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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258화 (1,258/1,498)

1258화 사방용도를 상납하겠습니다

"이제 할 말이 없지? 내 앞에서도 발뺌을 하려고 하다니! 원래는 너를 사흘만 가두면 되는데 이제는 엿새를 가둬야겠다!"

엽 집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자들은 기세를 드러내며 진남을 에워쌌다.

진남에게서 엄청난 마의가 용솟음쳤다.

제자리에서 사라진 진남은 천공전 앞에 있는 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곧게 천공전으로 달려갔다.

"도망을 가려고? 엽 집사, 내가 자네를 도와 저놈을 잡아 오겠소!"

황보소기는 눈을 반짝거리며 신념을 전했다.

그의 몸에서 파동이 일었다.

"하하하. 황보 형, 그럴 필요 없소."

엽 집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전음했다.

"천공전 전주는 성격이 이상한 자요. 어떤 신분의 무인이라도 함부로 쳐들어오면 직접 나서서 처벌을 주는데 적어도 팔 하나는 없애고 심할 때는 사지를 전부 잘라버리기도 하오."

황보소기는 눈썹을 추켜 세우고 규칙지력을 거둬들였다.

'그럼 이제 좋은 구경을 기다리면 되겠구나.'

주변의 무인들은 그 모습을 보자 진남을 불쌍하게 여기던 마음도 사라졌다.

진남은 너무 멍청했다.

엽 집사를 따라가면 엿새 동안 괴롭힘을 당할 것이었다.

그런데 진남은 법을 집행하는 자들에게 저항하고 천공전에 쳐들어갔다.

'천공전의 전주가 놀라기라도 하면…….'

슉슉슉-!

짧은 시간에 진남은 천공전의 앞까지 날아갔다.

제자들도 그를 쫓아갔기에 엄청 소란스러웠다.

"무엄하다! 감히 천공전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이때, 호통이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방대한 위압이 대전에서 흘러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허공에 힘이 매우 강한 세 개의 상고이상이 나타났다.

주재 강자를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진남과 제자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이 움직이면 목소리의 주인은 사정없이 세 개의 이상으로 공격할 것이었다.

"전주, 이자가 말썽을 일으켜서 잡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망쳐서 천공전으로 달려가는 바람에 전주를 놀라게 했습니다."

엽 집사는 얼른 앞으로 나서서 공수하고 말했다.

'감히 나에게 막말을 한 너의 결말이다.'

황보소기는 냉소를 지었다.

그는 천공전의 전주가 엄청 화를 내며 진남의 사지를 잘라버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너는 할 말이 있느냐?"

천둥 같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엄청난 분노가 느껴졌다.

"전주, 엽 집사의 말이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저들의 추격을 피하려고 천공전에 온 것이 아니라 사방용도를 상납하기 위해 왔습니다."

진남은 담담하게 말했다.

"사방용도를 상납한다고?"

엽 집사, 황보소기, 장우아 그리고 대부분의 무인들은 어리둥절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닐까 두 귀를 의심했다.

커다란 도장에 기이한 침묵이 흘렀다.

"하하하. 임효지, 너 단단히 미쳤구나!"

황보소기는 고개를 젖히고 웃음을 터뜨렸다.

'임효지에게 사방용도가 있다고? 거짓말이다! 용도천존이 현상령을 내린 지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주경인 임효지가 무슨 수로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사방용도를 얻었다는 말인가?'

"저자가 미쳤나?"

"내가 볼 땐 궁지에 몰리니 급한 마음에 사방용도를 상납하겠다고 한 것 같아. 사방용도를 본 사람은 없으니 다른 옛 그림을 상납하면 천공전 전주의 화를 가라앉힐 수 있잖아."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저자는 천공전 전주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군."

"그래, 천공전 전주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사람이 아니야. 그런 수를 쓰면 화가 가라앉기는커녕 더 심한 벌을 받게 될 거다."

무인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

많은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이나 하자는 심보였다.

'이런 걸 두고 제 꾀에 넘어갔다고 하지.'

장우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는 전에 각성하고 황보소기를 선택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인생이 임효지 때문에 망가질 뻔했다.

"사방용도를 상납하겠다고?"

한 형상이 천공전 대문 앞에 나타났다.

흰 머리 노인이었는데 차가운 표정에 두 눈이 시커멓고 웃음기가 전혀 없으며 무형의 압박감을 주었다.

그가 입은 두루마기에는 발가락 열 개짜리 금룡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진남은 손가락을 튕겨 사방용도를 꺼냈다.

"진짜 사방용도를 나도 본 적이 없다. 천존 대인이 남긴 물건으로 시험해봐야 한다."

천공전 전주는 무표정하게 특별한 용령(龍令, 용 영패)를 꺼내 규칙지력을 주입했다.

용령은 살짝 떨리더니 금색 용기(龍氣)가 나와 사방용도에 들어갔다.

"하지만, 네가 천공전 앞에서 소란을 떨었으니 이것이 진짜 사방용도가 아니라면 네 사지를 잘라 만룡산(萬龍山)에 밀어 넣을 거다. 그곳에서 용의 영혼 만 마리에게 물어뜯기는 형벌을 받아야 한다."

천공전 전주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용의 영혼 만 마리에게 물어뜯기는 형벌?"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용상도에서 유명한 형벌이었다.

주경 경지의 무인이 아니라 주재 경지가 들어가도 엄청난 고통에 죽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천공전 전주에게는 절대 미움을 받으면 안 되겠다."

무인들은 결심했다.

"좋구나!"

황보소기는 기뻤다.

그는 엽 집사에게 부탁을 해서 진남이 형벌을 받는 모습을 직접 보려고 했다.

웅-!

이때 용령에서 기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라?"

천공전 전주와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용령이 반응하다니 설마…….'

마치 그들의 생각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용령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구름까지 솟구치고 천지에 천둥 같은 소리들이 울려 퍼졌다.

크라아아아-!

용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먼 곳에 있던 무인들도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고 살폈다.

하늘이 어느새 시커멓게 변하고 길이가 만 장에 발가락이 열한 개인 금룡 형상 네 마리가 헤엄치며 위압을 풍겼다.

"진, 진짜 사방용도였어?"

천공전 전주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주경 경지의 무인이 처벌을 피하려고 아무 그림이나 가지고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다른 무인들도 충격을 받았다.

엽 집사, 황보소기, 장우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더 놀라운 이상이 나타났다.

커다란 용상도는 살짝 흔들리더니 하늘에서 풍긴 위압이 바람처럼 사방을 휩쓸었다.

끝없는 어둠의 깊은 곳에서 높이가 구만구천구백아흔아홉 장 되는 웅장한 형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헤엄치던 네 마리의 금룡은 그를 둘러싸고 날아다니며 자태를 뽐냈다.

"용도천존 대인을 뵙습니다."

천공전 전주는 먼저 정신을 차렸다.

그는 허공에 대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인사를 했다.

'상고시대의 천존인가?'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의지일 뿐인데도 엄청난 기세와 위압을 풍겼다.

상고시대의 천존은 영야천존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용도천존이 직접 왔어?"

무인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주경 경지 무인이 꺼낸 그림이 진짜 사방용도였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엽 집사, 황보소기, 장우아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임효지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그림을 얻었지? 설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거야?'

"내가 현상령을 반포한 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사방용도를 찾았다니 의외다. 누가 한 거냐?"

웅장한 형상은 도장을 내려다보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대인, 사방용도는 이자가 찾은 겁니다."

천공전 전주는 진남을 가리켰다.

"오? 주경 정상?"

웅장한 형상은 진남을 보더니 놀라서 물었다.

"이 그림을 어떻게 찾은 거냐?"

진남은 공수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선배님께서는 생각지도 못하실 겁니다. 이 그림은 제가 홍룡성 성주의 보물고에서 얻었습니다."

그의 말에 금방 정신을 차린 무인들은 다시 경악했다.

'홍룡성 성주의 보물고? 이렇게 귀한 지보가 그런 곳에 있었다고?'

"그곳에 있었을 줄은 몰랐다."

웅장한 형상은 감탄했다.

그는 손을 휘둘러 사방용도를 거둬가며 말했다.

"도우, 사방용도를 찾았으니 전에 약속한 대로 내 능력 범위 내에서 세 번 도와주겠다. 이 용령을 받거라. 필요할 때 나에게 전음하면 된다."

옅은 보라색 영패가 진남의 손에 떨어졌다.

"도우가 빠른 시간에 사방용도를 찾아줬으니 저자들더러 너를 침룡지지(?龍之地)로 데려가라고 하마. 그곳에서 삼십 일 동안 수련하거라. 나는 이만……."

형상은 말을 마치고 허공으로 사라지려고 했다.

"선배님, 잠시만요."

진남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냐?"

웅장한 형상은 물었다.

"선배님, 지금 저를 한번 도와주십시오."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나를 협박했지? 누르려고 했지? 그래, 한번 해보자. 그래야 몸 주인의 영혼도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거다.'

"지금 도와달라고?"

무인들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천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매우 귀했다.

위기의 순간에는 목숨을 구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일에 낭비를 하다니 너무 아까웠다.

진남은 방금 황보소기 등에게 괴롭힘을 당했지만 사방용도를 상납했기에 신분이 달라졌다.

천공전 전주에게 말하면 황보소기 등이 자신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할 수 있었다.

귀한 기회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임, 임효지 뭐 하려는 거냐? 나는 검곡도통의 진전제자이고 아버지는 부종주이다. 네가 허튼짓을 하면 우리 아버지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황보소기는 떨리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다.

"도우, 결정했느냐?"

웅장한 형상은 한번 훑어보더니 물었다.

"저자들이 너에게 잘못을 저질렀으면 전주들에게 단단히 혼내주라고 하면 된다. 기회를 한번 낭비할 필요가 없다."

진남의 결정이 용도천존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시끄러운 일을 한 번 적게 겪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남이 마음에 들어서 좋은 말로 권고했다.

"선배님의 조언은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남은 고개를 저었다.

용도천존더러 저 둘을 공격하게 하라는 것은 가치가 없는 일이고 낭비였다.

하지만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까지 미뤄질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또, 이런 부적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위기감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래, 어떻게 해주면 되겠느냐?"

웅장한 형상은 물었다.

"저 둘을 죽여주십시오. 이자는 선배님께서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진남은 처음에 황보소기와 장우아를 가리키고 이어 엽 집사를 가리켰다.

"너……."

황보소기, 장우아, 엽 집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좋다!"

웅장한 형상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고 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찬란한 빛이 엽 집사의 몸에 주입되었다.

엽 집사는 표정이 일그러지고 비명을 질렸다.

그의 몸에 수많은 상처들이 생기고 피가 사방에 날렸다.

용도천존은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데서 부하를 죽이지는 못하고 중상을 입혔다.

엽 집사는 이 년 동안 고통에 몸부림칠 것이었다.

"이제 너희들 차례다."

웅장한 형상은 손을 뻗었다.

쿠쿠쿵-!

황보소기와 장우아의 위쪽 허공이 부서지고 방대한 힘이 쏟아졌다.

황보소기와 장우아는 저도 몰래 공법을 움직이고 힘을 드러내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방대한 힘의 상대가 못 되었다.

"효지, 잘못했다. 옛정을 봐서 한 번만 살려줘……."

죽음의 공포에 장우아는 심지가 무너졌다.

그녀는 진남에게 신념을 전했다.

말이 끝나기 전에 그녀는 엄청난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임효지를 배신하고 죽였다.

진남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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