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2 재벌에이스 =========================
그렇게 최민혁이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30여분 쯤 뒤 모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고 최민혁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잡았다. 지금 경찰서로 출발하니까 너도 와라.
“네. 아참. 제가 부탁 한 거요. 어떻게 됐어요?”
-그거 내가 형사 한 명에게 따로 부탁을 해 뒀거든. 그 형사에게 말해서 너에게 바로 그 동영상을 보내도록 할게. 그런데 괜찮겠니? 그게 퍼지면 오성그룹에서 가만있지 않을 텐데?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대신 그 형사 분에게 그 동영상 저에게 보낸 뒤 바로 삭제 하라고 하세요. 아니 어머니께서 직접 확인하세요. 그리고 입막음은 기본인거 아시죠?”
-당연하지. 나도 30년 가까이 경찰 생활을 했단다. 그 정도로 허술하지 않아.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너나 늦지 않게 경찰서로 와. 그런데 정말 자신 있는 거지?
“물론이죠. 저만 믿으세요.”
-내 아들이야 믿지. 그럼 서에서 보자.
“네.”
그렇게 모친과 통화를 끝낸 최민혁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동영상 파일이 전송 되어 오길 기다렸다.
띠리링!
그때 기다리던 메일이 왔고 확인하니 최민혁이 원하던 그 동영상 파일이었다. 최민혁은 즉시 그 동영상 파일을 자신의 노트북에 옮기고 나서 세나를 찾았다.
“세나. 이 동영상을 오성그룹 본사와 전 계열사 홈페이지에 올려 줄 수 있지?”
최민혁의 물음에 세나가 바로 대답했다.
[네. 그 정도쯤은 마스터의 해킹 능력으로 충분히 가능합니다. 바로 실행할까요?]
“그래. 그럼 부탁 할게. 아! 올릴 때 말이야..............”
최민혁의 설명이 끝나자 최민혁의 노트북의 자판이 알아서 움직이고 그에 따라 화면이 빠르게 변했다. 그러다 이내 원래 최민혁이 켜 놓았던 화면이 뜨고 세나의 말이 들려왔다.
[끝났습니다. 확인하실래요?]
“그건 내가 하지.”
최민혁은 곧장 오성그룹 본사 홈피에 들어갔다. 그러자 거기 메인 화면에 떡하니 알림창이 떴는데 그 알림창의 내용이 기가 막혔다.
“‘잡혀가는 비서실장’이라......”
최민혁은 그걸 보고 만족스럽게 웃으며 알림창을 클릭했다. 그러자 바로 동영상 화면이 떴다.
청소부로 위장해 있던 모친이 역시나 청소부로 변장해 있던 유태국의 두 손에 수갑을 채우는 장면, 그리고 유태국이 경찰차에 타는 장면이 사실 그대로 화면에 담겨져 있었다.
“좋았어.”
최민혁은 세나가 자신이 부탁한 대로 오성그룹의 본사와 전 계열사 홈페이지에 이런 알림 창을 만든 걸 확인하고서 회심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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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세나를 시켜 만든 홈페이지의 알림 창으로 인해 오성그룹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리고 그게 사실인지 확인하는 전화가 오성그룹 비서실장실로 빗발쳤다. 하지만 이미 경찰에 잡혀가 비서실장이 없는 비서실장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맞군.”
“드디어......”
그리고 그동안 오성그룹 내 절대 권력을 휘둘러 왔던 비서실장 유태국을 물어뜯기 위해서 하이에나들이 다들 이빨을 드러냈다. 그들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 명예가 실추 된 유태국의 목을 물어뜯을 준비를 시작했다. 바로 최민혁이 바라는 대로 말이다.
최민혁은 오성그룹 본사 홈페이지에서 직원들의 반응을 대충 살핀 뒤 기분 좋게 웃으며 외출 준비를 했다. 생각 같아선 텔레포트로 단번에 강동경찰서로 가고 싶었지만 텔레포트 쓰는 건 아무래도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가 텔레포트 한 곳에 사람이 없으란 법은 없었으니까. 최민혁의 그런 생각을 읽은 세나가 말했다.
[맞아요. 마스터의 능력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좋은 일보다 좋지 않은 일이 더 많이 벌어질 거예요. 그러니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숨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에 대해 말해 봤자 미친 놈 소리 밖에 안 들을 테지만요.]
최민혁도 세나의 말에 동의하며 차 키와 지갑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이미 부친과 여동생은 직장와 학원에 간 상태였다. 최민혁은 자신의 차에 올라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막 차를 출발 시켰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최민혁이 확인하니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이었다.
“네. 감독님.”
-모레 토요일에 시합이 잡힐 거 같습니다.
“그래요? 이번엔 어딘데요?”
-태산 베어스 2군요.
태산 베어스는 서울을 연고지로 둔 팀으로 2016년에 오성 라이온즈를 누르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강팀이었다. 재작년에는 오성 라이온즈에 패해 한국시리즈 2연패 달성에 실패 했고 작년엔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여전히 한국 프로 야구 팀에서 강팀으로 꼽히는 팀이었다. 당연히 2군도 수준이 높았는데 그런 태산 베어스 2군이 사회인 야구단인 타이탄스와 경기를 하겠다고 했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이번에도 제가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조건입니까?”
최민혁의 그 물음에 타이탄스 윤동준 감독이 바로 대답했다.
-네. 이번에도 나정 히어로즈처럼 최선수가 한 이닝이나 그 이상 던져 주길 그쪽에서 원하고 있습니다.
“뭐 그러죠.”
최민혁은 흔쾌히 태산 베어스의 요구를 받아드렸다. 그럴 것이 나정 히어로즈와의 시합에 최민혁은 마운드에 올랐다. 그 얘기는 아마 구단에도 알려졌을 텐데 여태 아무 소리가 없다는 건 문제 될 게 없단 소리였다. 그렇다면 최민혁이 태산 베어스 2군과의 시합에 1이닝 정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럼 토요일에 시합 하는 걸로 정하고 시간과 장소는 태산 베어스 2군 감독과 상의 후 오후 쯤 연락하겠습니다.
“네. 그래 주십시오.”
그렇게 타이탄즈 윤동준 감독과 통화를 끝낸 최민혁은 집중해서 운전을 했고 곧 강동 경찰서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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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 본사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경찰에 체포 된 유태국은 강동경찰서 취조실로 곧장 옮겨졌다. 하지만 그는 변호인이 오기 전에 한 마디로 하지 않겠다며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유태국은 딱 한 번 전화를 이용했다. 유성그룹 법무실장에게 말이다.
“.............있으니 지금 즉시 법무 1팀 이끌고 강동 경찰서로 와 주게.”
법무실장은 자신이 직접 법무 1팀의 에이스들만 추려서 지금 즉시 강동경찰서로 가겠다고 했다. 그 말에 유태국은 한 시간 안에 자신이 강동경찰서를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 오성그룹 법무실장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대신 그를 취조하는 경찰의 압박 강도는 더 세지고 있었다.
“........증거가 이렇게 명백한데 계속 발 뺌 하실 겁니까?”
물론 유태국은 ‘모른다.’와 입을 꾹 다물고 묵비권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그러다 유태국도 뭐가 좀 이상했던지 자신을 취조 중인 형사에게 부탁했다.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고 싶소만.”
‘전화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형사는 당연히 취조에 비협조적인 유태국에게 변호인과 전화할 수 있게 해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째든 그는 한 시간 전에 변호인과 전화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취조실 특수유리벽 뒤에 계시는 분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형사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 전화를 받은 형사는 유태국에게 바로 전화를 넘겼다.
“빨리 거세요.”
그걸 보고 유태국은 강동경찰서에도 오성그룹이 심은 경찰이 있나보다 생각했다. 그렇다면 일은 더 수월하게 풀릴 공산이 컸다. 하지만 그것도 오성그룹의 법무 1팀 에이스들이 여기 오고 나야 가능한 일이었다. 유태국은 곧장 법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런데 유태국의 전화를 법무실장이 받지 않았다. 유태국은 등골이 싸해졌다. 아무래도 무슨 문제가 생긴 거 같았다. 그것도 자신에게 아주 안 좋은 쪽으로다 말이다. 유태국은 형사의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다른 전화번호를 눌렀다. 다행히 그 전화는 상대가 곧바로 받았다.
-여보세요?
“나다. 스티브.”
-네. 실장님.
“회장님은?”
-전경련 회의에 참석 중이십니다.
“그래? 그럼 회의 끝나고 나오시면..........................”
꽤 길게 누구와 얘기를 하고 난 유태국은 전화를 끊고 나서 팔짱을 꼈다. 그리곤 가소롭다는 듯 그를 취조하는 형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 변호인이 올 때까지 그 주둥이 좀 닥치고 있게. 그럼 내 자네를 내일 1계급 특진 시켜 주도록 하지.”
유태국의 그 제안에 형사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자기 뒤쪽 유리벽을 흘깃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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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그룹의 법무실장인 문상일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대법원장과 점심을 같이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유태국 비서실장의 전화를 받았다.
“네. 실장님. 네? 지금 어디 계시다고요? 강동 경찰서......알았습니다. 제가 직접 법무 1팀을 데리고 거기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유태국과 전화를 마친 문상일은 곧장 법무 1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유태국 비서실장 얘기를 했더니 법무 1팀장이 긴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 실장님. 지금 전화 끊고 바로 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십시오. 거기 들어가면 알림창이 하나 뜨는데............
문상일은 법무 1팀장이 시킨 대로 그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한 뒤 오성그룹 본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러자 진짜 법무 1팀장이 말한 대로 알림창이 떴고 그가 그 알림장을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동영상이 바로 떴다.
“헉!”
거기에서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오성그루의 실세 유태국 비서실장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비루하게 청소부 차림을 한 유태국이 경찰에 잡혀 끌려가는 몰골만 보였을 뿐. 그 동영상을 보고 난 문상일은 다시 법무 1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유태국이가 무슨 죄를 졌기에 체포 된 건가?”
그 물음에 법무 1팀장은 또 다른 동영상 메일을 문상일에게 보내왔다. 그 동영상을 본 문상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은 잘 몰라도 20년 넘게 오성그룹 법무실에서 일해 온 문상일은 알고 있었다. 동영상 속에서 생매장 당하고 있는 남자가 누군지 말이다.
“저, 저럴 수가.......”
유태국이 비서실장이 되기 전 비서실장이었던 박주혁이 흙구덩이 속에서 유태국의 이름을 처절하게 부르고 있었다. 이건 천하의 유태국도 빼도 박도 못할 살인 교사의 증거였다. 이 동영상만으로도 법원에서는 유태국에게 체포 영장, 아니 구속 영장도 당연히 발부 해 줄 터였다.
“크크크크큭! 크하하하하!”
그때 문상일이 미친 듯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웃음을 그치고 결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바로 그때가 왔도다. 유태국! 너도 결국 이렇게 끝나는 구나. 크하하하하!”
그랬다. 법무실장 문상일 역시 언제든 유태국의 목을 물어뜯을 수 있는 맹수 중 하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