내 인적 드문 곳에 도착한 얀피르가 산수이를 천천히 내려놓았다.

“주인.”

그가 녹아버릴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이제 씻자.”

“그냥 씻기만 한다는 게 아닌 거 같은데?”

“당연히 아니지.”

그러자 산수이가 얀피르의 등짝을 때렸다.

“아야, 이번엔 또 왜!”

“하여간 언제 어디서든 틈만 나면 그 생각뿐이지!”

“아니! 반려끼리 같이 목욕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왜!”

“이 수상한 밀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알고 딴짓을 한다는 거야!”

“목욕이나 그거나…….”

“달라!”

결국 얀피르는 구시렁거리며 제 욕망을 누그러뜨려야 했다.

“쳇.”

그가 산수이를 안아 들고 천천히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단단한 가슴 근육에 뺨이 닿자, 산수이의 심장이 또다시 열일을 했다.

‘아니, 좀! 일 년을 느꼈으면 이젠 적응을 좀 해라, 이 심장 놈아!’

하지만 그녀의 반응에 얀피르는 싱글벙글했다.

그가 산수이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그녀의 어깨에 연신 입을 맞췄다.

“주인,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

“넌 내 얼굴이 더 좋아, 아니면 근육이 더 좋아?”

“놀리지 마!”

“막상막하라 못 고르겠어?”

“너 진짜!”

그렇게 둘은 물속에서 한동안 염장질을 해댔다.

산수이가 말했다.

“그런데 얀피르, 넌 언제까지 나를 주인이라 부를 거야?”

“왜, 그렇게 부르는 거 싫어? 다른 인간들 옆에선 수희라고 부를 수가 없어서 그런 건데.”

“아니 싫다기보단. 사실 내가 너의 주인은 아니잖아, 우리는 부부니까.”

“흐음, 그럼 뭐라고 불러줘야 하나.”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여보?”

으악!

산수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너, 너 그 단어 어디서 배웠어?”

“주인 찾으러 그쪽 세상에 넘어갔을 때, 어르신들이 하는 말 들었어.”

아니 그 짧은 시간에 들었던 단어를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고?

동요하는 산수이를 보며 얀피르가 물었다.

“왜, 이거 그렇게 얼굴이 빨개질 정도의 표현이야?”

“그, 그거 말고 다른 호칭으로 불러주면 안 될까?”

얀피르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왜, 여보?”

으아악!

분명 항마력이 필요한 표현인데.

그런데 저 얼굴로 천연하게 여보라고 하니까 이건.

‘여보라니, 너무 간지럽다고! 그래도 얀피르 얼굴로 저렇게 불러주니까 좋은 것 같기도…… 아니, 이게 아니라!’

그렇게 혼돈에 빠져있는 산수이를 향해, 얀피르가 제 얼굴을 장난스럽게 흔들었다.

“싫은 거야, 좋은 거야? 여보…….”

갑자기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신음했다.

“크윽!”

“야, 얀피르?!”

얀피르는 제 손목을 부여잡은 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놀란 산수이가 그를 살폈다.

“얀피르, 괜찮…… 으윽!”

곧이어 산수이 역시 전신을 감싸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수, 수희야?”

그러나 그 고통도 잠시.

두 사람은 순식간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멀쩡해졌다.

‘응?’

‘대체 뭐였지?’

하지만 그 수상한 고통의 정체에 대해 파악하기도 전에.

그들 앞에 갑자기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루헤가 보낸 신호였다.

연기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은 얀피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산수이가 그에게 물었다.

“왜, 루헤가 뭐라는데?”

“지금 당장…… 아까 있던 곳으로 돌아오라는데.”

“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둘은 서둘러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진작 알고는 있었는데. 이 밀림이 뭔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아까 루헤가 이정표에서 벗어난 것 같다고 했을 때 바로 떠났어야 했는데!

다 자신들이 온천에 미쳐 벌어진 일이었다.

얀피르는 산수이를 품에 안은 채 빠르게 달렸다.

그때였다.

산수이의 눈앞이 갑자기 확 트이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잘 보여?’

눈뿐만이 아니었다.

풀잎이 흔들리는 미세한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뛰노는 작은 들짐승의 냄새가 전해져왔다.

그리고 얀피르 역시 이상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속도가 안 나?’

자신의 걸음이 이전과는 너무 달랐다.

점점 그의 가시거리가 짧아졌다.

귀를 가득 채우던 풀벌레 소리도 멀어졌다.

구분할 수 있는 꽃향기 수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이 약속 장소에 도착할 때쯤.

그들은 알게 되었다.

“……주인.”

“얀피르……?”

자신들의 몸에 뭔가 심각한 변화가 생겼다는 걸.

게다가.

“다들 어디 갔지?”

예정대로라면 이곳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세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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