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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강하나는 또 일을 저질러 놓고 후회를 했다.
“내가 미쳤지. 그나저나 내일 당장 방송에 데리고 나갈 친구를 어디서 구하나?”
그때 강하나에게 떠오른 건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 최다혜였다. 하지만 강하나는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여자 둘로는 보여 줄 게 너무 없어. 미션이 체력적인 부분을 요할 수도 있고. 역시 남자가 필요한데.....”
당연히 강하나에게 남자하면 최민혁이 아니던가? 고심하던 강하나는 결국 용기를 내서 최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최민혁이 흔쾌히 그녀와 같이 ‘친구왕’에 출연해 주겠다는 게 아닌가?
“확실해. 오빠도 내가 좋은 거야.”
그렇지 않고서 최민혁이 그런 예능프로에 출연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가 아는 최민혁은 야구 인터뷰도 귀찮아한다고 했었다.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 최다혜의 말을 빌리자면 말이다.
강하나는 입이 귀에 걸린 체 남은 촬영에 임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이지희가 손가락으로 머리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미쳤군. 드디어 실성을 했어.”
그 말을 강하나도 들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내일 오빠랑 같이 출연할 생각에 벌써 마음은 콩밭에 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강하나가 최민혁과 내일 밤 콩 볶을 생각에 들 떠 있을 때 최민혁은 예상치 못한 눈앞에 뜬 간결한 창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획득 포인트 +250. 타자 총 포인트: 400]
최민혁이 ‘이게 뭐냐?’고 생각하자 세나가 바로 답해 주었다.
[현일고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 하셨습니다. 이에 보상 포인트가 지급 되었습니다. 원래는 감독 창을 새로 만들어서 포인트가 지급 되어야 하는데 마스터가 감독 할 일은 앞으로 20년 안에는 없을 거 같아서 그 중 잔여 포인트가 제일 많은 타자 창에 포인트를 지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사업자 총 포인트와 합산해서 포인트가 978포인트가 되자 세나가 슬쩍 제안을 해 왔다.
[마스터가 관심이 있을 만한 능력이 하나 있는데 보실라우?]
“말투는 또 왜 그래?”
[장사치들이 쓰는 말투라고 해서.... 이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근데 진짜 괜찮은 능력이거든요.]
세나의 장사 수완에 이미 손발 다 들은 최민혁이었다.
“뭔데?”
[짜잔! 바로 ‘멋쟁이’에요.]
“뭐라고?”
[한국말 몰라요. 멋쟁이요.]
“그러니까. 그 멋쟁이가 무슨 능력이냐고?”
[마스터. 촌스럽게 왜 이러세요. 장차 대한민국 최고 핫가이(Hot guy)가 되실 분이.]
“뭐, 뭐가 돼?”
[암튼 마스터가 방송에 나가려면 ‘멋쟁이’ 능력은 필수라고요. 이 능력 산 걸 곧 저에게 고마워하실 거예요. 제가 DC해서 978 포인트에 넘길 테니 빨리 사기나 해요.]
이제 아주 강매를 하는 세나! 하지만 절대 을(乙)인 최민혁은 그녀의 요구를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안 그러면 밤에 잠도 못 자게 괴롭힐 테니까. 최민혁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나가 바로 멋쟁인가 뭔가 하는 능력을 그에게 팔아치웠다.
[소비 포인트 +978. 타자 총 포인트: 0]
최민혁이 또 텅 비어 버린 포인트를 보고 한숨을 내 쉴 때 세나가 확인 하라는 듯 그 능력이 담긴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을 바로 그의 눈앞에 띄웠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순간이동(1단계), 전기맨(1단계), 투명인간(1단계), 정욕의 화신(1단계), 트래킹(Tracking)(1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멋쟁이(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할인권: 없음
이때 최민혁은 보유 능력에 멋쟁이 능력이 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살짝 기분이 업(Up)되어 있는 세나에게 말했다.
“세나. 이레이즈(Erase) 구입 때도 그렇고 오늘 멋쟁이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내 의사와는 좀 동 떨어진 능력들이지 않아?”
[말씀 드렸잖아요. 앞으로 마스터에게 긴요하게 쓰일 능력들이라고. 하아. 그래서요?]
“아니. 그냥 창을 보니까 할인권이 하나도 없네.”
최민혁의 꿍꿍이를 모를 세나가 아니었다.
[알았어요. 저번처럼 50% 할인권은 못 줘요.]
그 말 후 세나는 바뀐 냉철한 사업가의 상세 창을 최민혁의 눈앞에 띄웠다.
-냉철한 사업가
총 자산: 548,678,715,340원
투자처: 없음
보유 능력: 선견지명(2단계), 능력빙의(2단계), 매력 덩어리(1단계), 순간이동(1단계), 전기맨(1단계), 투명인간(1단계), 정욕의 화신(1단계), 트래킹(Tracking)(1단계), 이레이즈(Erase)(무(無)단계), 멋쟁이(1단계)
아이템: 저용량 아공간 주머니(1m X 1m X 10m)
할인권: 보유능력 30%DC(1회 한정)
최민혁은 할인권에 보유능력 30%DC권을 확인하고 공짜로 생긴 할인권에 흡족해 하며 웃었다. 그런 최민혁을 보고 세나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하여튼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인간이 있다더니 실제로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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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나에게 또 포인트를 탈탈 털린 최민혁은 그래도 잠은 편하게 잤다. 그렇게 푹 잘 잔 최민혁은 7시쯤에 기상해서 세수하고 밑으로 내려가서 부엌에 들어갔다.
밥을 안치고 어제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중 남겨 둔 조개로 조갯국을 끓인 뒤 최민혁이 밥상을 차리려는 데 빼꼼 부엌에 고개를 내민 최다혜가 말했다.
“오빠. 나 소시지 볶음 먹고 싶어.”
“뭐?”
하필 소시지가 다 떨어지고 없는데 말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햄도 다 먹고 보이지 않았다.
“다혜야. 그냥 맛김하고 조갯국에 밥 먹으면 안 될까?”
“안 돼! 소시지 볶음!”
단호한 여동생의 말에 최민혁은 욱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쳐 먹기 싫으면 말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래. 이게 마지막이다.’
좀 있다 어학원에 가야하는 최다혜는 점심은 거기서 해결을 할 터였다. 그러니까 최민혁이 최다혜의 밥상을 챙겨 주는 건 오늘 아침 상이 마지막이었다. 최민혁은 좋게 생각하기로 하고 부엌을 나섰다. 그리고 현관 쪽으로 쭉 걸어가자 최다혜가 물었다.
“어디 가?”
“소시지 사러.”
“..........”
하지만 뒷말이 전혀 없다. 자기는 괜찮으니까 가지 말라든가, 그냥 김하고 밥 먹겠다던가 하는 말말이다.
최민혁은 소시지를 사러 밑에 일반 주택가의 중형 마트까지 걸어갔다. 날씨도 추운데 말이다.
거기서 소시지 하나 달랑 사 들고 나오던 최민혁은 아는 얼굴을 만났다.
“어! 민혁씨!”
반갑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오는 민예린을 보며 최민혁도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네. 출근하시나 봐요?”
민예린은 투피스 정장에 서류 가방을 든 것이 딱 봐도 출근 중인 것으로 보였다. 그에 비해 최민혁은......
“민혁씨는.......”
“하하하하. 여동생이 소시지 볶아 달라고 해서....”
최민혁도 손에 쥐고 있던 소시지가 무안했던지 슬그머니 등 뒤로 숨겼다.
“부럽네요. 민혁씨 여동생이.....”
민예린은 진심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출근 안 하세요?”
“아. 맞다. 저기 혹시 주말에 시간 되세요?”
“주말 요?”
“네. 어디 야외라도 나가서 바람 좀 쐴까 해서요.”
민예린 같은 미녀가 바람 쐬러 가자면 마다할 남자는 없었다. 그건 그녀 눈앞에 최민혁도 마찬가지 일 것이고.
“주말이라..... 일단 시합만 잡히지 않는다면 괜찮은데.... 확실치가 않네요. 혹시 제가 연락을 드려도 될까요?”
“네? 아네. 뭐....”
민예린은 그렇게 최민혁과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고 서둘러 출근길에 올랐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그녀의 바람 쐬러 가자는 제안을 최민혁은 거절 하지 않았다. 하지만 흔쾌히 받아 드린 것도 아니었다.
민예린은 그제야 화장실 갔다가 제대로 뒤처리를 안 한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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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예린과 헤어지고 곧장 집으로 간 최민혁은 서둘러 소시지를 자르고 야채를 썰었다. 그리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부터 볶았다. 그때 살짝 소금과 후추를 넣어 밑간을 하는 걸 잊지 않았다. 그 뒤 소시지를 넣고 여동생이 좋아하는 케첩을 듬뿍 넣었다. 거기에 살짝 고추장을 더 한 뒤 볶았다. 그러다 맨 뒤에 살짝 참기름 추가.
“와아아아! 소시지 볶음이다.”
최다혜는 소시지 볶음에 밥 두 공기를 비웠다.
“으으. 잘 먹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부엌을 나서는 여동생을 보고 최민혁은 ‘너 살쪘다.’는 말을 내 뱉고 싶었으나 참았다. 굳이 부모님 오시는 날 여동생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최민혁도 조갯국에 맛김으로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그 뒤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고는 부엌을 나섰다. 자기 방으로 올라간 최민혁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일본 기요하라 고등학교와 교류전은 10시 30분에 시작하는데 연습 경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12시 안에 끝날 터였다. 보통 야구의 연습 경기는 5회 정도 하는데 연장해서 2회 정도 더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교류전은 승패를 떠나서 펼치는 친선 경기인 만큼 연장까지 가는 일은 없을 터였다.
최민혁은 외출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차키와 지갑을 챙겨서 방을 나섰다. 최다혜는 좀 더 있다가 나갈 모양인지 최민혁이 나가는데 굳이 따라 붙지 않았다.
최민혁은 집밖으로 나가서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고 교류전이 있을 예정인 고척돔으로 향했는데 가는 도중 오늘 아침에 만난 민예린이 생각났다.
“주말에 바람 쐬러 가자고?”
최민혁이 아는 한 민예린처럼 도도한 여자도 없었다. 차성국도 사실 그가 먼저 접근을 시도했고 그녀에게 꽤 바람도 많이 맞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시를 했고 결국 그녀의 마음을 얻어냈었다.
그런 민예린이 먼저 최민혁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다니. 결국 민예린도 최민혁처럼 잘생기고 몸매 좋은 놈에게 이렇게 쉽게 넘어 오는 건가 싶자 마음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녀에게 한 말이 있으니 일단 확인하고 그 가부를 알려 줄 필요는 있었다. 최민혁은 곧장 타이탄스의 윤동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최선수.
“잘 지내셨죠?”
-하하하하. 저야 잘 있죠. 그런데 무슨 일로....
“혹시 이번 주말에 시합이 잡혔나 해서요.”
-이번 주말에 잡힌 시합은 없습니다. 선수들도 이번 주는 다들 쉬고 싶어 해서요. 대신 다음 주 화요일 쯤 시합이 잡힐 거 같긴 합니다. 나정 히어로즈 2군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정확한 건 내가 다음 주 월요일에 알려드리도록 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네에. 들어가세요.
최민혁은 이번 주말에 시합이 없음을 확인하고 민예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주말에 시간 있으니 바람 쐬러가자고. 그러자 민예린에게서 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토요일 아침 9시에 저희 집에서 봐요.♡
그리고 하트 하나? 그러고 보니 전에 강하나는 최민혁에게 하트를 세 개를 날렸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차성국에게 민예린이 문자를 보냈을 때 하트를 날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괜히 자격지심이 들기라도 한 건지 최민혁은 기분이 급 우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