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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386화 (1,386/1,498)

1386화 모여있는 천재들

"응?"

구소선제는 눈을 찌푸렸다.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진남은 물었다.

"설마 모르겠습니까……?"

잘생긴 소년은 경계하듯 말했다.

그는 구소선제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그건 아니다……."

구소선제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내 예상을 벗어났다. 몇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말해줄 수 있다. 나머지 두 개의 대연성령은 한 곳에 있다."

진남 등은 어리둥절했다.

구소선제는 천천히 말했다.

"오래전부터 대연성령을 욕심내던 사람이 있었다. 이곳에 있던 대연성령은 그들이 찾으려는 세 번째 대연성령일 것이다."

진남 등은 눈살을 찌푸렸다.

'진작에 대연성령을 욕심냈다고? 그럼 동양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것인가? 동양은 장로 혈통의 후손이라 실력이 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사주한 자는…… 종주 혈통이나 어떤 선제의 후손일까?'

진남 등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제의 후손이다."

구소선제는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내막이 깊고 상황이 복잡하다. 너희들이 대연성령을 얻은 건 좋은 일이 아니라 나쁜 일인 것 같다. 너희들을 도와 대연성령을 꺼내줄까?"

잘생긴 소년은 콧방귀를 뀌었다.

"선제의 후손이면 어떻습니까?"

천극방의 영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

"선제 선배님, 괜찮습니다. 그자가 누구든 저는 얻은 물건을 빼앗긴 적 없습니다."

진남은 마음이 흔들려 물었다.

"선제 선배님, 선제의 후손이 어디 있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잘생긴 소년과 천극방의 영은 눈을 반짝거렸다.

'맞다! 그들은 이미 두 개의 대연성령을 손에 넣었다! 만약 선제의 후손을 찾고 그자를 공격한다면 쉽게 세 개의 대연성령을 모을 수 있잖아?'

"너희들 배짱이 크구나. 스스로 찾아갈 생각을 하다니."

구소선제는 실소를 짓고 말했다.

"어렵지 않다. 그자도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알 것이다. 너희들이 이곳을 떠나면 그자가 너희들을 찾아갈 것이다."

말을 마친 후 구소선제는 손가락을 튕겨 세 개의 선광을 드러내 진남 등에게 주입했다.

"다른 사람이 대연성령을 찾았으니 나는 너희들을 도와줄 수 없다. 이 세 개의 의지는 중요한 순간에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준 보상이라고 생각하거라."

구소선제는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선제의 후손은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강하다. 절대 얕잡아보지 말거라."

진남 등은 공수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셋은 긴말하지 않고 문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잠시 후, 진남 등은 한 산꼭대기 위에 나타났다.

그들은 주위를 둘러봤다.

붉은 구름 외에 구소선제가 남긴 전승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멀리 전송되어 나온 것이었다.

천극방의 영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말했다.

"행동은 빠르구나."

그는 한 손에 법인을 만들어 앞을 내리쳤다.

흰빛들이 허공에 들어가 생김새가 희미한 긴 머리 청년으로 변했다.

"나는 장불범(張不凡)이오. 자네는 이름이 무엇이요?"

긴 머리 청년은 천극방의 영을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

그는 오만함이 가득했다.

그는 천극방의 영이 체내의 대연성령을 통해 전달된 신념을 기묘한 수단으로 실체화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천극방의 영밖에 보이지 않았다.

"천 형이라고 부르시오."

천극방의 영도 무덤덤하게 말했다.

"천 형?"

장불범은 기분이 나빴다.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한 건 천극방의 영이 그를 업신여기는 게 분명했다.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으면 관두시오."

장불범은 말했다.

"긴말하지 않겠소. 우리는 이미 두 개의 대연성령을 손에 넣었소. 도우가 갖고 있는 그 대연성령이 필요하오. 도우가 대연성령을 우리에게 준다면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을 연 후 전승전(傳承殿) 외의 연약각(煉藥閣), 선법루(仙法樓) 등에서 도우가 두 곳을 선택하도록 하겠소. 어떻소?"

천극방의 영은 피식 웃고 말했다.

"내가 바보인 줄 아시오? 세 개의 대연성령을 모으면 대연세계산의 진정한 비밀을 얻는 건 그렇다 칩시다. 자네들이 두 개의 대연성령을 나에게 주면 전승전 외의 나머지 대전을 모두 자네들에게 주겠소. 어떻소?"

진남과 잘생긴 소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장불범은 제 좋은 생각만 하는구나.'

장불범의 흐릿한 두 눈에 번갯불이 번쩍거렸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우는 대연천종의 전승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와 싸우려는 거요?"

천극방의 영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오. 대연성령이 나를 선택했다는 건 내가 대연천종의 전승과 인연이 있다는 뜻이오. 어찌 포기할 수 있겠소? 우리 연합하여 전승을 엽시다. 누가 전승을 얻는지는 각자 능력대로 합시다."

장불범은 콧방귀를 뀌었다.

"도우는 꿈이 야무지오. 우리는 대연성령이 두 개 있고 자네는 한 개밖에 없소. 함께 전승을 열면 우리가 손해를 보는 게 아니오?

도우, 진짜 우리와 맞설 거요? 자네들은 전력이 강하고 지도 경지의 천존도 있소. 하지만 여기는 대연세계산이라는 걸 잊지 마시오.

우리는 이번에 대연세계산에 온 천재들 대부분을 우리 편으로 만들었소. 자네들이 만났던 진리공자 등은 일부분일 뿐이오."

잘생긴 소년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노천, 구무신읍(九巫神泣)이란 선금에 대해 들은 적 있는지 물어보시오."

천극방의 영은 잘생긴 소년의 뜻을 깨닫고 담담하게 구무신읍에 대해 말했다.

이에 장불범은 화가 난 듯 눈에 번갯불이 번쩍거렸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구무신읍이 어떤 용도가 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장불범은 잘 알았다.

구무신읍은 상고의 금기였는데 대연성령을 누르거나 부술 수 있었다.

장불범은 천극방의 영이 자신을 위협하려는 줄 알았다.

"도우가 상고의 금기를 장악했을 줄 몰랐소!"

장불범은 화를 참고 말했다.

"도우, 승양대로 오시오."

말을 마치자 장불범의 형상은 부서지고 빛무리로 변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장불범이 천재들 대부분을 끌어들였다. 이자는 미리 준비하고 계획을 세운 게 분명하다."

천극방의 영은 눈썹을 찌푸렸다.

장불범은 선제의 후손이기에 대연세계산이나 대연천종에 대해 잘 알 것이었다.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었다.

"저자는 왜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끌어들인 걸까요? 누군가 전승전으로 들어가 빼앗기라도 할까 봐 두렵지 않은 걸까요? 또 전승을 얻은 후 천재들이 연합하여 공격할까 봐 두렵지 않을까요?"

진남은 물었다.

"장불범이 이렇게까지 한 건 다른 사람들이 빼앗아도 두렵지 않다는 거다. 대연성령이 있어야만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을 얻을 자격을 얻게 되는 것 같다."

잘생긴 소년은 말했다.

"저자가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끌어들인 진정한 목적은 천재들의 힘을 모아 대연성령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큰 장면을 이루어 무상천존으로 진급하려는 것이다."

진남과 천극방의 영은 눈을 반짝거렸다.

이는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마침 이 기회에 무상천존의 관문에 충격줄 수 있었다.

"구소선제는 상황이 복잡하다고 했소. 그렇다면 보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을 것이오. 장불범 외에 다른 선제의 후손이 있을 수 있소."

잘생긴 소년은 말했다.

"장불범이 혼자 이렇게 큰일을 벌였다는 건 불가능하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제의 후손이 몇 명이라면 우리는 만만하게 볼 수 없소."

잘생긴 소년은 말했다.

"어찌 됐건 아직은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고 어떻게 될지 모르오. 그곳에 가기로 했으니 나중에 상황에 따라 대처합시다."

잘생긴 소년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자네들은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있는 한 대연천종의 진정한 전승이나 대연세계산의 엄청난 비밀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거요."

진남 등은 그를 무시하고 지도를 펼치고 승양대의 위치를 찾았다.

셋은 동쪽으로 날아갔다.

구소선제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그들이 있는 곳은 승양대에서 멀지 않았다.

약 반 시진 후 그들의 앞에 승양대가 나타났다.

별빛 속에서 방원 백만 장 되고 옅은 붉은색의 석대가 땅에서 천 장 떨어진 곳에 조용히 떠 있었다.

석대는 엄청난 기운을 풍겼다.

진남 등은 먼 곳에서 석대를 내려다봤다.

석대 위에는 커다란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사람, 요수, 신, 마 등 여러 가지였다.

그것들은 엄청 오랜 시간을 존재한 것처럼 얼룩덜룩한 흔적들이 가득했다.

흔적들은 그것들의 신기를 막지 못했다.

그것들은 생명이 있고 언제든 깨어날 것 같았다.

석대 가운데는 무늬들이 얼기설기 엉켜 신비한 도안을 이루었고 백여 명의 무인들이 서 있었다.

진남이 만났던 동양, 진리공자 등은 이미 이곳에 도착했다.

동양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안색이 창백했다.

긴 머리 청년이 그의 앞에서 손가락질하며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동양을 욕하는 게 분명했다.

긴 머리 청년은 바로 선제의 후손 장불범이었다.

"동양은 패기 없구나. 장로 혈통의 후손이 이렇게 존엄이 없다니……."

잘생긴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불쌍하기도 하고 경멸하기도 했다.

진남 등은 다른 무인들을 바라봤다.

무인들은 남자도 있고 여인도 있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풍기는 기운이 매우 신비하여 내막을 볼 수 없었다.

진남 등은 선명하게 느꼈다.

백여 명의 무인들은 세 무리였다.

그중 한 무리는 진리공자 등이었는데, 인원수가 전보다 더 많았다.

다른 한 무리도 서른 명에서 오십 명 정도 되었다.

나머지 한 무리는 십여 명밖에 안 되었다.

"어? 저 여인도 있네?"

진남은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시공궁전의 성녀 유응상이었다.

"성대한 모임이군. 저기 있는 몇십 명은 모두 주천만계의 최고급 세력 출신이요. 진리공자 등보다 배경이 더 좋소. 검을 등에 진 청년은 조무일(趙無一)인데 응천 경지의 천존이오. 그의 옆에 있는 여인은 설매아(雪魅兒)인데 응천 경지의 천존이요……."

잘생긴 소년은 천재들의 내력을 설명했다.

마치 모든 천재들을 잘 아는 것 같았다.

"강자들이 적지 않구나!"

천극방의 영의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응천 경지의 천존이었는데 여기 있는 천재들 중에 몇십 명이나 그와 경지가 같았다.

진남은 체내의 전혈이 꿈틀거렸다.

주천만계는 대단했다.

대연세계산의 평범한 모임에 강자들이 수두룩했다.

"도우들, 여기까지 왔는데 왜 나서지 않소?"

장불범은 동양을 혼내다 말고 고개를 돌려 진남 등이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일제히 진남 일행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자네들의 체내에 금제를 주입하겠소."

잘생긴 소년은 전음했다.

"나중에 전승이 열린 후 연계를 취하지 못할 수도 있소."

말을 마친 후 그는 진남과 천극방의 영의 등을 때렸다.

둘의 식해 속에 고리 모양의 부호가 나타났다.

진남 등은 더는 숨지 않고 대범하게 나타나 사람들 앞으로 날아갔다.

동양, 진리공자, 연단청 등은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다른 천재들은 호기심, 장난기, 조롱이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유응상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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