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356화 (1,356/1,498)

1356화 주선제동(諸仙帝瞳)

"지하복천결(地河覆天訣)!"

지하천존은 사납게 외치더니 한 번에 세 개의 태고의 강을 끌어와 앞쪽을 공격했다.

다른 천존들도 잇달아 여러 가지 최강의 술법을 드러냈고 엄청난 의지를 풍겼다.

휘어졌던 허공이 깨지고 혼란에 빠졌다.

천존들은 잘 맞지 않고 서로를 믿지 않았지만, 눈치는 매우 빨랐다.

그들은 신념으로 소통하지 않고도 신통법을 드러내 힘을 한곳에 모았다.

힘을 모아야만 이곳에서 나갈 수 있었다.

"천지대미궁(天地大迷宮)!"

진남은 천존들을 보며 무상지법을 펼쳤다.

그러자 지하천존 등의 발아래에 천지 진문이 퍼졌다.

천존들은 깜짝 놀랐고 술법을 드러내 진문을 부수려고 했다.

무형의 힘이 나타나 그들을 다른 곳으로 끌고 갔다.

열 명의 천존들은 천지의 여러 곳에 흩어졌다.

"아차!"

지하천존 등은 허공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더니 둔술을 펼쳐 서로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진남은 미리 후수를 준비했었다.

도화(刀花)가 천존들의 옆에 나타났고 방대한 도의를 풍겨 그들을 가두었다.

"제길!"

지하천존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함께 있다면 진남의 살국을 버틸 수 있고 이곳을 떠날 수 있었지만 흩어진다면 천지를 뚫고 도망갈 수 없었다.

진남은 한꺼번에 열 명을 상대했기에 힘을 집중할 수 없었고 살국도 위력이 약해졌다.

하지만 진남은 천지로 변했고 힘이 엄청났으며 그들을 상대하기 충분했다.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처럼 반항할 수 없었다.

'안 되겠다!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희망이 있을 것이다.'

지하천존은 마음속의 한기를 누르고 복잡한 심정을 진정하고 머리를 굴렸다.

이 세상 밖에 있던 용도천존과 맹리아는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남이 무적의 자태로 열 명의 천존들을 눌렀고 천존들을 위기에 몰아넣을 정도로 힘이 강할 줄 몰랐다.

"임 오라버니 대단해요!"

맹리아는 기뻤다.

그녀는 익살스럽게 웃던 형상이 생각났다.

"그자는 왜 아직도 오지 않지……."

용도천존은 정신을 차렸고 믿을 수 없었다.

'예전에 도장에서 진남은 나의 도움을 받고서야 한 명의 주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런데 몇십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젠 나보다 더 강해졌다고?'

지하천존은 방법을 찾지 못했고 초조해졌다.

네 개의 조각상들은 하늘 가득한 살기 속에서 정해신침(定海神針)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빛을 반짝거렸다.

"네 개의 무상천존의 조각상이오. 이들은 무인들을 공격하지 않지만 아무도 침범할 수 없소."

지하천존은 정신을 차리고 천존들에게 전음했다.

"진룡유해(?龍遊海)!"

잠시 후, 지하천존의 지팡이는 부서졌고 빛으로 변해 그를 덮었다.

그는 위압과 기세가 빠르게 높아졌고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진짜 용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여러 가지 살기를 전부 피했다.

다른 천존들도 최강의 둔술을 드러냈다.

"응? 저들은……."

진남은 바로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지하천존 등은 네 개의 조각상의 옆에 모여 무상천존의 위압을 버텼다.

"깨거라!"

지하천존 등은 크게 소리치며 절세의 법술을 드러내 위쪽의 하늘을 공격했다.

진남은 위엄 있는 천지의 힘을 드러내 살국으로 변화시켜 그들을 덮으려 했다.

그러나 그가 천존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네 개의 조각상들은 강한 힘을 드러내 살국을 부쉈다.

쿠쿠쿠쿵-!

잠시 후, 지하천존 등은 네 개의 조각상의 위쪽에 구멍을 뚫었다.

"어서 갑시다!"

지하천존 등은 기뻐하며 빠르게 날아나가더니 한데 모여 꽃바다로 도망갔다.

진남은 천지에서 나와 형상을 회복했다.

그는 보기만 할 뿐 쫓아가지 않았다.

"임 형, 왜 쫓아가지 않소? 이들은 너무 건방졌소, 자네 이대로 보낼 거요?"

계현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보내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소?"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임자가 왔으니 내가 공격할 필요 없소."

계현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임자라면……."

* * *

같은 시각, 지하천존 등은 진남이 쫓아오지 않자 한숨을 내쉬었다.

"에잇, 임효지가 천존 정상의 경지에 도달하다니!"

지하천존은 투덜거렸다.

그는 이번에 진남을 얕잡아보았다.

"임효지, 나보다 강하다고 너를 혼낼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거라! 이곳을 떠나면 창과 황보절 등에게 연락하겠다. 그들을 끌어온 후에도 네가 막을 수 있나 보자!"

지하천존은 눈빛이 싸늘했다.

자신들이 이곳을 차지할 수 없으면 이곳의 모든 걸 천하의 모든 거물들에게 알리려 했다.

이때 한 무인이 그들에게로 날아왔다.

"썩 꺼지거라!"

지하천존은 길게 생각하지 않고 소리치며 최강의 술법을 드러내 무인을 공격했다.

무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나더러 꺼지라고 했느냐?"

무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기운은 봉인을 푼 것처럼 강해졌고 얼마 안 돼 엄청난 단계에 도달했다.

열 명의 천존은 그와 비하면 아이와 어른 같았다.

"이게……."

익숙한 기운을 느낀 지하천존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믿을 수 없었다.

"지하라고? 방금 했던 말을 다시 해보거라."

천극방의 영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원래 기분이 매우 나빴다.

"천…… 천극방 선배님……."

지하천존은 정신을 차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공수했다.

"선배님, 제가 선배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선배님께서 오신 줄도 모르고 홧김에 선배님을 노여움을 샀습니다. 죄를 지었습니다. 벌을 내려주십시오."

그는 이마에 식은땀이 돋았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진남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상고시대의 천존 일인자인 그는 굴복하지 않았고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하지만 천극방의 영이라면 달랐다.

천극방의 영은 대상계의 일인자일 뿐만 아니라 전에 무인이었던 그가 제일천존으로 등극할 때 천극방의 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천극방의 영은 그에게 스승님이나 다름없었다.

지하천존은 영혼 깊이 천극방의 영을 존경하고 경외했다.

다른 천존 강자들도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지하천존이 이 정도인데 그들은 더 말할 나위 있을까?

"몰랐다고?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천극방의 영은 싸늘하게 말했다.

"방금 리아가 임 오라버니와 세언이 올 거라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바로 진세언이다."

진남은 헛기침을 했다.

천극방이 자신을 진세언이라고 할 때마다 그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선, 선배님이 바로……."

지하천존은 말을 더듬었다.

그는 후회가 컸다.

천극방이 진세언일 줄 알았다면 그는 절대 맹리아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너희들과 긴말하고 싶지 않다. 꽃에 관한 것이든 풀에 관한 것이든 이곳에 관련된 건 모두 발설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천극방으로 가 벌을 받거라."

천극방의 영은 지하천존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며 싸늘하게 말했다.

"명,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하천존 등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걸음아 나 살려라 고 도망갔다.

"용도, 천극방 선배님을 뵙습니다!"

천극방의 영이 다가오는 걸 본 용도천존은 정신을 차리고 공수했다.

천극방의 영은 대답하고 금색 부호의 제단을 바라봤다.

그의 두 눈에 고통과 단호함이 스쳤다.

"진짜 세언이야?"

맹리아는 익숙한 기운을 느끼고 기뻐했다.

"응, 나다. 내가 나쁜 놈들을 전부 쫓았다."

천극방의 영은 웃으며 말했다.

"체, 허풍을 떨기는. 네가 고작 주재의 경지로 저들을 쫓아낼 수 있어? 임 오라버니 덕분이겠지!"

맹리아는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세언, 조금만 더 기다려줘. 임 오라버니도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이 광경을 본 용도천존은 망연했다.

"용도 선배님, 틀림없습니다."

계현은 다가와 용도천존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믿기 어려웠습니다."

용도천존은 마음이 흔들렸다.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하십시오. 아니면 천 형이 용도 선배님을 죽일 수 있습니다."

계현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용도천존은 두려워 벌벌 떨었다.

"천 형, 상황이 좋지 않습니까?"

진남은 앞으로 다가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방금 천극방의 영이 나타날 때 그는 천극방의 영이 기분이 별로라는 걸 발견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다. 나도 어떤 건 개변할 수 없구나."

천극방의 영은 미소를 거두더니 길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돌이킬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스스로 보거라."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오래된 선광이 진남을 감쌌다.

진남의 앞에 광경이 펼쳐졌다.

그는 구경꾼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봤다.

* * *

천극방의 영은 낡은 계단의 끝으로 올라가 선궁 앞에 도착했다.

선궁은 크지 않았다.

일 층뿐이고 면적이 구만여 장 되었다.

선궁은 파란색 선옥으로 지었고 어둠 속에서 부드러운 파란색 빛을 반짝거렸다.

천극방의 영은 걸음을 멈추었고 두 눈에서 부호들이 솟아올랐다.

부호들은 선궁의 모든 걸 꿰뚫어 볼 것 같았다.

"천극방 도우, 들어오시오."

늙은 목소리가 선궁 안에서 울려 퍼졌고 굳게 닫혔던 대문이 열렸다.

천극방의 영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입꼬리를 추켜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진남도 선궁 안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선궁 가운데는 낡은 향로가 있었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연기들은 현묘했다.

연기들이 벽으로 날아가자 텅 비었던 벽에 여러 가지 도안이 나타났다.

선궁의 끝에 한 노인이 부들방석 위에 앉아있었다.

진남은 노인에게 시선이 끌렸다.

노인은 주름투성이이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새하얗고 허름한 청색 도포를 입었으며 눈은 혼탁하고 빛이 없었다.

천극방이 진남에게 보여준 건 천극방이 예전에 왔을 때 본 것들이라 모두 죽었거나 정해졌고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노인은 존재감이 매우 강했고 언제든 걸어 나올 것 같았다.

진남은 노인에게서 풍기는 기운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걸 느꼈다.

"이 노인이 바로 주선신비의 기영이겠다. 천극방 선배님보다 훨씬 강하구나."

진남은 중얼거렸다.

그는 별로 놀랍지 않았다.

청궁 깊은 곳에서 왔고 매우 신비한 주선신비는 당연히 천극방보다 강할 것이었다.

노인은 손을 저어 부들방석을 끌어왔다.

천극방의 영은 앞으로 다가가 가부좌를 틀고 앉더니 다른 말 하지 않고 중요한 것만 말했다.

"리아는 누구요? 그녀는 주선신비와 어떤 관계요? 그녀를 대상계에 남겨도 괜찮겠소?"

노인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극방의 영에게 차를 따랐다.

"천극방 도우, 이 일은 말하자면 기오. 내 소개를 하겠소. 나는 좌현노인(左玄老人)이고 주선신비의 기영 중 한 명이요."

좌현노인은 말했다.

천극방의 영은 말도 하지 않고 차도 마시지 않고 조용히 들었다.

"기영 중 한 명이라고? 무슨 뜻이지? 주선신비는 기영이 여러 명 있나?"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이건 엄청난 비밀이었다.

좌현노인은 계속 말했다.

"전에 나는 주선신비의 유일한 기영이었소. 후에 변화가 생겼고 나는 깊은 잠이 들었소. 내가 잠든 후 주선신비는 두 명의 기영을 키웠소. 후에 한 기영이 다른 기영을 삼켰고 나와 지위가 같소. 그는 우공노조(右空老祖)요."

천극방의 영은 옅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좌현 도우, 지위가 같다고 했소? 자네는 주선신비의 밖에 있고 우공노조는 주선신비 깊은 곳에 있소."

좌현노인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우공이 우세를 차지한 건 맞소. 하지만 우세를 차지했을 뿐이오. 우리는 천만년을 싸웠고 서로 번갈아 가며 우세를 차지했소."

천극방의 영은 말했다.

"리아와 무슨 연관이 있소?"

좌현노인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자네가 말하는 리아의 본존은 주선제동(諸仙帝瞳)이오. 전에 큰일이 발생하였고 그는 청궁과 대상계 사이의 규칙을 깨고 대상계에 떨어졌소."

천극방의 영과 진남은 동시에 미간을 찌푸렸다.

'주선제동? 리아는 신안이 변한 것이라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