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4화 그자들도 왔소
궁양은 한숨을 쉬고 이마를 만지며 말했다.
"맞다. 어제 나는 그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임을 가지려 했다. 그런데 그들은 어제 큰일을 저질렀다."
소혁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수법이 범상치 않다. 어제 태아천궁의 궁주 우풍성제(禹楓大帝)의 딸과 북대종의 종주의 아들이 약혼을 했다. 그런데 약혼 날 밤에 용호가 우풍성제의 딸을 농락했다. 그리고 사마공은 태아천궁 오 대 보고 중 한 개를 훔치고 예전의 세 명의 궁주의 무덤을 팠다."
진남은 입꼬리가 세게 비틀렸다.
'약혼하는 날 밤에 약혼녀와 잤다고? 오 대 보고 중 한 개를 훔치고 궁주의 무덤을 팠다고?'
소혁은 계속 말했다.
"성제대륙 전체가 이 일 때문에 발칵 뒤집혔소. 태아천궁과 대북종도 크게 화를 내고 많은 강자들을 파견해 그들을 쫓고 엄청난 상품을 걸었소."
궁양은 머리가 아팠다.
진남은 눈을 흘기고 말했다.
"일을 저질렀으니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십시오."
소혁은 고개를 저었다.
"이뿐이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일이 발생한 후 대북종과 태아천궁은 계획을 바꾸지 않고 결혼식을 내일로 앞당겼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나와 소 형의 짐작대로라면 용호는 우풍성제의 딸을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 그의 성격에 내일……."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설마……. 약혼녀를 빼앗겠단 말입니까?"
궁양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말하지 않았다.
상황은 매우 분명했다.
용호와 사마공은 경지가 강하고 많은 수단을 장악하여 성제도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태아천궁과 대북종과 비하면 많이 약했다.
약혼녀를 빼앗는다면 결과는 뻔했다.
추문(醜聞, 나쁜 소문)이 생긴 상황에 태아천궁과 대북종이 결혼식을 앞당긴 건 아마 일부러 용호와 사마공을 상대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었다.
소혁은 궁양을 힐끗 보고 정적을 깨고 말했다.
"우리는 지금 용호와 사마공을 찾아야 하오. 그들이 허튼짓을 못 하도록 막아야 하오."
궁양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소 형, 그럴 필요 없소."
소혁은 어리둥절했다.
"궁 형, 무슨 뜻이오? 이는 그들을 공격하기 위한 음모가 분명하오. 그들이 이대로 쳐들어가게 내버려 두면……."
궁양은 진남을 가리켰다.
소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진남을 바라봤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빼앗게 내버려 두시오. 내가 그들을 도와주러 가겠소."
궁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음모인 걸 알았으니 누군가 용호와 사마공을 도와줄 거요."
궁양은 진남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용호와 사마공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진남은 망설임 없이 용호와 사마공의 편을 들 것이었다.
용호가 우풍성제의 딸을 진짜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우풍성제의 딸이 용호를 진짜 좋아한다면 음모이든 아니든 진남은 용호와 사마공이 약혼녀를 빼앗는 걸 도와줄 것이었다.
소혁은 헛기침을 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진 형, 자네가 경지가 대단하다는 걸 아오. 하지만 태아천궁과 대북종이 연합하면 상대하기 어려울 것이오. 약혼녀를 빼앗더라도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 같소."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짓고 손을 저었다.
"괜찮소. 나는 생각이 있소. 하지만……."
진남은 말을 하다 말고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차하계에 돌아온 후 그들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벌써 사고를 쳤소. 그들을 편안하게 할 수 없소. 좀 고생을 시켜야겠소."
궁양과 소혁은 진남의 뜻을 깨달았다.
셋은 진천과 인사하고 덕무원을 떠났다.
* * *
그 시각, 성제대륙의 가장 최고급 세력 중 한 개인 태아천궁!
방대한 기세가 끊임없이 솟아올라 하늘로 쳐들어갔다.
태상장로, 장로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제자들과 여러 세력이 전해온 정보들을 이용해 판을 짰다.
무형의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하지만 아무도 세 개의 형상이 태아천궁의 가장 깊은 곳에 쳐들어온 걸 몰랐다.
가운데의 형상은 몸집이 크고 눈매가 짙고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풍겼다.
태아천궁의 궁주 우풍성제였다.
그는 성제대륙의 서열 사위인 최고급 강자였다.
그의 왼쪽에는 숱이 적은 곱사등 노인이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는 안색이 창백한 청년 액운성이 있었다.
"자네 방금 진남이 한 손가락으로 십이사성(十二邪城)을 파괴하고 기운만으로 사신전을 부쉈다고 했소?"
희미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자세히 보면 오래되고 커다란 도록이 희미하게 보였다.
근원의 힘이 변한 무상천궁도였다.
"맞소!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남은 경지가 그다지 강하지 않소.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창람대륙의 근원의 힘을 일부 얻고 천지원시규칙이 그자를 도와주기 때문일 것이오."
액운성이 원망하듯 말했다.
"일리가 있소."
희미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우리는 진남을 제대로 조사해야 하오. 그자가 구천선역에서 어떤 등급인지 봅시다."
우풍성제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그럴 필요 없소. 나는 온갖 수단을 써 그자를 성제대륙으로 오게 할 것이오. 그렇게 되면 그자는 천지원시규칙의 도움을 받지 못해 경지가 많이 약해질 것이오. 또 그자는 기껏해야 인신 경지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오.
즉, 아무리 강하다 해도 열 명의 인선 경지 정상 강자들의 연합을 당할 수 없을 것이오. 열 명으로 안 되면 스무 명, 서른 명이면 충분할 거요!"
액운성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대가가 너무 크지 않소?"
우풍성제는 미간을 더 세게 찌푸렸다.
"우풍 궁주, 속이지 않겠소. 차하계 전체에서 어느 대륙에서 비월여제 등급의 존재가 나타난 적 있소?"
액운성은 싸늘하게 말했다.
"창람대륙을 차지하게 된다면 좋은 점은 자네는 상상할 수 없을 거요."
우풍성제는 찌푸렸던 미간을 살짝 폈다.
"맞소. 창람을 얻고 대북종과 연합하여 나는 반드시 세 개의 근원의 힘을 가질 거요! 액운성, 이 일은 자네가 진행하시오. 내가 도와주겠소."
무상천궁도가 말했다.
"물론이요. 진남의 내막은 알아봐야 하오. 우풍 자네가 하시오."
액운성과 우풍성제는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같은 시각, 성풍대륙의 최고급 세력, 대북종.
대북종은 건립된 지 천 년이 되지 않았다.
건립한 사람은 구천선역에서 내려온 열 명의 강자들이었다.
나중에 많은 강자들을 끌어들였다.
지금의 성제대륙의 십 대 강자 중에 대북종의 사람이 두 명이었다.
게다가 후에 대북종은 무황신산, 무왕신산의 도움을 받아 실력이 강해졌다.
진남, 궁양, 소혁이 대북종 휘하의 가장 큰 성에 나타났다.
그들은 기운을 거두고 모습을 바꾸어 다른 사람들은 알아볼 수 없었다.
진남은 고개를 쳐들고 바라봤다.
태아천궁은 살기가 천지를 뒤덮었지만, 대북종은 초롱을 달로 오색 끈으로 장식하여 여러 가지 이상이 드러나고 기쁨이 넘쳤다.
용호가 한 짓이 자신들과 아무 상관 없는 것 같았다.
"어때? 용호와 사마공이 여기 있느냐?"
궁양은 전음하고 물었다.
"그들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대북종에서는 많은 판을 짰습니다."
진남은 말했다.
셋은 주루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었다.
결혼식을 치를 때라야 사마공과 용호가 움직일 것이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사방에서 강자들과 여러 세력들의 거물들이 연거푸 허공을 뚫고 대북종에 들어왔다.
마지막에 태아천궁의 사람들도 왔다.
"반 시진 후면 시작하오."
소혁은 낮은 소리로 말하고 손에 든 술잔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렇소. 그자들도 왔소. 우리와 멀지 않소."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주루에서 만 장 정도 떨어진 곳의 매우 시끌벅적한 거리에 두 명의 흑포인이 노점을 차렸다.
"용호, 강자들이 이렇게 왔는데 어떻게 싸우지? 안 되오, 안 되오. 나는 빠지겠소!"
"사마공, 두렵소?"
"허허, 수작 부리지 마시오."
"진짜 갈 거요? 잠깐! 내가 얻은 것들을 전부 자네에게 주겠소!"
"어? 그래도 너무 위험하오. 나는 빠지겠소!"
"사마공, 너무 욕심부리는 거 아니오……? 됐소, 됐소. 일이 끝나면 나머지 지도를 자네에게 주라고 하겠소!"
"오? 용 나리, 명령만 내리십시오."
* * *
반 시진 후 혼례식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대북종의 무황신산, 무왕신산 에서 방대한 신의 빛이 뿜어져 나와 방원 몇만 리를 휩쓸었다.
강한 기세에 많은 무인들이 감탄했다.
그 외에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선악을 연주하고 크고 작은 길에 붉은색 주단을 깔았다.
분위기가 뜨겁고 기쁨이 넘쳤다.
그 시각, 주전 안.
우풍성제는 왼쪽 상석에 앉아 있었다.
오른쪽 상석에는 대북종의 종주 명심성제가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아래에는 두 세력의 많은 강자들이었다.
또 성제대륙의 큰세력들이나 명성이 자자한 무인들이 앉았다.
이번 혼인은 성제대륙의 중요한 모임이었다.
혼례식에 참가한 인신 강자들만 해도 스물다섯 명이 넘었다.
"문고종은 명진공자와 우효우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백성도강도(百聖渡江圖)를 선물합니다."
"임동인신(林動人神)은 심의단(心意丹) 한 알을 선물로 드립니다!"
세력들과 강자들이 연달아 선물을 바쳤다.
이어 성제대륙의 풍속대로 번잡한 인사를 했다.
"신랑 신부를 모시겠소!"
사의가 큰소리로 외쳤다.
북소리, 노랫소리가 순식간에 높아졌다.
우풍성제, 명심성제 등 강자들은 환한 미소를 짓고 바라봤다.
금색 용무늬를 새긴 두루마기를 입고 기세가 높은 청년과 붉은색 봉황을 새긴 두루마기를 입고 피부가 하얗고 예쁘게 생긴 여인이 손을 잡고 나왔다.
청년은 환하게 웃었지만 여인은 무표정하고 얼음처럼 차가웠다.
자세히 본다면 여인의 눈빛에 고통이 가득한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우풍성제는 진짜 지독하구나. 자신의 딸에게 박혼주(縛魂呪)를 걸다니!"
"우효우가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반항할 수 없소. 조종을 따를 수밖에 없소."
"이들은 비밀리에 계획을 짠 게 틀림없소!"
대전의 많은 강자들의 눈에 멸시가 드러났다.
많은 강자들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눈빛이 싸늘해졌다.
태아천궁과 대북종이 연합하여 근원의 힘을 하나 더 얻는다면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천지지도(天地之道)에 절하시오!"
명진공자와 우효우는 동시에 무릎을 꿇고 연속 세 번 절을 했다.
"성제대륙에 절하시오!"
"부부 맞절!"
"결심인!"
의식이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에게 차를 올리시오. 아버지는 덕담 한마디 하시오."
명진공자와 우효우는 선차를 들고 명심성제와 우풍성제의 앞으로 다가갔다.
명심성제는 통쾌하게 찻잔을 받고 환하게 웃으며 좋다를 연거푸 외쳤다.
하지만 우효우는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새하얀 손가락으로 선차를 꽉 잡고 암암리에 느껴지는 힘을 버티며 찻잔을 건네지 않았다.
"하하하, 부끄러워하기는."
우풍성제는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선차를 한 모금 마셨다.
또 우효우의 오른손을 잡아 명진공자의 손에 얹으며 진중하게 말했다.
"명진아, 우는 이제부터 너에게 맡긴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진정한 도……."
우효우의 눈빛은 생기가 없이 어두워졌다.
이 순간 대전 밖에서 강한 기세가 폭발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용 울음소리가 터지고 모든 북소리와 노랫소리를 덮었다.
휙-!
마치 끝없는 지옥에서 꺼낸 것 같은 검이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뚫고 우풍성제를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