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1324화 (1,324/1,498)

1324화 이십여 년 만에 모이다

"월청, 이렇게 계속 아래를 내려다보는 건 천재들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임 형을 기다리는 거요?"

능심공자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

이에 소월청의 눈빛이 흔들렸다.

"능심공자, 나는 임효지를 거의 다 잊었어. 이십 년 전부터 그에게 전음을 보냈지만 그는 폐관하려고 한다는 한마디만 하고 소식이 없다."

소월청은 고개를 저었다.

"후에 그에게 신념을 보낸 적 있소?"

"십 년 전부터 나는 그를 찾지 않았어. 어차피 그는 폐관하고 있고 또 어디서 폐관하는지도 말하지 않았어."

소월청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 나는 줄곧 그에게 신념을 보냈소. 사흘 전에 그자가 나에게 회답했소."

"뭐라고 했어?"

소월청은 눈길을 돌려 다시 능심공자를 바라보았다.

능심공자는 속으로 탄식했다.

'잊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니구나. 임효지에 관해서만 말을 많이 한다. 또 임효지에 대해 말해야만 나를 보는구나.'

능심공자는 마음을 진정하고 말했다.

"그는 폐관을 마치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했소. 아마 거의 도착했을 거요. 우리는 그자와 삼십 년은 만나지 못했소. 이번에 폐관한 결과가 어떤지 모르겠소. 그자에게 신념을 보내 여기로 오라고 하겠소."

소월청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나 소월청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

능심공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낯설어. 다시 만난다면 좀 어색할 거야."

능심공자는 눈썹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게, 월청……."

소월청은 눈썹 모양이 변했다.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웃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능심공자,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천존으로 진급하기 위해 왔을 뿐 다른 생각이 없어. 아니면 우리 지금 바로 전장으로 들어갈까? 빨리 들어가 다른 무인들을 관찰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 좋소."

능심공자는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다.

* * *

그 시각, 다른 거리.

"도우, 이 물건이 괜찮군, 나에게 팔겠소?"

흑포를 입은 청년이 동상을 발견하고 노점 앞으로 다가갔다.

"좋소! 하지만 이 물건은 화도천존과 연관이 있소."

노점주인이 가격을 제시하려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물건은 내가 사겠소."

청년의 뒤에 사내 두 명과 여인 한 명이 걸어왔다.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이 가장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주재 경지 대성에 도달했고 나머지 일남일녀는 경지가 주재초급 단계였다.

"어이, 자네는 선후 순서도 모르오?"

흑포를 입은 청년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 미안하오. 이 조각상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오. 나는 반드시 가져야 하오.

이렇게 합시다. 자네에게 삼천 개의 선염령정(仙焰靈晶)을 주겠소. 이 물건을 나에게 양보해주시오."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하오. 양보할 수 없소."

흑포를 입은 청년은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다.

"음?"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도우, 자네는 어느 세력이오? 나는 혼란도통의 진전제자요. 내 체면을 봐주겠소?"

지금의 대상계에서 혼란도통은 명성이 자자하고 구 대 천존도통 중에서 우두머리가 되었다.

따라서 혼란도통의 제자, 장로 등도 신분이나 지위가 높아졌다.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주재대성의 경지이고 바보가 아니었다.

그가 흑포를 입은 청년을 이렇게 대하는 것도 흑포를 입은 청년이 기껏해야 주재초급 단계일 뿐 거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체면을 봐달라고? 미안하오. 혼란도통의 진전제자가 아니라 혼란도통 장로의 아들이라고 해도 체면을 봐줄 수 없소."

고비는 귀찮은 듯 말했다.

이십 년 동안 그들은 천존도통 장로의 아들을 때린 적도 있었다.

"뭐라고 했소?"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과 뒤에 있던 일남일녀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자가 우리 혼란도통을 모욕하다니?'

"잘 들리지 않소? 자네들의 체면을 봐줄 순 있소. 자네 뒤에 있는 사매가 예쁘게 생겼구먼. 저 여인더러 한 달 동안 나를 따르라고 하시오. 그럼 이 물건을 양보하겠소."

고비는 헤헤 웃고 말했다.

"자네……."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 등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놀라운 기세를 드러냈다.

이성을 잃었다면 그들은 모두 공격을 했을 것이었다.

'이놈이 너무 건방지구나!'

"뭐 하는 짓이요? 내 동생을 공격하려는 거요?"

이때, 담담한 목소리가 그들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싸우고 싶다면 호월등천성을 떠나 밖에서 제대로 싸웁시다."

그다음으로 조금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요? 감히 우리에게……."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화가 나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눈을 찌푸렸다

"어……. 계현 주재, 명초 주재?"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의 계현과 명초는 대단했다.

그들은 천극방 서열 이백 위 안에 들었고 주재 경지에서도 명성이 자자했다.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이번에 나오기 전에 특별히 조사를 하고 눈여겨보았다.

"어? 우리를 아시오? 잘됐소. 그래도 우리와 싸울 거요?"

계현은 담담하게 물었다.

"어, 그게, 미안하오. 미안하오. 저자가 자네들의 형제일 줄 생각지 못했소. 우리는 바로 물러가겠소."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순식간에 분노가 사라졌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서 갔다.

금색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은 신분이나 지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이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컸다.

"재미없군."

고비는 입을 삐죽거렸다.

"재미없다고? 자네 점점 제멋대로군. 시퍼런 대낮에 다른 사람의 사매를 빼앗으려 하오?"

계현은 손을 뻗어 고비의 머리를 쳤다.

"계현, 왜 때리는 거요? 저자들은 너무 예의가 없었소. 나는 그들을 화가 나게 하려고 일부러 큰소리를 친 거요.

자네도 봤잖소, 그자의 사매는 생김새가 별로인데 내가 어찌 마음에 들어 하겠소?"

고비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계현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그자의 사매가 괜찮게 생겼다고 생각하오."

명초노조도 엄숙하게 말했다.

"나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고비의 안목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것 같다. 계현, 고비의 미적 감각을 바꿔줘야 할 것 같다."

고비는 할 말을 잃었다.

'에잇, 당했다!'

"세 분 기분이 좋네요?"

이때, 그들의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고비, 계현, 명초노조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익숙한 목소리는 설마…….'

셋은 고개를 돌렸다.

진남이 빙그레 웃으며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형님!"

"임 형!"

고비, 계현, 명초노조는 기뻤다.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임효지와 헤어진 지 이미 삼십 년이 되었다.

"선배님과 계현 그리고 고비까지 경지가 많이 높아졌습니다. 이십여 년 동안 세 분은 기연과 전승을 많이 얻었나 봅니다. 제 몫은 남겼습니까?"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이번에 폐관하여 무슨 공법을 수련했소?"

"성천무교에서 왜 갑자기 자네를 찾았소? 무슨 일이 발생했소?"

"너의 전력은 이제 어느 정도 되느냐?"

고비, 계현, 명초노조는 진남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그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이십여 년이나 참았다.

진남은 폐관할 때 그들에게 새로운 공법을 수련하러 간다는 말만 남겼다.

진남의 무예 재능은 심약주재보다 더 강했다.

진남이 이렇게 오랫동안 폐관할 정도라면 새로운 공법은 얼마나 대단할까?

"그게……."

진남은 웃으며 말했다.

"한 명씩 질문할 수 있습니까?"

"내가 먼저 묻겠소!"

"내가 먼저 묻겠소!"

"고비, 너 더 맞고 싶으냐?"

셋은 말다툼을 했다.

진남은 기가 막혀 이마를 쳤다.

이십여 년이 지났다.

이들은 경지가 변했을 뿐만 아니라 성격도 변했다.

고비와 계현은 그렇다 쳐도 명초노조도 예전처럼 듬직하지 못했다.

"됐습니다. 됐습니다. 싸우지 마십시오. 제가 하나하나 말하겠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하지만 천존나무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천존전장의 깊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니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가면서 얘기합시다."

"동의한다!"

셋은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넷의 뒷모습이 다시 한데 모였다.

진남은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천극방은 진남이 음월에게 공법을 전수받은 일과 봉도서의 기영이 바뀐 일 그리고 천극방의 근원의 힘에서 수련을 한 일들을 절대 입 밖에 내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진남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바꾸었다.

그는 자신이 무예에 재능이 있어 성천무교에서 한 선배가 스스로 만든 공법의 총강을 우연히 얻었으며 이십여 년을 폐관 수련을 했기에 겨우 총강을 익혔다고 했다.

진남의 말을 들은 계현, 고비, 명초노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진남에게 공법을 한번 구경하고 싶다고 졸랐다.

진남은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공법을 살짝 보여주어 진정시켰다.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어느덧 성천력 이천삼십 년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열 그루의 천존나무가 나타나기까지 하루가 남았다.

진남 일행은 걸음을 다그쳐 천존전장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가는 동안 진남은 계현에게서 열 그루의 천존나무에 관한 소식들을 들었다.

진남은 천존나무가 천존전장에서 자라고 삼십 년마다 꽃을 피운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천존나무는 평소에는 천존전장 어디에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삼십 년마다 나무들은 천존전장의 가장 깊은 곳에 나타난다.

무인들이 열 개의 천존지과를 다 뜯어가면 나무들은 또 어디론가 사라진다.

대상계의 강자들은 평소에 열 그루의 천존나무가 어디에서 자라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강자들은 천존나무가 있는 곳을 알아내면 얽혀 있는 비밀도 풀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열 그루의 천존나무는 어떻게 생겨났고 왜 천존지과가 열리는지와 같은 궁금증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하지만 강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결국 흔적도 찾지 못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 두 시진이 지났다.

"응?"

진남 일행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비범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하늘 높이 솟구치는 것을 발견했다.

기운들은 서로 달랐다.

패기 넘치는 기운도 있었고 오싹해지는 기운도 있었으며 기분이 묘연해지게 하는 기운도 있었다.

어림잡아 몇천 개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저곳이 성변지지겠소."

계현은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성변지지란 열 그루의 천존나무가 매번 나타나는 곳이었다.

천존전장은 제일소선역의 북극지였다.

공교롭게도 열 그루의 천존나무가 매번 나타나는 곳도 천존전장의 북극지였고 지금까지 변한 적이 없었다.

진남의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는 기운을 거두고 걸음에 박차를 가했다.

잠시 후, 그들은 커다란 산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성변지지의 모습을 똑똑히 살필 수 있었다.

"세상에나……"

고비는 이십여 년 동안 많은 일들을 겼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큰 충격을 받고 혀를 찼다.

앞쪽에는 광활한 평원이었다.

평원에는 크고 작은 골짜기가 가득했고 그 사이로 기이한 화초들이 자랐다.

허공에는 채 흩어지지 못한 무도의지가 남아 있었다.

평원은 천존전장의 다른 곳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서 삼십 년에 한 번씩 치열한 전쟁이 일어났고 덕분에 규칙들이 전부 부서졌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평원에 몇천 명의 무인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서 있기도 하고 혼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말없이 있기도 했다.

무인들 대부분은 신념으로 교류를 하고 일부분만이 직접 말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말소리가 가득하고 시끌벅적하게 느껴졌다.

무인들 대부분이 주재대성과 주재정상이었다.

주재초급인 자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