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에이스-38화 (38/248)

38====================

재벌에이스

여동생 최다혜처럼 어차피 닥치면 다 해결 될 일이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와아! 맛있겠다.”

그 사이 최다혜는 TV에 꽂혀 있다가 불쑥 최민혁에게 물었다.

“오빠도 저 프로 나가면 잘 할 텐데.”

최다혜의 말에 최민혁이 TV를 보니 연기자 세 명이 촌구석에 들어가서 세끼 밥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참 별짓을 다 하네.”

최민혁은 방송 할 게 참 없다 싶었다. 그는 더 볼 거도 없다는 듯 뒤돌아섰다. 그때 뭔가 빠트린 거 같아 좀 찜찜했지만 그는 이내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막 설거지를 시작했을 때 자신이 빠트린 게 뭔지 깨달았다.

“최다혜! 이게 진짜.....”

최다혜에게 한 소리 하려했는데 그보다 먼저 그녀가 선수를 쳐서 말을 돌려 버린 것이다. 왠지 당한 느낌에 최민혁은 화가 났지만 동시에 픽 하고 웃음도 났다.

“동생이 있다는 게 이런 건가?”

최민혁은 혼자 컸다. 그래서 늘 주위에 형과 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그런데 어째든 지금 그에게 여동생이 생겼다. 얼마나 같이 살지 모르지만 그냥 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최민혁은 최다혜에게 뭐라고 하려든 걸 그냥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렇게 설거지 후 부엌 뒷정리까지 끝낸 최민혁은 유자차를 끓였다.

“난 됐어!”

최다혜에게 유자차를 권했는데 그녀가 싫다고 해서 최민혁은 혼자 유자차가 든 잔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때 그의 뒤에서 최다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일 31일인데 오빤 뭘 할 거야?”

그 말이 계단 위의 최민혁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2018년의 마지막 날이네.’

하지만 그가 딱히 내일 뭘 할지 생각해 둔 건 없었다. 그래도 여동생에게 그렇게 말하긴 좀 그래서 허세 있게 말했다.

“내일 하루 종일 바빠.”

“잘 됐네. 그럼 나도 내일 한 해 마지막 날 일몰하고 새해 일출보고 늦게 들어와도 되지?”

“그러던지.”

최다혜도 성인이었다. 그녀가 새해를 보고 온다는 데 그걸 만류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진짜지? 그럼 나 친구들하고 내일 정동진 간다?”

“연락만 자주 해. 그리고 내가 전화하면 꼭 받고.”

“당근이지.”

최민혁은 신이 나 보이는 최다혜를 뒤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

최민혁이 야구를 계속 하기로 작심하면서 이제 밤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기분 좋게 아주 달게 자고 일어난 최민혁은 가볍게 몸을 풀고 1층으로 내려갔다.

“헉!”

그런데 1층에 최다혜가 있었다. 그것도 화장까지 다 하고 외출 준비를 끝낸 상태로 말이다.

“뭐, 뭐냐?”

“빨리 밥 줘. 나 나가봐야 해.”

“내가 네 식모냐? 어디서 밥 달라 말라야?”

“뭐? 그래서 밥 안 주겠다고? 나 그냥 간다.”

“가던지.”

“오빠!”

최민혁은 최다혜의 오빠지 엄마가 아니다. 엄마야 그녀가 이렇게 칭얼거리면 다 받아주지만 오빠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뭐가 그리 억울한지 씩씩거리는 최다혜를 보고 최민혁이 말했다.

“내가 그 동안 왜 너에게 밥을 차려 준 줄 알아?”

“.......”

뜬금없는 최민혁의 질문에 최다혜가 어리둥절한 얼굴 표정을 지을 때 최민혁이 계속 이어 말했다.

“너하고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서야. 너도 알다시피 시즌 시작되면 내가 좀 바쁘잖아. 뭐 비시즌에는 쉬어야 하고. 그런데 올해는 사고까지 당했어. 근데 사고를 당해 보니까 깨닫게 되더라.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옳은지. 그래서 나 자신을 바꿔 보기로 했어. 그 시작은 가까운 가족부터고. 널 챙겨 주면서 그 동안 기뻤다. 무엇보다 오빠랍시고 너한테 변변히 해준 것도 없었는데 말이다.”

최민혁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최다혜가 눈시울을 붉혔다.

“오, 오빠.....”

“예약 취사 해 둬서 밥은 되어 있어. 계란국 빨리 끓일 테니까 말아서 먹고 가. 추운데 든든하게 먹고 가야지. 정동진까지 갈려면 시간 꽤 걸릴 텐데.”

최민혁은 감동에 겨워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있는 최다혜를 뒤로 하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물을 내고 간단히 계란국을 끓여서 최다혜에게 뚝닥 밥상을 차려 주었다. 최다혜는 말없이 계란국에 밥을 말아 뚝딱 밥 한 공기를 비운 뒤 최민혁을 가볍게 안아주고 집을 나섰다.

최다혜가 나가고 나자 최민혁도 곧장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식사는 최다혜가 먹을 때 같이 한 술 뜬 터라 또 먹을 필요는 없었다.

“가 볼까?”

외출 준비를 끝낸 최민혁은 집을 나서서 자신의 차에 올랐다. 그리곤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 시켰다. 새 차에다 국산 최고급 세단답게 그의 차는 소음이 거의 나지 않고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렇게 최민혁이 모는 차가 오전부터 향한 곳은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고척 스카이돔이었다.

-------------------------------------------------

어제 저녁 최다혜가 오늘 뭐할 거냔 물음에 최민혁은 바쁜 척 했지만 사실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자기 전에 뭘 할지 생각을 했다. 이왕이면 연말의 마지막 날에 나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때 생각 난 게 진짜 야구 경기장에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마운드에 서보고 싶었고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과 전화로 확인에 들어갔다. 내일 들어 갈 수 있는 경기장이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잠실과 목동은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근데 고척돔의 경우는 상관없다고 9시에서 5시 사이에만 오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최민혁은 오전에 고척돔에 가서 마운드 위에 한 번 서 보고 오후에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응?”

그런데 고척돔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차가 제법 많았다. 당장 지하 주차장은 만석이었고 말이다. 고척돔 관계자가 이렇게 많을 리는 없을 테니 누군가 고척돔을 쓰고 있단 소리였다.

최민혁은 곧장 구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놀랍게 구장 안에서 야구 경기가 진행 되고 있었다.

“뭐야?”

그리고 야구장 덕 아웃 쪽에 선수들 이외에 일반인들도 뒤섞여 있었고 말이다. 경기는 벌써 5회를 넘어 6회 초에 접어들고 있었다.

“데스페라도와 크로노스?”

최민혁은 처음 들어 보는 팀들이었다. 그럴 것이 지금 경기를 펼치고 있는 두 팀은 사회인 야구단들이었으니 말이다. 그저 야구가 좋아서 연말에도 야구를 하는 그야말로 야구에 미친 사람들이었다.

프로 선수인 최민혁에게는 이들 만한 든든한 지원군, 혹은 버팀목도 없었다. 적어도 이들은 평생 야구를 좋아할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최민혁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관중석으로 향했다. 이왕 여기 온 거 목적한 바는 이루고 갈 생각이었던 것이다. 사회인 야구단의 야구가 끝나면 그때 최민혁은 그라운드를 직접 밟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최민혁이 관중석에서 사회인 야구단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그가 앉아 있는 관중석의 맞은 편 덕 아웃에서 사람들이 그를 향해 자꾸 손짓을 했다. 하지만 최민혁은 그걸 무시하고 계속 경기만 봤다.

사회인 야구단의 실력이야 사실 볼 것도 없었다. 당장 투수라고 해 봐야 120Km/h도 안 나오고 수비도 엉성했다. 그래서 6회 초에 스코어가 엄청났다.

“20대 18이라니. 무슨 배구도 아니고.....”

이러다 정말 배구 매치 포인트인 25점도 나올 판이었다. 그때 최민혁이 앉아 있던 관중석의 맞은 편 덕 아웃에서 선글라스를 쓴 선수 복장의 중년 남자가 최민혁이 있는 쪽으로 뛰어왔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그 중년 남자가 외쳤다.

“혹시 오성 라이온즈 최민혁 선수 아닙니까?”

사회인 야구단 선수라면 당연히 최민혁은 알아봐야 정상이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사회인 야구단 크로노스를 이끌고 있는 감독입니다. 저기 시간 되시면 저희 팀 선수로 좀 뛰어 주실 수 없을까요?”

정중한 부탁이지만 최민혁은 바로 손을 내저었다. 일반인들 야구에 프로가 낄 수는 없었다. 특히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일반인은 그의 공을 건드릴 수도 없었다. 그건 사회인 야구단 선수들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고.

“죄송하지만 그건 곤란하겠군요. 전 공을 던질 수 없습니다.”

그러자 크로노스 감독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최 선수께 공을 던져 달란 게 아닙니다. 저희 팀원 중에 갑자기 일이 생겨 빠져야 할 상황이 생겨서 대신 3루수를 맡아 주십사 부탁드리는 겁니다.”

“3루수요?”

그 말은 최민혁보고 수비수에다 타석에도 서란 소리였다. 투수인 그에게 말이다. 크로노스의 3루수가 빠지면서 경기도 중단 된 상황이었다.

“그냥 글러브 끼고 서 계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거듭 된 크로노스 감독의 부탁에 곤욕스런 최민혁은 주위에 사람들 까지 몰려오자 어쩔 수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결국 최민혁은 사회인 야구단 크로노스의 팀원으로 뛰기로 하고 감독이 건네는 유니폼을 받아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

다행히 최민혁의 몸에 맞는 유니폼이 있어서 그걸 입은 그가 라커룸에서 나오자 크로노스 감독이 모자와 글러브를 건네며 말했다.

“바로 3루로 가서 서 계셔 주십시오.”

“네. 뭐....”

최민혁은 얼떨결에 그라운드를 밟았고 곧장 3루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가 자리를 잡고 서자 주심이 경기 속행을 알려왔다.

“플레이 볼!”

그러자 크로노스의 투수가 공을 던졌고 그 공을 데스페라도의 타자가 바로 휘둘렀다.

따악!

데스레라도의 타자는 살짝 몸 쪽으로 들어오는 높은 공을 냅다 당겨 쳤다. 그 공은 3루 라인을 따라 쭈욱 뻗었는데 그때 3루 베이스 가까이 서 있던 최민혁이 오른 손을 쭉 뻗었고 그의 글러브 속으로 그 공이 쏘옥 빨려 들어갔다. 3루 라인드라이브 아웃!

“우와아아!”

“나이스! 짝짝짝짝!”

최민혁은 그냥 본능적으로 공이 오길 래 팔을 뻗었을 뿐이었다. 만약 최민혁이 3루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었다면 잡을 수 없는 공이었다. 어째든 3루수가 위치 선정을 잘해서 운 좋게 잡은 공이었다. 아니었으면 공은 라인을 타고 굴러서 족히 3루타는 됐을 타구였기에 그 공을 친 데스페라도 타자와 데스페라도 동료 선수들은 다들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였다.

“어어!”

공을 투수에게 던져 주고 난 최민혁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럴 것이 세나가 말도 없이 그의 눈앞에 새로운 상태창을 띄웠기 때문이었다.

-야구선수(타자)

수비포지션: 없음

유형: 좌타 클러치 히터

좌투 상대 컨택:50

좌투 상대 파워:50

우투 상대 컨택:50

우투 상대 파워:50

번트: 50

배팅 클러치:50

스피드:50

송구 정확도:50

스틸:50

수비 범위: 50

보유 능력: 한방 스윙(1단계), 전력 질주(1단계), 선구안(1단계)

아이템: 손목 보호대

최민혁은 바로 생각했다.

‘세나! 이게 뭐야?’

그러자 세나가 바로 대답을 했다.

[뭐긴요. 마스터의 타자로써 능력치들이죠.]

‘타자라니? 난 투수잖아?’

[투수지만 타자하지 말란 법도 없죠. 특히 마스터의 경우 투수로서 그 능력치가 워낙 높아서 포인트 쌓기가 어려워요. 대신 타자는 완전 백지 상태이니 얘기가 다르죠. 당장 오늘 사회인 야구 시합에서 활약만 해도 포인드가 적립 되니까요. 포인트를 확인해 보세요.]

세나의 말에 최민혁이 재빨리 에이스의 기본 창을 열어 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