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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에이스
“내가 처음 한 건.....레프트 핑거였다. 정말 죽여 줬지.”
그 대답 후 최민혁이 왼 손을 말아 쥐고 위 아래로 흔들었고 그걸 보고 현일고 선수들의 입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우우우!”
그 나이 때 녀석들이라면 다들 수음(手淫)은 해 봤을 터 최민혁의 손짓이 무슨 뜻인지 모를 녀석들은 없었던 것이다.
“자자. 다들 여기까지.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겠다. 내일 시합 있는 건 다들 알지?”
“네에!”
녀석들이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보아하니 내일 시합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고 있는 건 최민혁 자기 혼자인 모양이었다. 현일고 선수들 모두 여유가 넘쳐 보였다.
“좋았어. 이 분위기 그대로 내일 시합도 즐기자. 주장 남고 나머진 고 홈(Go home) 하도록.”
그렇게 야구부원들을 전부 해산 시키고 최민혁은 주장과 마주 앉았다. 현일고 야구부 주장은 아까 최민혁의 3구에 삼진을 먹은 타자였다. 녀석의 이름은 우현민으로 현재 현일고 타선을 이끌고 있는 중심 4번 타자였다.
“알다시피 난 너희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내가 나서 봐야 너희 팀워크만 깨질 뿐 별 도움도 될 거 같지 않고.”
최민혁의 말에 우현민은 수긍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
최민혁은 감독이랍시고 카리스마를 내세우가나 아는 척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시합이 되게끔 팀을 꾸리는 일이었다. 그 일을 위해서 주장인 우현민의 도움은 꼭 필요했다.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팀 타선은 이미 다 정해져 있고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대타들에, 선발 투수와 중간 계투, 마무리까지 투수진도 빵빵하고. 저희는 팀은 모든 게 다 잘 갖춰져 있습니다. 감독님 없는 것만 빼고요.”
그 말은 투타가 조화를 이루고 백업 멤버들까지 든든하게 잘 갖춰져 있단 소리였다. 하긴 그러니 황금사자기에서 우승을 한 거겠지만.
주장인 우현민의 말을 듣고 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최민혁은 우현민가 내일 타순과 선발 투수로 누가 내일 마운드에 오르면 좋을지를 정한 후 그와 헤어져서 현일고를 빠져 나왔다. 그때 최다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대체 어디 간 거야?
“어. 밖에 볼일이 있어서. 왜?”
-저녁 먹어야지. 빨리 와서 밥 차려.
최민혁은 이제 최다혜의 밥 타령도 그런가 보다 싶었다. 무엇보다 내일 부모님이 오시니 내일부터 최민혁이 최다혜의 끼니를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질 터.
‘그래. 오늘 만 참자.’
-점심때 떡볶이만 먹어서 그런지 배고프단 말이야. 아! 그리고 나 해물탕 먹고 싶어.
띠띠띠띠띠.....
그 말 후 최다혜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어째 오늘 최민혁과 통화하는 사람들은 기분 나쁘게 죄다 자기 말만 하고 전화를 끊고 있었다.
“해물탕이라니.....”
그런데 마침 그의 눈에 노량진 수산시장이 보였다. 최민혁은 다른 건 몰라도 최다혜가 먹을 복 하나는 타고 났다 싶었다. 최민혁은 곧장 차를 돌려 노량진 수산 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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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 해물탕에 들어 갈 재료를 구입했다. 그런데 생물 바닷고기를 보고 있자니 회가 생각났다. 특히 우럭과 도미, 민어가 팔딱거리는 게 최민혁의 식욕을 확 당겼다.
‘회에 소주 한잔, 거기다 시원한 매운탕에 수제비를 넣어서.....’
최민혁은 장 보는 건 당장 때려치우고 눈앞 노량진 수산 시장의 명물 회집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회와 매운탕을 먹고 싶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여동생을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빨리 가자. 다혜가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해물탕에 기본적으로 들어갈 재료로 꽃게와 조개, 새우는 기본적으로 샀고 거기에 낙지와 전복이 추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시장에서 파는 미나리와 쑥갓 까지 구입한 최민혁은 곧장 집으로 향했다.
최다혜는 현관 앞에 팔짱을 끼고 최민혁에게 잔소리를 쏟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민혁의 손에 들린 해물탕 재료들을 보고 입을 꼭 다물었다. 최민혁은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서 밥부터 안치고 해물 재료 손질에 들어갔다. 그리고 밥이 다 됐을 때 최민혁이 만든 해물탕도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후루룹....쩝쩝쩝.....”
최다혜는 해물탕 냄비 속에 아예 머리를 처 박고 그 안에 해물들을 꺼내 먹었다. 결국 최민혁은 전복은 구경도 못해보고 새우는 한 마리 먹었다. 최다혜도 양심은 있었던지 자기 그릇에 담겨 있던 새우 한 마리를 최민혁에게 넘겨 준 것이다. 그것도 엄청 아까워하면서.
식사 후 최민혁이 설거지를 끝내고 여동생과 생강차를 끓여서 거실에서 같이 마실 때 부모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한상현 코치와 달리 유럽 여행을 가신 부모님의 비행기는 정상적으로 내일 인천공항에 착륙한다고 했다. 최민혁은 자신이 두 분을 모시러 갈까 물으려 했는데 최다혜가 선수를 쳤다.
“인천에 마중 안 나가도 되지?”
-그럼. 뭐 하러 그래. 안 그래도 너희 아빠나 나나 직장에 잠깐 들러야 해. 그러니까 너희들은 그냥 집에 있어.
“알았어. 그럼 내일 봐.”
여동생 최다혜는 정말 편하게 부모님들과 통화를 했는데 최민혁은 아니었다. 그래서 두 분과 통화는 최다혜가 주도해서 했고 최민혁은 멀뚱히 그 모습만 지켜보았는데 최다혜가 끊기 전에 자신은 바꿔주지도 않고 그대로 통화를 끝내 버렸다. 그게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기가 찬 최민혁이 최다혜를 쳐다보자 최다혜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뭐?”
“아, 아니다.”
여동생은 거기에 대해 진짜 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만큼 자신과 부모님 간에는 거리차가 있단 걸 새삼 깨닫게 된 최민혁이었다. 최민혁은 TV삼매경에 빠져 있는 여동생을 거실에 두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내일은 졸지에 감독으로 첫 데뷔 무대를 가져야 하는 최민혁이었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 내일 시합을 이끌어 나갈지 정도는 생각해 둘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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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혁은 능력빙의로 예전 최민혁의 기억을 도움 받아서 내일 일일 감독을 어떻게 해 나갈지 구상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구상이 어느 정도 완성 되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애도 양반은 못 되겠네.”
그 말을 하며 최민혁은 전화를 받았다.
“어. 하나야.”
그에게 전화를 건 상대는 바로 강하나였다. 그녀는 어제부로 겨우 스케줄의 지옥에서 풀려났다. 그래서 하루 푹 좀 쉬나 했더니 선배 여배우의 대타로 또 예능프로에 나가야 했다.
강하나도 처음엔 자기도 이제 좀 쉬자며 그 프로에 나가는 걸 거부했다. 그랬는데 바로 이주나 대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의 요구는 거부 할 수 없는 강하나였다. 그래서 그 프로를 녹화를 하던 중 문제가 생겼다. 그 때문에 지금 강하나가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한 것이고 말이다.
-오, 오빠. 잘 지내셨죠?
“나야 뭐 잘 지내지. 누가 사고만 안친다면 더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야.”
그 사고를 친 사람이 바로 자신이란 걸 모를 강하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또 한 번 사고를 쳐 놓은 상태였다.
-저, 저기 오빠. 내일 저녁에 시간 있으세요?
“내일 저녁? 글쎄다. 부모님이 내일 귀국하시니까 같이 저녁 정도는 먹지 않을까 싶은데. 왜?”
-저녁 식사 시간 때 말고요. 그 뒤로..... 한 10시쯤에요.
“그야 모르지. 식사 뒤에 부모님과 한 잔 하고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실제 최민혁은 아까 느낀 부모님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 내일 저녁 식사 후 두 분과 가볍게 와인 한 잔 씩을 해 볼까 생각 중이었다. 술이 들어가면 좀 더 깊은 대화가 이뤄 질것이고 그럼 두 분과 거리도 그만큼 좁혀 질 테니 말이다.
-저기 그럼 딱히 그 시간에 약속 잡힌 건 없단 말씀이시네요.
최민혁은 눈치가 빨랐다. 강하나가 이렇게 내일 늦은 밤에 집착을 보이며 빙빙 말을 돌려 될 때는 그 시간에 뭔가 사고를 쳤단 소리였다.
“뭔 일인지 그냥 말해. 너 또 사고 쳤지?”
-헤헤. 티났어요?
“하아. 또 뭔데?”
“그, 그게 사실은..............”
강하나의 얘기를 쭉 듣고 난 최민혁은 당연히 거절의 말을 내 뱉으려 했다. 그런데 최민혁의 절대 갑, 세나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냥 하세요. 그래야 더 유명해지죠.]
최민혁은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유명한데 그게 아주 불편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유명해져 보라. 최민혁은 이번은 안 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때 세나가 말했다.
[그 프로에 나가서 우승하면 보상 포인트로 5,000. 어때요?]
“알았다. 내일 어디로 몇 시까지 가면 돼?”
-오빠아!
강하나는 감격어린 목소리로 내일 10시까지 SBC방송국 3층의 예능국의 세트장으로 와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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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나가 사고를 친 건 오늘 예능 프로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지희란 연기자 때문이었다. 그녀는 길거리 캐스팅 된 강하나와는 달리 예대 연기과에 다니다 유명 소속사의 공개 오디션에서 뽑혀서 주말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얼굴을 알리게 되었다.
급으로 보자면 강하나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그녀는 강하나 같이 연기는 못하면서 이슈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애들은 질색했다. 그런 그녀와 예능 프로에 그것도 다른 프로도 아니고 짝을 정하고 그 짝과 같이 게임을 하는 프로를 하게 되었으니 둘의 경쟁은 다른 게스트들이 보기에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치열했다. 그런 둘을 보고 그 프로 PD가 제안을 했다.
내일 녹화에 들어가는 ‘친구왕’에 출연해 달라고 말이다. 친구왕은 유명 연예인이 친구와 같이 나와서 특정 미션을 수행해서 그 미션을 가장 완벽하게 성공 시킨 팀이 왕이 되어 걸린 상품을 모두 독식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어때? 두 사람이라면 괜찮은 그림이 나올 거 같은데?”
“전 내일 스케줄이.....”
“저도 바빠서....”
두 사람은 이미 앙숙 같아졌는데 내일 또 보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 다 그 제안을 거절했는데 그때 그 PD가 말했다.
“너희들 이번 SBC 수목 드라마에 오디션 본다며? 거기 PD 와이프가 이번 수목 드라마 대본 작가지 아마?”
그 말에 두 사람의 눈빛이 싹 변했다. 그럴 것이 두 사람 모두 이번 SBC 수목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의 여동생 역할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왕’의 PD 부인 되시는 분이 그 드라마 작가라니 그의 프로에 출연하게 되면 그만큼 드라마 작가에게 어필이 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 역할은 두 사람 말고도 인지도가 있는 다수의 젊은 여자 연기자들이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풍성했다. 즉 두 사람이 ‘친구왕’에 출연하면 적어도 다른 여자 연기자들은 제칠 수 있을 터였다. 둘의 눈이 서로 마주쳤고 불똥이 ‘파지직’ 튀었다.
“할게요.”
“저도요.”
둘은 경쟁적으로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들은 그 프로 PD는 그럴 줄 알았다며 자신의 의도대로 판이 짜지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