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7화 귀찮은 적
"자네가 지도 경지의 천존이요?"
사람들 속에서 금갑을 입은 소년이 나타났다.
금갑을 입은 소년은 잘생긴 소년을 보며 물었다.
"자네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 같소. 어디서 왔소?"
잘생긴 소년을 보던 다른 천재들의 눈에 호기심 외에 정중함이 드러났다.
지도 경지의 천존은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잘생긴 소년은 금갑을 입은 소년을 힐끗 보고 되물었다.
"자네는 누구요?"
금갑을 입은 소년은 담담하게 웃고 오만하게 말했다.
"나는 이화(李化)요!"
"이화? 혹시 대연천종의 일곱 번째 선제인 명제(明帝)의 후손이요?"
잘생긴 소년은 물었다.
이화는 놀랐다.
"역시 대단하군. 조상님의 성을 알다니."
선제들은 도호로 부르고 성을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명제는 오래전에 죽었고 이씨 가문은 역사 속에서 몰락하여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두 명의 선제의 후손이 한자리에 모였군! 다른 선제의 후손도 있겠지?"
잘생긴 소년은 무인들을 둘러봤다.
"총명하오. 한 명 더 있소. 나는 청제(?帝)의 후손 당서문(唐書文)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이 새하얗고 잘생겼으며 파란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 걸어왔다.
청년은 점잖고 예의가 바를 것 같았다.
당서문을 본 잘생긴 소년은 눈을 찌푸렸다.
"당서문은 보통이 아니다. 이자는 이화나 장불범보다 더 강하구나."
잘생긴 소년은 무거운 말투로 진남과 천극방의 영에게 전음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놀랐다.
잘생긴 소년을 만난 이후로 그가 누군가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도우는 이름이 뭐요?"
당서문은 물었다.
"이름이 그렇게 중요하오? 말해주겠소. 나는 성은 임 씨고, 자는 효천이요."
잘생긴 소년은 한숨을 지었다.
"임 도우군. 만나서 반갑소."
당서문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임 도우는 성격이 통쾌한 것 같소. 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함께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을 여는 게 어떻소?"
말을 마친 당서문은 손을 저었다.
대연성령 한 개가 그의 앞에 나타나 빛을 반짝거렸다.
이화도 다가와 대연성령을 한 개 꺼냈다.
이 광경을 본 장불범은 콧방귀를 뀌고 안색이 어두워졌다.
"천극방, 오시오."
잘생긴 소년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천극방의 영은 말없이 앞으로 걸어가 대연성령을 꺼냈다.
"응?"
당서문, 이화, 장불범은 어리둥절하여 천극방의 영을 힐끗 봤다.
그들은 '임효천'이 대연성령을 얻은 줄 알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얻었을 줄이야.
"저자도 범상치 않겠구나……."
셋은 중얼거렸다.
웅 웅 웅!
이때, 세 개의 대연성령들은 신비한 연계를 이루어 동시에 흔들리더니 금색 글자가 하늘로 날아갔다.
무인들은 글자가 날아간 곳을 바라봤다.
구천구백구십구 개의 글자가 한데 모였을 때 앞쪽 하늘에서 귀청을 찢는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에 걸린 별들이 뿜어낸 별빛들이 한데 모여 커다랗고 순수한 빛 덩이로 변하더니 부서졌다.
마치 오래된 봉인이 찢어지거나 커다란 장벽이 부서진 것 같았다.
빛 덩이에서 반짝거리던 빛들은 흩어지지 않고 높이가 몇백 장, 넓이가 몇십 장 되는 틈이 생겼다.
틈 속에는 빛이 반짝거렸고 선기가 휘몰아쳤으며 여러 가지 길조의 이상들이 나타났고 화려하고 웅장하며 오래된 세상의 일각이 드러났다.
바로 대연궁전이었다.
대연궁전은 평범한 궁전이 아니라 예전의 대연천종의 옛터이고 한 세상이었다.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이다!"
사람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몇백만 년 동안 백여 명이 되는 사람들이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을 얻었다.
하지만 인연이 있는 자가 몰래 얻었고 다른 사람들은 들어올 기회가 없었다.
그들은 이번에도 대연천종의 핵심전승을 얻을 수 없었지만 대연궁전에는 다른 절세의 기연들도 많았다.
한두 개라도 얻는다면 크게 돌파할 수 있었다.
이때, 이변이 일어났다.
틈으로 보이던 일각에서 엄청난 빛이 솟아올라 하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빛들은 천여 개의 빛기둥으로 변해 땅에 박히고 사라졌다.
이때, 늙고 쉰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이 이제 곧 열린다. 무인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순간 누군가 소리쳤다.
"나의 사제도 목소리를 들었소. 그는 첫 번째 관문에 있소!"
또 몇 명이 동문의 사제가 신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도 계현과 용도천존의 전음을 받았다.
그들은 마침 하늘에서 강림하는 빛기둥을 보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정신을 차렸다.
이번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이 열리는 건 전과 달리 현기에 오른 모든 무인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화! 무슨 뜻이야? 우리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제 왜 모든 무인들을 상대로 하는 거냐?"
최고급 세력의 천재는 안색이 어두워져 소리쳤다.
"너희들은 약속을 어겼다!"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분노했다.
그들은 이화와 당서문이 대연성령을 얻도록 도와주려고 엄청 애를 썼다.
그런데 이런 결과일 줄이야?
진리공자 등도 기분이 나빴다.
그들은 실패했지만 힘을 보탰고 중요한 비장의 수를 빼앗겼다.
"도우들 이번에 전승이 열렸을 때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우리도 모른다."
당서문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돌이킬 수 없다. 우리 빨리 안으로 들어가 기연을 얻자."
말을 마친 후 당서문, 장불범, 이화는 가장 먼저 틈 안으로 들어갔다.
"저들은 뭘 하려는 거지?"
진남 등은 눈에 의문이 드러났다.
당서문 등은 현기에 들어온 모든 무인들을 끌어오기 위해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무엇 때문일까?
혹시 큰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일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백여 명의 천재가 모인다면 그들은 무상천존으로 진급하기 충분했다.
그들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길게 생각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갑시다."
잘생긴 소년은 전음했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날아갔다.
다른 무인들도 빛으로 변해 틈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이미 정해진 거라 그들은 변화시킬 수 없었다.
먼저 들어가 우세를 차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커다란 승양대는 한 명도 없이 텅 비었다.
* * *
진남이 틈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대한 힘이 몸을 덮었다.
힘은 전송진과 비슷했다.
진남은 반항하지 않았다.
시간이 꽤 지난 후 진남은 몸이 가벼워지고 땅에 떨어졌다.
진남은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하늘 가득하던 별빛이 사라지고 하늘은 파란색을 띠었으며 여러 가지 신성한 이상들이 하늘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절세의 복지에 들어온 것 같았다.
진남은 전승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잘생긴 소년이 남긴 금제를 움직였다.
"응? 금제가 눌렸네? 전음할 수 없나?"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들의 경지로 내가 걱정할 필요 없겠다."
진남은 중얼거리고는 방향을 정하고 날아갔다.
"이곳의 산, 강, 땅은 기묘한 기운이 있다. 이것들은 진짜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구나……"
진남은 모든 걸 관찰했다.
그는 방심하지 않고 기운을 거두고 몰래 대동천결을 움직였다.
진남은 대연세계산의 현기에 돌아온 것처럼 얼마 안 돼 천재지보를 발견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천재지보를 잡았다.
잠시 후 진남은 경고의 징조를 느꼈다.
그는 순식간에 대동천결을 움직여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그가 원래 있던 곳에는 피로 물든 긴 창이 나타났고 엄청난 살기를 풍기며 허공에 박혔다.
슉-!
이어 허공에서 세 개의 생김새가 희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시뻘건 빛을 반짝거렸고 괴성을 냈다.
그들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살기가 풍겼다.
"크라아아아-!"
세 개의 그림자의 요수가 포효하는 것 같은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그들은 진남의 앞으로 날아와 시뻘건 창을 힘껏 내리쳤다.
"근원의 힘!"
진남은 대동천결을 최고로 움직여 주먹을 날렸다.
쿠웅-!
큰 소리가 울려 퍼지고 힘이 퍼졌다.
진남은 연거푸 뒤로 다섯 발 물러서서야 제대로 섰고 팔이 저렸다.
"무슨 괴물이지? 힘이 대단하구나!"
진남은 깜짝 놀랐다.
이때 세 개의 그림자가 그를 다시 공격했다.
진남은 체내의 문도법을 모두 움직여 그림자들을 물리쳤다.
진남은 용이 바다에서 나온 것처럼 다시 앞으로 나가 눈부신 도광을 드러내 한 개의 그림자를 공격했다.
진남이 다시 공격하려고 하는데 등 뒤에 한기가 솟아올랐다.
그는 안색이 어두워졌고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그의 등 뒤에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 그를 공격했다.
그가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면 작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었다.
"아직도 두 명이 더 있어?"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속도를 높여 그림자들의 공격을 피하고 다시 주먹을 날려 한 개의 형상을 부쉈다.
그러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그의 등 뒤의 허공에 또 두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 그에게로 날아왔다.
"죽이면 죽일수록 더 많아지나?"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돌아서 먼 곳으로 날아갔다.
그의 전력으로 열 명의 그림자라도 충분히 누를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열다섯 명, 스무 명이라면 상대할 수 없었다.
다섯 개의 그림자는 진남을 봐줄 생각 없이 뒤쫓았다.
대단한 광경이 펼쳐졌다.
잠시 후 진남은 허공에서 또 한 개의 그림자가 내려온 걸 느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림자가 한 개씩 나타나나?"
진남은 마음이 무거웠다.
그의 예상대로 잠시 후 또 한 개의 그림자가 허공에서 내려왔다.
그림자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빛은 더 짙어졌고 태양 조각 같았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진남은 한기를 느꼈다.
'계속 이대로 두어 그림자가 백 개 정도 되면 어떻게 상대하지?'
"죽일 수 없고 모른 척할 수도 없으면 누르자!"
진남은 방법이 생각났다.
그는 돌아서더니 주먹을 날려 일곱 개의 그림자를 물리쳤다.
"대연성산, 누르거라!"
진남은 체내의 근원의 힘으로 산 형상을 만들어 그들을 눌렀다.
일곱 개의 그림자는 무언가 느낀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산 형상은 무형의 방해를 받은 것처럼 그림자들의 머리 위쪽 일 장 되는 곳까지 내려온 후 더 누르지 못했다.
일곱 개의 그림자는 다시 공격했다.
그들은 속도가 조금 느려졌을 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응?"
진남은 조금 놀랐다.
'대연성산의 의지가 저들에게 아무 효과도 없다고?'
진남은 다시 손을 썼다.
그는 여러 가지 문도법의 도의로 큰 산을 만들어 그들을 눌렀다.
이번에 그들은 더는 포효하지 않고 긴 창을 휘둘러 큰 산을 부쉈다.
진남은 마음이 무거워졌다.
누르는 건 그가 깨달은 대연세계산의 의지가 가장 적합했다.
다른 수단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이제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아, 맞다! 그걸 생각 못 했구나!"
진남은 정신을 차리고 무릎을 탁- 쳤다.
옛 문자들이 잇달아 날아 나와 빛을 반짝거렸다.
일곱 개의 그림자는 천적을 만난 것처럼 날카롭게 소리치며 미친 듯이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창의 힘은 매우 약했다.
"효과가 있구나!"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다시 대연성산의 의지를 드러냈다.
산꼭대기에 힘 있는 '선' 자가 떠 올랐다.
쿠웅-!
일곱 개의 그림자는 바로 눌렸다.
일곱 개의 그림자는 선 자에 눌렸지만 완전히 항복하지 않고 계속 반격했다.
"물러가자!"
진남은 앞으로 날아갔다.
가장 귀찮은 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