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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981화 (981/1,498)

979화 다 속고 있는 거다

"진남 도우는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대범하구나. 역시 제일선답다."

원적은 눈을 반짝이며 고마워했다.

"진남 도우, 시킬 일이 있으면 말하거라.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

팔요마왕 등은 눈을 흘겼다.

'이 자식 아주 그럴듯하게 꾸미는구나.'

그들은 더 말하지 않았다.

원적이 낯짝 두껍게 쫓아다니면 그들도 방도가 없었다.

진남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고궁의 대문을 힐끗 보더니, 시간을 계산하고 말했다.

"우리도 들어갑시다. 변고가 있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니까."

팔요마왕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날아가는 한편 선력을 사용하고 수시로 도망갈 준비를 했다.

원적은 대수롭지 않게 뒤에서 따라왔다.

그는 진남과 팔요마왕을 계속 살폈다.

잠시 후, 그들은 궁전에 들어섰다.

궁전에 들어서는 순간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끝없는 선해에 빠져든 것 같았다.

순수한 선의가 없는 곳이 없었고 양도 많았다.

"우와."

"이게 선복도지야?"

팔요마왕과 원적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수많은 선복도지를 가봤지만 이렇게 방대하고 순수한 선의는 처음이었다.

일반 선복도지의 핵심을 세 개 합친 것과 비슷했다.

진남은 살짝 놀라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정신을 차린 그는 선동으로 앞을 살폈다.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밖에서 볼 때 유리 궁전은 고작 방원 천 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에서 보니 몇십만 리의 빙설로 만들어진 땅이 펼쳐졌다.

그 끝에는 새하얀 안개가 자욱해서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응?"

진남은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옅은 파란색의 얼음층에 수많은 시골들이 있었다.

시골들은 크기가 다르고 키도 달랐다.

또, 각양각색의 빛을 뿜고 기괴한 동작을 하고 있었으며 병기를 들고 있었다.

시골들이 발아래에만 있는 게 아니라 눈이 닿는 얼음층에 모두 빼곡하게 있었다.

"시골이 왜 이렇게 많아? 누가 이렇게 대량으로 살육을 저질렀을까?"

팔요마왕은 저도 몰래 헛숨을 들이켰다.

"아미타불."

원적은 합장을 하고 불호를 읊었다.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감히 못 들어오는 줄 알았다. 배짱이 그리 작지는 않구나."

멀지 않은 곳에서 강각선왕이 차갑게 쳐다봤다.

축강선왕, 고정선왕, 청리선왕 등 무인들과 만중선루와 제왕고도의 사람들이 빙원에 있었다.

그들은 여러 선술을 사용하여 이곳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눈앞에 벌어진 장면은 그들의 인지 범위를 벗어났기에 자세히 살펴보았다.

팔요마왕은 강각선왕을 힐끗 보더니 진남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남, 이곳은 신경 쓰지 말자. 우리는 저 끝에 안개가 있는 곳으로 빨리 가자."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때, 강각선왕 등과 몇십 리 떨어진 곳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반들반들하던 얼음판에 커다란 틈이 생겼다.

안에 있던 시골들의 텅 빈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강한 기운들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시골들은 지선 경지와 비슷한 실력을 가졌다.

그중 두 시골은 천선 경지에 이르렀다.

"성지자의 잠을 방해하는 자를 죽인다!"

시골들은 목이 쉰 것 같은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병사들처럼 강각선왕 등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병기도 평범한 물건이 아니었다.

병기에서 선광이 번쩍였다.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정신을 차리고 법인을 만들었다.

그들은 선술을 사용하여 시골들을 물리쳤다.

그러나 시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달려들었다.

"하하, 네 놈들이 감히 나와 싸우려고 하더니, 이제 내가 대단한 걸 알겠지? 시골들은 경지가 높지 않지만 네 놈들을 지쳐 죽게 할 수는 있다."

수신량은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시골들이 강각선왕 등을 공격하는 게 자신이 조종한 일처럼 뿌듯했다.

진남과 팔요마왕은 어이가 없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거 아니야? 지금 뿌듯해할 때야?'

"왜 나를 그런 시선으로 봐? 시체들이 저들을 공격하는 게 좋은 일 아니야……?"

수신량은 의혹이 생겼다.

"하하하! 빙원에서는 무력을 사용할 수 있구나. 진남,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수신량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호탕한 웃음이 울려 퍼졌다.

강각선왕은 엄청난 기세로 시골들을 물리쳤다.

그는 발끝을 차고 날아오르더니 신검처럼 진남 일행을 베었다.

시골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축강선왕 등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가 굳이 함께 싸울 필요는 없었다.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고 하니 더 성장하게 두면 큰 우환이 될 수 있었다.

기회가 있을 때 진남을 죽여야 했다.

"궁전에서 나가자!"

진남은 안색이 변해서 단호하게 판단했다.

그들의 비장의 수와 수단으로 강각선왕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또 서른몇 명의 패자들이 있었다.

진짜로 싸움이 일어나면 하나 남은 지존의지로는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했다.

"도망가려고? 어림도 없다!"

강각선왕은 손가락을 튕겼다.

수많은 선광이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열여덟 개의 신비한 봉인으로 변해 입구를 막았다.

"아미타불!"

회색 옷을 입은 중은 불호를 외쳤다.

불광이 강림하고 몇몇 패자들이 법인까지 더해졌다.

수많은 선술들이 봉인에 녹아들었다.

이제 궁전 입구는 천선경지의 강자라도 뚫을 수 없었다.

"진남 도우, 당황하지 말거라. 우리 연합하기로 했으니 저놈은 내가 막아주마!"

원적은 고함을 지르자 온몸에 불광이 번쩍였다.

그는 그대로 강각선왕에게 달려들었다.

진남, 팔요마왕 등은 어안이 벙벙했다.

"죽을 짓을 하는구나!"

강각선왕은 눈에서 빛이 났다.

그는 손을 선광대수로 변화시켜 원적을 힘껏 때렸다.

보제고찰종의 사람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원적은 절세의 천재였다.

그러나 제 발로 찾아왔기에 강각선왕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펑-!

커다란 소리가 들리고 원적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원적은 먼 곳에 날아가 떨어졌다.

"어? 안 죽었어?"

강각선왕은 이상했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관여치도 않았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허공에 서서 극생의지를 전부 몸에 모았다.

그는 진남 등과 거리가 멀지 않았고 도술을 사용하여 진남 일행을 전부 죽이려고 했다.

"저 땡중은 분명 우리한테서 떨어지려는 수작을 부린 거야."

팔요마왕은 기가 막혔다.

그는 위험을 감지하고 얼른 전음했다.

"진남, 뭐 하느냐? 지존의지로 입구를 열거라."

그의 말이 끝나자 밝은 빛이 진남의 머릿속에 스쳤다.

진남의 시선은 커다란 빙설시원을 바라보았다.

"해보자!"

진남은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장소지존이 준 지존의지를 사용했다.

엄청난 위압감이 사방을 휩쓸었다.

"지존의지?"

축강선왕 등은 안색이 변했다.

"이런 수단도 있었어?"

강각선왕은 눈을 가늘게 뜨고 얼른 뒤로 날아갔다.

그는 지금 혼자 지존의지를 상대할 수 없었다.

커다란 어둠이 내렸다.

웅장한 형상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먼 곳을 향해 손을 힘껏 내리쳤다.

"응……?"

강각선왕은 어안이 벙벙했다.

'나를 공격하지 않다니?'

"안 돼!"

축강선왕, 고정선왕, 청리선왕은 문득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나 이제는 늦었다.

쿠쿠쿵-!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엄청난 공격이 빙설시원의 가운데에 떨어졌다.

몇백 리 크기의 구덩이가 생겼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덩이를 중심으로 수많은 틈이 용처럼 몇천 리를 뻗었다.

"성지자를 방해하는 자들은 죽인다!"

시골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들은 메뚜기떼처럼 축강선왕, 강각선왕, 진남 등에게 달려들었다.

축강선왕에게 달려드는 시골들이 더 많았다.

경지가 높은 선왕들이라고 해도 빼곡하게 달려드는 시골들을 보자 소름이 돋았다.

"어이쿠, 참 잔인한 놈이야. 화가 난다고 빙원을 부수다니, 시골에 깔려 죽는 게 두렵지도 않은가 봐."

원적은 입을 쩝쩝 다셨다.

진남을 보는 그의 눈이 점점 더 밝게 빛났다.

"진남, 너……."

강각선왕, 축강선왕 등 패자들은 분노했다

그러나 그들은 말을 채 다 하지도 못하고 달려드는 시골들을 물리쳐야 했다.

"진남,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지?"

팔요마왕은 계속 달려드는 시골을 보자 입가가 떨렸다.

그는 진남을 따라다니면 좋은 일이 없었다.

위험에서 벗어난 것 같지만 시끄러운 시골들을 상대해야 했다.

그들은 힘들게 시골들은 상대하는 한편 패자들도 경계해야 했다.

자칫하다가는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안개가 있는 곳까지 먼저 쳐들어갑시다."

진남은 기세가 확 바뀌었다.

단천도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존의지는 가장 강한 비장의 수단이었다.

즉, 이제 궁 밖으로 도망가면 패자들이 더 깊은 곳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야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럼 팔안음양화 등은 패자들에게 빼앗길 수 있었다.

그래서 진남은 한번 시도해볼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기회였다.

"진남 도우, 진정한 협력을 해볼 의향이 있느냐?"

이때, 원적의 목소리가 진남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진정한 협력? 어떻게 협력할 거냐?"

진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쉬워. 너는 긴장을 풀고 나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 돼. 나는 너희들을 데리고 빙설시원을 떠나 더 깊은 곳으로 안내할게."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자고? 원적은 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지?'

"저 녀석 나를 노리고 이곳에 온 건가?"

진남은 중얼거렸다.

"진남 도우, 몇 가지 질문을 할 뿐이다. 다른 건 없어. 절대 너를 해치지 않을 거다. 방금 봤잖아. 네가 위험에 처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달려갔어."

원적은 진남이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으니 얼른 말했다.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낯짝도 두껍다.'

"좋다, 그렇게 하자. 어떻게 우리를 데리고 이곳에서 떠날 생각이냐?"

진남은 잠깐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그는 원적을 믿지 못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정도로 간단할 리 없었다.

진남은 원적이 꿍꿍이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는 무주궁도와 전신의 혼 그리고 구리거울이 있기에 두렵지 않았다.

"허허. 진남 도우, 적정 말거라. 나와 협력해서 손해 보진 않을 거다."

원적은 교활하게 웃고 말했다.

"너희들은 다 속고 있는 거다. 빙설시원은 전부 환경(幻境)이다."

진남은 깜짝 놀라서 물었다.

"환경? 환경이라면 왜 동술도 전혀 보이지 않는 거냐?"

구천선역에서 많은 것들을 만났다.

전신의 선동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없었다.

"너의 동술이 대단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 환경은 좀 특이해. 이것은 네 마음에서 생겨난 거다. 네가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네 눈은 속고 있어."

원적은 설명했다.

"너는 어떻게 발견한 거야?"

진남은 삼 할 정도 믿음이 생겨서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그건 내가 운이 좋아서 알아낸 거다. 내가 수련하는 불법이 석가모니심경이라는 것인데 명심(明心), 청심(淸心), 증심(證心)해야 하거든. 별 소용이 없는 선법인데 환경에서는 효과가 특별히 좋더라"

원적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렇구나."

진남은 팔 할을 믿었다.

이 세상에는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다.

각양각색의 물건들이 상생하기도 하고 상극을 이루기도 했다.

"그럼, 그렇게 하자. 우리를 깊숙한 곳으로 데려가 줘."

진남은 말하다 말고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너는 환경이라는 것을 아는데 왜 보제고찰종의 다른 사람들은 발견하지 못하는 거냐?"

원적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 노인네들도 석가모니심경을 연마했는데 경지가 나보다 낮거든. 그러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거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적은 절세의 천재라 대단했다.

종문의 패자들도 어떤 경지는 그보다 못했다.

그래서 마침 그들은 시간을 조금 벌 수 있었다.

원적은 더 말하지 않고 포동포동한 손으로 몇천 개의 법인을 만들었다.

허공에 네 개의 불교 부적이 나타났다가 진남 일행의 몸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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