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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83화 (1,083/1,498)

1083화 불효자가 왔습니다

진남은 떠난 후 궁양에게 함께 가자고 전음했다.

차하계의 끝없는 어둠 속에 삼백여 개의 대륙이 떠 있었다.

진남은 전에 남천문을 부순 후 진천과 함께 많은 대륙을 방문했었다.

성제대륙만 한 번도 간 적 없었다.

여섯 시진이 지난 후 성제대륙의 이름 없는 산맥에 진남과 궁양의 형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진남은 주위를 둘러보고 감탄했다.

'성제대륙은 다섯 개 대륙의 우두머리가 맞구나. 성제대륙의 근원의 힘은 창람과 다른 대륙은 비교가 안 된다. 이미 다른 경지에 도달했다.'

대륙은 근원의 힘이 강할수록 동천복지, 천재지보, 무형의 기운 등이 더 많았다.

강자나 천재가 태어날 기회도 더 컸다.

진남은 무언가 발견하고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이 대륙의 근원의 힘은 열세 개로 나뉩니다. 아주 난잡하고 완전하지 않습니다."

궁양은 말했다.

"맞다. 이 때문에 구천선역의 많은 무인들은 차하계에 오면 성제대륙을 눈독 들인다. 대륙의 여러 세력들은 얽히고설켜 매우 복잡하다. 세력들 중에 가장 최고급 세력은 태아천궁(太阿天宮)이다. 성제대륙의 십 대 강자 중 네 명이 태아천궁에 속하고 또 태아천궁도(太阿天宮圖)도 있다. 지도는 열세 개의 근원의 힘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 변한 것이다."

진남은 바로 깨달았다.

태아천궁도는 예전의 제방, 신방, 남천문과 비슷했다.

가장 먼저 영지와 영체가 생기고 다시 다른 강자들과 연합하여 다른 근원의 힘을 삼키려 했다.

다만 성제대륙의 무도규칙은 변하지 않고 지금의 창람과 미묘한 차이밖에 없었다.

"액운성은 선임 태아천궁의 궁주의 아들이다. 그는 근원의 힘을 얻으려 창람대륙에 갔다. 태아천궁이 배후에서 지지해주고 있을 것이다."

궁양은 말했다.

그가 진남에게 이런 것들을 말해주는 건 진남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조금도 진남을 걱정하지 않았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짝 쳐들고 앞을 보며 말했다.

"궁 형, 친구가 왔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허공에 흰색 두루마기를 입고 눈썹이 날카롭게 추켜 올라가고 짙은 서생 기운을 풍기는 중년 사내가 웃으며 걸어 나와 공수했다.

"나는 소혁(蕭?)이오. 궁 형이 성제대륙에 왔단 말을 듣고 마중 왔소. 진 형, 갑자기 나타났다고 화내지 마시오."

궁양은 진남에게 전음했다.

"이자는 성제대륙의 십 대 강자 중 한 명이다. 악록서원(嶽麓書院)을 창립하여 천하의 제자들을 모집했다. 중립을 지키고 본원대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숙부는 악록서원에서 몽사(蒙師, 계몽 교육을 하는 선생)를 맡고 있다. 열 살 전후의 아이들에게 계몽 교육을 하고 그들이 무도의 길에 들어서도록 이끌고 있다."

진남은 공수하고 웃으며 말했다.

"소 형. 아버지를 돌봐줘서 고맙소."

소혁은 고개를 젓고선 화제를 돌렸다.

"진 형은 우선 풍경을 둘러보고 싶소, 아니면 숙부를 뵈러 가겠소?"

"아버지를 뵈러 가겠소."

"좋소, 내가 두 분을 안내해주겠소."

소혁의 안내 하에 잠시 후 셋은 한 고성에 도착했다.

다른 성과 달리 고성의 궁전 대부분은 이미 서원으로 변했다.

연무장에서는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이 열심히 몽사들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진짜 보기 힘든 것이었다.

"진 형, 숙부는 덕무원(德武院)에서 몽사를 맡고 있소. 나는 두 분과 함께 가지 않겠소. 무슨 일 있으면 이 영패로 전음하시오."

소혁은 진남에게 영패를 한 개 건넸다.

진남은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궁양과 함께 기운을 거두었다.

"용호와 사마공을 불러올까?"

궁양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이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진남은 입을 삐죽거리고 말했다.

"됐습니다. 그들이 오면 시끄러울 겁니다. 나중에 봅시다."

둘은 걸으며 덕무원 안으로 들어갔다.

"명심하거라. 무도의 길은 매우 길다. 너희들은 경지가 생긴 후에 만약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나면 놓치지 말거라. 도려가 되어 서로 도와줄 수 있다. 기회를 놓치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너희들에게 제대로 말하겠다. 내 아들이 바로 미련하여 기회를 놓쳤다. 수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혼자……."

귀밑머리가 희고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사내가 죽권(竹卷)을 들고 가슴 아픈 듯 말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서른여 명의 어린이들은 큰소리로 웃었다.

그들은 진천 몽사가 아들에 대해 말하는 걸 듣는 것이 재미있었다.

궁양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진남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아버지가 아직도 원망하고 있을 줄 몰랐다.

"진천, 자네 또 헛소리하고 있소!"

이때, 기분 나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보라색 두루마기를 입은 뚱뚱한 중년 사내가 큰 걸음으로 걸어왔다.

"얘들아, 진천이 헛소리하는 걸 듣지 말거라. 무도의 세계에서 사랑 따위는 신경 쓰지 말거라! 실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중년 사내는 크게 호통쳤다.

서른여 명의 아이들은 대답하지 않고 눈이 휘둥그레져 사내를 바라봤다.

진천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물었다.

"이석(李碩) 도우, 무슨 일로 왔소?"

악록서원은 평화로웠다.

하지만 사람이 있는 곳이면 경쟁이 있었다.

진천이 그동안 키운 제자들이 이석보다 훨씬 더 많았다.

때문에 이석은 불만을 품고 가끔씩 와서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진천은 이석이 마음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

이석은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쳐들고 말했다.

"얼마 전에 내 아들은 무신 강자로 진급하여 대북종(大北宗)의 내문 장로가 되었소."

서른여 명의 아이들은 순식간에 감탄하고 부러웠다.

대북종은 성제대륙에서 가장 최고급 세력 중 하나였다.

태아천궁보다 조금 약했다.

진천은 공수하고 말했다.

"진짜 잘 됐소. 축하하오!"

이석은 진천이 놀랐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자네는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소? 기회가 되면 자네의 아들도 불러오시오. 내가 아들에게 자네의 아들을 봐주라고 하겠소."

진천은 웃으며 손을 젓고 말했다.

"번거롭게 굴 것 없소. 그 아이는 성제대륙에 없소."

이석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

"괜찮소. 시간 맞춰 오라고 하면 되오. 어려울 것 없소! 설마 자네의 아들은 벌써 구천으로 가서 올 수 없소?"

그는 자신의 아들이 가문을 빛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아들이 조상의 덕을 입어 하늘로 솟아올랐는데 어찌 이 기회를 놓칠 수 있을까?

그의 제자들은 진천의 제자들보다 약해도 아들은 진천의 아들보다 훨씬 훌륭했다.

진천은 살짝 그늘진 기색을 보였다.

'진남은 구천에서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구나.'

"그런 건 아니오. 그 아이가 어디 있는지 나도 모르오."

진천은 고개를 젓고 말했다.

그는 진남의 말을 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진남의 흑역사거나 어눌한 점들을 말했을 뿐 진남의 경지와 다른 것에 대해서는 말한 적 없었다.

그는 이미 나이가 들어 높은 무도 경지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몽사나 하고 싶었다.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그는 무조의 경지로 진급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석은 조롱하듯 말했다.

"아버지라는 자가 아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다니. 자네 아들은 불효자군. 됐소. 그럼 아들은 부르지 마시오."

진천은 안색이 싸늘해져 말했다.

"이석 도우, 내 아들을 불효자라고 하면 가만있지 않겠소."

그는 다른 건 따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남을 비방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이석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

"왜? 내가 틀린 말을 했소? 자네의 아들이 효심이 있다면 어찌 자네에게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지 않았겠……."

이때 누군가 그의 말을 잘랐다.

"아버지, 제가 돌아왔습니다."

진남과 궁양이 멀리서 걸어왔다.

진천은 어리둥절하여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진남을 보자 진천은 손바닥이 떨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저 녀석이 드디어 돌아왔구나!'

"너 왜 꼴이 이렇게 되었느냐?"

정신을 차린 진천은 감정을 추스르고 물었다.

"공법을 수련하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진남은 설명했다.

"그럼……."

진천이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이석이 끼어들었다.

"시기가 딱 맞구나. 우리는 좀 전까지 너를 불효자라고 했다. 그런데 네가 돌아왔구나."

그의 눈에 조롱의 빛이 더 짙어졌다.

'진천의 아들은 매우 평범한 것 같다. 진천은 아들이 연회에 참석하여 비교를 당해 큰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되어 일부러 아들을 찾을 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이제야 아버님을 뵈러 왔습니다. 저는 진짜 불효자입니다."

진남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석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다. 진천은 줄곧 너를 칭찬했다. 너는 지금 어느 세력에 속해있느냐?"

'칭찬하기는 무슨…….'

진남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옅은 미소를 짓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지금은 궁우태황종의 진전제자입니다."

이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궁우태황종? 이건 무슨 세력이냐? 이름은 패기 있구나. 하지만 다른 대륙의 세력인 것 같구나!"

그는 감탄했다.

"진천, 자네 아들을 잘 가르치게. 이런 품격이 낮은 소세력은 들어갈 필요 없소. 젊은이들은 큰세력에 들어가야 기회가 생기오. 자네의 아들은 아직 천부가 부족하고 경지가 낮은데 괜찮소. 자네의 아들을 대북종의 외문제자로 받아들이라고 내 아들에게 부탁하겠소."

궁양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구천선역의 십사 대 무상도통 중 한 개인 궁우태황종을 이석이 품격이 낮은 소세력이라고 하다니. 궁우태황종에 전해지면 종문의 제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진남은 손을 젓고 말했다.

"폐를 끼칠 필요 없습니다. 이석 도우, 나는 아버지와 회포를 풀고 싶습니다. 자리를 비켜주실 수 있습니까?"

이석은 기분이 나빠졌다.

'기회를 주겠다는데 내 마음을 몰라주고 비켜달라고?'

"주제를 모르는군!"

이석은 입을 삐죽거리고 옷자락을 젓고 돌아서 떠나갔다.

계속 있는 건 아무 의미 없었다.

"진남, 선배님을 존중하거라. 말투가 그 모양이냐?"

진천은 진남을 흘겨보고 말했다.

"됐다. 나를 따라 방으로 들어오거라. 네가 겪은 일들을 말해보거라."

방 안으로 돌아온 후 셋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묘묘 공주와 강벽난이 부활했다는 말을 듣고 진천은 흥분했다.

이어 몇 시진이나 진남을 훈계했다.

그녀들을 놓쳤었고 이제 부활했는데 왜 바로 도려를 맺어 진씨 가문을 위해 뒤를 잊지 않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아버지의 훈계를 들으며 진남은 머리가 아프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마지막에 한꺼번에 몇 가지를 맹세해서야 진천은 그를 놔줬다.

진남은 곧 겪게 될 위험과 모든 일을 잊고 조용히 진천과 함께 있으며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오붓한 시간을 즐겼다.

* * *

이틀 후 궁양과 소혁이 왔다.

"진남, 우리는 나가봐야겠다."

궁양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네? 무슨 일입니까?"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문득 무언가 생각난 듯 깜짝 놀라고 물었다.

"설마 용호와 사마공 그들 때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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