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461화 (1,461/1,498)

1461화 이제 와서 사과는 소용없다

방천고등의 소세계.

네 개의 서로 다른 불음이 동서남북에서 울려 퍼지더니 한 곳에 모였다.

커다란 호수 위에 흰색 불꽃이 엄청난 기세로 타올랐다.

진남은 윗몸을 벌거벗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몸에 엄청난 선광이 맴돌았다.

진남이 휘두르는 주먹에는 천지의 진리, 세상의 도리, 오묘함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 진남은 칼을 휘둘렀다.

찬란한 도기는 다른 세계에서 날아온 것처럼 엄청난 위력을 뿜었고 앞에 있던 소년 선제를 박살 냈다.

두 달 동안 진남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시공성전을 연거푸 돌파했고 두 개의 시공진법을 장악했다.

소년선제는 천존 경지라 시공성전을 너무 깊게 수련하지 못했고 시공진법도 그리 많이 장악하지 못했다.

진남이 소년선제에게서 몰래 더 많은 것을 배우려면 어려웠다.

진남은 수확이 컸다.

진남은 시공성전을 이미 육 단계로 돌파했고 방천선음(方天禪音)과 방천지염(方天之焰)의 도움으로 기존에 장악한 무도들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박천대술은 최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진남, 잊어먹고 줄곧 말하지 못한 것이 있다. 너는 이제 방천고등의 주인이기에 등급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불꽃들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또, 사마외도(邪魔外道)를 극복하고 심신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될 거다."

방여옥은 전포를 건네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주인님을 모실 때 입던 옷이다. 그런대로 입거라."

진남은 전포를 몸에 걸치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이제 갑시다."

* * *

소세계의 정중앙.

이곳은 원래 엄청 공포스러운 금지였다.

검은 안개에 덮여있고 죽음의 기운이 가득해서 천존이나 기이한 생령들이 어떤 방법으로도 들어올 수 없던 곳이었다.

우연히 안으로 들어가게 되어도 목숨을 잃게 되고 뼈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죽음의 기운이 사라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금색 대지에 신성한 생기가 가득 퍼졌다.

새파란 하늘에서 천 장 굵기가 되는 아홉 가지 색깔의 번개가 엄청난 신위를 싣고 예고도 없이 내리쳤다.

이어 백 장 굵기가 되는 일곱 가지 색깔의 번개가 비처럼 연거푸 내리쳤고 그 장면은 놀라웠다.

쿠쿠쿵-!

뇌겁은 반 시진이나 지속되어서야 멈추었다.

적금색의 대지는 멸망하지 않고 수많은 조각으로 변했다.

조각들은 크기나 형태가 달랐다.

조각들마다 청색 무늬가 있었고 옅은 빛을 반짝거렸다.

"질서의 법 집행에 태만하지 않겠다. 천존 백 명의 맹세로 기원산을 부른다!"

아득하면서도 위엄이 넘치는 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말이 끝나자 수많은 조각들이 부름을 받은 것처럼 춤을 추었다.

조각들은 서로 이어지고 융합되었다.

엄청난 대세가 천지에서 만들어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각들이 사라지고 웅장한 산이 천지에 서 있었다.

산은 온통 적금색이었고 옅은 청색의 빛을 펼쳐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잠잠하게 있었지만, 사람들은 방대한 압력을 느꼈다.

멀리서 바라보면 산은 인간 세상의 기둥처럼 땅을 누르고 하늘을 지탱하며 세상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산이 존재하는 한 세상은 혼란에 빠지지 않고 영원할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기원산이었다.

산의 신비함은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거대한 적금색 대지는 엄청난 기연이 있던 곳이었다.

천극방의 영은 이곳을 발견하고 아흔아홉 개의 천존지력들과 연합하여 이곳을 중심으로 연화하고 개조했다.

아홉 가지 색깔의 번개와 일곱 가지 색깔의 번개도 천극방의 영이 특별히 만든 것이었다.

폭격을 하는 과정에 적금색 땅은 단련을 받고 신위를 각성하며 기원산을 만들었다.

기원산에 오르면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천존이 산에 오르면 기원산의 신묘한 힘이 천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방대한 힘과 좋은 점을 주어 변화를 거듭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천극방의 영은 이것을 세례라고 불렀다.

세속을 벗어나 선골(仙骨)이 되는 과정이었다.

"크라아아-!"

기원산의 사방에 있던 기이한 생령들은 무언가에 이끌려 미친 듯이 기원산으로 달려왔다.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직접 이런 장면을 보니 충격이 크구나……."

가까운 곳에 있던 천존들은 이미 기원산에 도착했다.

그들은 눈 앞에 벌어진 장면에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기이한 생령들을 따라 기원산으로 가지 않았다.

그들이 보물과 기원옥을 얻지 못해 기원산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천존이 되면 누구나 기원산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보물과 기원옥을 얻지 못하면 가장 중요한 산꼭대기에 오를 수 없었다.

그들은 기원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 빛이 사라져야 산에 오를 수 있었다.

이것은 천극방의 영 등이 예전에 정한 규칙이었다.

기이한 생령들에게 시간을 남겨주기 위해서였다.

생령들이 전부 기원산에 모이면 성대한 장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기원산에서 뿜어져 나오던 보라색 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기원산에 모여든 기이한 생령들이 점점 많아졌다.

기원산에 신비한 힘이 덮여있어 산을 자세히 보지 못하더라도 상상할 수 있었다.

산 아래와 산 중턱에 기이한 생령들이 빼곡하게 모였다.

천존들도 점점 많이 모여들었다.

영야천존, 육방천존, 황운천존, 다보천존 등과 황보절이 변신한 부처, 혼자서 온 통천도수, 아름다운 세 여인 그리고 진남 연맹의 천존들이 전부 도착했다.

한곳에 모인 그들은 기원산을 한참 살펴보더니 신념으로 교류하기 시작했다.

산에 오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들은 여러 상황을 추측하고 어떻게 연합할지 고민해야 했다.

잠시 후, 진남이 도착했다.

그가 나타나자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소남자, 왔구나!"

묘묘 공주는 기뻐하더니 이내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노조들을 도와주고 다시 방천고등에 들어가려고 했어. 하지만 들어갈 수 없었어. 그래서 우리는 보물들과 기원옥을 찾으러 다녔는데 결국 하나도 찾지 못했어."

"부군, 미안해. 너에게 도움이 못 되었어."

강벽난과 설몽요도 자책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진남은 속으로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그는 세 여인이 연기를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게 아니었더라면 진남은 그녀들에게 속았을 수도 있었다.

"진남."

명초노조, 능황노조, 장소천존 등이 진남에게 다가왔다.

"이번에 우리는 두 개의 보물을 얻었다. 상의한 끝에 나와 능황이 책임지기로 했다. 이번에는 우리 두 늙은이가 너와 함께 싸우겠다."

명초노조와 능황노조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장소천존 등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물이 두 개밖에 없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들도 함께 싸우고 싶었다.

그들은 무상천존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진남이 무상천존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었다.

진남은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포권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한테 그리 예를 차릴 필요 있느냐?"

명초노조는 눈을 흘겼다.

"진남, 누가 먼저 무상천존이 될지 겨뤄보자."

통천도수는 가까이 다가와 통쾌하게 웃었다.

"좋습니다. 그럼 선배님과 한번 겨뤄보겠습니다."

진남은 통천도수가 무탈하게 나타났고 은근히 돌파할 것 같은 기운까지 풍기는 것을 발견하고 기뻤다.

"진남 도우."

육방천존, 황운천존 등 거물들이 진남에게 인사를 했다.

황운천존과 보물이나 기원옥을 얻지 못한 천존들을 제외한 다른 천존들은 다가오지 않고 거리를 유지했다.

진남이 시비를 건다면 그들은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미소를 짓고 일일이 응답했다.

놀랍게도 먼 곳에 서 있는 영야천존이 이번에도 먼저 인사를 했다.

영야천존은 낮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진남은 그를 무시했다.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것이 소용이 있다면 왜 수련을 할까?'

진남은 명초노조 등과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기원산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신념을 드러내어 기원산에 곧 들어가려는 기이한 생령의 몸에 붙었다.

하지만 기이한 생령이 기원산에 들어서는 순간, 진남의 신념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사라졌다.

미리 기원산을 살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세 시진 후, 기원산에서 뿜어져 나오던 보라색 빛이 어두워지고 거의 보이지 않자 천존들은 숨을 멈추고 집중했다.

그들은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창과 엽소선이 아직 안 왔다. 그들은 우리를 먼저 들여보내고 마지막에 산꼭대기에서 결전을 벌일 작정인 것 같다."

명초노조는 주변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전음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싸움을 하면 변수가 너무 많았다.

중요한 순간에 막아야 제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빛이 사라졌습니다. 갑시다."

진남은 엄청난 기세를 드러내고 도망으로 변해 날아갔다.

통천도수, 명초노조, 능황노조 등이 그의 뒤를 쫓아갔다.

기원산의 다른 면의 허공에 파동이 일었다.

창과 엽소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은 웅장한 산을 보자 말없이 날아갔다.

엽소선은 보지 못했지만, 창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잠시 후, 진남, 창, 엽소선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기원산으로 올랐다.

그들이 산에 첫발을 들였을 때 기이한 생령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쿵-!

기이한 생령들은 두 눈이 충혈되어 달려들었고 신통법들로 공격했다.

"성마지권!"

진남은 피하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며 기이한 생령들을 박살 냈다.

산꼭대기에 오르려면 밀고 나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었다.

이것도 천극방의 영 등 거물들이 상의하고 특별히 정한 규칙이었다.

산꼭대기까지 싸우면서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았고 싸우는 과정에 원기를 부단히 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산꼭대기까지 성공적으로 오른 자들은 무상천존이 될 가능성이 더 컸다.

창, 엽소선, 황보절, 통천도수, 영야천존 등과 몰래 따라온 묘묘 공주 등 여인들은 각자 산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명초노조와 능황노조는 달랐다.

그들은 장소지존 등의 보호를 받으며 올라갔다.

그들은 처음부터 무상천존이 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힘을 아끼고 산꼭대기에서 진남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산 아래에서 살벌한 싸움이 계속되고 무인들은 위로 올라갔다.

진남은 이제 얼마나 많은 생령들을 죽였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기이한 생령들이 너무 많아서 기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기원산의 기묘한 힘 덕분에 싸우는 과정에 원기를 모으고 무형의 기운이 더해진 것을 느꼈다.

"진남, 주천만계에 독특한 호흡법이 있다. 이 호흡법으로 숨을 쉬면 원기가 최고치까지 모일 수 있다. 게다가 네 영혼, 마음, 육신을 동기화할 수 있다."

방여옥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자세히 듣고 이 호흡법을 사용하거라. 그럼 산꼭대기에 도착했을 때 너에게 큰 도움을 줄 거다."

진남은 호흡법을 이내 장악하고 펼쳤다.

잠시 후, 호흡법은 그 힘을 발휘했다.

진남은 들숨, 날숨을 쉬는 사이 초식들이 그의 육신, 심신, 영혼에 들어와 기묘한 공진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원기라는 것은 원래 묘연한 것이었는데 진남은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원기들은 물방울처럼 진남의 몸 안에 모였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예술처럼 느껴졌다.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진남이 천도의 화신이 되어 천지의 이치와 만물의 오묘함을 해석한다고 느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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