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8화 중요한 건 초월
"나는 깊은 곳에는 가지 않겠다. 무범지지로 돌아가 지보들을 연화하고 다시 금구로 와서 전승과 기연을 쟁취하겠다."
팔요마왕이 말했다.
"나도 함께 가겠소."
"저도 돌아가겠습니다."
원적과 수신량도 말했다.
그들은 난관에 부딪혀 실력이 더 늘지 않았다.
반드시 난관을 돌파해야 했다.
지보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들의 실력은 배로 늘어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팔요마왕, 원적, 수신량은 잘 알고 있었다.
진남과 그들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 차가 무척이나 커졌다.
이대로 가면 결국 진남과 그들은 함께 할 수 없었다.
무예를 수련하는 길은 그러했다.
서로가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부단히 성장해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다.
'주선제오인이 절세의 전승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진남을 계속 따라다녀야 해.'
팔요마왕은 기분 좋은 생각에 허허 웃었다.
이게 바로 그가 빨리 경지를 돌파하려는 이유였다.
그는 원적과 수신량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확신했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거절하지 않았다.
"진남, 나도 저들과 함께 가겠다."
능람람은 한참 고민하더니 전음했다.
"마혈과 엮인 것이 깊은 곳에 있다.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무덤이라는 것은 알려줄게. 그런데 무덤에 산 사람이 있다."
'무덤에 산 사람이 있다고?'
진남은 두 눈에 빛이 스쳤다.
구리거울의 말이 맞았다.
무덤에 있는 산 사람은 그의 전생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열쇠였다.
* * *
잠시 후.
진남 등은 멀지 않은 곳으로 날아갔다.
그들은 다섯 번이나 방향을 바꾸었다.
"허허. 우리는 이곳에서 헤어지자꾸나. 마도 전승을 얻으면 나를 잊으면 안 된다……."
팔요마왕은 눈을 찡긋거렸다.
"걱정 마세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진남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이번에 그들은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연이나 전승을 만나면 진남은 바로 손을 쓸 것이었다.
팔요마왕 등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서서 날아갔다.
능람람은 걱정이 되어 세 번이나 진남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진남을 말리고 싶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진남이 굳이 죽으러 간다는데 내가 무슨 방도가 있겠어?'
"지금 바로 깊은 곳으로 가자."
진남은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꽤나 긴 시간이 흘렀으니 구천지존들은 이미 대이변의 근원지에 도착했을 것 같았다.
한바탕 싸웠을 수도 있었다.
진남이 지금 간다면 매복하고 있다가 시체를 주울 수 있었다.
"진남!"
하늘에 떠 있던 금색 부문들이 격렬하게 떨렸다.
우레 같은 호통이 방원 몇백 리를 흔들고 강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강각선왕이 허공에서 나타나 온몸에 빛을 뿜었다.
그가 들고 있는 고검은 엄청난 검의를 풍겼다.
게다가 그의 차가운 눈까지 더해져 그는 마치 마도검신 같았다.
"그것이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구나. 다음에 만나면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어 줄 거다!"
명망은 육경음을 욕했다.
진남은 온몸이 팽팽해졌을 뿐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는 선령족과 적대관계이니 이렇게 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너 혼자냐? 잘 됐구나. 시끄러운 일들을 덜게 되었다. 죽어라!"
강각선왕은 흉악하게 웃더니 진남의 위쪽으로 날아왔다.
그가 들고 있던 검이 몇만 개의 고검 형상으로 변했다.
고검들은 무적의 검의 성인들이 힘을 최대로 모아 많은 검술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검술은 사방에서 진남에게 날아들었다.
살기가 세차게 퍼졌다.
지난번에 혼이 났던 강각선왕은 공격이 더욱 강렬했다.
진남이 선부를 사용하여 도망을 갈까 봐 그는 많은 대가를 치르고 사방의 허공을 모두 봉쇄했다.
또, 진남이 지존지의나 다른 목숨을 지키는 수단을 사용할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패자 원만 등급이라는 자가 고작 천선 경지 오 단계에게 이렇게나 강한 수단을 사용하다니, 소문이라도 나면 천하의 영웅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겠소."
고름선왕이 진남에게 준 영패에서 검은빛이 펼쳐졌다.
수많은 부문들이 나타나 진남의 주위를 둘러싸고 보탑을 이루었다.
쿠쿠쿵-!
수많은 고검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보탑은 마구 흔들리더니 수많은 금이 생겼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부서지지 않고 버텼다.
고름선왕은 이 영패가 특이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영패를 통해 고름선왕은 진남을 한 번 도와줄 수 있었다.
그래서 굳이 고름선왕이 현장에 오지 않아도 진남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누구냐?"
강각선왕은 안색이 변하더니 냉소를 지었다.
"진남, 너를 죽이려면 역시 쉽지 않구나. 그러나 고작 의지로 나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말을 마친 그는 극생대도진경을 사용했다.
방원 몇십 리의 땅이 전부 극생의지로 변했다.
그의 두 눈에 빛이 번쩍거렸다.
"그래?"
고름선왕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금색 낙인이 허공에 나타나 진남의 몸에 붙었다.
슉, 하는 소리와 함께 진남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강각선왕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패자 원만 등급이었다.
구천지존의 의지가 진남을 돕는다고 해도 그의 앞에서 쉽게 사라질 수 없었다.
그런데 패자의 의지가 그 일을 해냈다.
"에잇, 누군지 알아내기만 해봐. 가만두지 않을 거다!"
강각선왕은 한참이 지나서야 반응했다.
그는 고함을 지르며 사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서야 겨우 화를 삭이고 자리를 떴다.
* * *
진남은 다른 선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멀리 옮겼는지 알 수 없었다.
"허허, 이 패자는 너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두 개 이상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사용했다."
명망은 말했다.
"두 개 이상의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를 사용했다는 말입니까?"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바로 영패에 대고 말했다.
"고름 선배님, 이번 일은 제가 신세를 졌습니다. 제가 필요한 때가 있다면 언제든지 분부하십시오."
그는 고름선왕와 거래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고름선왕이 이렇게나 도와주는 것은 큰 온정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네가 준 사법팔상 덕분에 나는 엄청난 기연을 얻었다. 아니면 이렇게나 너를 돕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너는 신세 진 것이 없다."
고름선왕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진남은 은혜를 가슴에 새기고 화제를 돌렸다.
"여러 구천지존들이 대이변이 일어나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다만, 사고가 있어 천문이 열릴 것 같습니다."
고름선왕은 숨기지 않고 말했다.
"천문이 열리는 것이 복이 될지 화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너는 거기에 끼어들지 않는 편이 좋을 거다."
진남은 천문이 정확히 무엇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고름선왕이 먼저 말했다.
"맞다. 천문의 영향을 받아 깊은 곳의 변두리에 상명선수(上命仙樹)가 나타났다. 곧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것이니 너는 거기로 가거라. 이제 그만 말하자."
영패에 금이 가더니 기운이 전부 사라졌다.
"명망, 천문이 무엇인지 압니까? 상명선수는 또 무엇입니까?"
진남은 고개를 저으며 명망에게 물었다.
"천문은 잘 모른다. 상명선수는 좋은 물건이다. 그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거라면 빨리 가자. 적어도 열몇 개는 가져야지."
명망은 핏빛 두 눈을 빛내며 말했다.
명망이 문득 물었다.
"너 천선 경지 정상급에서 패자로 진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느냐?"
진남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했다.
"압니다. 천선 경지 정상급이 되고 무도사극을 장악하면 패자가 될 수 있습니다. 패자 원만 등급이 되어 도정이 만들어지면 구천지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전에 설명을 들은 적이 있었다.
패자와 구천지존은 천선 경지에 속하지만 같은 수련 경지가 아니었고 차원이 달라서 붙인 이름이었다.
"너는 패자와 구천지존을 참 쉽게 알고 있구나."
명망은 콧방귀를 뀌었다.
"패자와 구천지존은 네가 말한 것 외에 천지와 대도를 초월했다는 것이 더 중요한 부분이다. 패자와 구천지존은 수련 경지 등급을 가리는 이름이 아니다. 천지와 대도를 초월했다는 것은 힘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다는 뜻이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자식, 수련이라는 게 선력과 무도 경지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천지와 무형의 대도가 너에게 씌운 속박을 벗어나는 일이다. 그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너는 진정한 초월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초월이라는 무엇이냐? 천지만법과 보이지 않는 규칙, 어둠의 도리 등이 너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도 못하는 것이다. 초월을 이루면 세월이 지나도 늙지도 않는다."
명망은 느긋하게 말했다.
진남은 큰 충격을 먹었다.
전에 그는 규칙을 파괴할 때마다 강해지고 등급들 사이에서 무적이 되었다.
이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들이 상명선수와 연관이 있습니까?"
진남은 숨을 가볍게 토하며 물었다.
"상명선수는 천지가 만들어낸 이수(異樹)이다. 그 열매는 초월을 도울 수 있다. 작은 도움이지만 쉽게 생각하지 말거라. 천선 경지 정상급에서 패자가 되려는 자들 중 많은 이들이 그 작은 도움에서 부족해 승급하지 못했다. 특히 너처럼 절세천재인 경우 낙인이 깊게 박혀서 벗어나기 어렵다."
명망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상명선수의 열매를 그가 사용하면 경지를 많이 회복할 수 있었다.
또, 그를 가둔 보천정의 속박도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고름선왕은 천문이 아직 다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 구천지존들이 행동을 시작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 가봐도 괜찮을 것 같다. 천문이 열리면 이것들을 쟁취하지는 않겠다.'
진남은 결정을 내리고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그 시각.
육합금구에서는 수많은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진남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의 식해의 무주궁도에 있던 백남지화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형의 힘을 신비한 땅의 깊은 곳에 불어넣고 있었다.
* * *
금구의 가장 바깥쪽.
비명과 함께 지선 정상급 무인의 노란색 눈이 검은색으로 변했다.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갑자기 짙은 살기를 풍겼다.
"나는 수많은 정력을 소모해서 겨우 육신을 그 단계로 만들었다. 그런데 진남 때문에 망가졌어!"
지선 경지 정상급은 고함을 질렀다.
바로 용현령이었다.
그는 금술을 사용하여 도망을 치고 다른 사람의 몸을 탈사했다.
"남세지존(南世至尊) 대인, 미안합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용현령은 부호 몇 개를 그려 특별한 각인을 만들었다.
각인에 신념을 전한 그는 또 다른 부문을 그리고 중얼거렸다.
"스승님께 전하거라. 내가 그 몇 가지를 찾아줄 테니 진남 그놈을 죽여달라고 해라."
그의 시선은 살벌하게 변했다.
몇 번이나 진남을 죽이지 못한 그는 이제 경각심을 극도로 높였다.
이제부터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진남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구천지존이 진남을 상대한다고 해도 그는 시름을 놓을 수 없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용현령은 잠깐 휴식을 취했다.
휴식이 끝나자 그는 인선 경지 무인들을 강탈했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금구에서 물러났다.
이제 비월선교 밖에서 진남이 나오기를 기다리면 되었다.
* * *
시간은 조금씩 흘러 어느덧 세 시진이 되었다
진남은 깊은 곳에 가까이 다가왔다.
오는 동안 그는 여러 전승지를 지나치게 되었다.
그러나 명망이 아무리 유혹을 해도 진남은 전부 거절했다.
이번에는 실력을 높이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멀리에 일곱 개의 선광 이상이 나타났다. 저 빛들 중 한 곳에 상명선수가 있을 거다. 여기서 잠깐 기다리거라. 내가 살펴보고 오마."
명망은 요수의 그림자로 변해 사라졌다.
잠시 후, 돌아온 명망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진남은 바로 그 방향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