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화 드디어 잠잠해졌구나
"얼마 전에 강각선왕이 여러 세력이 소식을 받고 진남을 죽이러 간다고 했소. 강각선왕도 이곳의 전승을 포기하고 중간지역으로 진남을 죽이러……."
축강선왕은 문득 뭔가 생각났다.
강각선왕이 진남을 죽이러 간다고 해서 그는 강각선왕을 놀려줬었다.
패자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이 모든 것이 진남의 짓인가? 진남 일행이 이렇게 많은 무인들을 죽일 수 있다고?'
* * *
같은 시각, 육합금구, 중간지역.
한 형상이 대단한 선광을 풍기며 엄청난 속도로 먼 곳으로 날아갔다.
강각선왕이었다.
"진남, 내가 너를 잘못 보지 않았구나! 우리 극생문의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모두 네 손에 죽였느냐?"
강각선왕은 전해온 소식을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가 전승기연을 포기하고 진남을 죽이러 온 건 진남에게서 매우 위험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진남이 성장하기 전에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큰 화를 불러올 것 같았다.
"저것이 그 대요냐?"
강각선왕의 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다.
부서진 광문 앞에 탄월구두견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었다.
강각선왕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 * *
그 시각, 광문 안, 고성의 위쪽.
폭발음이 연거푸 울려 퍼졌다.
원적과 팔요마왕은 진남처럼 힘이 강하지 않았지만 강한 자질을 드러내 공격했다.
천선 경지 이 단계라도 그들을 막지 못했다.
선령족은 육경음이 비법을 움직여 사람들의 의지를 불러일으켰지만 진짜로 싸움이 일어나자 그들은 차이가 뭔지 제대로 느꼈다.
진남의 모든 공격은 그들의 천지의 힘을 부술 수 있었다.
매 순간 지선 경지나 천선 경지의 무인들이 죽었다.
육경음이 두 개의 상고도기를 움직이고 금술을 드러내 그들의 체내의 선령의 힘을 빨아들인 후였다.
선령족의 무인들은 이미 절반 넘게 죽었다.
마음이 단단한 육경음도 분노했다.
죽은 자들은 모두 그녀의 종문이었다.
혈통 차이는 있었지만 결국 같은 종족이었다.
"너도 화낼 줄 아느냐? 전에 우리를 공격할 때 우리도 화를 낼 수 있다는 걸 생각했느냐?"
명망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는 커다란 요조로 앞에 있는 두 명의 천선 경지의 무인을 찢더니 시뻘건 눈으로 육소명을 바라보았다.
상고십악 중 서열 이 위의 존재인 그는 엄청난 악기가 있었다.
그보다 경지가 약한 생명은 파리목숨처럼 언제든 죽일 수 있었다.
때문에, 기나긴 싸움을 하면서 그는 기이한 습관이 생겼다.
신분이 대단한 무인들을 죽여야만 기뻤다.
"소명……!"
육경음은 살짝 놀라 소리쳤지만 늦었다.
명망은 이미 육소명을 잡았다.
방대한 힘으로 조이자 육소명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죽, 죽이지 말……."
육소명은 무척 두려워하며 덜덜 떨었다.
"진남, 내 동생을 조금이라도 다치게 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나는 너희들을 살려두지 않을 거다!"
육경음의 눈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관문이 열린 것처럼 기세가 높아지고 희미한 천선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그녀는 이번에 고성에서 많은 전승기연을 얻었다.
정서가 흔들리자 바로 경지를 돌파할 것 같았다.
진남은 흔들리지 않고 눈빛이 싸늘해졌다.
명망은 껄껄 웃으며 요조를 꽉 잡으려 했다.
위기의 순간에 이변이 일어났다.
쿵-!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방대한 위압이 절세폭풍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커다란 고성이 크게 흔들렸다.
진남, 명망, 원적과 팔요마왕 등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들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헉! 뭐야! 강각 이 영감탱이, 패자 원만 경지가 깊은 곳에 가 전승기연을 쟁탈하지 않고 뭐 하러 여기 왔어?"
팔요마왕은 저도 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
진남도 안색이 어두워졌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강각선왕의 모든 행동은 용현령과 별 차이 없었다.
구더기처럼 역겨웠다.
"너 이미 천선 경지로 진급했느냐?"
강각선왕은 진남의 기운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꼈다.
이어 시뻘겋게 물든 땅과 시체들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들은 모두 네가 죽인 것이냐?"
'여기 있는 여러 세력의 무인들은 족히 백 명이나 된다. 진남은 겨우 천선 경지 오 단계인데 어떻게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지?'
팔요마왕과 원적은 틈을 타 진남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달려왔다.
패자가 왔으니 싸우면 질 거라고 생각했다.
"좋다, 아주 좋아! 내가 깊은 곳의 전승기연을 버리고 너를 상대하러 이곳에 오길 잘한 것 같구나!"
강각선왕은 정신을 차리더니 그에게서 눈부신 선광, 방대한 살기가 뿜어져 나와 허공에 주입되었다.
멀리 있는 무인들도 두려움에 소름이 끼쳤다.
"패자마저 왔다! 이번 싸움은 어떻게 끝날까?"
마음이 강한 무인들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들은 많은 전쟁을 겪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에잇, 이제 어떻게 하지?"
팔요마왕은 겁이 나 진남을 바라보았다.
강각선왕은 들어오는 입구를 이미 막아버렸다.
강제로 입구를 뚫고 나가는 건 불가능했다.
진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남이 주선제오인인 걸 떠나 비월여제는 진남과 관계가 가까우니 진남이 패자에게 죽임을 당하는 걸 보고만 있지 않겠지?'
"놀랄 것 없습니다. 저는 강각선왕을 죽일 비장의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리 말해줄 게 있습니다. 그 물건을 움직이면 큰 재난이 닥칠 수 있습니다."
진남은 한숨을 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의 체내에는 고름선왕의 영패와 전신각인이 있었다.
고름선왕의 영패를 써도 고름선왕은 바로 올 수 없었다.
때문에 전신각인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전에 전신은 전신각인을 움직이면 큰 화를 불러올 거라고 말했었다.
전신이 큰 화라고 할 정도면 엄청날 것이었다.
"큰 재난이면 큰 재난이 일어나라지. 우선 이 고비를 넘기고 보자."
팔요마왕은 빠르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전신각인을 움직이려 했다.
이때, 육경음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남, 내 동생을 놔줘. 나에게 너희들을 이곳에서 도망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너희들을 위해 백 개 셀 시간을 벌어줄 수 있어."
이건 그녀의 비장의 수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데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족인들을 버리고 싶지 않아 줄곧 쓰지 않았다.
"그래?"
진남 일행은 마주 보았다.
명망은 웃으며 말했다.
"좋다. 나는 선마도세를 하겠다. 네가 약속을 지키면 네 동생은 무사할 것이다."
진남은 긴말하지 않고 손을 저었다.
선광이 솟아올라 수신량, 능람람과 혈안지신을 옆으로 데려왔다.
"진남, 도망가려고? 절대 도망갈 수 없다!"
강각선왕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날려 잠깐 사이에 진남 등의 위쪽으로 왔다.
그의 손에 선검이 나타났다.
그가 손목을 흔들자 길이가 삼 장정도 되는 몇만 송이의 검화가 폭우처럼 쏟아졌다.
허공이 산산이 부서졌다.
진남 등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역시 패자였다.
살초가 갖고 있는 위력은 천선 경지를 훨씬 초월했다.
그들은 위력을 조금도 막을 수 없었다.
"진남이 죽었어?"
무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들 숨을 참고 상황을 지켜봤다.
진남의 형세는 너무 강렬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죽는다면 구천선역에 또 한 번의 폭풍을 일으킬 게 분명했다.
"명망!"
팔요마왕, 원적 등은 고함을 지르며 선력을 전부 보천정에 주입했다.
명망은 입을 쩍 벌리고 포효하며 힘을 최대로 끌어 모았다.
진남은 온몸이 팽팽해지고 솜털이 곤두섰다.
전신의 선동은 전보다 훨씬 강하게 운행이 되어 하늘 가득한 검화(劍花)를 노려봤다.
그들은 육경음에게만 기대할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에 육경음의 옥처럼 반드르르한 이마에 있는 '선' 자에서 선광이 뿜어져 나왔다.
슉-!
진남 등의 발아래에 수많은 선인의 무늬들이 번졌다.
무형의 힘이 그들을 덮었다.
"안 돼!"
강각선왕은 안색이 변해서 공격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육경음은 미리 대응책을 준비했다.
거울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진남 등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이건……?"
무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위기의 순간에 육경음이 나서서 진남 일행을 도울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강각선왕은 정신이 들자 가슴 속에 화가 솟구쳤다.
그는 손바닥을 휘둘러 선력으로 육경음을 사정없이 때렸다.
육경음은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하얀 두루마기는 피에 물들고 얼굴은 창백해졌다.
강각선왕이 약간의 이성이 남아 힘을 조절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육경음은 목숨을 잃었을 것이었다.
"강각선왕 선배님, 제 동생을 구하려면 이런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육경음은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그들을 동남 방향 만 리 밖으로 전송했어요. 그들 몸에는 선령의 기운이 묻어있으니 이 부적을 사용하면 곧 따라잡을 수 있어요."
그녀는 진남을 적이라고 여겼기에 한 수 남겨두었다.
"네가 어떤 놈들을 풀어줬는지 아느냐? 네 동생이 그리 가치가 있느냐?"
강각선왕은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선령족에 구천지존이 이곳에 없었더라면 너는 오늘 내 손에 죽었을 거다."
다른 세력의 절세천재를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다만, 구천세력이 있는 세력은 아무리 화가 나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을 건드렸다가는 자신의 목숨도 위태롭고 극생문의 사람들도 엮일 수 있었다.
그가 진남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는 이유이기도 했다.
궁우태황종이 상행천소선역에 있고 육합금구에서 벌어진 대이변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각선왕은 다시 손바닥에 힘을 실어 육경음의 경맥을 부수었다.
그리고 육경음의 부적을 가지고 빠르게 고성을 빠져나갔다.
"폭풍이 드디어 잠잠해졌구나."
무인들은 감탄했다.
그들은 용현령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들도 수많은 시체들 중 하나가 되었을 것이었다.
* * *
거대한 구덩이에서 동남 방향으로 수만 리 떨어진 곳.
진남 등이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절세천재들이라 그런지 다들 대단하다. 수단도 무척이나 많아. 특수한 경우만 아니면 패자들도 그들을 못 죽이겠어."
팔요마왕은 혼잣말을 하고 무심한 듯 원적을 살폈다.
"팔요, 방금 뭐라고 했소? 나는 도심이 단단하고 실력으로만 싸우지 수단 같은 건 사용하지 않소."
원적은 콧방귀를 뀌었다.
팔요마왕, 수신량, 명망도 그를 경멸했다.
'땡중이 궁우태황종에 선택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생긴 거잖아!'
"육경음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우선 이곳에서 벗어납시다."
진남은 말을 마치고 고름선왕의 영패에 신념을 전했다.
고름선왕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면 도움을 청하려고 했다.
강각선왕이 쫓아오는데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명망, 혈안 선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진남은 얼른 물었다.
그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자신 때문에 혈안이 그런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네가 제때 출관하는 덕에 그자는 목숨을 건졌다. 다만, 경지가 파괴되었는데 회복을 한다고 해도 영원히 인선 경지에 머물게 된다."
명망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혈안 선배가 깨어난 후 어떤 선택을 해도 도와줄 거다. 용현령과의 원한에 더 이상 혈안 선배가 끼어들게 해서는 안 돼. 내가 직접 마무리해야겠다.'
고름선왕에게서 곧 답장이 왔다.
진남은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