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9화 능력이 있다면 흡수해보거라
"임효지, 너……."
황보소기는 두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는 주재대성이라 그리 쉽게 죽지는 않았지만 심지가 무너졌다.
"아버지, 구해주십시오!"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그는 고함을 질렀다.
슉-!
웅장한 형상이 그의 뒤에 나타났다.
엄청난 위압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용도천존의 장력도 부서졌다.
"검하천존(劍河天尊)이잖아?"
무인들은 놀라서 외쳤다.
특히 구천지존과 패자들은 두 천존들의 위압에 큰 공격을 받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용도 선배님, 제 아들놈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리 화를 내시고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검하천존은 공수하고 공손하게 물었다.
천존들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
용도천존은 백여 년 전에 이미 정상이 되었고 천극방에서도 서열이 높았다.
구천선역에서는 정상급의 인물이었다.
검하천존은 검곡도통의 부통령이었지만 용도천존보다 신분이 낮았다.
"이 도우한테 물어보거라."
용도천존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검하천존은 진남을 보더니 살짝 놀랐다.
"아버지, 저자는 우리 종문의 내문제자 임효지입니다. 지난번에 천존의 전승을 얻었기에 상납하라고 했는데 거절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참지 못하고 혼내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사방용도를 찾았고……."
황보소기는 전음했다.
검하천존은 그런 그를 노려봤다.
'네 놈이 행실이 어떤지 내가 모를까? 혼내기만 했을까?'
"네가 임 도우구나."
검하천존은 허허 웃었다.
"같은 도통인데 죽이기까지 해야겠느냐? 이놈이 너에게 나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대신 사과하마. 돌아가서 내 이놈을 엄하게 처벌하겠다. 그리고 종주에게 임 도우를 진전제자로 진급시켜 달라고 건의하겠다. 또, 임 도우는 무진선곡에 들어가 일 년 동안 수련하는 게 어떠냐?"
검하천존은 한마디 덧붙였다.
"임 도우, 걱정 말거라. 도통에 돌아가면 절대 너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겠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검하천존이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고 태도도 좋으니 풍파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진남은 냉소를 지었다.
'황보소기가 한 일들을 이렇게 쉽게 끝내겠다고?'
"도우, 내 생각에도 이쯤 하는 게 좋겠다."
용도천존은 전음했다.
"선배님, 죽일 엄두가 나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그만둡시다."
진남은 덤덤하게 말했다.
"엄두가 나지 않다니? 웃기는군! 고작 검하천존의 아들을 내가 신경이나 쓸 것 같으냐?"
용도천존은 패기가 하늘을 찔렀다.
"나는 너를 위해 제안하는 거다. 검하천존에게 미움을 받으면 네 앞날이 힘들 수 있다."
진남은 더 전음하지 않고 검하천존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와 황보소기는 누구 하나 죽어야 끝이 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죽여야만 합니다."
진남은 평온하게 말했다.
그의 말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죽이겠다고?"
무인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아버지!"
황보소기는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는 아버지의 의지가 오면 임효지도 물러설 거라고 생각했다.
주경 경지인 임효지가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뭐라고 했느냐?"
검하천존의 두 눈에 화가 잔뜩 떠올랐다.
'건방지고 주제 파악을 못 하는구나.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그래도 죽이겠다니? 용도천존이 세 번 도와주겠다고 해서 이렇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건가?'
"검하 도우,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용도천존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에게서 만 장 되는 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도장 위쪽이 혼돈으로 변했다.
기세가 매우 강한 절세신검들이 혼돈에서 연거푸 날아와 아래로 떨어졌다.
"고래유법(古來有法), 일검장하(一劍長河)!"
검하천존은 안색이 확 바뀌고 최강지술을 펼쳤다.
끝없는 태고검의가 넓은 강으로 변해 사방을 휩쓸었다.
쿠쿠쿵-!
귀청을 찌를 듯한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용도천존과 검하천존은 본체가 아닌 의지가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둘의 부딪힘에 엄청난 진기가 흩어져 많은 무인들이 뒤로 물러섰다.
"소기, 도망가!"
검하천존은 호통을 치고 손가락을 튕겨 빛을 뿜었다.
넋이 반쯤 나간 황보소기는 정신을 차리고 양손으로 현묘한 법인을 만들어 상고금술들을 펼쳤다.
"내 손아귀에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으냐?"
용도천존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의 주변을 맴돌던 네 마리 금룡들이 고개를 젖히고 포효하더니 아래로 날아갔다.
용위가 무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쿵-!
검하천존은 깜짝 놀랐다.
그가 감당하는 압력이 배로 늘었다.
"임효지, 용도천존, 아들을 죽인 원수와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두고 보자!"
검하천존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의 몸이 부서졌다.
"아버지!"
황보소기는 겁에 잔뜩 질렸다.
이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세상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는 일이 있었다.
금빛 용의 발이 그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목숨을 잃었다.
끊임없이 흔들리던 도장이 그제야 잠잠해졌다.
"저자는 보통이 아니구나!"
주재 강자들은 진남을 보며 감탄했다.
그들이었다면 아마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었다.
"큰, 큰일이다!"
엽 집사에게 진남을 죄인이라고 했던 무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도우들, 나는 이미 사방용도를 얻었다. 그러니 흩어지거라."
용도천존은 그모습을 보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리고 진남에게 전음했다.
"이제 검곡도통에서 복수를 시작할 거다. 네가 용상도에 있는 한 그들은 함부로 달려들지 못한다. 혹시 밖으로 나가려거든 전주들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거라."
진남은 주먹을 쥐고 말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선배님."
진남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는 검곡도통에 호감이 전혀 없었다.
또, 그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검곡도통은 일 년 후에 사라질 것이었다.
"아, 참. 선배님."
진남은 뭔가 생각나 말했다.
"우연히 소식을 얻었습니다. 다음 달이 지나고 청궁의 하현경천에 변동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
용도천존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우, 너를 다시 보게 되었다. 고작 주경 경지인 네가 청궁의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그래, 한번 들어보자."
진남은 말했다.
"그곳에 보물지가 나타날 겁니다. 보물지에 구리등이 한 개 있는데 유난히 눈에 뜨고 위력도 엄청 큽니다."
용도천존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음, 기억하고 있다가 만나게 되면 거두어들이마."
용도천존은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그는 진남의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진남이 누군가에게 속임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도 청궁의 하현경천에 어떤 보물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도우, 내 태도가 안 좋았지? 마음에 두지 말거라.'
천공전 전주는 가까이 다가와 공수하고 웃었다.
진남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 티가 났다.
그는 성격이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배짱이 큰 사람을 좋아했다.
"전주, 지나친 말씀이십니다."
진남은 얼른 답례를 했다.
"방금 용도천존 대인께서 너를 침룡지지로 데려가서 한 달 동안 폐관 수련을 시키라고 하시더구나. 지금 출발하겠느냐?"
천공전 전주는 질문했다.
진남은 잠깐 고민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좋다고 말하려고 했다.
이때,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어둠 속에서 어떤 힘이 나타나 그를 감쌌다.
커다란 손이 목을 꽉 조이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놀라움을 드러내며 생각을 바꾸고 물었다.
"침룡지지는 어떤 곳입니까?"
이 말은 쉽게 나왔다.
아무런 저항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진남이 생각을 바꾸고 좋다고 말하려고 하니 또 저항이 생겼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가 침룡지지로 가면 후세에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 게 분명했다.
힘의 강도로 보면 제 삼급인 것 같았다.
즉, 후세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진남은 상고시대로 와서 주경 정상 두 명을 죽이고 사방용도를 얻었으며 황보소기도 죽였다.
그는 이것들도 큰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시공지력의 저항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침룡지지로 가려고 하면 저항을 받았다.
그 말인즉…….
천공전 전주는 웃으며 대답했다.
"너는 견문이 짧구나. 용상도의 침룡지지는 제오소선역의 유명한 보물지이다. 검곡도통의 무진선곡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또, 침룡지지에는 대량의 용혼이 있어 무인들의 영혼지력과 심의지력을 제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진남은 눈앞이 환해졌다.
침룡지지는 그에게 매우 적합한 곳이었다.
"수고스럽겠지만 전주께서 저를 그곳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그래."
천공전 전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허공으로 들어갔다.
용상도의 무인들은 부럽고 질투가 났다.
그러나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자리를 떴다.
잠시 후, 제오소선역에 소문이 퍼졌다.
"그 말 들었어? 임효지라고 하는 주경 정상 무인이 사방용도를 얻었대!"
"그럼, 들었지. 사방용도를 가지고 바로 용도천존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검곡도통의 부종주 검하천존의 아들 황보소기를 죽였다더군! 검하천존이 직접 나타나 사정을 했는데도 소용없었대!"
"허, 용도천존에게 도움받을 기회가 세 번 있는데 한 번을 이런 일에 쓰다니, 정말 너무 날뛰는구먼."
"그건 둘째치고 그자가 사방용도를 어디서 얻었는지 아는가? 홍룡성 성주부의 보물고에서 찾았다네!"
"세상에나, 홍룡성 성주가 땅을 치며 후회하겠군!"
이날, 무인들은 임효지의 이름을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이날, 검곡도통은 임효지가 동문을 살해한 죄질이 너무 나빠 도통에서 추방하며 도통의 제자들은 그를 만나면 죽이라고 선포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검곡도통은 많은 강자들을 보내 용상도 주변에 흩어져 임효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고 했다.
임효지가 용상도에서 나오면 그들은 온갖 공격을 퍼부을 계획이었다.
* * *
그 시각, 용상도 다른 쪽.
천공전 전주는 걸음을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도우, 이곳이 침룡지지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방원 몇십 장이 되는 커다란 골짜기가 있었다.
그곳에서 금빛들이 용솟음쳤다.
색깔이 다르고 환상적인 모습의 용들이 헤엄치며 때때로 포효했다.
진남은 그들을 느껴보고 살짝 놀랐다.
골짜기가 품은 순수한 힘은 바다처럼 많았다.
진남이 아니라 천존 등급의 거물이 와서 수련을 해도 여유가 있을 정도였다.
"도우, 용혼의 발 개수가 다른 것을 발견했느냐?"
천공전 전주는 물었다.
"아, 그렇군요. 선배님, 어떤 구별점이 있습니까?"
진남이 살펴보니 대부분의 용혼들은 발가락이 아홉 개이고 간혹 열 개짜리가 있었다.
"용족들은 보통 발의 개수로 혈통을 정한다. 발가락이 아홉 개면 신룡(神龍)이라 하고 열 개면 선룡(仙龍), 열한 개면 무상지룡(無上之龍), 열두 개면 절천지룡(?天之龍)이라고 한다."
천공전 전주는 말했다.
"서로 다른 용혼들이 가진 용혼의 힘도 서로 다르다. 지금 네 상황을 보면 먼저 구조신룡(九爪神龍)을 먼저 흡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시기가 성숙되면 십조선룡을 시도해보거라. 아니면 네 심의가 받아들일 수 없을 거다."
천공전 전주는 숨을 돌리고 이어서 말했다.
"침룡지지의 가장 깊은 곳에 십일조무상지룡(十一爪無上之龍)이 잠들어 있다. 능력이 된다면 그것을 흡수해보거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천공전 전주는 진남이 무상지룡을 흡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진남의 경지가 너무 낮고 한 달 밖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었다.
십조선룡의 용혼의 힘을 많이 흡수해도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