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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18화 (1,018/1,498)

1017화 예전 일의 재현

육합금구의 입구는 대형 전장으로 변했다.

이곳의 소식은 여러 세력과 무상도통에 빠르게 전해졌다.

거물들은 깜짝 놀랐다.

대부분 세력들이 긴급회의를 하고 비밀 담화를 진행했다.

특히, 농염족과 극생문 등 아홉 세력은 엄청 화가 났다.

"우리 농염족은 많은 족인들이 희생되고 오랜 풍상고초를 겪어 오늘 이 자리에 오르게 되었소. 그자가 누구든, 설사 주선이라도 대가를 치르게 할 거요!"

"이 일은 이대로 넘어갈 수 없소. 반드시 끝까지 따져야 하오!"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하는군! 우리를 밟고 올라가겠다고? 어림없소!"

"모든 무인들에게 준비를 하라고 알리거라. 너희 다섯 명은 나와 함께 노조를 모시러 가자!"

아홉 세력은 대단한 잠재력을 드러냈다.

종지, 족지의 깊은 곳에서 하늘을 찌르는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하하하, 네가 아직 살아있다니! 제대로 한번 싸워보자!"

구천선역의 아무도 없는 땅의 방대하고 시뻘건 호수에서 커다란 손발이 뻗어 나왔다.

선산 같은 형상이 호수에서 일어섰다.

"그자는 십 대 주선은 다 죽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살아있다고 했다. 그게 진짜일 줄이야. 잘됐다. 나는 그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매우 궁금하다. 네가 나에게 답을 말해주길 바란다!"

끝없이 방대하고 옅은 금색을 띤 신비한 바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에 많은 해수들이 깜짝 놀랐다.

동시에, 선광이 반짝거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백골로 이루어진 강에서 무척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태고금기는 어둠 속에서 시뻘겋고 커다란 눈을 천천히 떴다.

"십 대 주선, 오랜 시간이 지났다. 너희들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했구나! 나의 힘은 주선불사산에 있는 그자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서열 육 위인 너는 죽일 수 있다!"

백골들이 강에서 일어섰다.

퍼퍼퍼펑-!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백골들은 흰색 선광으로 변하더니 한데 뭉쳐 오래된 제단을 만들었다.

* * *

그 시각, 궁우태황종, 제삼 소세계의 한 정원.

"이번에 주선이 나타나면서 많은 주경의 거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구 대 세력의 거물들도 있고, 사라졌던 거물들도 있고, 태고금기의……."

장소지존은 여기까지 말하고 숨을 고르더니 계속했다.

"기껏해야 반 시진이면 제사 소선역의 육합금구는 매우 대단한 전장으로 변할 것입니다."

장소지존의 앞에 앉아있던 스승이라 불리는 노인은 한숨을 쉬고 물었다.

"이 일은 참견하면 안 된다. 진남은 지금 어떤 상황이냐?"

장소지존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진남은 주선에 의해 갇혔습니다. 이번 일 때문에 많은 세력들이 이미 진남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남에 관한 정보들은 이미 거물들에게 전해졌을 겁니다."

이렇게 많은 지존이 참가한 전장에서 보잘것없는 천선 경지가 지명을 당했으니 진남의 모든 걸 숨기는 건 불가능했다.

노인은 웃더니 표정이 엄숙해졌다.

"어찌 됐건 진남은 우리 궁우태황종의 사람이다. 우리는 그를 도와 주선을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진남은 육합금구에 온 후로 너무 많은 괴롭힘을 당했다. 비월의 판단에 따르면 진남은 이제 곧 폭풍을 벗어날 것이다. 너는 어서 사람을 파견해 그를 데려오거라. 절대 다른 세력이 그를 공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형세가 혼란스럽고 짐작할 수 없었다.

* * *

시간이 꽤 지난 후, 수피화권이 한 일들이 구천선역 전체에 퍼졌다.

무인들은 시끌벅적했다.

육합금구에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 나타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었다.

수피화권은 목적을 이루었다.

무인들 대부분은 이제 곧 성립될 열네 번째 무상도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력이 금방 탄생했을 때는 좋은 기회였다.

기회를 잡는다면 한 번에 경지가 높아질 수도 있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렀다.

폭풍우의 중심인 육합금구의 입구에서 싸움은 계속되었다.

수피화권이 드러낸 만법불침성체는 매우 대단했다.

다섯 명의 노인과 지존들은 아직까지도 약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수피화권도 우세를 차지했을 뿐 그들을 격파할 수 없었다.

다섯 명의 노인의 말대로 그는 아직 경지가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했고 주경도 아니었다.

"응?"

수피화권은 무언가를 느끼고 더 밝게 웃었다.

"너희들은 운이 좋구나. 나는 너희들과 장난할 시간이 없다. 나중에 보자."

그는 손을 저어 진남과 입도지존을 감싸더니 몸을 날려 엄청난 속도로 육합금구의 깊은 곳으로 되돌아갔다.

"가려고?"

머리카락이 불과 같이 시뻘건 노인의 눈에 화염이 드러났다.

"잠깐, 족에서 소식이 왔소. 우리는 선배님들께서 도착하신 후에 들어가도 늦지 않소.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가면 저들의 함정에 빠질 수 있소."

한 노인이 말했다.

머리카락이 시뻘건 노인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어 계속 쫓지 않고 걸음을 멈추었다.

* * *

진남과 입도지존은 시선이 흐릿해졌다.

잠시 후, 시선이 뚜렷해지자 입도지존은 눈빛이 묘해졌다.

"우리는 천문 안으로 들어왔다."

진남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앞은 끝없이 넓은 상고 전장이었다.

땅에는 태고의 용 같은 골짜기가 가득했다.

골짜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단했다.

눈빛이 닿는 사방의 끝에는 방대한 선광이 반짝거렸다.

대단한 전승이나 지보가 나타난 게 분명했다.

수피화권은 선광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소매를 저어 진남 등의 몸에서 반짝이던 후광을 물리치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도와 한 가지 일을 처리해주거라. 일이 끝나면 너는 가도 된다."

보천정 안의 명망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근거리던 심장도 잠잠해졌다.

입도지존은 수피화권이 진남을 대하는 태도가 기이했다.

'분명 진남을 싫어하는데 왜 진남을 공격하지 않는 거지?'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구홍을 풀어줄 수 없습니까?"

진남은 수피화권을 주시했다.

"구홍은 풀어줄 수 없다. 나중에 너와 구홍이 내 앞에서 연극을 해야 한다고 했잖느냐."

수피화권은 귀찮은 듯 말했다.

"나의 목적을 말해줄게. 나는 너의 식해 속의 백남지화로 한 가지 물건을 영향 주어 그것을 열게 할 것이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아쉬운 듯 말했다.

"그 물건은 아직 성숙하지 않아 강제로 빼앗을 수 없다. 그런 지보를 잠시 너 같은 폐물의 체내에 둘 수밖에 없다니."

진남은 폐물이라는 두 글자를 오랫동안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이미 수피화권을 자신의 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수피화권도 진남이 매우 싫었지만 진남에게 무언가를 증명해 보이고 싶어 그를 공격하지 않았다.

물론 백남지화 때문일 수도 있었다.

입도지존은 화가 나 물었다.

"진남이 폐물이라면서 너는 왜 백남지화를 얻지 못했느냐? 그럼 넌 폐물보다도 못하잖아?"

수피화권은 화를 내지 않고 조롱하듯 말했다.

"너의 말이 맞다. 어떤 면에서 나는 폐물만도 못하다. 어차피 이 폐물의 전생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여기까지 말한 그는 정신이 번쩍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백남지화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는 자신의 전생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수피화권의 태도를 보니 지금은 말해주지 않을 게 뻔했다.

또 그의 지금의 경지로 수피화권에게 상처를 조금도 입힐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 이해하고 꿰뚫어 볼 수밖에 없었다.

수피화권은 진남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말해줘도 된다. 이 꽃은 만법불침성체와 함께 자란다. 매우 기이한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 때문에 만법불침성체가 제일체라는 보좌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형님은 무주궁도를 너에게 남겨주지 않았다. 아니면 무주궁도의 힘으로 그것을 원만 경지에 도달하게 했을 것이다."

무주궁도를 말할 때 그는 눈빛이 뜨거워졌다.

이것이 그가 진남을 살려준 이유였다.

진남은 아직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형님이 나중에 진남이 얻을 수 있도록 판을 짰을 것이었다.

무주궁도는 주인의 본명지보였다.

"어떤 능력입니까?"

진남은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해줄 것 같으냐?"

수피화권은 멸시하는 표정으로 진남을 보며 말했다.

"헛소리하지 말거라."

그가 손을 젓자 방대한 무형의 힘 두 개가 진남과 입도지존에게 떨어졌다.

셋은 엄청난 속도로 전장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진남은 더 묻지 않고 주위의 풍경을 둘러봤다.

잠시 후 그는 왜 그토록 많은 구천지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천문의 깊은 곳으로 들어오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형태가 기이하고 엄청난 선광이 반짝이는 법보들에서 천지를 파괴할 것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법보들은 도기를 훨씬 초월한 존재였다.

진남은 다른 천재지보들과 전승을 잘 몰랐다.

기운의 강도에서 법보들을 초월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대단한 보물지였다.

물론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암암리에 숨어 있는 살기와 금제들 그리고 깊이 잠들어있는 거물들은 전부 비할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수피화권이 나서지 않았다면 입도지존의 경지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그들은 이렇게 쉽게 깊은 곳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도착했다."

시간이 꽤 흐른 후 수피화권은 걸음을 멈추었다.

진남과 입도지존은 자신들이 시커먼 수림에 도착했고 수림 끝에 높이가 천 장 되고 녹슨 자국이 가득한 동문이 우뚝 서 있는 걸 발견했다.

동문 가운데는 '무상'이라는 두 글자가 쓰여 있었다.

무상 동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흑포인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조각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남 등이 왔지만 그들은 눈빛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들은 피천고교의 무인들이었다.

그중 두 명은 구천지존인 거장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패자 등급의 존재들이었다.

"너 지금 바로 동문 아래로 걸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거라. 다른 일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거라."

수피화권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 가지만 명심하거라. 나는 이미 너에게 수고비를 지불했다. 그러니 다른 생각하지 말거라. 아니면 네 여인을 죽여버리겠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동문 아래로 걸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구리거울, 어떻게 할까요?"

진남은 전음했다.

"나는 아직 무상지문의 내력을 모른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있다. 예전의 일을 다시 드러내는 건 예전의 일을 재현하기 위해서이다."

비월여제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즉, 수피화권이 여기 들어온 건 예전의 일을 재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너는 수피화권이 말한 대로 하거라."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월여제의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비월여제를 굳게 믿었다.

* * *

시간이 조금씩 흘러 반 주 향이 타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외부에는 폭풍이 계속 휘몰아쳤다.

다만 이것들은 육합금구와 아무 연관이 없었다.

육합금구는 오히려 전에 없이 조용했다.

시간이 꽤 지난 후 천문 깊은 곳의 시커먼 수림 속의 차갑고 죽은 듯이 조용하던 무상동문은 백남지화의 영향을 받아 반응이 일어났다.

오래된 무늬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매우 오랜 도안들이 점차 나타났다.

도안들은 매우 기이한 시공의 기운을 풍겼다.

피천고교의 구천지존, 패자들은 모두 기뻤다.

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며 끊임없이 절을 했다.

"저걸 앞당겨 깨우다니. 그럼 나의 입도지존 동부가 반응을 일으킨 것도 백남지화 때문이 아니냐?"

입도지존은 눈을 반짝거렸다.

진남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눈에 묘한 빛이 스쳤다.

"다음에 너를 데리고 갈 곳이 있다."

그곳의 기묘함이 생각났는지 입도지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응? 태고금기가 빨리 왔구나."

줄곧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하던 수피화권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차가운 살기를 조금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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