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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1016화 (1,016/1,498)

1015화 수피화권!

축강선왕, 상고선왕 등 패자들이 육합금구에서 나왔다.

그들은 만중선루의 도선에 올라탔다.

만중선루와 원수 사이인 난왕지존 등 제왕고도의 거물들도 이례적으로 그들 배에 탔다.

양대 세력이 모여 육합금구의 상황을 파악하고 다른 세력과 소통했다.

그들은 연합하여 이 일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아홉 세력이 연합하면 육합금구의 깊은 곳에 있는 자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걸 말이라고 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어? 내가 알기로 제왕고도와 만중선루에서 원고전송대진을 만들고 다른 세력의 강자들을 맞이한다고 하더군. 다른 일곱 세력에서도 구천지존들을 보낸대."

"내 생애 가장 성대한 장면이야."

고성의 무인들은 계속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또, 사방에서 무인들이 계속 모여들어 시끌벅적했다.

진남과 입도지존은 먼 곳으로 날아가 얌전히 기회를 노렸다.

폭풍이 불기 전에 맹구궁은 명령을 내려 도박판을 열고 구천지존의 목을 벨지 베지 못할지에 대해 알아맞히게 했다.

다만, 큰 파란을 일으키지 못했다.

절세천재들의 싸움이나 패자들의 죽음 그리고 전승이나 기연 등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

천지의 빛이 이번 사건과 모습을 드러낸 구천지존에게 집중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섬과 배 두 도기의 위쪽이 격렬한 파동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진남을 놀리던 입도지존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른 구천지존들도 다 왔다. 우리도 이제 손을 쓰자."

그녀의 말이 끝나자 눈부신 선광이 하늘로 솟구쳤다.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배에서 나와 허공을 두드렸다.

아홉 개의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폭발음이 들리고 아홉 개의 상고천하가 열리는 것 같았다.

웅장하고 순수하며 신비한 선력이 절세장모 아래에 있는 자들의 몸에 주입되었다.

"선령족의 구천지존이다. 그녀는 천지의 순수한 선력으로 구천지존들을 회복시켜주고 있어."

한 패자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고성의 다른 무인들은 몰랐지만 그의 말을 듣고 알아차렸다.

아홉 세력에서 구천지존들을 미리 구해내려는 것이었다.

성공을 한다면 육합금구의 존재가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아홉지존들이 목을 벨 수 없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은 손으로 허공을 다시 두드렸다.

아홉 개의 현묘한 힘을 가진 천재지보가 아홉 구천지존들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온몸에 피가 가득하고 상처를 입은 채 마지막 생기만 있던 구천지존들은 생기가 확 늘었다.

상처도 눈에 보이게 회복되고 있었다.

다만, 구천지존들은 여전히 잠에서 깨지 못했다.

"역시 대세력이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아홉 개나 내놓다니!"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

슈슈슉-!

그림자들이 배에서 연이어 나왔다.

그들의 가진 팔황지위(八荒之威)에 만물이 빛을 잃었다.

아홉 세력의 구천지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난왕지조오가 경중지존이 앞장섰다.

"가자!"

난왕지존과 경중지존 등은 천둥 같은 소리로 외치며 무상묘법을 펼쳤다.

몇십만 리 허공이 이상에 물들었다.

수많은 무인들과 커다란 고성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마치 거인들의 싸움을 구경하는 소인들 같았다.

펑펑펑-!

절세장모에 박힌 구천지존들의 몸에서 다시 폭발음이 들렸다.

수많은 혈무가 퍼지고 다시 모여 핏방울이 되었다.

핏방울은 바닥에 떨어졌다.

곧 한 줄의 글자가 나타났다.

"경거망동하면 목을 앞당겨 베겠다."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은 표정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들은 법인을 만들던 두 손을 멈추었다.

"이건 상대방이 미리 만들어놓은 수단이다."

난왕지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다른 걸 해도 소용이 없소. 지존께서 계속 대진을 만들어 저들의 상처를 치료해주시오."

다른 구천지존들고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은 허공에 머물러 상고대진을 하나둘 늘였다.

대진에서 선광과 성인의 빛이 번쩍거렸다.

"실패했어!"

"실패하지 않으면 재미없지. 시간이 절반은 지났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돼."

무인들은 계속 떠들어댔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이곳에 있는 몇만 명의 무인들과 구천선역의 여러 세력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몇백만 명의 무인들 심지어 더 많은 무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아홉 개 세력에서 이렇게나 지키고 있는데 정말 목을 벨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면 아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여러 지존들이 나서자 입도지존은 진남에게 그들의 내력을 설명했다.

그리고 고족의 비밀들도 이야기해줬다.

그 사이 풍화장사가 그에게 신념을 보내 상황을 물었다.

많은 말을 한 진남은 어떤 느낌이 강렬해졌다.

점점 치열해지는 폭풍우에 그가 아니라 어떤 패자도 끼어들 수 없었다.

혹은 어떤 행동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문득 이 모든 것이 자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타날 때가 되었지?"

"꼭 나타날 거다! 하지만 그자가 엄청난 능력이 있다고 해도 한 시진이 되는 순간 아홉 지존의 목을 벨 수 없다."

난왕지존과 경중지존 등은 표정이 무거웠다.

섬과 배에서 엄청난 파동이 느껴졌다.

천지 사이의 분위기가 갑자기 진지해졌다.

진남을 놀리던 입도지존도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육합금구를 살피고 가끔 두 고성의 뒤쪽도 살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많은 무인들은 일 주 향이 타는 것처럼 오래 느껴졌다.

잠시 후, 무인들이 술렁거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설마 이 모든 게 거짓말이야?"

"내가 그랬잖아. 이건 거짓말이라고. 아홉 세력에 도전할 사람이 어디 있어!"

난왕지존과 경중지존은 미간을 찌푸렸다.

남은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술렁거리는 소리도 커졌다.

"기다리지 말거라."

농염족의 구천지존이 차갑게 말했다.

"상대방은 아마 눈치챘을 거요. 그래서 못 오는 거겠지. 우리 우선 저자들을 구해내고……."

난왕지존 등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상대방이 아무리 강해도 이렇게 많은 지존이 있고 원고의 선배들이 뒤에서 지키고 있는데 목을 벨 순 없었다.

"아쉽다, 좋은 구경을 하나 했는데……."

입도지존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런데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가슴이 서늘해져서 말을 내뱉었다.

"왔다!"

그의 말에 농염족의 구천천재와 난왕지존 등은 안색이 변했다.

"안 돼!"

무상의 천둥 같은 호통이 고성의 뒤쪽에서 울려 퍼졌다.

천지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홉 개의 날카로운 검광이 수많은 시공간을 넘어 아홉 지존들의 목을 베었다.

아무런 소리도 없고 비명도 없었다.

선혈이 솟구치고 수많은 무인들이 두려움에 떨었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구천지존 아홉 명은 목을 베었다.

"이런……."

무인들은 영혼에 타격을 받은 것처럼 두 눈을 크게 떴다.

아무도 구천지존들이 이런 방식으로 목숨을 잃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구천지존과 원고의 선배들이 있었지만 말릴 방도가 없었다.

"제길!"

난왕지존과 경중지존 등 구천지존들은 놀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상대방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한 경지라서 놀랐다.

구천지존 한 명이 죽으면 세력에 큰 충격이 오기에 화가 났다.

더구나 이렇게나 많은 거물들이 연합을 했지만 끝내 막지 못했다.

이는 상대방에게 뺨을 여러 차례 맞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체면을 크게 잃었고 두고두고 세간에 전해질 것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자이길래 구천 선역 무인들 앞에서 우리 아홉 세력을 이렇게 대하는 거냐?"

힘 있고 나이 든 목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다섯 노인이 사람들 시선에 나타났다.

한 명은 백발이 발뒤꿈치까지 자랐고, 한 명은 머리카락이 불과 같았고, 한 명은 고목 같았다.

그들은 서로 특징이 뚜렷해서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았다.

그들이 나타나자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은 그리 웅장해 보이지 않았다.

천지의 유일한 존재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커다란 산에 빛이 가려진 것 같았다.

"장로님을 뵙습니다."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은 얼른 인사를 했다.

"저 노인들은……."

겨우 정신을 차린 무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제야 그들은 이번 폭풍에 아홉 세력의 구천지존들 뿐만 아니라 오래된 거물들도 나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저 노인들은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나서려고 한 거야. 이제 배가 좀 아프겠지?"

입도지존은 즐거워했다.

쿵-!

이때 육합금구의 깊은 곳에 선광이 솟아올랐다.

마치 파도처럼 일렁거렸는데 엄청난 위력도 느껴졌다.

환멸황하도 영향을 받고 물이 들끓었다.

"모습을 드러내려는 걸까?"

입도지존은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다섯 노인은 산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두 눈은 횃불처럼 이글거렸다.

그러나 표정은 엄숙했다.

선광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열두 명의 흑포인이 이상한 상고 병기를 들고 나타났다.

병기 위에는 서로 다른 악기가 걸려 있었다.

앞에선 세 흑포인은 사람을 두렵게 하는 기운을 풍겼다.

위엄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처지존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피천고교? 너희들이 한 짓이냐?"

다섯 노인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게 무표정이었다.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 구천지존들은 표정이 살짝 차가웠다.

그들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피천고교의 사람들이라고?"

"피천고교가 이렇게 실력이 강했어?"

"피천고교가 미리 함정을 파놓았다면 가능하지! 그런데 피천고교는 싸움을 일으킬 작정인가?"

두 고성의 무인들은 충격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의 변화는 무예나 다른 방면에서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구경꾼이 할 수 있는 건 충격을 받는 일밖에 없었다.

"도우들, 오해하지 말거라. 피천고교의 도우들은 내가 도움이 필요해서 부른 거다. 아홉 구천지존의 목을 벤 사람은 나다."

무덤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광이 가득한 속에 흑포를 입은 자가 무표정을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진남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앞에 나선 자가 구홍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한 그림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청년이었는데 귀밑까지 오는 검은 머리카락에 얼굴은 옥처럼 깨끗했다.

이마에는 세 개의 옅은 붉은색 무늬가 있었다.

그는 웃고 있었는데 풍기는 기운이 큰 가문의 도련님 같았다.

"이 기운은……."

진남은 흠칫 떨었다.

그의 머릿속에 어떤 형상이 떠올랐다.

'상고 십 대 주선 중 한 명인 수피화권!'

진남의 전생 기억은 수피화권이 가져갔다.

수피화권이 왜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는지 진남은 알 수 없었다.

"선배님의 존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다섯 노인은 수피화권의 외모 때문에 무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버럭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고 공수했다.

"너희들은 아직 내 이름을 알 자격이 없다. 너희 세력들 중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녀석들이 나선다면 겨우 자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피화권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 탁자와 부들방석을 펼쳤다.

그가 부들방석에 앉자 구홍이 상고의 다구를 꺼내 차를 내렸다.

고의인지 짙은 차 향기가 무인들의 코를 찔렀다.

무인들은 지금 드는 느낌을 어떻게 말로 형용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난왕지존, 경중지존 등은 헛숨을 들이켰다.

'아홉 개의 피가 채 마르지 않은 시체 앞에서 탁자를 펼치고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니, 이 청년은 우리 아홉 세력을 안중에 두지 않는구나.'

그러나 그들은 버럭 화를 내지 못했다.

깊이 잠들어 있는 상고의 거물들은 구천지존보다 훨씬 지위가 높았다.

신비한 청년은 상고의 거물이어야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실력과 신분이 대단한 것 같았다.

다섯 노인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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