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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19화 (119/248)

00119 재벌에이스 =========================

박영준은 그들을 움직일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최민혁은 확실하다고 봤다.

박영준은 민예린이 감히 자기 곁을 떠나려는 거 자체가 기분 나빴을 터였다. 그래서 그녀 주위에 경호원을 붙여 감시를 했을 테고. 그 감시망에 웬 놈이 걸렸는데 그 놈과 그녀가 서울 밖으로 드라이브 나가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봤을 때 그의 기분을 어땠을까?

‘아마 죽이고 싶겠지. 둘 다.’

하지만 그래도 민예린은 자신의 장난감이니 버리긴 아까울 테고. 결국은 떨거지 최민혁만 남았다. 그는 아마 최민혁이 누군지 알아보지도 않고 그를 없애버리란 지시를 내렸을 터였다. 지금 최민혁의 차의 뒤를 쫓는 경호원들은 추적하는 사냥개일 뿐이었다. 그 뒤 진짜 최민혁의 목을 물어뜯을 사냥개들이 곧 나타날 터였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지금 최민혁은 목숨이 위험한 긴급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 최민혁은 웃었다.

‘새끼들. 그래 얼마든지 와라. 내가 다 상대해 주마.’

예전의 차성국이었다면 두려움에 벌벌 떨어서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최민혁은 그때 겁 먹고 무조건 도망만 다녀야 했던 그 차성국이 아니었다.

‘나국철이 밑에 사냥개 녀석들을 잘하면 곧 볼 수 있겠네.’

이 일에는 보나마나 박규철 회장의 사냥개로 불리는 나국철 밑에 녀석들이 나설 게 뻔했다. 그런 녀석들이라면 최민혁도 더 이상 손속에 사정 따윌 봐 줄 필요가 없었다. 그 말은 그 놈들을 죽이지 않으면 최민혁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단 소리였다.

“민혁씨. 지금이라도 차를 돌려요.”

민예린도 눈치는 챈 모양이었다. 하긴 최민혁이 자신을 쫓는 자들을 확인 차 살짝 곡예 운전을 했는데 그걸 그대로 따라 바짝 그 뒤를 쫓는 차가 있는 걸 그녀도 봤으니까.

민예린은 최민혁이 어떻게 운 좋게 오성 그룹의 경호원 셋을 쓰러트렸지만 그들은 셋이 다가 아니었다. 곧 30명, 아니 300명이 최민혁을 잡으러 움직일 터였다. 그러니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서울로 돌아가서 박영준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민예린도 박영준이 이런 남자인 줄 몰랐다. 그의 곁엔 항상 여자들이 넘쳐 났고 그녀도 그런 여자들 중 하나 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와 헤어지는 게 쉬울 줄 알았다. 물론 그와 헤어지면서 당연히 오성 그룹과의 인연도 끊었다. 사직서를 제출 한 것이다.

어차피 박영준이 없으면 그녀는 오성 그룹에서 끈 떨어진 연과 같았다. 그럴 바에야 그곳을 그만 두는 게 맞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맞고 보니 박영준이 아직 그녀에게 미련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 그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애원하면 저 사람은 살 수 있을 거야.’

민예린도 알았다. 박규철 회장 일가의 심기를 건드렸다 실종 되어 지금껏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을. 그들은 어디 깊은 산속이나 바다 속에서 썩고 물고기 밥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을 터였다.

최민혁을 그들 같은 신세로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그를 설득하려 했는데 웬걸, 이 남자는 그녀 말을 듣고 오히려 웃었다.

“괜찮아요. 저놈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 말 후 최민혁은 핸즈 프리 이어폰을 사용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최민혁은 자신은 쓸 수 있지만 저들은 지금 쓸 수 없는 패를 먼저 꺼내 들었다. 일단 귀찮은 추격 사냥개부터 처리 할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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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창!

“이 처 죽일 년이.......”

최민혁과 민예린이 함께 웃고 있는 장면의 사진을 본 박영준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마치 자신의 와이프가 딴 놈과 놀아 난 꼴을 직접 본 거처럼 박영준은 분노하며 길길이 날 뛰었다.

그만큼 민예린에 대한 그의 애정이 다른 여자와 달랐다는 걸 여실히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그걸 보고 박영준의 비서는 생각했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해 줄 것이지.’

비서도 알았던 것이다. 박영준이 민예린을 그의 다른 여자들과 똑같이 대우했단 걸 말이다.

“이, 이것들 당장 내 앞에 끌고 와. 어서!‘

박영준의 비서는 예상했던 그의 반응에 바로 대답했다.

“네.”

그리고 현장의 경호원들에게 그들을 잡아서 서울로 올라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랬는데.....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뭐? 당해? 이런 미친..... 빨리 추적해.”

박영준은 그의 예상을 벗어난 사태에 당황했다. 그럴 것이 민예린에게 붙인 경호원 셋이 설마하니 민예린과 같이 있는 남자에게 제압당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좆됐군.”

그도 물론 박영준에게 조인트를 까이겠지만 문제는 그 남자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영준이 결코 가만 있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는 그의 할 일을 해야 했다.

박영준의 비서는 곧장 그 사실을 박영준에게 가서 알렸다.

퍽!

“아악!”

비서의 예상대로 박영준은 그의 정강이를 발로 사정없이 찼다. 이때 고통스런 티를 내지 않으면 더 맞을 수 있었기에 비서는 최대한 아픈 시늉을 했다. 당연히 비명 소리도 크게 내지르고. 그때 씩씩거리든 박영준이 비서가 또 예상했던 발언을 내 뱉었다.

“나국철이 한테 연락 해. 그 새끼는 데려 올 것도 없어. 어디 묻어 버려. 민예린. 그 년만 잡아서 내 앞에 데려 와. 단 그년은 털끝하나 건드려선 안 된다고 나국철에게 확실히 얘기하고.”

박영준도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사냥개들이 민예린을 건드릴까가 걱정은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그는 너무도 싶게 한 남자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그게 더 무섭고 비정했다. 비서는 씁쓸한 얼굴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네.”

자신도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에 이렇게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그의 일인 걸 어쩌겠는가? 비서는 자신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대포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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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은 뉘 집 똥개 이름 부르듯 나국철의 이름을 말했지만 사실 나국철은 아무나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특히 조폭 세계에서 그는 거물급 보스였고 그의 이름을 대놓고 불렀다간 그 사람은 조용히 실종 되어 어느 정육점에서 살과 뼈가 분리 되어 개나 돼지 사료 신세가 되어 있을지 몰랐다.

그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나국철은 명실 공히 어둠을 지배하는 절대자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박영준의 비서 전화를 직접 받을 리 없었다. 하지만 오성 그룹은 나국철의 조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보니 특별대우는 불가피 했다. 그래서 나국철은 특별히 자신의 오른팔인 표경수에게 오성 그룹 일가의 일을 맡겼다.

표경수는 나국철이 조직에서 믿는 몇 되지 않는 수하였고 특히 높으신 분 뒤를 닦아 주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네. 말씀하십시오.”

표경수는 주말에 라운딩 돌 때 걸려 온 오성 측 전화에 짜증이 났지만 그걸 티 낼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네. 네. 그러니까 지금 경북 쪽으로 이동 중인 녀석 하나만 처리해 주면 된단 거지요? 네. 알겠습니다. 경호원들과 저희가 연락을 취하도록 하죠.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그렇게 박영준의 비서와 통화를 끝낸 표경수는 바로 자기 밑에 차우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모종을 지시를 내린 뒤 오성 측 대포폰을 그를 경호하는 수하에게 건네고 캐디들과 함께 계속 골프를 즐겼다.

따악!

“나이 샷! 표 사장님!”

캐디들 중 유난히 목소리가 밝은 젊고 예쁜 캐디가 표경수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표경수는 더 이상 골프 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골프를 접고 그의 눈에 든 캐디를 데리고 근처 모텔로 향했다.

“아흐흑.....사장님..... 이제 그만......”

표경수는 모텔에서 그 젊은 캐디를 떡 실신 시켜 버리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나이 이제 39살! 내년이면 40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하는 일을 보라. 재벌가의 똥구멍이나 닦고 있었다. 이제 그도 슬슬 조직의 일선으로 나서야 할 때가다가 오고 있었다.

오성 그룹의 박규철 회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건 벌써 작년. 박규철 회장이 지는 해라면 그 아들이자 부회장인 박영준은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이었다. 즉 곧 박영준의 시대가 도래 할 거란 소리였다. 그런 박영준에게 늙은 개 나국철은 어울리지 않았다.

“준비는 시작 됐고 문제는 그분에게 나국철을 대신할 젊고 강한 턱을 가진 사냥개가 나만 있는 게 아니란 거지.”

이미 조직 내의 젊은 중간 보스들 중에서 나국철의 뒤를 노리는 야심만만한 자들이 있었다. 그들 역시 자신처럼 은밀하게 박영준에게 충성을 맹세 한 것으로 표경수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시점에 새해 첫 박영준의 지시가 내려왔다. 그러니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해결해야 했다.

“뭐 애송이 하나쯤이야.......”

하지만 표경수도 방심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게 박영준이 없애란 녀석은 달랑 젊은 놈 하나였다. 그 정도는 그의 수하들에게 일도 아니었다. 그래도 몰라서 표경수는 이런 일을 가장 잘하는 그의 수하에게 이 일을 맡겼다. 그러니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잘못 될 일은 없었다.

잠시 창밖을 보며 호흡을 고르던 표경수가 다시 몸을 침대 쪽으로 돌렸다. 이미 젊은 여자 캐디는 침대 위에 뻗어 있었지만 아직 그녀의 고난은 끝난 게 아니었다. 표경수가 그 젊은 여자 캐디를 다시 덮쳤고 모텔 방안에 떠나가라 비명소리인지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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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경수로부터 연락을 받은 나병석은 자신이 늘 휴대하고 다니던 군용칼을 챙겨서 어깨에 걸었다. 그리고 곧장 옆방으로 향했다.

나병석은 싸구려 여인숙에 그의 수하들과 같이 머물렀다. 누가 보면 아무것도 없이 지방에서 상경한 깡패 새끼들 같이 보였지만 사실 그들은 나국철 조직에서 살인에 특화 된 최정예 조폭들이었다.

그들이 이런 곳에 머무는 이유는 헝그리 정신 때문이었다. 나병석은 잘 먹고 좋은 곳에서 지내면 나태해 질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방심을 낳고 조직을 기강을 무너트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봤다.

그래서 그 밑에 수하들은 하루에 한 끼만 먹이고 이런 싸구려 여인숙에서 지내게 했다. 그것도 20명이 쓰기엔 비좁은 방에다가. 그렇다보니 방안은 돼지우리나 마찬가지였다.

벌컥!

그때 그 돼지우리 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 안에서 수컷들의 퀴퀴한 냄새가 훅하니 흘러 나왔고 그 냄새를 맡는 나병석의 얼굴엔 만족스런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돼지우리 안을 보고 외쳤다.

“가자.”

그러자 돼지우리 안에서 살기등등한 돼지들이 우르르 방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병석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그의 수하들을 계속 흡족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지금의 저놈들을 키우기까지 나병석은 고생 꽤나 했다.

개와 돼지 사료만 먹여 가며 특별 훈련을 시켰고 직접 가축을 도축 시켜 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앴고 말이다. 그 뒤 실제 살인까지 시킨 결과 지금의 저놈들이 탄생한 것이다. 피눈물도 없는 완벽한 살인 돼지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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