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1화 보천종과 상고십악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재지보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적어졌다.
땅 위에 옅고 기운이 적막한 기이한 그림들이 나타났다.
"이곳은 오래 머무를 곳이 아닙니다. 자리를 옮깁시다."
진남 등은 곧 떠날 준비를 했다.
이때, 산골짜기가 갑자기 흔들렸다.
산에 수많은 도문이 생겼다.
* * *
같은 시각, 상고유적.
불광이 반짝이고 축강선왕, 강각선왕, 고정선왕, 청리선왕 등 패자들과 서래, 소일우, 축자황 등 무인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도기다!"
"궁전마다 도기가 있어?"
그들은 진남 일행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 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진남 일행이 먼저 도착하고도 도기를 하나도 안 가져간 이유가 있었소.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은 천선 경지 오 단계의 실력을 가지고 있소."
고정선왕은 비밀을 발견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문고족의 사람이었다.
때문에, 세월이 유구한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선왕들은 비교할 수 없었다.
축강선왕, 강각선왕 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신비한 나무 문을 발견했다.
"진남 일행이 이곳에 없는 걸 보니 저 안에 들어간 것 같소. 빨리 들어가 봅시다. 그들이 엄청난 천재지보를 가져가게 하면 안 되오."
선왕은 바로 말했다.
다른 선왕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들이 행동하려고 할 때 고정선왕은 무언가 발견하고 표정이 무거워졌다.
"잠깐!"
그녀는 나무 문 앞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문에 새겨진 기이한 그림들을 자세히 살폈다.
강각선왕은 미간을 찌푸렸다.
"고정 도우, 무슨 문제라도 있소?"
상고 유적에서 시간은 매우 귀했다.
잠깐의 시간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전승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또, 그들은 이미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고정선왕은 그런 그를 무시했다.
그녀는 놀랐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이 유적들은 엄청 무섭소. 나무 문의 깊은 곳은 절세의 흉지요."
그녀의 말에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게 무슨 말이요?"
강각선왕은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혹시 십무혈금이라고 들어봤소?"
고정선왕은 반문했다.
강각선왕 등 패자들은 안색이 변했다.
* * *
같은 시각, 나무 문 깊은 곳 산골짜기.
"서, 설마 살기와 금제를 건드린 건 아니겠지?"
수신량은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
그가 겁이 많은 게 아니었다.
고작 인선 정상의 경지인 그는 아무거나 날아와도 죽을 수 있었다.
"이놈아, 재수 없는 말 좀 하지 말거라. 세상에 그렇게 재수 없는 일이 어디 있어!"
팔요마왕은 표정이 굳어서 수신량의 뒤통수를 때렸다.
그러나 그도 사실 불안했다.
그는 이미 준비를 다 했다.
상황이 조금만 불리하면 멀리 도망갈 예정이었다.
곧, 이변이 끝이 났다.
산에 나타난 부문들은 계단으로 변했다.
낡은 계단이 구름까지 닿아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계단은 온통 맑고 투명했다.
게다가 도광이 흘러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과도선제?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지?"
팔요마왕과 원적은 경악했다.
"과도선제?"
진남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잘 모르는구나. 구천선역에는 갈 수 없는 곳이 많다. 한 걸음만 남겨뒀지만 못 건너가는 곳들이 있어. 일단 건너가면 죽어. 엄청 신비하지. 그래서 상고시기에 원만 등급까지 수련한 구천지존이 이런 과도선제를 만들었어. 그런 곳들을 지나가는 계단이지.
과도선제를 만들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해. 무상도통이나 상고 백족들도 거의 만들지 않는다. 대부분 별 의미가 없거든."
원적은 설명했다.
"즉, 위에 넘어갈 수 없는 곳이 있는데 과도선제가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 뜻입니까?"
진남이 물었다.
"맞아."
팔요마왕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무언가 발견하고 흥분했다.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이 상고유적의 깊은 곳이 아닐 수도 있어. 계단 위쪽이 가장 깊은 곳일 수도 있겠다."
상고유적의 밖에는 몇천 개의 도기가 있었다.
산골짜기에는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가 두 개 있었다.
'그럼 가장 깊은 곳에는 또 뭐가 있을까? 유리 고궁에 들어설 때 엄청난 마후가 들렸다. 그럼 가장 깊은 곳에 마도지보나 마도 전승이 있지 않을까?'
"후후, 대단해."
원적은 두 눈에 불광이 번뜩였다.
그는 가장 깊은 곳에 이미 깊이 빠졌다.
처음 이곳에 온 목적을 아예 잊어버렸다.
진남도 마음이 흔들렸다.
두 개의 천재지보를 가졌으니 이제 고민 없이 행동할 수 있었다.
다섯 사람이 행동을 시작하지 않았는데 차가운 기운이 산골짜기를 휩쓸었다.
모든 것을 콱 비틀어놓는 것 같았다.
진남, 원적, 팔요마왕은 무언가 느꼈다.
그들은 바닥에 있는 어두워진 기운이 적막하고 기이한 그림을 바라보았다.
빛들이 예고 없이 반짝였다.
그림들이 깨어났다.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지만, 진남 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들은 형언할 수 없는 위험을 감지했다.
"도망가자!"
* * *
상고 유적.
"십무혈금! 이곳에 그렇게 무서운 금제가 걸려 있다고?"
강각선왕은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나무 문으로 들어가려던 생각을 아예 버렸다.
"이곳은 참 이상하오. 왜 이곳에 십무혈금을 쳤는지 나도 잘 모르겠소."
고정선왕은 고개를 저었다.
"고정 선배님, 십무혈금이 대체 무엇입니까?"
소일우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렇게 무서운 금제인가?'
"십무혈금은 정확히 말하면 열한 개의 금제이다. 열 개의 무금에 한 개의 혈금이 합쳐졌다. 이 나무 문에 있는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고정선왕은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움직이면 경지가 높을수록 타격이 더 크다. 전성기의 십무혈금은 구천지존도 죽일 수 있다."
그녀는 더 보충했다.
"이곳의 십무혈금은 세월이 흘러 그 정도 힘은 없지만, 여전히 엄청 강하다."
그녀의 말에 무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전성기에는 구천지존도 죽일 수 있다니! 십무혈금은 너무 무섭다!'
"고정, 자네 생각에는 우리가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축강선왕은 물었다.
"우선 대전의 도기들을 가져오시오. 그럼 문으로 들어가서 십무혈금을 건드려도 견딜 수 있소."
고정선왕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진남 일행은 걱정할 필요가 없소. 안에 십무혈금이 있으니 그들은 다른 방도가 없을 거요. 전승이나 지보도 가져가지 못하오."
그녀의 말에 선왕들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정선왕, 그럼 진남 일행이 십무혈금을 건드리면 어떻게 됩니까?"
서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만중선루의 일을 겪고 난 뒤로 그는 진남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가도 진남을 만나면 이상하게 변했다.
고정선왕이 대답하기 전에 강각선왕은 시큰둥해서 말했다.
"진남은 고작 지선 정상의 경지다. 십무혈금 중 한, 두 개만 건드릴 수 있을 거다. 전부 건드리기 전에 이미 죽을 거니까 우리까지 엮이는 일은 없을 거다."
서래는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도우들, 함께 손을 씁시다."
축강선왕은 손을 흔들었다.
그는 진남에게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좋소."
선왕들은 얼른 흩어져서 궁전으로 날아갔다.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선천신병들은 단단한 구조에 금제까지 걸려 있지만 패자들과 실력 차이가 컸다.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날아갔다.
도기들은 패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서 장로, 우리는 어느 궁전에 가면 됩니까?"
만중선루의 한 무인이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
"어디 보자……."
서래는 동술로 살펴보았다.
아주 작은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다.
그는 저도 몰래 시선을 돌렸다.
소리를 확인한 그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에 있던 기이한 그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 *
나무 문의 깊숙한 곳 산골짜기.
진남, 원적, 팔요마왕은 갑자기 선광, 불광, 마광을 뿜으며 수신량과 혈안을 감싸고 가장 빠른 속도로 허공에 있는 빛무리로 날아갔다.
"이봐, 뭣들 하는 거야. 잘 있다가……."
수신량과 혈안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기이한 상고 그림 중 하나에서 검은빛이 솟구쳤다.
검은빛은 높이가 서른여 장에 이마에 뿔이 여덟 개, 눈이 여섯 개인 흉악한 이수(異獸)로 변했다.
산골짜기가 진동했다.
흉악한 이수는 포효하며 진남 등의 뒤로 날아왔다.
이수는 날카로운 다섯 개의 발가락으로 진남 일행을 힘껏 내리쳤다.
진남은 안색이 확 변했다.
이수의 발은 보기에는 평범했지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원만 등급의 패자가 다섯 개의 칼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그들이 아니라 천선 정상의 경지인 자들이라도 그 발에 맞으면 당장에서 죽었다.
"있는 수단을 전부 사용하거라!"
진남은 호통을 치며 의지들을 전부 모아 일도를 날렸다.
동시에, 신념을 움직여 보천정을 꺼냈다.
아직까지 진남은 보천정의 작용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위급한 상황에게 가릴 게 없었다.
보천정에 패자 등급의 흉수가 있으니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원적과 팔요마왕은 망설이지 않고 무상불기(無上佛器)와 엄청난 의지를 가진 마골(魔骨)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격은 날카로운 발에 닿는 순간 전부 사라졌다.
심지어 이수를 잠깐 멈추게도 하지 못했다.
"진남, 이 재수 없는 놈아! 너만 쫓아다니면 좋은 일이 없다!"
팔요마왕은 비명을 지르며 마인을 만들었다.
그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그는 목숨을 부지할 수단이 있었다.
그러나 사용하면 힘들게 재생한 육신이 다시 사라졌다.
"에잇, 이번에는 잘못 걸렸다."
원적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진남의 비밀을 알고 싶어서 따라왔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세 번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것을 꺼내야 했다.
위기의 순간에 펑, 하는 굉음이 들리고 보천정이 맞아서 뒤로 날아갔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수도 뒤로 둬 걸음 밀려났다.
"응?"
원적과 팔요마왕은 깜짝 놀랐다.
진남도 마찬가지였다.
보천정이 이렇게 강한 이수를 막을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진남, 이 나쁜 놈. 감히 나를 가지고 이렇게 위험한 걸 막아?"
위엄 있는 호통이 보천정에서 울려 퍼졌다.
요수의 화가 잔뜩 난 얼굴이 보천정에 흐릿하게 떠올랐다.
"응? 이건 그 물건이잖아?"
수신량은 경악했다.
그는 이 요수를 비웃었다가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했다.
"저건 명망(冥亡)?"
원적은 경악했다.
"세상에, 상고십악 중 서열 이 위인 명망이라니?"
팔요마왕은 경험이 풍부했지만 십악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서열 이 위인 명망을 직접 보게 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때, 흉악한 이수가 다시 달려들었다.
그것은 영지가 있는지 보천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이수는 두 발을 쳐들고 보천정을 찢으려고 달려들었다.
산골짜기에 강풍이 세차게 불었다.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요? 살고 싶으면 모든 선력을 보천정에 주입하시오!"
명왕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진남 등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바로 선력을 전부 보천정에 주입했다.
보천정은 순식간에 몇십 배로 커졌다.
상고무늬들이 선광을 풍기며 위압을 드러냈다.
보천정 안에 있는 엄청난 요수는 두 눈에 살기를 뿜으며 입을 쩍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