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5 재벌에이스 =========================
바로 행운의 손과 연주 마스터!
행운의 손은 딱 한 번 사용한 뒤 지금껏 쓴 적이 없었고 연주 마스터는 아예 사용한 적이 없었다.
최민혁은 그 두 가지 능력을 앞으로도 쓸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세나에게 그 두 가지 능력을 반품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해 물으려 할 때였다.
“..........였지. 그때 어머니의 아코디언 연주가 지금도 잊히지가 않아. 어머니는 목포의 눈물을 정말 기막히게 잘 연주 하셨지.”
술을 좀 과하게 마신 듯 박규철 회장의 얘기가 한 참 옛날 얘기까지 흘러 가 있었다. 그런 박규철 회장의 시선은 뼈다귀 해장국 가게에 전시 되어 있던 아코디언을 향해 있었는데 그 눈빛이 그리움에 사무쳐 있었다.
‘가만.......혹시.....’
최민혁은 왜 박규철 회장이 이 뼈다귀 해장국 집을 그 토록 자주 찾아오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뉴서울 CC에서 가깝고 맛이 있어서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거 같았다.
‘저 아코디언.......’
최민혁은 박규철 회장의 아련한 눈빛에서 그가 어린시절 추억 때문에 여길 찾고 있단 걸 직감했다.
‘그렇다면........’
최민혁의 능력 중에는 연주 마스터가 있었다. 그 말은 아코디언 연주가 가능하단 소리다. 최민혁은 속으로 그걸 세나에게 확인했다.
‘세나. 아코디언 연주 가능하지?’
[당연하죠. 마스터께서는 모든 악기 연주가 가능하십니다.]
‘좋았어!’
최민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걸 보고 박규철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고 박민주의 눈은 반짝 빛났다. 박규철 회장이야 자신이 얘기 중에 최민혁이 갑자기 일어 난 것에 대해 불만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고 박민주는 이런 가시방석 같은 자리에서 드디어 탈출 할 수 있는 탈출구가 보이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최민혁은 박규철 회장이 인상을 쓰던 말든 상관없이 곧장 그 자리에서 벗어나서는 가게 주인을 찾았다. 그리고 가게 주인과 뭐라 얘기를 나누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다.
박규철 회장은 그런 최민혁을 쳐다보고 화난 얼굴에서 갑자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뀌었다.
“자네 지금 뭘 한 건가?”
박규철 회장이 그 궁금함을 참지 않고 바로 최민혁에게 물었다. 그러자 최민혁이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좀 있으면 아실 겁니다.”
그 말 후 최민혁이 눈앞에 소주잔을 막 비우고 술국을 한 숟가락 떠먹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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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촤르르륵!
최민혁과 얘기를 나눴던 이 가게 주인이 전시장에 채워진 자물쇠를 따고 유리 문을 열었다. 그리곤 전시 되어 있던 아코디언을 꺼냈다. 그걸 보고 박규철 회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는데 주인이 그 아코디언을 전시장 안에서 꺼내 들고선 박규철 회장등이 있는 자리로 가져 오는 게 아닌가.
“여기 있네.”
그리고 그 아코디언을 최민혁에게 건넸다. 그걸 보고 박규철 회장의 두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자, 자네.......”
놀란 박규철 회장을 보고 최민혁이 말했다.
“목포의 눈물을 듣고 싶다고 하셨죠?”
“뭐, 뭐? 내, 내가 언제?”
“어머님께서 목포의 눈물을 기막히게 잘 연주 하셨다면서요? 그 말씀은 그 노래를 아코디언으로 듣고 싶은 데 들을 수가 없어서 여길 자주 찾아오신 거 아닙니까?”
“뭐, 뭐? 그, 그런.....”
박규철 회장도 자신이 왜 이곳을 자주 찾아 왔는지 확실히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최민혁의 말을 들어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해장국 집만해도 여기보다 맛있는 맛집이 서울에 많았다. 하지만 그는 뉴서울CC에서 골프를 치고 나면 80-90%이곳을 찾았다. 단지 맛 때문에 여길 찾은 게 아니란 소리였다.
박규철 회장의 어릴 때 추억. 모친과 함께 가장 행복 했었던 그 추억 때문에 이곳을 그렇게 자주 찾게 된 것이다. 그때였다. 박규철 회장의 눈이 또 커졌다. 최민혁의 말과 행동 때문에.
“제가 그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도와 드리겠습니다.”
그 말 후 최민혁은 가게 주인의 도움을 받아서 아코디언을 착용했다.
“자, 자네 지금 뭐하는....... 설마...... 아코디언 연주를 할 수 있는 건가?”
그 물음에 최민혁이 바로 대답했다.
“네. 조금....... 마침 목포의 눈물도 아는 곡이고...... 연주가 가능할 거 같아서요.”
해맑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최민혁을 박규철 회장은 누가 봐도 반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코디언(Accordion)은 서거나 앉아서 악기가 가슴에 닿도록 어깨끈으로 매고 양손으로 연주를 하는 악기로 아코디언을 연주할 때는 바람통의 조작(벨로징)이 중요했다.
소리의 조절과 음악적 표현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벨로징에 능숙해야 하는데 최민혁은 아코디언을 메자마자 바로 그 벨로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연주 마스터! 과연 대단해.’
최민혁이 지금 메고 있는 아코디언은 건반식 아코디언으로 오른손 주법을 사용하는데 건반악기 주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왼손으로는 버튼을 눌러 화음 반주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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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아코디언(Accordion) 뒷면에 달린 어깨끈을 양쪽 어깨에 메고, 악기가 가슴에 오도록 한 뒤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허리를 쭈욱 폈다. 그렇게 최민혁은 일어 선 체 연주를 시작했다.
‘왼손 베이스 버튼은 왼손을 자연스럽게 구부려서 누르고 엄지손가락은 베이스 부 옆면에 붙여 바람통을 밀고 당길 때 지탱하도록...........’
최민혁은 오른손 건반은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어 손을 아래위로 이동하며 연주를 했다. 그러자 아코디언의 간드러진, 애간장을 녹이는 연주가 시작 되었다. 최민혁이 목포의 눈물을 전주를 끝내고 본 연주에 들어가자 박규철 회장은 추억에 잠긴 듯 눈을 감고서 자신도 모르게 그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그렇게 박규철 회장은 간주가 흐르는 동안 끝까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못 오시는 님이면 이 마음도 보낼 것을 항구에 맺은 절개 목포의 사랑~”
마지막 소절까지 완창한 뒤 박규철 회장의 감고 있던 두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을 보고 박규철 회장의 딸인 박민주가 넋이 나간 얼굴로 그걸 지켜 보았다.
스윽!
박규철 회장은 옷 소매로 눈물을 훔친 뒤 눈앞에 있던 소주 잔을 들이켰다.
“카아. 좋군. 좋아. 자네 마음에 들어.”
그리고 박규철 회장의 입에서 누가 좋다는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박규철 회장은 입이 무거운 편으로 자신이 좋다고 말한 사람은 꼭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그걸 알기에 박민주의 얼굴이 환해졌고 최민혁은 아예 오버 하며 박규철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 신청곡 받겠습니다.”
“신청곡? 으음. 있기는 한데 그게 연주가 가능하려나 모르겠군.”
“말씀 해 보시죠?”
박규철 회장은 ‘검은 눈’이란 아주 오래 된 러시아 민요를 들먹였다. 당연히 젊은 최민혁이 접해 보지도 못한 노래였다.
‘알지?’
[물론이죠.]
하지만 세나는 모르는 노래가 없는 모양이었다. 최민혁이 흥겨운 그 노래를 아코디언으로 연주하자 박규철 회장이 신이 난 듯 앉은 자리에서 어깨를 들썩 거렸다. 그런 박규철 회장을 박민주는 경악어린 눈으르 쳐다 보았다.
최민혁은 그렇게 아코디언 연주 하나로 박규철 회장의 마음에 쏘옥 드는 예비 사위감이 되었다.
“자네 도박 좀 할 줄 아나?”
그러다 박규철 회장이 불쑥 물었다.
“네?”
그게 무슨 소리냐며 최민혁이 박규철 회장을 쳐다보자 박규철 회장이 바로 말했다.
“왜 보면 선수들 중에 도박 하는 녀석들 꽤 많잖아?”
박규철 회장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야구선수들은 전지훈련이나 원정 경기로 인해 일년 중 절반 넘는 시간을 집 밖에서 보냈다. 때문에 훈련과 시합 시간을 빼고 나서 남는 시간 동안 할 일이 없었고 그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쳤다. 그러다보니 도박에 더 쉽게 노출 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불러 놓고 도박 얘기를 꺼내는 건 실례 되는 일인지라 박민주가 나섰다. 하지만 박규철 회장은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 얘기를 꺼낸 듯 하던 얘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너도 도박 할 줄 알지?”
차성국은 도박은 아예 할 줄 몰랐다. 하지만 최민혁은 야구 선수답게 각종 도박을 할 줄 알았다. 실제 강원랜드까지 가서 슬롯머신에 룰렛, 바카라 등등 할 건 다 해 봤다.
“네. 선배들과 같이 강원랜드에 가 본 적이 있으니까요.”
최민혁이 기억 나는 사실 그대로 박규철 회장에게 얘기했다.
“잘 됐군. 자네 나와 같이 강원랜드 좀 가야겠어.”
“네?”
“아버지!”
갑작스런 박규철 회장의 결정에 두 사람은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규철 회장이 그렇게 결정한 이상 최민혁은 박규철 회장과 같이 강원랜드로 갈 수밖에 없었다.
박민주가 이건 예의가 아니라고 박규철 회장에게 얘기를 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을 듣고 그녀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에드워드가 한국에 왔다. 지금 강원랜드에 있고.”
‘에드워드?’
차성국은 어지간한 오성그룹의 중요 바이어들은 다 꿰고 있었는데 에드워드란 자는 처음 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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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가 넘은 시간. 박규철 회장은 얼큰히 취한 상태에서 뼈다귀 해장국 집을 나섰다.
“정말 괜찮겠어요?”
그때 박규철 회장 뒤에 뼈다귀 회장집을 나서던 젊은 남녀 중 여자가 남자에게 물었다.
“뭐 어쩌겠습니까? 어르신께서 가자시는데.”
젊은 남자는 웃은 얼굴로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런 그를 보고 여자가 목소리 낮춰 말했다.
“아버지 어디로 튀실 줄 모라요. 그러니 조심하셔야 해요.”
최민혁은 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박규철 회장이 버럭 소리쳤다.
“빨리 와.”
“네. 갑니다.”
최민혁은 쪼르르 박규철 회장의 차로 뛰어갔고 그 둘이 차에 오르는 걸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박민주는 그들을 태운 차가 출발하는 걸 보고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휴우. 이게 잘 되어 가는 건지 아니면 꼬여 가는 건지 알 길이 없네.”
그때 그녀 근처에 있던 오성그룹 경호 2팀장 주민성이 말했다.
“회장님이 저렇게 흥분하신 건 10년 전에 보고 오늘 처음 봅니다. 그분이 어지간히 마음에 드신 거지요.”
그 말 후 웃으며 주민성 팀장도 차에 올랐다. 그리고 나머지 경호 인력들도 전부 사라지고 경호 차 한 대와 경호원 두 명이 남았다.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박규철 회장이 그래도 자기 딸이랍시고 경호 팀에 박민주를 챙기라고 한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피곤했던 박민주는 차 키를 경호원에게 넘기고 자신의 차 뒷좌석에 탑승했다. 잠시 뒤 그녀를 태운 차가 서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