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3화 십 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진남은 외모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았다.
다만, 그의 두 눈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것처럼 더 반짝거렸다.
그는 주재 정상에 도달했다.
다른 정상주재나 천존거물이라면 진남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천극방의 영은 바로 발견했다.
진남은 규칙지력, 식해지력, 영혼지력 등을 포함해 모든 것이 엄청나게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사람 같기도 하고 근원 같기도 했다.
그는 세상 어디에 가도 유일무이하고 상상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자식, 역천공법의 기초를 장악했구나!"
천극방의 영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미소를 지었다.
"네, 저는 대동천결의 총강을 수련했습니다. 선배님 고맙습……."
진남은 공수했다.
진남의 말이 끝나기 전에 천극방의 영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가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 주먹을 날렸다.
진남은 천극방의 주먹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압력과 강한 힘을 느꼈다.
슉-!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지고 다른 편으로 날아가 주먹을 피했다.
"자식, 내 주먹을 피했어?"
천극방의 영의 웃음소리가 진남의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지고 강한 주먹이 다시 날아왔다.
진남은 기운이 혼란스러워지고 겉모습도 투명해졌다.
우르릉-!
공간 전체에 우레가 친 것처럼 엄청난 강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천극방의 영의 주먹은 진남을 몸을 뚫고 허공을 때렸다.
진남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어?"
천극방의 영은 눈썹을 살짝 추켜세웠다.
방금 그가 드러낸 공격은 주재정상을 죽이기 충분하고 천존 초급 단계의 존재도 놀라게 할 수 있었다.
"너는 지금 어떤 상태에 도달했느냐?"
천극방의 영은 궁금해 물었다.
"그게……. 저는 이미 완전히 근원의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사람이고 저희가 알고 있는 근원의 힘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근원지체라고 할까요?"
진남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근원지체?"
천극방의 영은 어리둥절하더니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웃었다.
"음월 그자가 진짜 대단한 공법을 만들었구나! 그럼 상고십대 체질을 상고십일대 체질이라고 바꾸어야 하나?"
천극방의 영은 진남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잘했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잘했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사실 이건 음월 선배님과 선배님 덕분입니다. 만약 음월 선배님이 이렇게 대단한 공법을 만들지 않았고 선배님이……."
천극방의 영은 눈을 흘기고 말했다.
"됐다, 그만하거라."
진봉화는 웃으며 말했다.
"임 형, 선배님과 너무 예의를 차리지 마시오. 자네가 예의를 차릴수록 선배님은 더 화를 낼 거요."
천극방의 영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봉화가 나를 잘 아는구나."
진봉화는 계속 말했다.
"선배님, 선배님은 이번에 천존싸움이 열리기 전에 임 형에게 선물을 주려고 오셨습니까? 임 형에서 초술을 가르치거나 아니면 보물을 주어 임 형을 도와주려는 겁니까?"
천극방의 영은 어리둥절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자식, 언제부터 잔꾀가 이렇게 많아졌느냐? 내게서 뭔가 얻어내려고?
네가 그리 말하니 선물을 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렇게 하자, 임효지, 먼저 출발하자. 시간이 다 되었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늦을 것이다. 선물은 나중에 주겠다."
말을 마친 후 천극방의 영은 진봉화를 보며 말했다.
"어떠냐? 이제 만족하느냐?"
진봉화는 난감해하며 말했다.
"만족합니다, 만족합니다. 선배님이 저에게도 선물을 주신다면……."
천극방의 영은 정색하고 말했다.
"썩 꺼지거라. 선물을 갖고 싶으면 자호를 찾아가거라, 나를 찾지 말거라!"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선배님, 봉화, 저는 출발하겠습니다."
진남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그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알겠소. 임 형,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소."
진봉화는 말했다.
"응, 지금 바로 너를 데려다주겠다."
천극방의 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진남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사라졌다.
* * *
같은 시각, 상고금지.
눈꽃이 날리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면 눈꽃의 가운데에 대충 쓴 글자들이 빼곡했다.
눈은 삼천 년 전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한 번도 멎지 않았다.
삼천 년 전에 이곳은 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만발하고 풀이 가득 자라고 짐승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얼음이 두텁게 깔리고 뼈를 에이는 한기가 가득했으며 생명이라고 없었다.
펑-! 펑-! 펑-!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마지막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원 몇만 리의 두꺼운 얼음이 부서져 얼음 가루로 변하더니 검은 도포를 입은 형상이 뛰어나왔다.
"젠장, 드디어 나왔다!"
형상은 투덜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심약주재였다.
"이번 걸음이 헛되진 않았다. 경지와……."
심약주재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와 하늘에서 날리는 눈꽃을 흔들었다.
커다란 빙원(氷原)도 흔들렸다.
마치 재난이 닥쳐 모든 걸 파멸할 것 같았다.
"이런 전력으로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심약주재는 중얼거렸다.
그들은 바로 창, 주제, 황보절, 엽소선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들은 심약의 앞을 막고 있는 큰 산이었다.
수도 없이 노력했지만, 심약은 그들을 이길 수 없었다.
"가자."
잠시 후 심약주재는 정신을 차리고 기세를 거두고 허공으로 들어갔다.
그의 형상이 상고금지를 떠나자 몇천 년 동안 한 번도 멈춘 적 없던 눈이 더는 내리지 않았다.
마지막 눈꽃이 떨어지는 순간 커다란 빙원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녹기 시작했다.
그것이 찾으려던 인연이 있는 사람을 이미 찾았으니 계속할 필요가 없었다.
* * *
같은 시각, 제삼십삼소선역의 동쪽 끝.
이곳에는 몇만 년 된 신비한 동굴이 있었다.
선마동이었다.
예로부터 선마동의 끝에 매우 큰 비밀이 있고 누가 그 비밀을 얻으면 역천개명하고 절세의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그동안 매우 많은 무인들이 선마동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인선 경지의 무인이든 주재 경지의 강자든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지 못했다.
선영을 통해 그들에게 신념을 전해도 대답이 없었다.
선마동은 또 사동(死洞)이라 불렸다.
무인들은 두려워하며 더는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선마동의 아래의 오래되고 넓으며 붉은 수정이 박힌 도장 위에 한 청년이 있었다.
청년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었다.
그의 기운은 혼란스러웠다.
누군가 도장의 아래를 내려다봤다면 엄청난 광경을 보게 될 것이었다.
도장 아래는 끝없이 넓은 채색 공간이었다.
가운데에 태고의 별 같은 은색 빛무리가 떠 있고 빛들이 계속 변했다.
변할 때마다 풍기는 힘은 매우 대단했다.
선마동의 비밀은 바로 이 빛무리였다.
빛무리는 제삼십삼소선역의 근원의 힘이었다.
신비한 청년은 제삼십삼소선역의 근원의 힘의 도움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번쩍-!
청년은 눈을 떴다.
그의 눈에서 눈부신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여기까지 하자."
청년은 중얼거리고 오른손을 뻗어 앞을 향해 흔들었다.
많은 금색 빛으로 이루어진 그림이 천천히 나타났다.
그림에는 서른세 개의 주먹만 한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이번에는 수확이 꽤 많구나. 드디어 공법의 상편을 완성했다!"
청년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자리에서 일어나 위로 날아갔다.
"잠깐, 상편을 완성했으니 이 공법의 이름을 지어줘야겠지? 무명공이라고 불렀는데 패기도 없고 자랑할 수 없다."
날며 움직이던 청년은 문제를 느꼈다.
"뭐라고 부를까? 삼십삼천조화신공(三十三天造化神功)? 삼십삼천제일신공(三十三天第一神功)? 안 돼, 안 돼……."
청년은 고민하더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미소를 지었다.
"응, 천제결이라고 부르자."
* * *
시간이 흘러 사흘 후, 제일소선역, 호월등천성.
천존싸움이 열린다는 소문이 대상계 전체에 퍼진 후 매일 무인들이 이곳으로 왔다.
본래 호월등천성은 경지를 제한하지 않았고 성안에서 무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때문에, 주재 등급의 강자들 외에 경지가 낮은 무인들도 함께 왔다.
천재들의 풍채를 보려는 자들도 있고 가장 빨리 소식을 알려는 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호월등천성에는 매우 많은 무인들이 모였다.
여러 세력들은 이런 상황을 보자 어쩔 수 없이 연합하고 제자들을 파견해 성문을 지켰다.
만약 경지가 주재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안에 들여놓지 않았다.
* * *
그 시각, 오 층짜리 주루의 가장 위층 창가.
한 여인이 조용히 앉아 꼼짝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은 앞에 놓인 선주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여인은 혼몽선화(魂夢仙花)가 새겨진 흰 치마를 입었고 새하얀 쇄골이 보였다.
아쉽게도 여인은 분홍색 면사포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고 무덤덤한 눈동자만 보였다.
여인의 진면모를 볼 수 없었다.
같은 층에 있는 무인들은 가끔씩 여인에게 눈길을 보냈다.
여인은 세 시진이나 앉아 있었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실로 기이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여인이 풍기는 기운에서 주재 정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월청, 오래 기다리게 했소."
이때, 참대를 그린 두루마기를 입고 옥선을 쥔 품위가 있고 우아한 청년이 멀리서 걸어와 여인의 맞은 켠에 앉았다.
청년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저 청년은 능심공자인 것 같은데?"
"맞아. 저자는 능심공자다! 몇 년 동안 엄청 진보했어. 천극방 서열이 이미 이백사 위에 올랐어."
다른 무인들은 능심공자를 발견하고 말했다.
"월청, 우리 십 년 만에 만나는 거 아니오?"
능심공자는 물었다.
"응."
소월청은 그를 힐끗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눈길을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월청, 뭘 보는 거요? 이곳에 온 천재들을 관찰하는 거요?"
능심공자는 한마디 묻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창밖에 있는 검은색 단발머리 청년을 보고 놀라 물었다.
"저자는 무파천(武破天) 아니오?"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월청, 무파천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오. 저자는 천존거물 관문의 제자이고 전력이 매우 강하오. 종문의 사람들에게 들은 건데 무파천은 천극방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오. 그의 스승이 일부러 허락하지 않은 거라고 들었소. 천존싸움이 열렸을 때 사람들의 주의를 끌지 않고 놀라게 하려는 의도 같소."
소월청은 무파천을 힐끗 보고 말했다.
"대단하구나."
능심공자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네의 상대가 안 될 거요. 참, 성에 들어올 때 엽소선을 봤소. 자네도 좀 전에 성 밖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소?"
능심공자는 감탄했다.
"엽소선 등은 진짜 대단하오. 경지는 그렇다 쳐도 그가 풍기는 속세를 벗어난 것 같은 기질에 나는 부끄러움을 느꼈소. 하지만 엽소선은 수단이 너무 악랄하오. 자신들의 족인을 거의 전부 죽였소."
소월청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넋을 놓고 오고 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봤다.
능심공자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십 년 전에 그녀는 이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