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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109화 (109/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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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세진 병원 내과 의사 강주일은 당직 후에도 일을 했다. 동료 의사가 갑자기 부친상을 당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이게 다 월급쟁이 의사의 비애인 걸 어쩌겠는가? 그런데 오후에 갑자기 병원장이 그를 찾았다. 그에게 불쑥 주소가 적힌 쪽지 하나를 건네며 병원장이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로 가서 그 사람에게 이걸 주사해 주란 말이로군요?”

“그래. 누군지 알 것도 없고. 넌 주사만 놓고 바로 퇴근하면 돼.”

그런데 문제는 병원장이 주사해 주란 약이 문제였다. 해독제 성분인 이 약은 마약 중화제로 널리 쓰였다. 즉 지금 병원장은 지금 자신에게 마약쟁이에게가서 마약 중화제를 투여하고 오란 소리였다.

혹시 이게 불법이면 그의 의사 면허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병원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장의 눈에 찍히면 어차피 의사 노릇도 못해 먹으니까. 거기다 너무 피곤했던 강주일은 어서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 주소가 적힌 쪽지와 약액을 챙겨서 병원을 나섰다. 그런데 주소지에 도착해서 꾸벅 졸고 말았다.

강주일은 서둘러 쪽지에 적힌 주소의 오피스텔로 올라갔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안에서 어째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눌렀다. 그랬더니 새파랗게 젊은,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녀석 하나가 인상을 쓴 체 문을 열어 주었다.

강주일은 어디서 본적이 있어 보이는 그 녀석 기생오라비 녀석에게 마약 중화제를 놓았다. 그때 주사를 놓으려던 팔에 다른 주사 바늘 자욱이 보였다. 그런데 그 자국은 금방 생긴 것이었다.

‘뭐야? 그 사이에 또 마약을 한 거야?’

강주일은 속으로 약쟁이 기생오라비를 욕하며 이럴 거면 뭐 하러 귀찮게 자기를 불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방 마약을 투여하고 중화제를 쓰게 되면 중화제가 마약 성분을 중화하기 전에 먼저 소변으로 배출 되어 버리기 때문에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뭐 어때든 강주일은 병원장이 시킨 대로 중화제를 투여했으니 그가 할 일은 다 한 셈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강주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그 오피스텔을 나왔다.

“아아. 이제 집으로 가는구나.”

강주일은 그렇게 자신의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가 나간 뒤 오피스텔에서 한 바탕 난리가 났다.

“씨팔! 약들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게 다가 아니었다. 컴퓨터를 켜 보니 컴퓨터 자체가 작동 하질 않았다. 그래서 본체를 열어보니 하드가 빠져 있었다.

“헉!”

놀란 장지욱은 서랍을 살폈는데 거기 있어야 할 외장 하드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장지욱은 황당한 가운데 생각을 했다. 그러자 의사가 오기 전까지 자기가 갑자기 잠든 게 생각났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왜 소파에서 잤는지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심하던 장지욱은 결국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째든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해 줄 분은 그 분 밖에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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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에서 가장 높은 분이 쓰는 방. 그 방에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는 차기 경찰청장이 가장 유력시 되는 인물로 지금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때였다. 그런데 하나 있는 조카 녀석이 또 사고를 쳤다.

“허어. 이제 마약까지.....”

이게 다 녀석의 부모가 아이는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나돌아서 생긴 일이었다. 그래도 아이돌이 되겠다며 나름 자기 포부를 밝혔을 때 장현석은 조카인 장지욱을 응원해 주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장지욱은 2년 사이 아이돌 스타가 되었고 올해는 해외로 진출까지 한다고 했다.

그렇게 사소한 사고는 몇 번 쳤지만 그 정도는 서울경찰청장인 자신의 입김으로 간단히 처리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달랐다.

“하필 마약이라니.....”

사달은 녀석과 같은 멤버에 있었다. 그 녀석이 마약한 것이 밝혀지면서 그 여파가 조카에게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애초 녀석이 마약을 하지 않았으면 문제 될 게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30년 넘게 경찰에 몸담아 온 장현석이었다. 조카 하나 쯤 무죄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러기 위해서 가능한 증거가 될 만한 것은 없앨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조카에게 전화를 해서 녀석이 뭘 해야 할지 일일이 알려 주었다. 그랬는데 그 전화를 걸고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뭐? 집에 마약이 없어져? 거기다가 동영상? 그건 또 뭐냐? 뭐? 그런 동영상을 찍어 뒀단 말이냐? 하아. 그래서? 그 동영상이 든 하드도 없어졌다고?”

조카의 얘기를 듣던 장현석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그때 이어진 조카의 말에 장현석의 의아해 하며 말했다.

“뭐? 그러니까 이윤수의 동영상이 들어 있는 외장하드도 같이 사라졌단 말이지?”

그렇다면 이일은 이윤수 쪽에서 누가 움직여서 벌어진 사태일지 몰랐다.

“이윤수 그 놈 주위에 혹시 널 기절 시키고 마약과 동영상이 들어 있는 하드를 챙겨 갈 만 한 자가 있는지 알아 봐.”

-윤수 그 자식은 운동 밖에 모르는데요. 아아! 자기 사촌 형이 특수부대에 있다고 한 거 같긴 해요.

“특수부대?”

장현석 서울경찰청장이 그렇게 제대로 헛다리를 짚고 있을 때 최민혁은 장지욱에게서 채취한 피를 들고 전문 검사 기관으로 향했다. 거기서 혈액에 마약 성분 검사를 의뢰 한 최민혁은 자신이 장지욱의 오피스텔에서 챙겨 온 증거물들을 들고 강동 경찰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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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경찰서장 민정숙 총경은 여행 다녀 온 뒤 그 동안 자기 대신 고생한 경찰서 간부들과 간단히 저녁을 같이 했다.

회식이라고 보면 됐지만 평소 민정숙 총경이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식사 자리에 술병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음료수가 술 대신 경찰 간부들 앞의 잔을 채우고 있었다.

“여행가서도 보이는 건 거기 경찰들뿐이더라고요. 충전 열심히 하고 왔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해 봅시다.”

민정숙이 음료수 잔을 들자 다른 경찰 간부들도 일제히 잔을 들어 건배를 했다. 그런데 그때 수사과장의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을 한 수사과장이 민정숙 총경을 보고 말했다.

“서에서 걸려 온 전화라서....”

“빨리 받으세요.”

수사과장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이내 화들짝 놀랐다. 그러면서 시선은 민정숙 총경을 향했다.

“..........어. 그래. 일단 언론 통제하고.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그렇게 전화를 끊은 수사과장을 향해 민정숙 총경이 말했다.

“사건입니까?”

“네. 그런데......”

잠시 말하길 주저하던 수사과장이 민정숙 총경을 보고 말했다.

“서장님. 서장님 아드님께서 지금 경찰서에.....”

“네? 민혁이가 왜요?”

“그것이................”

수사과장의 설명이 있고 나자 민정숙 총경이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경찰 간부들도 그녀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갑시다. 서로.”

굳은 얼굴의 민정숙 총경과 강동경찰서 경찰 간부들이 우르르 강동경찰서로 몰려갔다.

“민혁아!”

경찰서에서 민정숙은 강력계 형사와 마주 앉아 있는 최민혁을 발견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 소리에 최민혁이 민정숙을 돌아보며 슬그머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해요. 여기서 어머니 뵐 일은 만들지 말아서야 했는데.......”

그때 민정숙의 시선이 최민혁 뒤쪽에 증거물이 진열 되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거기엔 마약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와 컴퓨터 내, 외장 하드가 보였다. 그 사이 수사과장은 강력 계장에게 수사 진행 사항을 전해 들었고 그 사실을 짧게 민정숙 총경에게 보고했다.

“그러니까 저것들이 다 케이스타 장지욱의 오피스텔에서 나온 증거물이란 얘기군요?”

“그렇습니다. 아드님께서 저것들을 장지욱의 오피스텔에서 가져 온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최민혁은 이미 자신의 능력인 감시자의 눈과 귀를 통해 그가 장지욱의 오피스텔에 들어간 거부터 시작해서 그의 오피스텔에서 마약을 찾아 내는 장면, 그리고 컴퓨터에서 하드를 떼어내고 서랍에서 외장 하드를 챙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형사에게 제출 한 상태였다. 물론 대부분 최민혁 자신에게 문제 될 것 없이 편집을 한 동영상이었지만.

“그럼 뭣들하고 있는 거죠? 장지욱이 잡아 오지 않고.”

“하지만 서장님. 거긴 저희 관할도 아니고 또.....”

“또 뭐죠?”

“장지욱은......장현석 서울경찰청장님의 조카라서.....”

“그래서요?”

“네?”

“그게 뭐 어쨌단 겁니까? 죄를 지었으면 서울경찰청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조카라도 잡아야죠. 그게 경찰 아닙니까!”

서릿발 같은 민정숙 총경의 외침에 강동서 강력계 형사들이 우르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장지욱을 잡으로 그의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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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들이 다 나서고 나자 강력계 사무실 안에는 최민혁과 민정숙 총경, 그리고 수사과장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그때 최민혁이 민정숙 총경에게 말했다.

“어머니. 괜찮으시겠어요?”

최민혁이 나름 걱정이 돼서 물었는데 모친의 말이 가관이었다.

“괜찮긴. 이제 엿 됐는데.”

“네?”

“나 잘리면 네가 책임 져.”

그 말 후 민정숙 총경은 수사과장과 함께 강력계 사무실을 나섰다. 그때 수사과장이 민정숙 총경에게 말했다.

“서장님. 먼저 서장실에 가계시죠. 전 화장실이 좀 급해서.”

그 말에 민정숙 총경은 먼저 서장실로 향했고 수사과장을 곧장 화장실로 움직였다. 화장실에 들어간 그는 제일 먼저 화장실 칸막이 안에 누가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 뒤 평소 쓰는 스마트 폰 말고 피처 폰을 호주머니 속에서 꺼내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청장님. 저 강동서의 오경정입니다. 네. 그게 실은..............”

수사과장은 그렇게 한 5분간 통화를 한 후 화장실을 나섰다. 그리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장실에 들어갔다.

그때 강동서 수사과장과 통화한 인물이 바로 서울경찰청장 장현석이었다. 그때 장현석은 조카와 통화 후 군대 쪽에 아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이윤수의 사촌 형이 배속 되어 있다는 특수부대 쪽 사람과 통화 중이었다.

마침 그 사람과 통화를 끝냈을 때 강동서 수사과장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강동경찰서장 민정숙 총경의 아들이 자신의 조카 오피스텔을 털어서 마약과 내, 외장 하드를 챙겨서 강동경찰 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제야 장현석은 자신이 제대로 헛다리를 짚었음을 깨닫고 서둘러 조카인 장지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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