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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출세하려면 기본이 바로 줄서기다. 강동경찰서 수사과장 오동석 경정은 경찰대 동기들 중 제일 빨리 경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경찰서장이 되는 건데 그의 나이와 기수를 봐서 진급이 용의치 않았다. 짧으면 5년 길면 10년도 기다려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오동석은 그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다음 경찰청장이 가장 유력한 서울경찰청장 장현석에게 줄을 댔다.
그랬더니 장현석이 제일 먼저 요구한 게 대포폰을 구입하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포 폰을 통해서 강동서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사건과 자신과 연관된 일은 무조건 자신에게 직접 보고를 하란 것이다.
오동석은 그 일을 벌써 1년째 해오고 있었는데 이제 곧 경찰청장이 바뀔 거란 얘기가 도는 것이 그가 진급해서 경찰서장이 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보았다. 그런데 현 경찰서장의 아들이란 놈이 사달을 일으켰다.
하필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의 조카인 장지욱의 오피스텔을 털어서 거기 마약과 불법으로 찍은 동영상을 가져 온 것이다.
무단 침입도 아닌 것이 서장 아들이 찍어 온 동영상을 보면 장지욱이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단 것이다.
오동석은 강동 경찰서장의 눈치를 보다 그 사실을 서울경찰청장 장현석에게 알렸다. 그 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장실로 들어갔다.
“서장님. 이 사실을 서울경찰청장님께서 아시면 달가워하시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마약이 나왔고 동영상까지 있는 마당에. 장 청장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민정숙 총경과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은 면식 정도는 있었다. 그럴 것이 그 남편이 서부지검차장 검사이니 장 청장도 그녀를 나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그녀의 아버지는 전 정권에서지만 국무총리를 지내신 분이셨다. 그리고 그녀의 집안은 대한민국 국정 전 방위에 걸쳐서 고위공무원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때문에 장현석 서울경찰청장도 민정숙 총경에게 어느 정도 예우늘 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찌르고 들어온다면 얘기는 달랐다. 그는 경찰 서열 2위고 곧 경찰청장이 될 몸이었다. 그녀의 배경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녀가 자신을 치려 든다면 자신의 힘을 보여 줄 수밖에.
민정숙 총경도 눈치는 있었다. 현 서울경찰청장이 야심도 많고 또 현 정권 최고위층과도 친분이 두터워서 차기 경찰청장이 위력하기에 그녀도 사실 이번 구정에는 그의 집을 찾아가야 하나 생각 중이었다.
민정숙도 경찰서장으로 경찰 생활을 끝낼 생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아들 때문에 모든 게 모든 게 꼬여 버렸다. 장 청장에게 잘 보이 긴커녕 찍히게 생긴 것이다. 그 조카를 수하하는 관할경찰서장을 장 청장이 좋아할 리 없었다. 민정숙 총경이 기억하는 장현석 청장은 그리 대인배는 아니었으니까. 오동석은 민정숙 총경의 말에 속으로 웃었다.
‘이거 잘하면 여기 경찰서장으로 진급할 수 있겠는걸.’
장현석 청장은 민정숙 총경의 말대로 그런 걸 이해해 줄 분이 아니었다. 그런 분이었다면 저번에 조카와 그 친구가 사고를 쳤을 때 그 일을 덮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진 않았을 테니까. 그때 법대로 처리했다면 그 조카가 지금 마약을 했을까? 오동석은 민정숙 총경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결국 이 사달은 장 청장이 불러 왔다는 게 오동석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째든 중요한 건 장 청장이 경찰청장이 될 것이 가장 유력하단 점이었다.
그런 그가 곧 경찰청장 임명을 앞두고 그 어느 때 보자 몸을 사리고 있는데 그의 조카가 마약을 하고 불법 동영상을 찍은 게 세상에 알려져 보라. 그의 경찰청장 임명에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일을 지금 민정숙 총경이 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니 민정숙 총경의 목은 이미 반쯤 날아갔다고 봐도 됐다. 오동석이 다음 달에 자신의 강동서의 경찰서장이 된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있을 때 서장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뭐라고요? 장지욱이 벌써 튀고 없어요? 하아. 빨리 수배 때리고 무슨 수를 쓰던 오늘 중에 녀석을 잡아 오세요.”
민정숙 총경이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 서 안에 쥐새끼가 있는 모양이에요.”
그 말에 오동석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전혀 티내지 않고 말했다.
“쥐새끼라뇨. 서장님도 참. 전 부하들을 믿습니다.”
그렇게 말해 놓고 나서 오동석은 조금 양심이 찔리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 거짓말도 못해선 절대 출세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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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강동서의 강력계에 있다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서장실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 서장실에서 흘러나온 소리를 듣고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장지욱의 달아났다고? 그렇다면 빨리 가서 잡아와야지.”
최민혁은 경찰서에 주차 되어 있던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보유 능력 중 하나인 트래킹(Tracking)을 사용했다. 그러자 세나가 바로 반응했다.
[누굴 찾으세요?]
“알면서 왜 물어.”
[쳇! 마스터는 이럴 때 보면 재미가 없다니까.]
“재미고 뭐고 빨리 장지욱이 있는 데나 얘기 해 줘.”
[장지욱은 지금 여의도 캔싱턴 호텔 1503호 실에 숨어 있어요.]
“생큐!”
최민혁은 곧장 여의도로 차를 몰았다. 최민혁은 올림픽 대로를 타고 강변북로로 넘어가서 여의도대로를 최대한 빠르게 차를 몰아 캔싱턴 호텔 정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최민혁은 차 키를 호텔 직원에게 건네고 곧장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곧장 엘리베이터로 가서 기다리다 다른 손님들과 같이 엘리베이트에 탑승했다. 최민혁이 15층을 누르지 않아도 다른 손님이 눌러서 최민혁은 그냥 가만있었다. 그때 손님 중 2명의 얘기가 최민혁의 귀에 쏙쏙 들려왔다.
“VIP 잘 챙겨. 이번 일만 잘 되면 우린 전부 꽃보직에 올해 안에 무조건 진급한다. 뭔 말인지 알지?”
“그럼요. 걱정 마십시오. 제가 데리고 있는 애들은 최고 베테랑들입니다. 여기 있는 VIP는 안전하니 그분께 걱정 말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래. 최 반장만 믿지.”
그때 15층에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고 그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최민혁은 그대로 있었다. 자신이 따라 15층에 내린다면 저들의 이목에 띨지 몰랐으니까. 최민혁은 그 위 17층에서 내려서 계단을 통해 15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1503호실 앞에 두 명의 덩치들이 서 있는 걸 통로 끝 벽에 붙어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잠시 뒤 1503호실에서 최민혁과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던 두 사람이 나왔다.
그 중 VIP란 말을 썼던 중년 남자가 최 반장이란 자의 어깨를 다독이고 최민혁이 있는 통로 쪽으로 걸어오자 최민혁은 곧장 계단실로 숨었다.
그때 그 자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뒤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청장님. 지욱이는 안전한 곳에 잘 숨겨 뒀습니다. 네. 당연히 아무도 모르죠. 네. 강동서 녀석들 아마 뺑이만 치다가 곧 지쳐 나가떨어질 겁니다. 네. 근데 그 증거물들을 확보하려면 강동서 민 서장을 날리는 건 불필요한 일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청장님께서 민 서장을 서울경찰청으로 불러들일 때 제가 얘들 데리고 강동서를 털겠습니다. 네. 뭘요. 이 정도야 청장님을 위해서 당연히 해드려야죠. 하하하. 아닙니다. 네.”
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문이 열렸고 핸드폰을 든 체 통화 중이던 중년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리고 문이 닫히면서 그 사람의 통화 내용도 더 이상 최민혁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거 봐라?”
계단실 문에 바짝 몸을 기댄 체 숨어 있던 최민혁은 중년 남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엘리베이터 앞쪽 공간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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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자의 말에 따르면 강동서에 있는 장지욱을 단죄할 증거들을 그가 뺏어다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에게 갖다 바칠 모양이었다.
중년 남자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지만 서울경찰서에서 상당히 고위직 경찰 간부란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되진 않을 터였다. 최민혁이 지금 이 자리에 있으니 말이다.
그때 호텔 객실 통로에서 최 반장이란 자가 나와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무슨 볼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자연스럽게 최민혁과 그 최 반장이란 자의 눈이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최민혁이 그런 그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하자 최 반장이란 자가 떨떠름한 얼굴로 최민혁을 쏘아보았다. 하긴 생전 본 적도 없는 녀석이 대뜸 인사를 해 대니 최 반장도 어이가 없을 만 했다. 그런 그에게 최민혁이 말했다.
“인상 펴. 새끼야.”
“뭐?”
최 반장의 두 눈을 부릅뜰 때 최민혁은 그에게 전기맨을 선사했다.
파지지지직!
“으드드드드!”
털썩!
그렇게 쓰러진 최 반장을 최민혁은 계단으로 끌고 갔다.
“읏차! 더럽게 무겁네.”
그리고 그자를 계단참 바닥에 눕혀 놓고 최 반장의 몸을 뒤졌다.
“어디보자.”
최 반장의 안쪽 호주머니에서 바로 그의 신분증이 나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반장 최주성 경감? 경기도에 있어야 할 형사들이 왜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최민혁은 새삼 서울경찰청장의 파워를 실감했다. 자신의 조카를 지키려고 경기도에서 경찰들을 끌어 들인 것이다. 하긴 경찰 서열 2위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이정도인데 경찰청장이 된다면......
“아무래도 장지욱을 정리할 때 장현석 서울경찰청장도 같이 처리 하는 쪽으로 일을 꾸며야겠군.”
포인트도 포인트지만 이제 장지욱이 문제가 아니었다. 장지욱이야 증거가 확실하니 어차피 구속 될 테지만 문제는 정현석 서울경찰청장이었다.
조카를 구속 시킨 최민혁을 그가 가만 둘리 없었다. 아니 한 동안 여론 때문에 잠잠하게 있을 테지만 그가 경찰청장이라도 된다면.......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선 안 되겠지.”
최민혁은 통로 쪽으로 움직이면서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을 어떻게 장지욱과 엮어서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 버릴지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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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둘은 오전까지 강간 살해범을 잡으려 잠복 수사를 하고 있다가 갑자기 반장의 호출을 받고 서울 여의도로 왔다. 그리고 반장과 같이 여의도의 한 호텔로 왔는데 글쎄 반장이 불문곡직하고 호텔 방 앞을 지키라고 했다. 호텔 방 안에 있는 사람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두 베테랑 형사는 황당했지만 상사의 말을 따랐다. 이따 8-9시 사이 교대를 해 준다니 몇 시간 만 고생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두 형사 앞으로 웬 덩치 큰 녀석 하나가 다가왔다.
처음 두 형사는 그 자가 그냥 지나가는 손님이겠거니 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방 옆으로 객실이 더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그 녀석은 바로 그들에게 볼 일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 둘 앞에서 선 그 덩치 큰 녀석이 넙죽 인사하는 걸 보고 두 형사 모두 안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