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화 재미있게 되었구나
"많은 무인들이 모였구나."
진남이 가까이 다가가자 전신의 선동은 하늘을 가르는 강한 기운들을 발견했다.
진남의 두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대부분 천선 경지의 기운들이었는데 가끔 천선 경지 정상급도 있었다.
상명선수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이미 퍼진 것 같았다.
그들이 커다란 구덩이에 있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 같았다.
"여러 세력의 천선들이 저곳에 모였겠구나. 이번에도 마음껏 싸울 수 있겠다."
명망의 시뻘건 두 눈에 빛이 번쩍거렸다.
전에 했던 싸움들에서 그는 후련하게 싸우지 못했다.
"응?"
진남은 걸음을 멈추었다.
먼 곳 하늘에 몇십 명의 흑포인들이 있었는데 앞장선 자의 기운이 매우 익숙했다.
"구, 구홍?"
자세히 살피던 진남은 깜짝 놀랐다.
'구홍은 왜 여기로 왔지? 그리고 구홍의 기운은 어떻게 천선 경지 일 단계가 된 걸까?'
지난번에 입도지존의 동부에서 헤어질 때 구홍은 인선 경지를 갓 돌파했다.
'설마 커다란 전승이라도 얻은 걸까?'
"구홍 자식, 재간이 있구나."
진남은 저도 몰래 미소를 지었다.
그는 큰소리로 구홍을 불렀다.
진남은 이제 구홍을 동생처럼 생각했다.
진남의 부름에 구홍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러나 구홍의 얼굴을 보는 순간 진남은 눈을 찌푸렸다.
구홍의 두 눈이 짙은 검은색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두 눈에서 신비하고 강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깊은 연못 같았다.
더욱이 그의 두 눈은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 낯설게 느껴졌다.
구홍은 진남을 힐끗 보았다.
그는 표정 변화도 없고 말도 없이 다른 흑포인들과 함께 먼 곳으로 사라졌다.
"진남, 너 피천고교의 사람들을 아느냐?"
명망은 잔뜩 차가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자들이 피천고교의 사람들입니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기억하기론 구홍과 신비한 피천고교는 아무런 교집합이 없었다.
그런데 왜 함께 있는지 진남은 알 수 없었다.
'아까 나를 보던 낯선 눈빛도……."
진남은 가슴이 덜컹했다.
'설마 구홍이 탈사를 당한 걸까?'
그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두 눈에 흰색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짙고 차가운 살기를 드러냈다.
"왜 그러느냐?"
명망은 의아했다.
진남은 심호흡을 하고 구홍과 자신의 관계, 구홍의 신분 그리고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진남,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명망은 냉랭하게 말했다.
"피천고교의 거물들이 손을 써서 네 동생을 탈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잠깐 숨을 고르던 그는 이어서 말했다.
"피천고교는 수단이 악랄하다. 상고십악도 큰 죄인이지만 피천고교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피천고교에 대해 아는 무인들은 그들의 제자를 만나면 바로 손을 써서 죽여버린다."
진남은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정말로 피천고교가 한 짓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진남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구홍은 그의 동생이나 마찬가지였다.
감히 그를 탈사했다면 누가 엮였든지, 어떤 세력이 엮였던지 열 배로 받아낼 생각이었다.
"우선은 목적지로 갑시다."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구홍이 탈사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잠시 후, 진남은 상명선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은 옅은 노란색 초원이었는데 몇백 리 앞에는 오래된 산이 떠 있었다.
산은 선광을 풍기지 않고 잠잠하게 있었다.
산꼭대기에는 높이가 천 장 되고 가지가 굵으며 엄청난 힘을 품은 금색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금 갑옷을 입은 선인처럼 유난히 눈에 띄었다.
진남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나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이 끊임없이 모여들고 다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나무가 상명선수였다.
고름선왕의 말대로 나무는 곧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 같았다.
진남은 산 아래에 시선이 닿았다.
그곳에는 제왕고도, 만중선루, 농염족, 문고족 그리고 다른 세력의 강한 무인들이 있었다.
어림잡아도 삼백여 명은 되었다.
"구홍과 피천고교의 사람들은 이곳에 없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상명선수 같은 기이한 보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귀한 기회를 놓치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이 기회를 포기했다면 더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방금 날아간 방향은 육합금구의 깊은 곳이다. 고름선왕이 말한 천문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커……."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그렇다면 그는 오히려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
천문이 열리기 전에 그는 이곳에서 열매를 쟁탈하려고 했다.
"응?"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농염족 무인들 중에서 검은 머리카락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으며 부적이 가득한 두루마기를 입은 청년을 발견했다.
청년은 천선 경지 육 단계였는데 난폭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힘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진남의 화도선염이 그 힘을 느끼고 흔들렸다.
"저자가 농염족의 절세천재 축염이겠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시선을 문고족의 무인들에게 돌렸다.
그는 또 한 청년을 발견했다.
그 청년은 축염과 달리 흰색 머리카락에 흰 피부, 정교한 이목구비를 갖추어 아름답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상한 것은 문고족들의 이마에 다 있는 '고' 자가 그에게는 없었다.
그는 문고족의 절세천재 고소요였다.
그는 축염보다 한 단계 높은 천선 경지 칠 단계였다.
"진남, 우리 아직 신분이 드러나면 안 된다."
명망은 목을 움츠렸다.
그는 한바탕 싸울 작정으로 이곳에 왔다.
그러나 여러 세력의 천선 경지 정상급 무인들이 많고 더욱이 두 절제천재까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싸울 생각을 접었다.
지금 싸우면 손해였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무인들에게 날아갔다.
강자가 득실거리는 자리에 천선 경지 오 단계가 나타나면 주목을 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힐끗 쳐다볼 뿐이었다.
또, 사람들의 신식이 모두 제압당했기에 진남의 경지를 느낄 수 있지만 흑포인이 누구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아무도 진남이 감히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그 소식 들었어? 진남은 도기가 잘리지 않았다더군. 게다가 천선 경지 오 단계로 승급하기까지 했대. 또, 극생문과 농염문의 몇백 명 무인들을 죽이기까지 했다더구나."
"당연히 들었지. 여러 세력들도 충격을 받고 패자들이 명령을 내렸어. 제자들이나 족인들에게 진남을 만나면 최선을 다해서 죽이라고 말이야."
"허허, 선령족의 구천지존도 명령을 내렸어."
"맞아. 진남은 간이 부어서 육경음을 죽일 뻔했다고 하더군."
"배짱이 보통이 아니구먼! 그런데 말이야. 내가 듣기로는 여러 세력에서 진남을 공격하는 건 그가 무상지보를 여러 개 얻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어."
무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은 진남에 관련된 일들이었다.
이번에 진남의 행동은 너무 놀라웠다.
그들은 진남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
웅-!
이때, 커다란 허공이 진동하더니 파도처럼 사방으로 번졌다.
오래되고 커다란 산에서 신비한 기운을 풍겼다.
산꼭대기의 상명선수에 형태가 다 다른 나뭇잎이 펼쳐지며 눈부신 빛을 뿜었다.
일곱 개 잎을 가진 꽃이 빠른 속도로 피어났다.
기이한 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꽃이 피고 열매가 달렸다."
무인들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진남, 축염, 고소요는 다른 천신 경지의 무인들과 마찬가지로 상명선수로 시선을 돌렸다.
무인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그들은 선력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
쿠쿠쿵-!
이때 묵직한 폭발음이 사람들의 귀에 울려 퍼졌다.
상명선수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 깊은 곳에서 나는 소리였다.
"깊은 곳에 있던 엄청난 것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려는 건가?"
무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신비한 천문은 몰랐지만 깊은 곳의 움직임은 조금 알고 있었다.
그들은 속으로 바라고 있었지만, 감히 욕심낼 순 없었다.
깊은 곳의 변두리는 패자들이 지키고 있고 안에는 구천지존들이 있었다.
그들이 달려든다면 차가운 시체가 될 게 뻔했다.
댕, 댕, 댕.
이때, 어둠 속에서 낡은 구리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독특한 음률을 가지고 있었다.
진남과 소수의 무인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무인들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일곱 개 꽃잎을 가진 꽃이 부서지며 수많은 빛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했다.
잠시 후, 손바닥만 한 크기에 옥처럼 투명한 열매가 나타났다.
천지의 영기들이 커다란 폭풍으로 변해 사정없이 불었다.
수많은 이상들이 허공에 펼쳐져 눈이 부셨다.
"허허, 육합금구의 상명선수는 밖에 있는 것과 다르구나. 한번 꽃이 피고 팔십여 개의 열매가 맺혔다. 진남, 우리 적어도 서른 개는 가져가야 해."
명망은 흥분해서 말했다.
진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몸에서 엄청난 기세를 드러냈다.
그는 엄청난 선광으로 변해 상명선수에 달려들었다.
"응?"
진남과 함께 기세를 드러낸 자들이 있었는데 바로 축염과 고소요였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진남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공격하거라!"
다른 무인들은 동시에 반응했다.
순식간에 찬란한 선광이 펼쳐지고 강한 기운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강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방원 몇백 리의 초원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 모습은 마치 용들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았다.
"과천일격!"
진남은 더 이상 숨지 않았다.
그는 상명선수 위쪽으로 날아갔다.
소매를 휘두르자 강기들이 용솟음쳐서 무형의 손으로 변했다.
무형의 손은 열매를 잡았다.
"이런……."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렇게나 빨리 상명선수의 위쪽에 날아올라 사정없이 절반의 열매를 가져갈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 혼자서 이렇게 많이 가져가다니, 나를 무시하는 거냐?"
천둥 같은 호통이 허공에서 울려 퍼졌다.
농염족의 절세천재 축염이 엄청난 기세를 풍기며 나타났다.
그의 두 눈은 번개처럼 번쩍거렸다.
수많은 검은색 불꽃이 그의 오른팔에 모이자 그는 힘껏 팔을 휘둘렀다.
진남의 주변에 검은색 불꽃들이 모였다.
불꽃은 입을 쩍 벌리고 진남을 삼키려고 날름거렸다.
"엄청난 불꽃이다. 역시 농염족의 절세천재답다. 그렇다고 나를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으냐!"
진남에게서 화도선염이 용솟음쳤다.
검은색 불꽃은 무상의 신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진남을 상하게 할 수 없었다.
"설마 진남 도우냐?"
고소요가 갑자기 질문했다.
"뭐?"
"진남이 왔어?"
"감히 이곳에 왔다고?"
무인들은 경악했다.
이곳에는 진남에게 원한이 있는 세력의 무인들이 거의 백 명은 있었다.
금방 패자가 된 자라고 해도 이런 자리는 피하기 마련이었다.
"진남? 하하. 다들 네가 배짱이 크다고 하더니 역시 헛소문이 아니구나. 네가 엄청난 불꽃을 장악했다고 하던데 오늘 한번 보자."
축염은 흥분했다.
그는 비법을 사용하여 한걸음에 몇십 리를 움직이며 순식간에 진남에게 다가왔다.
"내 명령을 듣거라. 최선을 다해 진남을 죽여라!"
"열매는 못 가져가도 되지만 진남은 놓치면 안 된다!"
"이 소식을 장로들에게 전달하고 다른 무인들과 함께 진남을 노리자."
제왕고도, 만중선루, 극생문, 무액족 등의 천신 경지 강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지르며 날아갔다.
"죽여라!"
다른 무인들도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여러 법인들이 만들어지고 선술들이 부서졌다.
"이제 재미있게 되었구나."
고소요는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이마에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고' 자가 은은하게 나타났다.
그가 두 손으로 허공을 누르자 수많은 진문이 번졌다.
마치 낡은 대문이 열린 것처럼 기운들이 사방으로 용솟음쳤다.
많은 사람들이 비월여제 같은 자질을 가졌다고 칭찬하고 도기도 다시 만든 진남을 그가 쉽게 대할 수 없었다.
그는 거물을 불러내 진남을 상대하게 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