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8화 마기 반응을 따라서
"너는 태고금기와도 원한이 있느냐?"
입도지존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태고금기는 내력이 어떻습니까?"
진남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희들은 궁금한 것이 진짜 많구나. 그러나 너희들이 무상지문을 연 걸 봐서 말해줄게. 우리 십 대 주선은 같은 세력이 아니다. 하지만 태고금기와는 천적이다."
여기까지 말한 수피화권은 귀찮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은 내력이 별로 대단하지 않다. 창(?) 아래에서 가장 사람을 잘 무는 개일 뿐이다."
'창?'
진남과 입도지존은 서로 쳐다보았다.
상대방의 눈에서 의문을 발견했다.
입도지존은 제일지존에 등극할 뻔한 인물이기에 비밀의 대부분을 잘 알았다.
하지만 창이란 이름은 처음 들었다.
"너희들은 창에 대해 알 필요 없다. 묻지 말거라."
수피화권은 손가락을 튕겨 옥간을 꺼내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이건 나가는 지도다. 너희들 스스로 가거라. 빨리 움직여야 한다. 태고금기에 발견되지 말거라. 너희들은 이미 천문 깊은 곳까지 왔다. 때문에, 지도를 따라가야 한다. 아니면 다른 곳에 들어가면 아무도 너희들을 지킬 수 없다."
진남은 옥간을 훑어보며 길을 기억했다.
그러고는 입도지존과 함께 시커먼 수림에서 벗어났다.
깊은 곳에서 일어날 일들이 궁금했지만, 그는 참가할 실력이 안 되었다.
지금은 천문 깊은 곳에서 나와 육합금구를 떠나 묘묘 공주와 강벽난을 부활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들이 떠나자 수피화권의 옆에 희미한 형상이 나타났다.
희미한 형상은 쉰 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무상지문의 뒤에 있는 물건이 예전의 싸움을 재현할 수 있다고 확신하오?"
수피화권은 담담하게 말했다.
"피천조교, 자네도 예전의 싸움을 알겠지? 자네는 구천선역에 그걸 보관하거나 드러낼 자격이 있는 물건이 있다고 생각하오?"
피천조교는 말문이 막혔다.
수피화권이 다시 말했다.
"자네들은 단지 잔혼 등이 필요할 뿐이오. 그것의 행방은 알아낼 수 있을 거요."
피천조교는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오. 우리 피천조교는 아직은 주선과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소."
수피화권은 어깨를 으쓱했다.
긴말하고 싶지 않아 무상지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더니 눈빛이 뜨거워졌다.
그의 영혼도 불안해졌다.
이런 느낌은 전에 그가 진남의 전생 몸을 삼 분의 일 정도 연화했을 때도 나타난 적 없었다.
그가 찾으려는 건 주인님의 만법불침성체가 가장 높은 단계로 진급한 영항불멸지구(永?不滅之軀, 영원히 죽지 않는 몸)였다.
"이 잔당들아, 세상에는 너희들을 용납할 천지가 없다. 왜 세상에 다시 나타나려는 거냐!"
이때, 천둥 같은 외침이 시커먼 수림에 울려 퍼졌다.
이어 다섯 개의 하늘과 태양을 가리는 백골 형상이 허공을 넘어 다가와 수피화권 등을 공격했다.
"태고금기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지?"
피천조교라고 불리는 자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좋은 개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은 함부로 짓지 않는 것이다!"
수피화권은 콧방귀를 뀌더니 만법불침성체를 최고로 움직였다.
끝없는 빛이 사방의 어둠을 밝게 비췄다.
"각하, 자네가 우리 족인을 죽인 건 봐줄 수 없소. 미안하오!"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일곱 개의 선광이 멀리서 날아왔다.
커다랗고 시커먼 수림도 흔들리고 폭풍이 휘몰아쳤다.
무상지문도 오래된 힘을 드러내 저항했다.
아홉 개의 세력에서 일곱 명의 문도성주가 날아왔다.
"하하하, 마침 잘 왔소. 나는 자네들에게 큰 선물을 준비했소."
수피화권은 큰소리로 웃으며 손에 법인을 만들었다.
방대하고 시커먼 수림 속의 고목들에서 싸늘한 흑광이 뿜어져 나와 몇만 개의 대단한 대진을 이루었다.
* * *
같은 시각, 전장.
진남과 입도지존은 거의 동시에 뒤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폭발 소리를 듣고 천지도 떨게 만드는 기운을 느꼈다.
"성주들이 쫓아왔다!"
입도지존은 눈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문도성주는 진짜 보통이 아니구나."
그 말을 듣고 진남은 어느 정도 깨달았다.
구천지존 위가 바로 문도성주였다.
"어서 빨리 나가자. 주경의 강자들의 공격은 엄청나다. 만약 조금이라도……."
입도지존이 귀띔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그의 체내에 잠자코 있던 마심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기가 그의 팔목을 감싸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몸 전체를 덮었다.
그는 앞에 있는 그에게 속한 땅이 자신을 부르는 느낌이 희미하게 들었다.
"진남?"
입도지존은 안색이 살짝 변했다.
그녀는 마기에서 대단한 기운을 느꼈다.
"이건 전에 내가……."
진남은 설명하는 동시에 눈에 묘한 빛이 드러났다.
'마기가 갑자기 반응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능람람이 말한 그 무덤이 이 부근에 있단 말인가?'
"진남 너는 반드시 이곳으로 가야 한다. 나는 너의 전생이 수피화권이 말한 그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때 비월여제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요?"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나의 머릿속에는 왜 보라색 수정이 나타났지?'
"좋다. 가보자."
진남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그의 전생은 그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어찌 됐건 그는 비밀을 풀어야 했다.
또, 구리거울도 무덤으로 가도 그는 위험하지 않다고 했었다.
"몽요, 나는 무덤에 가겠다. 너는 어떡할 거야?"
진남은 한숨을 내쉬더니 물었다.
"서방님이 가는 곳이라면 도산(刀山)과 불바다라도 나는 함께 하겠다."
입도지존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진남은 심장이 떨렸다.
입도지존은 요물이었다.
이런 상황에 애정 표현을 하다니.
하지만 진남은 싫지 않았다.
진남은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켰다.
입도지존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현묘한 느낌을 깨달았다.
"이쪽이다."
진남은 눈을 뜨고 서쪽을 바라봤다.
"가는 길에 많은 살기와 금제가 있을 것이다."
입도지존은 교활한 눈빛으로 진남의 손을 잡더니 절묘한 신법을 드러내 앞으로 날아갔다.
마치 신선 부부인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꽤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의 앞에는 죽음의 의지를 풍기는 흰색 땅이 나타났다.
크라아아아-!
엄청난 포효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높이가 삼백여 장 되고 수많은 뼈로 만들어진 거수가 어디선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천마수(天魔獸)?"
입도지존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눈빛이 굳었다.
'천마수는 태고의 백 개 악종(惡種) 중의 하나이고 경지가 구천지존에 도달했다. 가장 중요한 건 충분한 마기가 지지해주면 그는 죽지 않을 수 있다. 그를 죽이려면 마기를 없애야 한다. 지금 이곳은 끝없이 넓은데 어떻게 죽이지?'
"공격하지 마!"
진남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천마수가 나타날 때 그는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크라아아아-!"
천마수의 두 눈에는 흉광이 번뜩거렸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진남과 입도지존의 앞으로 다가와 시뻘건 입을 쩍 벌렸다.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입도지존은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엄청난 기세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입도지존이 아직 법인도 만들지 못했는데 허공에 열아홉 개의 절세선도가 나타나 순식간에 천마수를 내리쳤다.
폭발음이 울려 퍼지더니 천마수는 마기로 변했다.
한순간도 안 돼 마기들은 빠르게 한데 모여 천마수의 원래 형상을 되찾았다.
기운이 좀 약해진 것 외에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
입도지존은 손에 법인을 만들었다.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높이가 백 장 되는 원고의 대문이 어디선가 강림해 천마수를 눌렀다.
천마수가 아무리 소리치고 발악해도 아무 소용 없었다.
"흥, 내가 너를 당하지 못할 것 같아?"
입도지존은 입을 삐죽거리며 진남을 보며 말했다.
"나는 이자를 백 개 셀 시간 정도 가둘 수 있다. 너의 체내의 마혈을 움직여 보거라. 효과가 있으면 이자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몽요, 생각이 깊구나."
진남은 히죽 웃더니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천마수에게 다가가 천마수와 마주 보았다.
그러자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무척 흉악하던 천마수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공손해졌다.
그는 커다란 머리를 숙이고 우우우- 하며 울기 시작했다.
"마혈은 호신부적과 같구나. 이곳에서는 위험하지 않을 것 같다."
입도지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아직 무덤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벌써 천마수 같은 백 개의 악종을 만났는데 무덤에 가까워진다면 얼마나 위험할까 하는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입도지존이 손을 젓자 문이 사라졌다.
천마수는 조금 두려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보더니, 진남을 향해 커다란 발을 저으며 기이한 행동을 했다.
진남은 천마수를 보더니 무언가를 느끼고 떠보듯 물었다.
"……네가 우리를 데리고 그 무덤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이냐?"
이에 천마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구나. 쉬워지겠다."
입도지존은 감탄하더니 진남을 잡고 천마수의 등 뒤로 날아갔다.
천마수는 몇 번 몸을 꿈틀거리고 크게 소리치더니 빠르게 앞으로 달려갔다.
몇십 개 셀 시간이 지난 후 입도지존과 진남은 깜짝 놀랐다.
이곳은 그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새하얀 땅에 수많은 골짜기가 생겼다.
골짜기들은 서로 뒤엉켜 있었다.
거의 모든 골짜기의 밑바닥에는 한 개 혹은 몇 개의 거물들이 있었다.
어떤 거물들은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자고 있고, 어떤 거물들은 싸우고 있었다.
방대한 발이 부딪힐 때마다 폭풍 같은 강기가 휘몰아쳤다.
천마수도 그들과 비하면 조금 약했다.
다행히 그들은 진남 등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한 것처럼 아예 진남 등을 무시했다.
"그자의 말이 맞다. 육합금구의 다른 곳은 보통 대단한 게 아니다. 이런 곳은 문도성주가 아닌 사람이 오면 여기서 죽을 게 뻔하다."
입도지존은 낮은 소리로 말하며 진남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왠지 그녀는 기분이 묘했다.
그녀는 하마터면 제일지존에 도달할 뻔하고 문도성주가 되려고 했었다.
지금은 천선 경지의 무인에게 끌려, 들어올 엄두를 못 냈던 곳에 들어왔다.
시간이 흘러 반 주 향의 시간이 흘렀다.
천마수는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벼랑 옆에 도착한 후 걸음을 멈추더니 울었다.
"그 무덤이 벼랑 아래에 있다. 우리는 스스로 내려가야 한다."
진남은 천마수의 뜻을 겨우 깨닫고 입도지존과 마주 보았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날렸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둘은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다.
둘은 잠깐이면 아래에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벼랑은 보통 깊은 것이 아니었다.
천 개 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들은 아래쪽의 흑색 땅이 보였다.
그들은 서둘러 속도를 낮추고 조용히 땅에 내렸다.
진남 등은 바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그들은 일제히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땅 위에 서 있었다.
보이는 것이라면 사방에 우뚝 서 있는 크고 작은 무덤들이었다.
무덤들이 많은 건 별로 놀랍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무덤들은 쇠사슬들에 감겨 열여덟 개의 크고 작은 능원을 이루었다.
"능람람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무덤들 중에서 마혈 배후의 사람이 만든 건 한 개뿐이다. 이제 어떻게……."
진남은 의문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아직 살기와 금제를 발견하지 못했어."
입도지존은 무명동술을 움직여 사방을 훑어봤다.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진남, 능원들 아래에 모두 비석이 있다. 비석에 무언가 쓰여 있는 것 같아."
진남은 앞으로 다가가 비석에 쓰여 있는 글자들을 읽었다.
"친구들의 모함으로 죽여 여기 묻혔다. 이곳에 전승이 몇 개 묻혀있다. 인연이 있는 자는 얻을 수 있다. 무인 이주(離主)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