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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18화 (118/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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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최민혁이 잠시 넋이 나간 체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자 민예린이 쑥스러워 하며 말했다.

“뭘 그렇게 보세요?”

“네? 아아. 죄송합니다. 예린씨가 너무 예뻐서. 그리고 냄새가 너무 좋네요. 향수 뿌리셨어요?”

민예린은 최민혁의 예쁘단 말에 벌써 입이 귀에 걸린 상태였다.

“네. 오랜만에 뿌려 봤는데 향이 괜찮아요?”

“네. 너무 좋아요. 딱 제 취향이네요. 혹시 어떤 향수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아뇨!”

“네?”

“대신 민혁씨 만날 때 마다 꼭 이 향수를 뿌리고 나올게요.”

민예린의 그 말에 최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예전의 밀당의 초 고수였던 민예린이 다시 살아 난 것이다. 상당히 반가운 일이었다. 요즘 그녀에게서 예전의 그 당당했던 민예린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어서 말이다.

“자. 그럼 출발 하겠습니다.”

최미혁은 이내 웃음을 지우고 차를 출발 시켰다. 그리고 그때부터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민예린은 자신이 그를 만날 때 마다 향수를 뿌리겠다는 말까지 했는데 최민혁이 그에 대해 가타부타 말이 없이 차를 출발 시킨 것에 대해 좀 아쉬움이 있었고, 최민혁은 오늘이 민예린과 사실상 마지막 이별 여행인데 그녀를 걱정하고 있는 자신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른 이유로 머리가 복잡한 두 사람은 남산1호터널 요금소를 지날 때까지 계속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첫 대화의 물고를 튼 건 민예린이었다.

“라디오라도 듣고 가요. 우리.”

“아네. 그러세요.”

그 말에 최민혁이 자동차 핸들에 있는 버튼으로 라디오를 켰고 그 때 흘러나온 노래가 마침 민예린이 좋아하는 한동욱의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요.’ 였다.

민예린은 감성 소녀라도 된 듯 새치름하게 웃으며 창밖을 쳐다보며 노래를 들었다. 최민혁은 그런 그녀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괜히 왔어. 이거 이별 여행이 아니라 민예린에게 홀딱 넘어가서 다시 시작하는 여행이 되는 거 아닌가 몰라.’

그만큼 민예린은 매력적인 여자였고 최민혁은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그녀가 싫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차성국이 죽어버리면서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것이니까.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다면 그게 거짓말일 터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또 한 동안 말없이 이번엔 라디오를 들으면서 움직였다. 그 사이 둘이 탄 차는 한남대교 진입 후 한남 대로를 쭉 달렸다. 그렇게 최민혁이 운전하는 차가 한남 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탈 때였다.

“이것 좀 드실래요?”

민예린이 가방 속에서 꺼낸 건 삶은 달걀이었다. 그리고 달걀 먹다 목마를 때 꼭 먹어야 하는 캔 사이다.

“줘 보세요.”

삶은 달걀은 민예린이 이미 깐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아 왔기에 그녀가 통째 달걀 하나를 집어 최민혁의 입속으로 쏙 넣어 주었다.

달걀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 최민혁은 달걀 하나를 입속에 넣고도 여유있게 그걸 씹어 먹었다. 달걀은 노른자가 퍽퍽하게 익지 않아서 먹어도 목이 마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예린은 센스 있게 직선 구간에서 최민혁에게 딴 캔 사이다를 건넸다.

“고마워요.”

최민혁은 민예린이 건넨 캔 사이다를 한 손으로 받아서 마시며 다른 한 손으로 능숙하게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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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경부고속도로에서 신갈 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옮겨 탄 최민혁의 차는 중간에 선산 휴게소로 들어갔다. 최민혁도 그렇고 민예린도 화장실에 들러야 했기 때문에. 먼저 남자 화장실을 다녀 온 최민혁은 민예린을 기다리다 그녀가 나오자 말했다.

“뭐 좀 먹고 갈래요?”

“지금요?”

아까 민예린이 삶아 온 달걀을 먹어 사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분위기란 것이 있지 않은가? 거기다 최민혁도 좀 더 쉴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죠.”

“그래요. 그럼.”

민예린은 장점은 상대의 기분을 금방 파악하고 그 사람의 비위를 잘 맞춘 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그 까다로운 오성그룹의 안주인인 최선화의 개인 비서 생활을 10년이나 할 걸 테고.

최민혁은 민예린 취향의 커피를 구해서 그녀에게 안기고 자신도 마시고 싶었던 헤이즐럿 커피를 마셨다.

이때 최민혁과 민예린은 어색함이 좀 사라진 터라 웃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찰칵!

그때 최민혁의 예민한 기감에 누가 몰래 그들을 도촬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뭐지?’

순간 최민혁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부회장 박영준이었다.

‘이런..... 내가 그 새끼를 깜빡 잊고 있었구나.’

박영준은 누구보자 소유욕이 강했다. 그런 그가 민예린이 헤어지 잔다고 순순히 헤어져 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자신과 민예린이 같이 있는 사진을 찍은 자는 곧바로 그 사진을 박영준에게 보냈을 터였다.

‘이거 느낌이 좋지 않은 걸.....’

자신과 민예린이 같이 있는 모습을 박영준이 본다면 그 인간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래도 설마 했다. 아무리 재벌가의 후계자라지만 벌건 대낮에 주위에 보는 눈도 많은 휴게소에서 무슨 짓이야 벌릴까 했는데 그런 짓을 녀석이 저질렀다.

최민혁과 민예린이 앉아 있는 휴게소 안으로 시커먼 정장 차림의 세 남자가 들어 온 것이다. 선글라스를 낀 그들은 곧장 최민혁과 민예린 쪽으로 왔고 그 중 둘이 최민혁과 민예린의 뒤로 가서 섰다. 그리고 그들의 상관으로 보이는 자가 최민혁과 민예린을 보고 통보하듯 말했다.

“두 분 우릴 따라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런 그들을 보고 누구보다 놀란 건 민예린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보자마자 그들이 누군지 바로 알아 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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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예린이 놀란 이유를 최민혁인들 모를 리 없었다. 그럴 것이 최민혁 앞에 나타난 검은 정장차림의 세 남자는 오성 그룹에서 고용한 경호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경호원이라기 보다 오성 그룹 오너 일가의 뒤나 닦아 주는 하인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오성 그룹 박규철 회장과 그 부인 최선화, 그리고 부회장 박영준의 말이라면 납치, 감금쯤 신경 쓰지 않고 해 치울 자들이었다.

그걸 아는 최민혁이 그냥 순순히 그들을 따라 움직여 줄 리 없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이죠? 누가 이런...... 설마 부회장님이신가요?”

아무래도 이런 일을 만든 원인 제공자인 민예린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 그러자 그런 그녀를 뒤에 오성 그룹 경호원이 강제로 힘으로 찍어 눌러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걸 보고 최민혁이 몸을 일으키자 역시 뒤쪽 경호원이 최민혁의 두 어깨를 두 손으로 찍어 눌렀는데 바로 그때 최민혁이 자신의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사용했다.

파지지지직!

퍽!

터털썩!

“허억!”

빠악!

철퍼덕!

“아악!”

7개의 소리가 차례로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최민혁이 민예린 옆에 서 있었고 그들을 겁박하던 오성 그룹의 경호원 셋은 휴게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민예린이 놀란 눈으로 최민혁을 쳐다보자 최민혁이 웃으며 말했다.

“일단 여길 나가는 게 좋겠군요.”

그 말에 민예린도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마시던 커피는 그대로 두고 황급히 휴게실을 나섰다. 그렇게 차에 타면서 민예린은 좀 전 그녀가 봤던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흥분한 그녀가 나서자 그녀 뒤에 있던 오성 그룹 경호원이 억지로 그녀를 다시 앉혔는데 그때 최민혁이 나섰다. 그런 최민혁을 그와 비슷한 체구의 건장한 오성 그룹 경호원이 그녀처럼 힘으로 짓눌러 앉히려 했는데 그때 갑자기 그 경호원이 부들부들 몸을 떨더니 최민혁 앞으로 픽 꼬꾸라졌다.

그때 민예린이 깜빡 눈을 감았다 떴는데 그 사이 최민혁이 그들에게 싸가지 없이 말하던 경호원의 안면에 박치기를 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고 그녀 위의 경호원의 입에서 경악성의 일갈이 터져 나왔고 최민혁에게 박치기 당한 경호원이 쓰러질 때 또 그녀가 눈을 깜빡 했다. 그때 또 언제 움직였는지 최민혁이 그녀 옆에서 그녀 뒤의 경호원에게 주먹을 휘둘러 쓰러트리고 있었다. 최민혁의 주먹에 관자놀이를 맞은 경호원은 맥도 못 쓰고 그대로 휴게실 바닥에 꼬꾸라졌는데 최민혁이 그렇게 보여 준 움직임들은 무슨 액션 영화의 속의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무슨 야구 선수가 이렇게 싸움을 잘하는 거지?’

민예린은 신기한 듯 운전석의 최민혁을 쳐다보았다. 그럴 것이 좀 전 최민혁이 쓰러트린 오성 그룹 경호원들은 다들 무술 고단자들이었다. 거기다 오성 그룹 경호실 자체에서 실전 무예 훈련을 따로 시켰기 때문에 그들 한 명이면 보통 사람 네다섯 명은 충분히 제압이 가능했다. 그런 경호원들을 최민혁은 좀 전 혼자서 셋을 해치웠다. 그러니 그런 사정을 잘 아는 민예린이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최민혁도 그런 사실을 알기에 민예린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그냥 모른 척하고 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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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소를 나온 최민혁의 차는 고속도로를 질주 했다. 그런데 어느 새 그들의 뒤를 쫓는 차가 최민혁의 백미러에 포착 되었다. 최민혁은 바로 속으로 확인에 들어갔다.

‘세나. 저들이 오성 그룹 경호원들인지 트래킹(Tracking) 능력으로 확인 가능하지?’

[물론이죠. 어디보자. 저들은 오성 그룹 경호원들이 맞고요. 쫓고 있는 차에 탑승한 경호원의 수는 모두 4명입니다.]

‘고마워.’

역시 최민혁의 예상대로 였다. 그들의 뒤를 밟았던 오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아까 그자들만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자들은 일종의 선발 인원으로 최민혁과 민예린은 근거리에서 쫓았고 그 뒤에는 본대 인원이 더 있었는데 선발 인원들이 최민혁에게 당하자 본대 인원들이 재빨리 최민혁의 차를 따라 붙었던 것이다.

최민혁이 제법 밟았는데도 이렇게 금방 따라 왔다는 건 그들이 과속과 불법 차선 변경을 수시로 저지르며 쫓아왔단 소리였다. 하긴 오성 그룹이 그들의 배경인데 못할 짓이 뭐겠는가?

하지만 달리는 도로 위에서 저들이 할 수 있는 건 최민혁의 차 꽁무니를 쫓는 거뿐이었다. 물론 차 안에서 연락을 취할 수 있을 테니 나름대로 조치를 취할 순 있겠지만 그것도 최민혁의 차가 어디로 갈지 알 때나 가능한 얘기였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저들이 공권력을 써서 고속도로를 차단할 상황도 아니었고 말이다.

만약 그런 일까지 벌인다면 그건 그만큼 박영준의 오성그룹 내 입지가 박규철 회장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했단 얘긴데 아직 박영준의 위치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최민혁의 예상대로 놈들은 최민혁의 차를 바짝 뒤쫓기만 했다.

“죄, 죄송해요. 이게 다 저 때문에...........”

하얗게 질린 얼굴의 민예린이 뭐라 계속 변명의 말을 늘어놓고 있는데 그 말이 최민혁의 귀에 들어 올 리 없었다.

‘문제는 저들 경호원들이 아니야.’

최민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성그룹의 어둠 뒤에 숨어서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실종처리 시켜 온 자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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