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0화 추측이 틀렸나?
"뚱땡이 중, 너 뭐 하려는……."
팔요마왕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눈앞의 장면이 일그러지고 부서지다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응? 진남 일행은 왜 안 보이지?"
축강선왕, 강각선왕, 정고선왕 등 패자들은 진남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표정이 변했다.
"설마……."
회색 옷을 입은 중은 깜짝 놀랐다.
그는 눈을 감고 자세히 느껴보았다.
상황을 알아차린 그는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길, 이곳은 환경이다! 원적이 환경을 부수고 그들을 데려갔어!"
그의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회색 옷을 입은 중이 설명을 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알아차렸다.
"보제고찰종, 무슨 뜻이오? 설마 진남을 감싸기라도 하겠다는 거요?"
강각선왕은 표정이 일그러져서 질문했다.
다른 세력의 무인들도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과 큰 원한은 없었다.
그러나 진남이 먼저 가서 기회를 선점했기에 기분이 상했다.
때로는 먼저 가는 사람에게 이득이 더 많을 수도 있었다.
"시주들 오해요. 보제고찰종은 진남을 적으로 생각하오. 원적도 마찬가지요. 다만, 원적의 일 처리 방식은 내가 교육할 수 있는 게 아니오."
회색 옷을 입은 중은 씁쓸하게 웃었다.
"선배님,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일단은 얼른 환경을 부숴주십시오."
서래와 소일우 등은 얼른 말했다.
"그래."
회색 옷을 입은 중은 바로 불인을 만들었다.
* * *
같은 시각, 신비한 유리 고궁의 일 층.
순수한 선의가 여전히 가득해서 감탄이 나왔다.
빙설설원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광활하고 낡고 황량한 기운을 풍기는 상고 유적이 나타났다.
진남 등은 동시에 볼품이 없고 크기가 다른 궁전을 발견했다.
예전의 기세는 없었지만, 여전히 웅장하고 대범한 느낌이 들었다.
"우와!"
팔요마왕과 원적은 동시에 외쳤다.
진남도 살짝 놀랐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 궁전이 있었다.
궁전 안쪽을 살피려고 하는데 낡은 대당에 몇백 구의 피 묻은 갑주를 입은 무인들이 서 있었다.
대당의 가장 안쪽에는 시커먼 도끼가 걸려 있었다.
도끼는 어둡고 빛을 잃었지만 깊은 곳에 도의가 흘렀다.
이것은 도기였다.
주변의 궁전에도 병기들이 걸려 있거나 고화, 구리 등 같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단약이나 경서들도 널려 있었다.
이것들도 전부 도기였다.
단약과 경서들은 엄청난 가치가 있었다.
상고 유적에는 볼품없는 궁전이 적어도 천 개는 되었다.
궁전마다 도기가 있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몇천 개는 되었다.
'이게 어디 상고 유적이야? 이건 보물창고다!'
"저, 저기 봐봐. 커다란 문이 있는 것 같다."
혈안인선이 발견했다.
진남 등은 깜짝 놀라서 얼른 시선을 돌렸다.
궁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른 장 높이에 여덟 장 넓이의 원형 나무 문이 나타났다.
나무 문은 꽉 닫혀있지 않고 살짝 열려 있었다.
안쪽은 시커멓고 어디로 향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무 문에는 기이한 그림을 조각했는데 가슴 떨리는 위엄을 풍겼다.
의심할 것도 없이 유적의 가장 깊은 곳으로 통하는 문이었다.
보물창고 같은 유적의 깊은 곳이라면 엄청난 지보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허허, 우리 먼저 도기들을 가지고 다시 여기로 들어가는 게 어때?"
팔요마왕은 흥분해서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원적과 수신량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시간이 있기에 급하지 않았다.
도기들도 가치가 높았다.
특히 도기들은 오랜 세월을 거쳐 상고도기가 되었기에 더욱 귀했다.
혹시 특별한 힘을 가진 도기를 만난다면 돈을 크게 벌 수 있었다.
"그럼 도기를 챙기거라. 나는 주변을 둘러볼게."
진남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유적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궁전들을 살폈다.
그는 두 개의 천재지보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다.
보물이 가득하니 팔요마왕과 원적 등은 진남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자세히 논의하고 기분 좋게 궁전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표정이 굳었다.
적막한 기운을 풍기던 갑주를 입은 조각상들이 깨어났다.
그들은 두 눈에 붉은빛을 풍기고 체내에서 선광을 뿜으며 차가운 살기를 드러냈다.
궁전들마다 지키고 있는 조각상이 있는 것은 확인했지만 천선 경지 오 단계의 실력을 갖추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함정이다……!"
고함이 울려 퍼지고 폭발음이 연거푸 들렸다.
궁전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진남이 뒤돌아서 살펴보니 그들은 허둥댔지만, 위험은 없었다.
진남은 계속 궁전들을 돌아보았다.
잠시 후, 그는 제자리로 돌아와 미간을 찌푸렸다.
궁전에 천재지보가 하나도 없었다.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럼 저 문 안쪽에 있다는 말인가?"
진남은 다시 신비한 나무 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진, 진남. 이 나쁜 놈아, 좀 도와주지."
팔요마왕은 씩씩거리며 초라한 몰골로 나타났다.
그는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팔요마왕, 방금 제 앞을 막지만 않았어도 제가 그놈들을 다 죽였습니다. 고작 천신 경지가 대단한 줄 아십니까?"
수신량은 안색이 창백했다.
그는 아직도 가슴이 떨렸지만, 표정은 시큰둥했다.
팔요마왕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른 말은 하지 말고 이제 나무 문으로 들어갑시다."
진남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나무 문으로 들어간다고?"
팔요마왕, 수신랑 그리고 원적까지 겁을 먹었다.
궁전도 이렇게 위험한데 나무 문으로 깊은 곳에 들어가면 더 위험할 것 같았다.
"에잇, 모르겠다. 상고 유적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팔요마왕은 이를 악물었다.
배짱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부귀는 위험 속에 있다는 도리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지보를 얻으려면 앞에 위험이 있는 걸 알면서도 뛰어들어야 했다.
"갑시다!"
진남의 외침에 다섯은 동시에 신비한 나무 문으로 날아갔다.
멀리서 볼 때는 위엄 있고 신비한 문이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은근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특히 혈안인선과 수신량은 가슴이 떨렸다.
문에 무릎을 꿇고 복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잠깐!"
팔요마왕은 외쳤다.
그는 문에 새겨진 기이한 그림을 보자 의혹이 들었다.
"이 그림들을 본 적이 있다. 어떤 금제였던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질 않네……."
수신량은 그를 조롱했다.
"팔요마왕, 겁을 먹은 거 아닙니까?"
팔요마왕은 화를 버럭 냈다.
"이놈아, 누가 겁을 먹었대? 구천선역에선 나를 가장 배짱이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니놈이 알기나 해?"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두 골칫덩이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가다듬은 진남은 나무 문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생각했던 것처럼 공간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의 발아래에 흰색 빛으로 된 길이 있었다.
길의 끝에는 채색 빛무리가 있었다.
진남 등은 채색 빛무리에 들어서자 몸이 가벼워지더니 다른 곳에 도착했다.
"이건……."
진남 등은 주위를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광활한 산골짜기에 있었다.
양쪽은 하늘 높이 솟아 꼭대기가 보이지 않는 산이었다.
유적의 비경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방원 천 리밖에 되지 않는 산골짜기가 가진 순수한 선의는 상고유적보다 훨씬 더 많았다.
게다가 구석구석에 영약들이 자랐다.
꽃이나 나무에도 선광이 몽롱하게 있어 모두 영력을 가지고 있었다.
"서,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들이야?"
팔요마왕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진남도 놀라서 얼른 살펴보았다.
각양각색의 꽃들 뒤쪽에 오 촌 정도의 꽃이 있었다.
꽃잎은 여덟 조각이었는데, 흑백으로 된 눈처럼 생긴 부호가 있었다.
꽃은 영기와 선의를 풍기지 않았지만 천재지보들 사이에서 왕처럼 느껴졌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인 팔안음양화였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산골짜기의 가장 은밀한 곳이 있었다.
그곳에 삼 장 높이의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그리 크지 않았고 넓이도 주먹만 했다.
나뭇잎은 버드나무 잎처럼 생겼고 멀리서 보면 평범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나뭇잎마다 서로 다른 선자가 있었다.
나무의 뿌리는 대부분 밖에 드러나 있었는데 엄청 굵고 무늬가 가득했다.
무늬들은 천지에 의해 새겨진 것이었는데 움직이면 엄청난 힘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 나무가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인 축선나무였다.
축선나무는 팔안음양화와 달리 전설이 있었다.
나무의 뒤쪽으로 가면 진정한 선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드디어 찾았다!"
진남은 숨을 내쉬며 주먹을 꽉 쥐었다.
심지가 단단한 그도 흥분했다.
"어라? 이것 좀 봐."
수신량은 축선나무의 뿌리 쪽을 가리키며 경악했다.
"이곳에 무늬가 있어. 나무 문에 새겨진 것과 거의 똑같아."
진남 등도 놀라서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뿌리 부근에 그림이 있었다.
아주 옅은 흔적이었고 아무런 기운도 없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었다.
"꽃 아래에도 그림이 있다. 다른 천재지보들도 각양각색의 그림이 있어. 이 그림들은 문에 있던 것과 똑같아."
혈안인선은 둘러보더니 낮게 말했다.
"어?"
진남, 원적, 팔요마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다른 천재지보들도 살폈다.
다들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들은 그림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몰랐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이런 그림들은 숨겨진 살초들이었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적이 있다. 이곳의 천재지보를 가져가면 그에 대응하는 살초가 움직일 가능성이 커."
원적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저는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로 중요한 사람을 구해야 해서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진남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팔요마왕은 눈을 흘겼다.
그는 가장 좋은 물건은 진남이 가져갈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진남은 두 개의 지존의지를 사용했는데 선복 등급 천재지보 두 개를 가져가는 것도 과분하지 않았다.
그는 선이 없는 사람이지만 어떤 것들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원적, 혈안, 수신량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진남은 네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며 선기로 커다란 손을 만들어 두 개의 천재지보를 잡으려고 했다.
팔요마왕 등은 멀리 물러서서 상황을 지켜봤다.
그들은 진남이 두 선복등급의 천재지보를 가져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다.
우우우-!
팔안음양화와 축선지수는 무언가 느꼈는지 엄청난 선의를 풍겼다.
산골짜기에 바람이 미친 듯이 불었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살초가 만들어졌는데 위력이 엄청 강했다.
진남은 도의를 드러내 선복 등급 천재지보의 의지를 완전히 눌렀다.
선광이 변한 커다란 손도 두 보물을 잡아 저장주머니에 넣었다.
모든 것을 마친 진남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했다.
그는 단천도를 꺼내고 선력을 최대로 모아 수시로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산골짜기는 잠잠하고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에 있던 기이한 그림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진남, 원적, 팔요마왕은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 추측이 틀렸나?'
"아닌데? 그림들은 어떤 살초가 분명해. 짧은 시간에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아니면 좀 더 기다릴래?'
원적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가능성이 있어!"
팔요마왕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는 허허 웃더니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천재지보들을 다 가져가자.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우리 탓이 아니잖아?"
말을 마친 그는 빠르게 그림자로 변해 마소로 천재지보들을 거둬들였다.
"고약하구먼. 함부로 하지 마시오!"
원적은 고함을 지르며 얼른 천재지보들을 챙겼다.
혈안과 수신량도 서로 마주 보더니 달려들었다.
진남은 참여하지 않았다.
네 사람은 천재지보를 싹쓸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