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2화 네까짓 게?
기원산 여기저기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피비린내는 점점 짙어졌다.
피비린내를 맡은 기이한 생령들은 난폭하게 날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원산에는 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원산이 너무 웅장했기 때문이었다.
기원산을 바다에 비유하면 진남 등 천존들의 싸움은 표면에 이는 작은 물보라에 불과했기에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다섯 시진이 지났다.
진남, 창, 엽소선 등 천존들은 드디어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다섯 시진 동안 그들은 쉬지도 않고 올라갔다.
기원산의 신묘함이 체내의 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다행이었다.
아니면 천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인들은 힘을 전부 소모했을 수도 있었다.
오랜 시간의 싸움 덕분에 천존들은 원기가 엄청나게 모였다.
진남, 창, 엽소선, 통천도수는 은은한 붉은색 빛을 뿜어내고 기세가 대단했으며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느껴졌다.
그들은 기세나 위압을 드러내지 않아도 주재정상을 쉽게 진압하고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그들의 원기는 천존 등급의 기이한 생령들의 피로 쌓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산꼭대기와 가까워진 건가?"
진남은 고개를 들고 빼곡하게 모여있는 기이한 생령들을 보더니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진남의 보법도 변했다.
진남은 전에 싸울 때는 동술과 신법을 이용하여 기이한 생령들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이제 진남은 무시했다.
진남은 눈앞에 있는 생령들만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격하는 기이한 생령들은 그냥 자신을 공격하게 내버려 두었다.
진남의 단단한 육신이 빛을 발했다.
진남에게 날아온 살초들은 웅장한 산에 맞은 것처럼 펑펑펑 소리를 내며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했다.
진남이 산을 오르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창과 엽소선도 진남보다 뒤처지고 차이가 점점 더 커졌다.
멀리서 보면 진남은 흉악한 요수처럼 포악한 방식으로 원초적인 힘을 사용하여 피가 흥건한 길을 만드는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진남은 얼마나 많은 기이한 생령들을 죽였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는 문득 신성한 기운을 느꼈다.
"드디어 도착한 건가?"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등 뒤로 찬란한 선광을 뿜는 날개가 나타나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
"크라아아-!"
기이한 생령들은 포효하며 몰려들었다.
마지막이 되었지만 기이한 생령들은 포기하지 않고 진남을 죽이려고 했다.
"대연성산!"
진남이 손바닥을 뒤집자 눈부신 빛이 반짝거렸다.
쿵-!
기이한 생령들이 죽임을 당하고 하늘 가득 피가 흩날렸다.
진남은 진기가 일렁이는 사이를 헤치고 산꼭대기로 날아올랐다.
발이 산꼭대기에 닿는 순간 쫓아오던 기이한 생령들은 두려운 것을 만난 것처럼 물러갔다.
신성한 기운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듯이 힘이 폭발했다.
"허허. 좋은 물건이구나. 청궁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다. 그때 운이 좋아 한 개를 찾은 모양이다."
방여옥은 말했다.
진남은 날개를 거두고 고개를 들었다.
기원산의 산꼭대기는 삼천여 리가 되었고 표면이 매끈하고 평평해서 거울 같았다.
돌들도 적홍색이 아니라 솜털이 섞인 것 같은 보라색이었고 오묘함이 가득한 것 같았으며 두툼했다.
가운데에 구백아흔아홉 장 높이의 정석이 있었다.
정석은 일곱 색깔이었고 아래위로 두 개의 면이 있는 외에 몸통에는 여섯 개의 면이 있었으며 울퉁불퉁하고 뾰족한 곳이 여럿 있었다.
얼핏 보면 흐릿한 사람 모양 같기도 했다.
신성한 기운은 사람 모양의 조각에서 뿜어져 나온 다음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이것이 바로 기원산의 최대의 기연인 육제신원이었다.
그 당시 천극방의 영은 육제신원을 발견했고 천존들과 연합하여 청궁의 중현경천에 기원산을 만들었다.
웅-!
육제신원에 변화가 생겼다.
육제신원은 살짝 진동하더니 안에서 선광이 더 빨리 흐르면서 대세를 이루었다.
대세는 겉으로 뿜어져 나와 산꼭대기 전체를 감쌌다.
쿠웅-!
진남의 귓가에 천둥 같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진남은 눈앞이 깜깜해지고 끝없는 밤하늘에 온 것 같았다.
"천지정법(天地正法), 유시지종(由始至終), 천만대라(千萬大羅), 무방지의(無方之依)……."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공간을 넘어서 온 것 같은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메아리치고 진남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잠시 후, 진남은 무언가 느끼고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여섯 개의 흐릿하지만 웅장한 형상이 나타나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진남과 형상들을 비교하면 마치 새싹과 커다란 나무 같았다.
진남은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여섯 개의 웅장한 형상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은 그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우렁찬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고 말을 내뱉을 때마다 우레가 터지는 것 같았다.
여섯 개의 웅장한 형상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커다란 손을 들더니 손가락으로 진남을 가리켰다.
슉-!
진남의 눈앞의 모든 것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둠이 사라지고 여섯 개의 형상도 사라졌다.
방금 본 것은 환상이 아니었다.
진남의 육신이 육제신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통로가 생겼다.
방대한 힘이 보이지 않는 통로를 통해 진남에게 주입되었고 순식간에 진남의 영혼과 육신을 삼켰다.
퍼퍼펑-!
진남의 몸에서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온몸에 신광이 펼쳐지고 뿜어내는 기운은 눈에 보이는 속도로 늘어났다.
육제신원은 그에게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고 진남은 변신하기 시작했다.
천극방의 영은 기원산을 만들 때 육제신원에 대해 개조를 했다.
누구도 육제신원을 독점할 수 없고 전부 연화할 수 없었다.
규칙을 무시하는 자가 있다면 육제신원은 자폭하고 사라질 것이었다.
육제신원은 공평한 기연이 되었다.
기원산이 나타나면 육제신원은 절반의 힘을 산꼭대기에 도착한 강자에게 주었다.
산꼭대기에 오른 강자가 한 명뿐이라면 절반의 힘을 혼자 가질 수 있었고 두 명이면 두 개로 나눌 수 있으며 세 명이면 세 개로 나눠야 했다.
천극방의 영과 다른 천존들은 강자들이 많을수록 나눌 수 있는 힘이 적다는 것을 알고 무상천존이 될 기회도 적어질까 우려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여덟 개의 기원옥을 만들고 최대 여덟 명이 힘을 나누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동황태허련 등 지보들이 기원산을 개변하는 과정에 육제신원의 힘도 더 강해졌다.
그래서 여덟 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힘이 스물아홉 명에게 줄 수 있을 정도로 늘었다.
때문에 가장 먼저 산꼭대기에 오른 강자는 혼자서 다른 사람의 세 배나 되는 육제신원의 힘을 가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진남은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육신이 상해가면서도 제일 먼저 올라온 것이었다.
기원산에는 생령이 엄청 많았다.
진남이 몸이 부서질까 걱정하지 않았더라면 산 아래서부터 부딪히며 올라왔을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도착하면 엄청 큰 좋은 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좀 더 끌면 진남은 무상천존이 될 수 있을 거다……."
방천고등은 감탄했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도 아니었다.
그의 예상대로 진남이 얼마 흡수하지도 못했는데 두 개의 형상이 날아왔다.
바로 창과 엽소선이었다.
진남의 몸에 밀려들던 힘이 세 개로 나뉘어졌다.
진남이 흡수하던 힘도 삼 분의 일로 줄어들었다.
"진남 도우, 네가 첫 번째로 산에 오를 줄 알았다. 이번에 엄청나게 많은 좋은 점을 얻었겠구나."
창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민이나 불쾌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엽소선은 차가운 시선으로 진남을 노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엽소선은 허리춤에 계속 차고 있던 선검을 천천히 뽑았다.
엄청난 검의가 산꼭대기를 휩쓸었다.
살벌한 분위기가 퍼졌다.
창의 발아래에선 무늬들이 퍼지고 천제지주가 등 뒤로 솟아올라 선광을 뿜었다.
"나는 대범한 사람이 아니다. 전에 네가 나를 공격했으니 오늘은 네 머리를 베겠다."
엽소선은 냉랭하게 말하고 몸을 움직였다.
그는 검광으로 변해 진남을 공격했다.
"네까짓 게?"
진남은 엽소선을 비웃고 대동천결, 시공성전, 불후상마진결 등을 전부 움직였다.
만법불침성체도 성광을 뿜었다.
쿵-!
진남은 주먹으로 엽소선의 검광을 부쉈다.
엽소선은 진남의 위쪽 삼십 장 되는 곳에 모습을 드러내고 양손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세 개의 시공석비 형상이 나타나고 시공지진 하나가 엽소선의 발아래에서 움직였다.
"만신파천술(萬神破天術)
엽소선은 신통법을 사용했다.
진남의 주변 허공에 크고 작은 사람 형상의 조각상이 나타났다.
조각상들은 서로 다른 자세로 다양한 술법을 펼쳐 진남을 공격했다.
"삼십삼천선도(三十三天仙圖)!"
창도 움직였다.
그는 하늘을 밟으며 달려왔다.
커다란 그림이 그의 등 뒤에서 펼쳐지고 오묘함들이 생겨나 진남을 덮쳤다.
"숨기지 말고 진짜 실력을 펼쳐보거라. 칠대 지보들을 위해 그토록 애를 썼는데 좋은 점을 하나도 얻지 못했느냐? 실력이 전혀 늘지 않은 거냐?"
진남은 소용돌이에 서서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칼을 휘둘렀다.
"성마도결!"
성과 마가 동시에 나타나고 도기에 녹아내려 조각상들을 박살 내고 오묘함을 없앴다.
진남은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두 개의 반달 모양의 도기를 창과 엽소선에게 날려 보냈다.
이것은 전에 사용했던 도기와 달리 엄청난 압박감을 포함했고 산천의 힘을 실었다.
창과 엽소선은 몸이 무겁고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진남 도우가 그리 궁금해 하니 보여줄 수밖에 없구나."
창은 웃으면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는 오른손에 선검을 들고 수많은 초식을 펼쳤다.
눈 깜짝할 동안에 진남은 창의 검의 기세가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검의 기세는 수많은 초식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기세로 변했다.
그런데 새로운 기세도 다시 변화를 거듭하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제왕의 위엄을 뿜었다.
두 개의 기세를 진남은 잘 알고 있었다.
창이 만든 인왕검과 지황검이었다.
예전에 창은 이 두 개의 검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마지막 초식인 천제검도 있었다.
다만, 천제검을 사용하려고 하기 전에 진남이 근원지체를 드러내 창을 방해했다.
반면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창의 인왕, 지황, 천제 세 검은 점점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초식인 천제검을 펼치려면 인왕검부터 사용하여 기세를 모아 지황검으로 만들고 거기에 기세를 더해야 천제검이 될 수 있었다.
예전에 창은 지황검을 만들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금의 창은 한 번에 두 개의 검을 펼쳤고 진남이 방해를 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어떤 공법이든지 불러내는 데 시간이 짧아지려면 엄청난 깨달음을 얻고 돌파를 해야 하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창은 그 간격을 한참이나 줄였다.
"진남, 천제가 너를 죽이려고 하면 너는 죽을 수밖에 없다."
창은 검을 휘둘렀다.
용솟음치는 검의가 반달 모양의 검기를 부수고 미친 용처럼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삼십삼천소선역(三十三天小仙域)이 앞에 나타나 그를 베려고 하는 것을 느꼈다.
'삼십삼천소선역이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