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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39화 (139/248)

00139 재벌에이스 =========================

나국철에게는 정말 안 된 얘기지만 표경수에게는 정말 운수 좋은 날이었다. 표경수는 나국철이 비서를 뽑을 때 자신이 관리하는 업소 중에서 제일 섹시한 호스티스를 구워삶아 나국철의 건설 회사로 보냈다.

그 호스티스가 나국철의 비서가 되는 건 당연했다. 표경수 만큼 나국철의 여자 취향을 아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나국철에게 비서란 자신의 육욕을 만족 시켜 줄 여자면 됐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 비서가 표경수의 목숨을 구했다.

“뭐? 나국철이가 동식이란 자와 분명 그런 통화를 했단 말이지? 그래. 뭐? 날 살려서 자기 앞에 데려 오라고 했다고? 이 씨......”

나국철의 여 비서와 통화를 끝낸 표경수는 잠깐 생각했다. 여 비서가 말한 동식이란 마동식을 말했을 테고 그 놈에게 자신을 살려서 데려 오라고 했다면 그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숙청! 하지만 순순히 자기 목을 나국철에게 내 줄 표경수가 아니었다.

“씨발. 개처럼 부려 먹더니 이제 와서 날 죽이겠다고?”

그는 즉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애들 준비시켜. 마동식이 친다.”

표경수는 언제고 마동식을 칠 생각이었다.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항상 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표경수의 마인드는 나국철과 마동식과 달랐다. 그들은 밑에 애들을 소집 시킨 뒤 표경수와 그 밑에 수하들을 쳐서 전부 다 굴복 시키려 들었다. 하지만 표경수는 달랐다. 표경수는 효용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가리만 치면 끝나는 걸 가지고 뭐 하러 귀찮게 그 짓거리를 해야 한단 말인가?”

그랬다. 표경수는 최정예 조폭들만 엄선해서 뽑아 그들을 바로 나국철과 마동식의 턱 밑에 숨겨 두었다. 언제든 그의 명령이 떨어지면 그들이 나국철과 마동식만 제거할 수 있게 말이다.

표경수는 그 중에 마동식을 위해 준비해 둔 칼끝을 마동식에게 휘두르라고 방금 지시를 내린 것이다. 하지만 나국철까지 없애진 못했다. 나국철은 윗선의 허락이 있어야 제거가 가능한 존재였다.

무턱대고 나국철을 죽였다간 윗선이 그 사실을 알고 화를 내면 표경수도 결국 끝장이었다. 그래서 표경수는 나름 머리를 굴렸다.

“마동식이를 없애고 나면 나국철이도 생각이 달라지겠지.”

표경수는 나국철의 왼 팔인 마동식을 자르고 나서 그와 대화를 해 볼 생각이었다. 만약 그때에도 나국철과 대화가 안 된다면 그때는 나국철도 없애고 자신은 국내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윗선에서 나국철을 죽인 자신을 그냥 둘리 없었으니까.

“으음........”

표경수가 아예 윗선과 접선을 해 보는 게 어떨까 생각할 때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마동식을 위해 준비해 둔 칼끝에게서.

“그래. 알았다. 지금..... 죽여!”

표경수의 살인 명령이 떨어졌다. 이제 그 칼끝이 마동식의 심장을 꿰뚫을 일만 남았다.

통화를 끝낸 표경수는 마동식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도 없다는 듯 다시 생각에 빠졌다. 윗선에게 어떤 식으로 접촉을 할지 말이다. 그쪽과 잘 얘기만 되면 사실 나국철과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표경수에겐 위선과 접촉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 만큼 그 동안 나국철은 철저하게 혼자서만 위선과 만남을 가져 왔던 것이다.

표경수가 아는 윗선과의 접선 책은 부회장의 비서인데 그 비서는 어제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때 표경수의 뇌리를 스쳐 간 것이 있었다.

“가만. 그런데 병석이하고 돼지들은 어떻게 된 거야?”

표경수는 뒤늦게 나병석과 그 밑의 살인 돼지들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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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이 새로 생긴 능력에 빠져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조부인 최민용이었다. 최민혁은 그 전화를 받았고 조부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뭐? 내가 누구랑 사귀어?’

순간 최민혁은 박민주가 말한 자신과 그녀에 대해 주위에서 무슨 얘기가 나올 거란 말이 생각났다.

‘그 말이 이거였어? 그렇다면 협상할 거란 것이.........’

머리 좋은 최민혁은 바로 박민주가 자신과 뭘 협상하려는 지 간파했다.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최민혁이야 박민주과 아무 상관이 없다지만 최민혁의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차성국은 박민주와 의붓남매 사이가 아니던가?

문제는 조부가 말하는 뉘앙스를 들어 보니 조부 역시 최민혁이 박민주와 결혼 하는 걸 반기는 기색이란 점이었다.

‘이거 잘못 대응했다가 자칫 박민주랑 결혼할 판인데.......’

물론 당사자인 최민혁이 관심이 없으니 박민주와 그가 결혼 할 일은 없었다.

‘결혼이라....’

당연히 결혼 따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최민혁이었다. 그가 할 일이 얼만데 귀찮게 결혼 같은 걸 한단 말인가?

최민혁이 결혼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을 때 조부는 최민혁과 박민주의 결혼을 밀어 붙일 태세였다. 그러던 말든 최민혁은 그냥 있었다. 어차피 결혼은 최민혁과 박민주 두 사람의 결정이 있어야 이뤄지는 것.

그걸 두고 박민주가 최민혁을 만나기 위해 지금 대구로 오고 있으니 그녀를 만나면 어떤 식으로든 답이 나올 터였다.

그렇게 제대로 헛다리를 짚으신 조부와 통화를 끝낸 최민혁은 컴퓨터를 끄고 작은 방을 나섰다.

“과연 유태국이야.”

박영준이 자신에게 저지른 짓을 교묘하게 박민주와 엮어서 결혼이란 미끼로 두 집안의 화를 불식 시키려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머리를 굴릴 인간은 오성그룹의 늙은 여우인 비서실장 유태국 뿐이었다. 하지만 최민혁도 유태국이 박민주를 이 일에 끌어 들인 건 맞지만 그와 결혼을 시키려고 작정한 사람이 박규철 회장이란 사실은 알지 못했다.

만약 그 사실을 알았다면 최민혁도 박민주와 결혼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을 터였다. 그럴 것이 뭐든 한 번 결정한 건 반드시 성사시키고 마는 게 오성그룹 박규철 회장이었으니까. 설사 그것으로 인해 몇 천억 혹은 수조의 피해를 입더라도 말이다.

이때 최민혁은 유태국에게 보낸 사진 메일 경고가 약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살인 돼지들의 우두머리 핸드폰에서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줄 동영상 하나를 찾았다.

“이거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찾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하니 박민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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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박민주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네. 네. 벌써 대구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구단 사무실에서 뵙도록 하죠.”

최민혁은 시간을 보고 박민주가 엄청 밟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최민혁은 곧장 외출 준비를 했다. 쿨쿨 잘 자고 있는 민예린은 깨우기 그래서 안방 방문 앞에 포스트잇을 한 장 붙여 놓았다. 잠깐 나갔다 온다고 말이다.

아마 그 포스트 잇을 민예린이 보는 것 보다 최민혁이 박민주를 만나고 돌아오는 게 더 빠를 터였다.

최민혁의 아파트에서 오성 라이온즈 구단 사무실 까진 차타고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박민주도 10분 뒤엔 구단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으니 최민혁이 구단 사무실에 가면 바로 그녀를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최민혁은 옷을 다 갖춰 입자 차 키와 지갑을 챙겨서 아파트를 나섰다. 그리곤 차를 몰아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일요일이라 구단 사무실도 쉬어야 정상이지만 구단장이 온다니 구단 직원 하나가 허겁지겁 와서 문을 열어 놓은 상황이었다. 최민혁은 그 직원에게 미안해하며 구단장실로 곧장 들어갔다.

구단장실에는 박민주가 벌써 도착해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도 목이 말랐는지 구단장의 책상 위에 생수 통이 하나 올려 져 있었는데 통 안의 물이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어서 와요.”

박민주가 상당히 탁탁한 어조로 최민혁을 반겼다. 그녀는 정말 최민혁과 협상이라도 하려는 듯 얼굴에 비장미까지 풍겼다. 하지만 그녀가 자신과 뭘 협상할지 이미 알고 있는 최민혁으로서는 그녀의 이런 모습이 가소롭기까지 했다.

“앉으세요.”

박민주는 먼저 상석에 앉으면서 최민혁에게 그 옆 소파 자리를 권했다. 최민혁은 그녀가 권하는 그 자리에 다소곳하게 앉았다.

“차라도?”

“아뇨. 됐습니다.”

구단 직원을 일요일에 여길 불러 낸 것도 미안한데 차까지 내어 오게 할 만큼 최민혁의 얼굴을 두껍지 않았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제가 아까 협상이라고 한 건.................”

서론이 길었다. 하지만 최민혁은 박민주가 하는 대로 그냥 가만히 그녀 얘기를 경청만 했다.

박민주는 최민혁이 자신의 페이스대로 넘어오는 듯 하자 신이 났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 계약 결혼을 하는 게 어때요?”

결국 그녀 입에서 결혼 얘기가 흘러 나왔다. 당연히 최민혁은 반대다.

“싫은데요.”

최민혁이 단번에 고개를 내저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자 박민주의 얼굴에 당혹감이 역력하게 묻어 나왔다.

“왜죠? 계약 결혼이라고 했잖아요.”

“계약이든 뭐든 전 결혼 같은 거 할 생각 없습니다.”

최민혁의 그 말이 오히려 박민주를 더 기쁘게 만들었다. 그도 자신과 같은 독신주의자라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협상은 반드시 성사 시켜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온갖 감언이설로 최민혁을 설득 시키려 해도 최민혁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래서 박민주도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좋아요. 그럼 일단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걸로 해요.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죠?”

“제가 그 조건을 들어 주면 구단주님께서는 제게 뭘 해 주실 건가요?”

최민혁의 말에 박민주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민혁씨가 원하는 게 뭔가요?”

박민주의 물음에 기다렸다는 듯 최민혁이 말했다.

“자유권요.”

“자유권이요?”

그게 뭐나며 박민주가 묻자 최민혁이 바로 대답했다.

“제가 투구 한 그 날부터 다음 투구할 날까지 구단에서 어떤 터치도 해선 안 됩니다.”

“네에?”

최민혁의 요구 사항에 박민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최민혁이 말한 자유권이란 건 최민혁이란 투수가 구단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서 제 멋대로 살겠다는 소리였으니까. 최민혁은 찌푸린 박민주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대신 작년 성적은 보장 하도록 하죠.”

최민혁의 그 말에 박민주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작년 최민혁은 무려 24승을 거뒀다. 작년 만큼의 성적만 보장 된다면 그가 무슨 요구를 하던 못 들어 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만약 그 자유권을 허락 했음에도 작년 성적을 거두지 못 한다 면요?”

“그때는 FA를 포기하겠습니다.”

“콜!”

최민혁의 입에서 FA 포기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박민주는 그의 조건을 받아드렸다. 그런 박민주를 보며 최민혁도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그 사항을 문서화해서 공증까지 받도록 하죠.”

역시 누가 사업가 딸 아니랄까봐 박민주는 확실하게 나왔다. 그건 최민혁도 원하는 바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고 두 사람 모두 서명했다. 그리고 미안한 일이지만 구단 사무실에 나온 직원에게 그 계약서의 공증 절차를 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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