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0 재벌에이스 =========================
최민혁이 향후 활동 하는 데 있어서 제일 고민 되는 일이라면 야구 시즌이 시작 되고 나서였다. 야구 선수란 게 단체 생활을 해야 했는데 그럴 경우 최민혁은 사업가로 활동 폭이 엄청나게 좁아 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고민 중이었는데 그 고민을 조금 전 최민혁은 구단주인 박민주를 통해 해결을 보았다. 그러니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고 박민주 역시 부친이 원하는 바를 오늘 대구에 내려와서 바로 이뤄 냈으니 기분이야 더할 나위 없었다.
“앞으로 잘해 봐요.”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악수를 나누고 구단 사무실에서 작별을 고했다. 계약 상 두 사람은 이제 사귀는 사이가 되었지만 두 사람 모두 이성엔 관심이 없었으니 둘이 더 이상 같이 있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구단 사무실을 나서며 최민혁은 이렇게 박영준의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차피 이 일을 더 파헤칠 생각은 없었다. 파헤친다고 파헤쳐질 일도 아니었고 말이다. 오성그룹에서 본격적으로 나서면 최민혁 혼자 힘으로 그들을 상대한다는 게 사실 어불성설이긴 했다. 오히려 자신의 큰 고민거리 하나를 해결 할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오성그룹의 컨트롤 타워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하고 있는 유태국 비서실장만큼은 최민혁도 지속적으로 괴롭힐 생각이었다.
“가능하면 그 인간을 그 자리에서 끌어 내리는 것도 괜찮겠고.....”
최민혁은 앞으로 자신이 사업을 하게 되면 오성그룹과 부딪치게 될 것이고 그때 유태국 비서실장은 그의 앞길에 분명 방해가 되고 남을 자였다. 때문에 그 전에 그를 제거 할 수 있다면 그에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뭐 그게 실패해도 유태국 그 인간을 한 십 년 더 늙게는 만들어 줄 수 있을 테니까.”
최민혁은 이대로 자신의 소유의 아파트로 가면 준비 해 둔 핵폭탄급 동영상을 터트려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최민혁이 자신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그의 예상대로 안방 문에 포스트잇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민예린도 어지간히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시간이 거의 12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는데 한 번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최민혁은 안방에 붙여 놓은 포스트잇을 떼어 버리고 곧장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고 세나를 불렀다.
“세나. 인터넷에 동영상 하나를 올릴 건데 아이피 추적을 피할 수 있게 좀 도와 줘.”
[알겠습니다.]
세나의 대답을 듣고 난 최민혁은 살인 돼지들의 우두머리에게서 획득한 핸드폰의 동영상 중 하나를 인터넷 상에 올렸다.
“아마 간이 쪼그라들 거다. 유태국. 흐흐흐흐.”
최민혁이 혼자 음흉하게 웃고 있을 때 그의 방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최민혁은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 들어오세요.”
그러자 방문이 열리고 민예린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하세요?”
“컴퓨터 좀 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더 주무시지.....”
“아뇨. 벌써 12신데요. 어서 점심 먹고 서울 올라가야죠.”
“아네. 그럼 나갈까요?”
“네. 아! 저 세수 좀 할게요.”
최민혁은 이미 나갈 준비가 끝나 있었기에 민예린이 세수를 하고 나갈 준비를 할 동안 거실에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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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국철은 편파적인 성향의 보스였다. 때문에 그의 왼 팔이라 불리면서도 마동식이 받은 차별은 말로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로 마동식은 머리 탈모까지 왔다.
그러니 마동식이 그 동안 나국철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아 온 표경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는가?
“표경수! 이 뼈째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새끼.....”
그런 표경수도 이제 끝장이었다. 나국철이 표경수를 버린 것이다. 마동식에게는 그야말로 조직의 2인자가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어떻게 됐어?”
“애들 속속 집결하고 있습니다.”
“다 모이면 우리도 곧장 거기로 간다.”
나국철의 전화를 받자마자 마동식은 밑에 수하들을 소집시켰다. 표경수의 뒤통수를 치는 만큼 그리 많은 인원은 필요치 않았다. 그래서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있는 그의 수하들만 불렀다. 그 수만 물경 3백여 명. 그 정도면 표경수를 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흐흐흐흐. 올해 운수 대통한다더니 그 점쟁이 말이 맞았어.”
마동식은 확실히 들 떠 있었다. 그래서 더 몰랐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걸 말이다. 마동식은 현재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에 있었다. 그의 아지트 중 한 곳으로 그곳에는 마동식과 그를 호위하는 수하 십여 명이 같이 있었다. 평소에 호위로 십여 명의 수하들은 적지 않은 숫자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우르르르!
20여명의 연장 든 조폭들이 갑자기 마동식이 있는 건물에 나타났다.
“쳐!”
그리고 다짜고짜 마동식의 수하들을 공격했다. 한쪽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고 다른 쪽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 결과는 뻔했다.
“크으으윽! 형님. 어서 피하십시오.”
마동식은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그의 방에 뛰어 들어 온 자신의 수하를 멀뚱히 쳐다만 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우르르 연장 든 조폭들이 그의 방에 들이 닥치는 걸 보고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 벼락인가 싶었다.
“죽여!”
그리고 그 연장 든 조폭들이 그를 향해 달려드는 걸 보고 절망했다.
‘다 됐는데!’
이제 표경수만 제거하면 자신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그 정상을 코앞에 두고 그는 결국 그 정상을 밟지 못했다.
퍽! 퍽! 퍽! 퍽!
조폭들의 연장이 마동식을 가차 없이 가격했고 그의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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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마동식의 머리에서 뇌수가 줄줄 흘러내리는 걸 보고 조폭 중 하나가 외쳤다. 그러자 연장 든 조폭들이 물러났고 마동식은 그가 마동식이 맞는지 확인조차 불가능하게 망가져 있었다. 당연히 벌써 죽었고 말이다.
마동식의 주검 앞에 피묻은 쇠파이프를 들고 있던 조폭 하나가 그 쇠파이프를 다른 조폭에게 건네고는 안쪽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형님. 마동식 제거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간단히 통화를 마친 조폭이 연장 든 조폭들에게 외쳤다.
“철수!”
그들은 나타났을 때처럼 신속하게 현장을 떠났다. 그런데 그들이 떠나고 나서 몇 분 되지 않아 청소 용역 업체 차들이 그 건물에 나타났다. 그 차에서 하얀 가운에 모자와 마스크를 쓴 자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려서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마동식의 아지트에 있는 시체들이 정리 되었고 그들이 남긴 흔적도 전부 락스에 의해 지워졌다.
그들은 마동식의 아지트로 온통 락스로 칠해 놓고서 시체와 같이 유유히 사라졌다. 표경수는 청부조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다시 30분 뒤 시체처리 업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벌써 처리 했다고? 알았어. 돈은 그 계좌로 쏴 주지.”
표경수는 시체처리 업자와 통화 후 한결 홀가분해 진 얼굴로 근처 수하에게 말했다.
“놈들에게 돈 보내. 그리고 보스 쪽에 있는 애들에게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고.”
이제 나국철과 얘기 하는 일만 남았다. 그 얘기가 잘 되면 상관 없겠지만 아니면 또 한 번 피를 봐야 할 터였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표경수가 핸드폰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나국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국철은 제법 전화 연결 음이 울리고 나서 그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 경수야.
나국철이 아무렇지 않은 듯 밝은 목소리로 표경수의 전화를 받았다.
“형님. 일요일인데 뭐 하십니까?”
-나야 집이지. 이제 늙어서 그런지 골프도 못 치겠다. 무릎도 삐꺽거리고 허리도 시원찮고.
나국철의 그 말에 표경수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그런 양반이 일요일 아침부터 회사에 떡치러 출근 하냐?’
표경수는 그 말을 하려다 참았다. 나국철과 좋게 대화로 풀어나가려면 그의 심기를 건드릴 소리는 하지 말아야했다.
-근데 왜 전화 했냐?
나국철이 먼저 물어오자 표경수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동식이 한데 무슨 일 시켰습니까?”
-...........
표경수의 물음에 나국철은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그 사이 알아보라고 시켰을 터였다. 나국철 주위에도 사람은 많았으니까.
-동식이가 애들을 모은 모양인데 그건 나하고 상관없이.......
나국철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작자였다. 그런 자와 긴 대화는 필요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말은 다 거짓일 테니까.
“형님. 그냥 조직 저에게 넘기시고 조용히 은퇴 하시지요. 그럼 노후는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
표경수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나국철은 또 침묵 했다. 그러다 으르렁 거리는 목소리로 표경수에게 말했다.
-이게 다 네가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야. 그런데 내가 왜 은퇴를 해야 하지? 잘못한 내가 이 바닥을 떠나야지.
“일처리를 똑바로 못하다니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표경수는 정말 몰라서 물었다. 그러자 나국철이 대 놓고 웃으며 말했다.
-경수 너 많이 늘었다. 아주 얼굴에 철판을 깔았군 깔았어. 어제 오성 측에서 부탁한 청탁이 어떻게 됐는지 알면서도 지금 내 앞에서 모른 척 하겠단 거냐?
“오성 측의 청탁이라면 그 한 놈 처리하는 거 말 아닙니까? 그거야.......헉!”
어제 표경수는 오성 측 청탁을 늘 그렇듯 나병석과 그 밑의 수하들에게 맡겼다. 그리곤 신경을 끊었다. 그러다 어제 밤에 오성 측에서 전화가 걸려 와서 나병석과 연락이 안 된다는 말을 했고 표경수도 즉시 나병석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나병석은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표경수는 나병석의 수하들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살인 돼지들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뭔가 께름칙한 느낌이 들었던 표경수는 일단 그 사실을 오성 측에 알리고 수하들을 시켜서 호항에 있는 나병석과 살인돼지들의 행방을 찾게 했다. 하지만 그 뒤 오성 측에서 아무 연락도 없었고 표경수도 갑자기 그가 관리하던 영업장에 문제가 생겨서 그 일을 처리하느라 나병수와 그 수하들의 일을 깜빡했다.
하지만 오늘 나국철과 통화하기 전에 나병석과 그 수하들이 생각났던 표경수는 어제 밤에 그가 지시를 내렸던 수하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 수하는 표경수의 지시대로 포항에 내려가 있었는데 지금까지 포항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나병석과 살인 돼지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들이 갑자기 하늘로 솟았거나 땅으로 꺼지지 않았다면 이렇게 못 찾을 리 없었으니까.
영리한 표경수는 사라진 나병석과 그 수하들을 생각하니 나국철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즉 나병석과 그 수하들이 사라진 마당에 오성 측 청탁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 없었던 것이다. 좀 전까지 여유 있었던 표경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