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3화 네 이름을 알아맞히겠다
"선배님, 멈춰주십시오. 주선제동은 방금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우리가 책임지기 힘듭니다. 조금 더 기다렸다가 주선제동을 찾아오시면……."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진남 등을 대할 때의 기세가 사라졌다.
그들은 자세를 낮추고 사정했다.
"너희 둘은 그게 무슨 태도냐! 주저리주저리 끝이 없구나!
걱정하지 말거라. 주선제동을 데리고 한 바퀴 돌고 오마.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책임지겠다."
오적은 귀찮아서 말했다.
"한 바퀴 돌고 오겠다고요?"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표정이 확 바뀌었다.
주선제동은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다.
오적이 강제로 데려간다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오적에게 시비를 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
주선신비는 그들을 못살게 굴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오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계속 설득하면 오적은 사정없이 그들을 공격할 것이었다.
그들이 반항하면 오적은 그들을 죽일 수도 있었다.
"응?"
천극방의 영과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살짝 놀랐다.
그들은 기회를 보았다.
"내가 호룡정천인을 대상계로 들어가게 하면 무상천존이 될 수 있는 곳과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하지만 호룡정천인의 성격상……."
천극방의 영은 표정이 다양하게 변했다.
잘못하면 대상계에 치명적인 재난이 될 것 같았다.
천극방의 영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둘 수 없었다.
'상고시대의 오적이 저렇게 흉악할 줄은 몰랐다. 주선신비의 두 기영도 겁을 먹고 벌벌 떨다니…….'
진남은 몰래 감탄했다.
그는 생각했다.
'오적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천극방 선배님에게 미운 털이 박힌 것도 해결 할 수 있을 텐데…….'
그는 천극방의 영이 좌현노인의 하인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후세의 진남이 아니기에 아직 호룡정천인을 얻지 못했다.
오적은 그를 낯선 사람으로 알고 있기에 그의 말도 믿지 않을 것이었다.
그가 오적에게 '나는 네 후세의 주인이다.'라고 하면 맞아 죽을 수도 있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이곳에 오기 전에 오적의 비밀 같은 것들을 물어볼 걸 그랬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그의 이름과 몇몇 적들밖에 없으니……."
진남은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
'이 두 가지로 오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한번 해보자'
진남은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전음했다.
"선배님들 석인 기영의 이름이 무엇인지 압니까? 저자에게 어떤 적들이 있는지 압니까?"
평소에 좌현노인과 우공노조가 이런 말을 들었더라면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둘은 그런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특히 우공노조는 화가 머리까지 치밀었다.
"내가 어찌 선배님의 이름을 알겠느냐? 짜증이 나니까 말 시키지 말거라."
'모른다고?'
진남은 살짝 놀랐다.
"천 형, 석인과 아는 사이입니까? 기영의 이름이 무엇인지 압니까? 왜 저리 건방집니까?"
진남은 천극방의 영에게도 물었다.
"안다고 할 수 있다. 이름은 호룡정천인이고 청궁의 깊은 곳에서 무적이다. 어떤 내력인지 이름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른다. 나는 저자가 청궁에서 제멋대로이고 무서워하는 것이 없다는 것만 안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고?'
진남은 눈을 반짝이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이, 자식아. 나와 내기를 하겠느냐?"
진남은 오적에게 고함을 질렀다.
진남의 말이 끝나자 좌현노인, 우공노조, 천극방의 영 등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우공노조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놈아, 무슨 말을 하는 게냐? 감히 선배님에게 녀석이라고 하다니? 살기 싫다고 우리까지 엮지 말……."
그는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서늘함을 느꼈다.
하늘 가득한 신과 마의 형상과 싸우던 오적은 멈추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좌현노인과 천극방의 영도 등골이 서늘했다.
호룡정천인은 엄청 화가 나서 진남을 죽이려고 달려들 것이었다.
그들도 피해를 볼 게 분명했다.
"선배님, 화를 푸시고……."
천극방의 영은 정신을 차렸다.
"닥쳐!"
오적은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진남을 노려보며 엄청난 기세를 풍겼다.
신과 마의 형상들도 파르르 떨었다.
"너 대상계의 무인이지? 천극방의 영도 내 앞에서는 쓰레기다. 그런데 네놈이 감히 나를 녀석이라고 했느냐?"
진남은 두려운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그게 뭐가 어때서? 너 나와 내기를 할 수 있느냐? 겁이 난다면 쓸데 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
오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 놈이 격장지계를 쓰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하지만 네 놈이 감히 나와 어떤 내기를 하려는 지 보고 싶구나."
진남은 뒷짐을 쥐고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엄청난 점술을 알고 있다. 나는 네 이름을 알아맞힐 수 있다. 심지어 네가 청궁에서 어떤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짓을 했는지도 알고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할지도 알고 있다."
풉-!
계현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미안, 미안하오."
계현은 손을 저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이상하게 변했다.
'임효지가 언제 점술을 알고 있었지? 점술을 알고 있는 건 나잖아?'
"효지,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호룡정천인의 내력은 엄청 신비하다. 청궁 전체가 엮인 엄청난 비밀이다. 네가 어떻게 선배님의 이름을 알 수 있느냐?"
천극방의 영은 목소리를 깔고 전음했다.
"걱정 마십시오, 천 형. 나름대로 계획이 있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천극방의 영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가 아는 임효지는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디서 저런 배짱이 나온 거지?
"청궁에서 왔다더니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걸까?"
천극방의 영은 중얼거렸다.
"하하하, 네가 내 이름을 안다고?"
오적은 고개를 젖히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천둥처럼 컸다.
'대상계에서 온 자이니 점술도 대상계에서 얻었을 것이다.
대상계의 점술로 내 이름을 알 수 있다고? 웃기는군! 다른 기연으로 인해 청궁의 엄청 대단한 점술을 얻었다고 해도 내 천기를 뚫고 이름을 알 수 없다. 그것도 고작 천존 경지인 자가 말이다.'
오적은 진남이 속임수를 쓸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오적은 탄생한 이후로 이름을 밝힌 적 없었기에 동황태허련(東煌太虛?) 같은 사람들도 그의 이름을 몰랐다.
그의 이름은 그 자신밖에 몰랐다.
"그래 내기를 하자. 너는 뭘 걸겠느냐?"
오적은 말했다.
"간단해. 내가 네 이름을 맞히면 주선제동에 있는 영성 하나를 구해줘. 그녀가 부활해서 대상계에 올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내가 맞히지 못하면 네가 하라는 대로 할게."
진남은 그가 걸려들자 기뻐하며 말했다.
"제동에 있는 영성? 그 영성이 대상계에 태어나려면 대상계의 무상천존이 나서서 불러들여야 한다. 내가 강제로 한다면 구해낼 수는 있지만, 주선제동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오적은 말했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깜짝 놀라서 다급히 말했다.
"들었느냐? 절대 안 된다니까 다른 걸로 바꿔."
오적은 손을 저었다.
"그럼 바꾸겠다. 우리를 청궁에서 무상천존으로 진급할 수 있는 곳에 데려다줘."
진남은 한 걸음 물러서서 말했다.
"그까짓 거."
오적은 허허 웃었다.
"하지만 내기 규칙을 좀 바꿔야겠다. 네가 내 이름을 못 맞히면 너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겠다."
오적은 살짝 흥분했다.
그는 이런 내기가 재미있었다.
좌현노인, 우공노조, 천극방의 영 등은 몸을 흠칫 떨었다.
'역시 우리에게 피해가 미치는구나.'
"선배님, 절대 안 됩니다……."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다급하게 말렸다.
'고작 천존 경지인 놈이 무슨 수로 이름을 맞혀?'
"그만 말하거라! 그리 정했다. 자, 이제 시작해보거라."
오적은 콧방귀를 뀌고 엄청난 위압감을 드러냈다.
"그래!"
진남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아무렇게나 결인을 하고 자신만 알 수 있는 주문을 외웠다.
그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온몸에서 빛을 뿜었다.
진남의 기운이 신비하게 변했다.
겉에서 보면 진짜로 점술을 펼치는 것 같았다.
"천극방 도우!"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오적에게 반항하지 못하고 화살을 천극방에게 돌렸다.
그들은 차가운 목소리로 꾸짖었다.
"어디서 저런 녀석을 데려왔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녀석이구먼. 저 녀석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비참해질지 생각해봤소?"
그들은 분노했다.
계현과 용도천존은 그 모습을 보자 천극방의 영에게 전음했다.
"선배님, 우리 도망갑시다."
천극방의 영은 머리가 아팠다.
'이제 어떻게 하지? 도망갈까?
아니, 그건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임효지가 우리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아, 대도가 변화하고 성진이 움직인다. 진리가 눈이 있어 미래를 꿰뚫어 보고 무상진심이 운명을 꿰뚫어 보고……."
진남은 '주문'을 점점 크게 중얼거렸다.
마지막에 그가 '법인'을 바꾸고 앞으로 때리자 기운이 퍼졌다.
"이게 뭐야?"
오적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진남이 사용한 점술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는 진남이 아무렇게나 고함을 지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오적이 질문을 하려고 할 때 진남은 혼탁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끝났다."
사람들은 저도 몰래 진남을 쳐다보았다.
"내 이름이 무엇이냐?"
오적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오적. 입(口)과 천(天)으로 이루어진 오, 대적할 적. 내 말이 맞지?"
진남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오적? 무적과 비슷한 발음인 오적이라고? 호룡정천인의 기영의 이름이 그렇게 평범할 리 없잖아…….'
천극방의 영, 좌현노인, 우공노인 등은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은 겁이 덜컥 났다.
호룡정천인의 기영은 엄청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우와! 정말 알아맞힌 거야?"
오적은 깜짝 놀랐다.
그는 귀가 잘못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맞, 맞힌 거야?"
천극방의 영, 좌현노인, 우공노조 등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들도 귀가 잘못된 게 아닌지 의심했다.
'호룡정천인의 기영의 이름이 오적이라고?'
"효지, 참 대단하구나."
천극방의 영은 반응하고 기뻐했다.
그는 임효지의 어깨를 툭툭 두 번 두드렸다.
그는 진남이 청궁에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호룡정천인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남이 점술을 할 줄 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 진남은 그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
진남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그는 좌현노인의 하인이 되고 평생을 망쳤을 것이었다.
그의 자긍심, 자존감, 도심이 모두 무너졌을 것이었다.
"이 녀석……."
좌현노인과 우공노조는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들은 임효지가 호룡정천인의 이름을 짐작한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임효지가 그런 점술을 장악했다면 엄청난 일이었다.
'대상계는 역시…….'
두 기영은 가슴이 서늘했다.
"허허. 대단하구나, 동생. 어떻게 알아맞힌 거야? 나는 아무런 느낌도 못 받았는데?"
오적은 진남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하늘 가득한 신마들을 제쳐두고 신비한 곳에서 날아왔다.
그는 진남을 꿰뚫어 보려는 듯 아래위로 살폈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느낌을 못 받은 게 당연하다. 내가 장악한 점술은 다른 것들과 다르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네 이름을 알아맞혔으니 약속을 지켜줘."
진남의 말을 들은 천극방의 영이 오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