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0화 시주는 죄가 많소
"왔나?"
진남 등은 뭔가 느끼고 동시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나타난 건 진세언이었다.
바다처럼 방대하고 포악하고 날카로운 도기에 진남의 눈 속에 흰색 불꽃이 흔들렸다.
옆구리에 찬 단천도도 웅웅 소리를 냈다.
무척 관심 있는 것 같았다.
진세언은 무언가 말하려 했다.
말하기도 전에 큰 웃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하하하, 진남, 어디로 도망치나 보자!"
장남, 남세지존, 이장성 등이었다.
"네가 진남이냐?"
천룡도인, 망금성승, 만정지존도 왔다.
그들은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무시하고 진남을 주시했다.
천룡도인과 망금성승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만정지존은 천 년에 한번 보기 어려운 사냥감을 만난 것처럼 매우 흥분했다.
칠 대 천존가문의 성자, 성녀와 묘문, 시도족의 성자 그리고 대세력들이 전부 왔다.
정상지존 등급의 무인들도 많이 왔다.
진남은 빠르게 주위를 훑어보았다.
맹금선과 맹랑천을 보자 흠칫했다.
'지인도 있구나.'
* * *
매우 방대한 세력들이 진남 등의 앞에 몰렸다.
진남 등의 뒤에 있는 무덤도 무언가 느낀 듯 굳게 닫혔던 대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고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른 명의 대신관들의 수법이었다.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무덤이 열리는 시간을 늦추지 않으면 무덤이 모두 털릴 수 있었다.
"진남, 우리 묘문과 정씨 가문, 한씨 가문은 너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 오히려 너와 합작하고 싶다. 이따 장남 등이 공격하면 우리는 비밀리에 너를 보호할 것이다! 네가 문도성주하거나 문도지지를 떠나면 우리 제대로 상의하자!"
신념이 진남의 식해 속에 들어왔다.
묘문의 성자 조령이었다.
게다가 정씨 가문의 성자 정무원, 한씨 가문의 성녀 한추영도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뜻이 분명했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이들은 나와 뭘 상의하려는 거지?'
진남은 미련하지 않았다.
삼대 세력이 그에게서 욕심내는 건 전신의 혼이나 '주소'가 환생한 것뿐이었다.
후자일 가능성이 더 컸다.
"진남……."
이때, 장남, 남세지존 등 정상지존과 이장성, 천룡도인은 엄청난 기세를 드러내 공격하려 했다.
"잠깐!"
진남은 크게 소리쳤다.
"응?"
장남 등은 어리둥절했다.
"도우들, 나와 생사를 거는 싸움을 하지 않고 쌍주가 있는 곳에 들어가도록 보호해주면 천원수 한 그루, 옥존화 한 송이, 지존대성의 몸 한 개를 주겠소."
진남은 빠르게 말했다.
무인들의 그를 비웃었다.
'이까짓 물건으로 우리더러 이들의 적이 되라고?'
"또 천월신초(天月神草) 한 포기, 무가삼문단(無暇三紋丹) 한 알을……."
진남은 한꺼번에 오십여 가지 천재지보, 무상선단을 말하고서야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도와주지 않으면 나는 죽을 때 자폭하여 저장주머니도 함께 터뜨리겠소."
그의 말에 신경조차 쓰지 않던 무인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장남, 이장성 등 정상지존들은 도술을 드러냈다.
"도우들, 화내지 마시오."
이때, 외침이 울려 퍼지고 열세 개의 형상이 옆에서 진남의 앞으로 날아와 연거푸 도술을 막아줬다.
"우리도 갑시다!"
다른 무인들도 망설이지 않고 날아왔다.
잠깐 사이에 서른여섯 명이 진남의 편에 섰다.
절반은 정상지존이고 절반은 대성지존이었다.
"자네들……."
장남, 이장성, 남세지존 등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겨우 진남을 잡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자들이 방해하는구나!'
"도우들, 우리는 반드시 진남을 죽여야 하오. 자네들이 진남의 편에 선다면 우리와 적이 되는 거요. 자네들이 참견하지 않으면 자네들에게……."
장남은 화를 누르고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강벽난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한 명당 영원단(零元丹) 세 개씩 더 주겠다."
묘묘 공주도 턱을 쳐들고 말했다.
"나는 너희들에게 음양거합초(陰陽聚合草) 한 그루와 월선수(越仙樹)의 씨앗을 두 알씩 주겠다."
그들이 상황을 다 알고도 대놓고 여기서 무덤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건 다른 비장의 수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산이 많기 때문이었다.
무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 정상지존이 장남 등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나는 자네들의 생각을 알고 있소. 급할 게 있소? 쌍주의 몸이 있는 곳에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는 계속 참여하지 않을 거요. 자네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소. 아무도 막지 않을 거요."
그들이 지금 진남을 도와주려는 건 천재지보 때문이 아니라 퇴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계속 진남을 보호한다면 앞에 있는 거물들이 그들을 원망하고 철천지원수로 생각할 것이었다.
그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컸다.
쌍주의 몸이 있는 곳에 도착하면 그들은 쌍주의 몸에 있는 물건들을 쟁탈할 것이었다.
진남이 갖고 있는 주경 강자의 피, 눈, 손가락 등등 모든 것이 범상치 않았다.
그것들이 갖고 있는 주경의지도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자네들……."
장남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가 말을 마치기 전에 남세지존이 그의 어깨를 치고 싸늘한 눈길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시간을 끌고 싶으면 끌어보거라. 언제까지 끌 수 있나 보자."
그도 지금 진남을 죽이고 후환을 없애고 싶었다.
하지만 무인들이 가입하자 천룡도인, 망금성승, 만정지존 등 세력은 걸음을 멈추었고 이장성도 눈살을 찌푸렸다.
억지로 공격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들만 공격한다면 쌍방이 모두 손해를 볼 것이었다.
지금처럼 복잡한 상황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하하, 자식, 패기 있구나. 예전의 나의 풍채가 있구나!"
맹랑천은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으며 스스로 칭찬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지만 공수했다.
이렇게 많은 지존과 세력 중에 그는 구궁금선종에만 호감이 있었다.
제일천지성구에 있을 때 맹구궁이 그를 많이 도와줬고 그는 맹구궁에게 빚을 졌다.
이때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무덤의 대문이 열리고 강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무인들은 마음이 흔들렸다.
"무덤에 들어갑시다!"
모두들 움직였다.
진남은 과천일격을 드러내 여인들과 함께 먼저 무덤 안으로 들어갔다.
무덤 안은 그들이 전에 들어갔던 무덤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벽에 상고의 도안들이 새겨져 있고 가운데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돌상들이 서 있었다.
돌상 뒤에는 옥관이 여섯 개 있었다.
옥간 위에는 상고의 봉인이 있었다.
가장 끝에는 길이가 다섯 장 되는 자홍색 관이 허공에 거꾸로 걸려 있었다.
관 옆에는 칼, 검, 창, 부채가 한 개씩 있었다.
구천지존들은 관속에 있는 깊은 잠이 든 방대한 힘을 느꼈다.
"반보문도지기!"
사람들은 눈빛이 뜨거워졌다.
진세언도 칼에 시선이 끌렸다.
그들 같은 등급에게 반보문도지기는 절세의 지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경 강자가 몇 년 동안 사용한 반보문도지기라면 달랐다.
안에 주경 강자의 의지가 스며들어 있고 위력이 다른 반보문도지기를 훨씬 초월했다.
"시체도 없는데 관이 있다고?"
천룡도인은 콧방귀를 뀌고 소매를 저었다.
그 순간 일곱 개의 날카로운 빛이 순식간에 뿜어져 나왔다.
가운데의 돌상들은 기운에 흔들려 깨어나 방대한 살기를 드러냈다.
땅, 벽, 꼭대기에서 진법, 금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덤은 절세의 살국으로 변한 것 같았다.
퍼퍼퍼펑-!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여섯 개의 옥관이 부서지고 도의들과 주경 의지가 꿈틀거리고 옥간, 경서, 돌 비석이 사람들 앞에 나타났다.
이것들은 주경 강자가 생전에 배운 도술과 주술이었다.
마지막에 자홍색 관이 부서지고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손바닥만 하고 상고의 선랑소월(仙狼嘯月) 그림이 새겨진 선옥이 허공에 떠올랐다.
"소혼선옥?"
사람들은 눈빛이 굳었다.
엄청난 기세가 폭발했다.
주묘가 웅웅 소리를 내며 떨렸다.
위압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질 것 같았다.
"과천일격!"
진남은 눈에 흰색 불꽃이 타오르고 열두 개의 문도법을 최고로 움직여 두 여인을 거느리고 소혼선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타났다.
처음부터 그들은 주묘 밖에 있었고 서른 명의 대신관들의 설명을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신관들을 위협하여 구천지존들보다 더 빨리 규칙을 알았다.
그들은 제대로 상의했었다.
지금은 상황이 매우 위험하여 조그마한 실수라도 되돌릴 수 없었다.
그들은 계획을 세 개 단계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무덤에 들어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혼선옥을 가지는 것이었다.
무덤에 들어온 후 많은 무인들을 불러 모으면 장남 등은 어찌할 수 없었다.
소혼선옥을 가지면 그들은 쌍주의 몸이 있는 곳에 들어가기 전에는 위험하지 않을 것이었다.
"진남 시주, 시주는 죄가 많소. 나를 따라 부처님을 믿으시오."
망금성승은 어느새 진남을 노리고 크게 불호를 읊으며 손바닥을 쳤다.
천지를 뒤엎는 불도대세가 끊임없는 산맥처럼 진남을 눌렀다.
진남은 열두 개 문도법의 의지를 전부 단천도에 모아 내리쳤다.
"중놈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묘묘 공주는 기분이 나빴다.
무령지체를 최고로 움직여 강벽난과 함께 영항지진을 드러내 망금성승을 덮었다.
진남의 편에 섰던 무인들은 참견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 등을 성공적으로 쌍주의 몸이 있는 곳까지 들어오게 하려는 것이지 무슨 일이든 도와주려는 건 아니었다.
진남 등이 죽지 않으면 되었다.
장남, 남세지존, 이장성 등 정상지존들은 깨달았다.
그들은 쟁탈에 참여하면서도 싸움을 주시했다.
기회가 오면 절세의 살술을 드러내 진남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려 했다.
"광명여래인(光明如來印)!"
망금성승의 불력은 대단했다.
그는 몸을 날려 영항지진을 피하고 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커다란 불장이 나타나 진남 등을 덮었다.
"보제고찰종의 장로는 대단하구나!"
진남은 엄청난 압력을 느끼고 두말하지 않고 신념을 움직였다.
쿠웅-!
도법지도가 나타났다.
엄청난 힘으로 불인을 부쉈다.
망금성승 등급의 정상지존과 싸우면서 진남은 숨길 수 없었다.
"응?"
그의 공격에 무덤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진남의 전력이 대단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모든 문도의지와 자신의 의지를 융합시켜 만든 도도인가?"
진세언은 엄청난 도의를 드러내 제대로 관찰했다.
두 눈에 무형의 불꽃이 타올랐다.
"비범지도구나. 저자식의 그림과 나의 심혼지도(心魂之刀) 중 어느 것이 강할까?"
그는 한 가지 고질병이 있었다.
전력이 강하거나 비범지도에 오른 존재를 만나면 무조건 그자와 싸워 승부를 내려 했다.
게다가 경지도 누르고 다른 비장의 수도 쓰지 않고 공평하게 싸우려 했다.
가장 중요한 건 꼭 이기려는 것이 아니었다.
겨루기만 하면 이기든 지든 속이 후련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
음양결합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뻤다.
그는 다른 성자, 성녀, 지존방에 오른 존재들, 심지어 주경 강자도 쓰게 보지 않았다.
그가 오만해서가 아니라 그는 자신이 인정한 사람밖에 몰랐다.
진남은 그중의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