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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17화 (1,017/1,498)

1016화 전생 육신

불과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이 물었다.

"우리 아홉 세력이 선배님에게 원한을 산 일이 있습니까? 왜 이곳에서 저들의 목을 자른 겁니까?

선배님의 실력은 확실히 대단합니다. 전성기였다면 그 경지에 이르렀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살펴본 바에 의하면 실력을 아직 채 회복하지 못하고 그 세계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홉 세력을 자극해서 정말 싸운다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겁니다."

수피화권은 살짝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상고 차를 다 마시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 나는 아홉 세력과 원한이 없다. 그렇지만 너희가 운이 안 좋은 거 어떻게 하느냐? 나는 이 세상에 방금 다시 돌아왔다. 그러니 물건을 요구하고 내가 아직 안 죽었다는 걸 구천선역에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

열네 번째 무상도통이 성립되었다. 진심으로 너희들이 가입하기를 기다린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청천벽력이었다.

'무상도통! 신비한 청년이 무상도통을 만들었다!'

무상도통은 명의상 구천지존이 만들 수 있지만, 세력의 실력과 축적된 힘이 엄청난 경지에 이르러야 했다.

상고 시기부터 몇백, 몇천 만개의 무상도통이 서로 뽐냈지만, 세월이 지나 이제 열세 개의 무상도통이 되었다.

더욱이 열네 번째 무상도통이 만들어지면 평형이 깨지고 싸움이 일어날 수 있었다.

열네 번째 무상도통을 만드는 일이 아홉 세력에게는 낯선 일이 아니었다.

다만, 구천선역을 충격에 몰아넣고 모두를 추측하게 만든 행동이 고작 무상도통을 건립하기 위해서라면 어이가 없었다.

이것은 그들을 무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면도발이었다.

아홉 개의 세력을 발밑에 두고 마구 밟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흙으로 만든 인형도 이런 상황에서는 화가 날 만했다.

아홉 세력은 오랜 세월을 내려오고 수많은 의지를 전승한 큰 세력이었다.

"선배님, 그렇다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피 값은 피로 받아야지요."

다섯 노인은 차갑게 말하고 살기를 드러냈다.

살기가 천지를 감싸고 허공 영기 등이 혼란스럽게 변했다.

상고의 재난이 나타난 것 같았다.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 지존들은 기세를 드러냈다.

그들의 기세에 사방이 흔들렸다.

섬과 배에서 눈부신 도광이 빛나고 신위를 모으기 시작했다.

"싸움이 시작된다!"

"이곳을 떠나자!"

고성의 무인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천지를 없앨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 그들은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가서 시체를 가져오마."

입도지존은 정신을 차리고 손가락을 휘둘렀다.

수많은 도의들이 상고의 용처럼 앞으로 날아가 다섯 구의 시체를 감쌌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쓰는 것은 시끄러움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머뭇거리지도 않았다.

"누가 감히 시체를 훔치느냐!"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 구천지존들이 발견했다.

화를 풀 데가 없었던 그들은 화를 전부 드러냈다.

그들은 법인을 만들고 무상도술을 사용했다.

"이런!"

명망은 놀라서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이렇게 많은 도술에 맞으면 그는 산산조각 날 것 같았다.

입도지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법인으로 공격을 막았다.

"응?"

수피화권은 이상함을 느끼고 주변을 살폈다.

진남을 발견한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천문이 왜 미리 열리나 궁금했는데 너 때문이었구나."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갔다.

천지의 모든 것들이 색을 잃고 회색으로 변했다.

천지를 없앨듯한 무상도술들도 시공간에 묶인 것처럼 전혀 움직임이지 않았다.

"도우들, 잠시만. 내 체면을 좀 봐주겠느냐? 싸움을 벌이기 전에 처리해야 될 일이 있다."

수피화권은 살짝 웃었다.

그의 목소리에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는 것 같았다.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 지존들 그리고 입도지존까지 행동을 멈추었다.

"진남, 내가 누군지 아느냐?"

수피화권은 진남의 위쪽으로 날아왔다.

내려다보던 그는 진남의 경지가 많이 드러난 것을 확인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홉째가 남긴 물건을 가지고도 아직 패자가 되지 못하다니!'

"진남?

전장을 떠나던 축강선왕, 고종선왕, 고름 선왕 등과 천신들 그리고 맹구궁, 억지로 이곳에 온 축염, 고소요, 육경음 등 절세천재들이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입도지존과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도 어안이 벙벙했다.

'내력이 신비하고 경지가 대단한 청년이 진남과 아는 사이인가? 청년의 말투를 들어보니 얕은 사이는 아닌 것 같아.'

"대체 진남이 누구냐?"

다섯 노인은 청년의 신분과 내력 때문에 화를 참았다.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혹시 구홍을……."

진남은 수피화권을 노려보았다.

"걱정 말거라. 아무 일도 없다. 그냥 조종할 뿐이다. 저자를 바둑알로 데리고 있다가 너희 둘에게 나를 즐겁게 하는 일을 시킬 것이다."

수피화권은 직접 말하지 않고 웃으며 전음했다.

"마침 네가 있으니 나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다오. 그 두 여인을 살리려면 시체가 필요하지? 구천지존들의 시체는 너에게 주는 수고비다."

수피화권이 손을 휘두르자 열 구의 구천지존의 시체가 빛으로 변해 진남의 저장주머니로 날아들었다.

동시에 그는 손을 내밀어 진남을 잡았다.

진남은 안색이 변해서 저항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진남!"

입도지존은 안색이 확 바뀌었다.

"응? 너 진남과 사이가 좋구나? 반려자냐? 그럼 함께 오너라."

수피화권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손을 내밀었다.

천지가 꺼지고 선의가 무너지며 무형의 힘이 입도지존을 제압했다.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다.

"세상에……."

축강선왕 등과 맹구궁 등 절세천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대단한 자와 친밀한 사이일 줄 몰랐다.

"허, 오해하지 말거라. 나와 진남은 아무런 친밀함이 없다. 진남을 죽이는 자에게는 큰 선물도 주겠다."

수피화권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남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게 싫었다.

설명을 마친 그는 다섯 노인과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을 보았다.

그는 일렁거리는 황하 위로 날아가서 냉담하게 말했다.

"너희들이 끼어드는 순간 도망갈 기회는 없다. 어떻게 죽고 싶으냐?"

다섯 노인은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머리카락이 불과 같은 노인이 냉소를 지었다.

"선배님, 너무 오만합니다. 누가 죽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말을 마치자 진기가 사방을 휩쓸었다.

다섯 노인과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은 바로 싸울 태세를 취했다.

무인들은 더 머무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이곳을 떠났다.

패자들도 무지갯빛으로 변해 허공으로 사라졌다.

축염, 고소요, 육경음 등은 떠나기 전에 진남을 힐끗 쳐다봤다.

맹구궁은 중얼거렸다.

"저 녀석의 액운지체는 엄청 강하구나. 스스로에게도 액운을 불러오다니. 이런 폭풍에서 살아남기를 바란다……."

맹구궁은 아직 진남과 겨뤄보지 못했기에 많이 아쉬웠다.

진남은 정신이 들었다.

그는 육합금구의 대이변에 수피화권까지 엮이고 큰 사건으로 번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수피화권이 그와 입도지존을 가뒀기에 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열 구의 구천지존 시체를 얻을 수 있었다.

구홍을 생각하면 그는 화가 났다

옆에 있던 입도지존은 진남이 지금 상황을 걱정하는 줄 알고 보드라운 손을 내밀어 꽉 안았다.

"꼬마 부군, 걱정 말거라. 저놈이 우리를 가둔 목적이 있을 테니 우리를 다치게 하지는 않을 거다. 너를 공격하려면 나를 먼저 거쳐야 한다."

명망은 눈을 흘겼다.

'그런 말은 상황을 봐가면서 하지.'

진남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도 알아. 조종당한 청년은 구홍인데 내 동생이다. 어떤 방법으로 그를 구하고 우리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생각했어."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피화권은 실력이 강했다.

그들의 실력으로 절대 벗어날 수 없었다.

입도지존도 미간을 찌푸렸다.

"벗어날 방법은 시도해볼 수도 있어.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냉랭한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수피화권이 너를 잡아두고 시체도 준 걸 보면 의도가 있다. 잠시 떠나지 말거라. 나중에 무슨 의도인지 알아보고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가 너희를 공격하면 내가 나서겠다."

비월여제였다.

그녀는 이곳의 모든 것을 주목하고 있었다.

진남은 당황했다.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더 좋은 방법이 없었다.

전신각인을 사용한다고 해도 구홍을 구하지 못할 수 있었다.

이때 수피화권의 비아냥이 진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진남, 너는 윤회를 거쳐 다시 태어났다는 놈이 여전히 본질을 못 고치고 여자를 좋아하는구나. 네 재능은 놀랍다. 큰형님보다 약하지 않다. 네 전생의 육신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오늘 보거라."

진남은 깜짝 놀라서 수피화권을 바라보았다.

'수피화권의 육신이 내 전생의 육신이라고?'

엄청난 싸움 중에 불과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의 기운이 폭등했다.

그의 몸에서 눈부신 도광이 펼쳐졌다.

그는 손을 뻗어 꽉 잡았다.

수피고권의 위쪽 허공이 보라색, 적색, 금색 세 가지 색이 모인 불꽃으로 변해 쏟아졌다.

그러자 진남의 화도선염선력이 갑자기 들끓었다.

마치 싸우고 싶은 상대를 만나서 흥분하는 것 같았다.

"농염족은 하늘의 사랑을 받은 종족이다. 서열 일 위인 삼진도염을 잘 연마하면 화도선염과 비슷하거나 더 강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대성까지 연마하지도 못하고 나를 상대하려고 하다니 우습다."

수피화권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아무런 법인도 만들지 않고 법보를 사용하지도 않고 막았다.

그의 몸 겉면에 옅은 옥빛이 씌었다.

삼진도염은 옥빛을 마구 삼켰다.

기이한 장면이 나타났다.

수피화권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선포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이마에 땀 한 방울도 맺히지 않았다.

"이게……."

다섯 노인과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은 경악했다.

"대단한 육신이다."

입도지존은 두 눈에 빛이 돌았다.

"진남, 보았느냐? 네 전생의 육신은 상고제일체인 만법불침성체(萬法不侵聖體)이다."

수피화권은 고개를 젖히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천지 사이에 유일한 진짜 선인이 된 것 같았다.

아무런 도술도 사용하지 않고 육신의 힘으로 적들을 상대했다.

"저게 내 전생의 육신이라고?"

진남은 왠지 답답했다.

그는 수피화권의 육신을 보며 익숙한 느낌도 없고 질투나 부러운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배신을 당하고 수피화권이 대역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몸은 이상하오. 가까이에서 싸우면 안 되겠소. 자네들은 비법을 사용하여 저자를 묶어두시오. 내가 선술로 육신의 약점을 찾아보겠소."

"너희들은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종문에 보고하거라."

"난왕지존, 경중지존 너희 둘은 피천고교를 잘 살피거라. 그들이 습격하지 못 하게 하거라."

불과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수피화권이 잡아둔 진남과 입도지존을 힐끗 보더니 또 전음했다.

"기회를 봐서 진남을 구해내시오."

다른 네 명의 노인과 구천지존들은 눈치가 빠르고 경험이 풍부했다.

그들은 불과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노인의 명령에 따라 흩어져 상고지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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