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6화 무도세계의 슬픈 현실
"멈추시오!"
풍화장사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날려 진남의 앞을 막았다.
"풍화, 저자는 내 아들에게 중상을 입혔소. 그런데 자네는 저자를 보호하는 거요? 오늘 아무도 저자를 구할 수 없소. 장로지존이 직접 온다 해도……."
독령선왕은 기세가 점점 높아졌다.
허공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패자인 그는 미련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홍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에겐 정당한 이유가 생겼다.
실수로 진남을 죽인다 해도 장소지존은 그에게 가벼운 처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고통을 호소하던 우홍은 정신이 번쩍 들어 서둘러 막으려 했다.
'아버지는 진남이 이미 도기를 다시 만들었고 실력이나 경지가 궁우태황종의 육 대 핵심제자와 맞먹는다는 걸 모른다. 진남의 실력은 핵심제자들 중에서도 최고이다.
진남을 죽이면 아버지는 신분이 높다 해도 자신을 보호할 수 없을 거다. 게다가 이번 일은 진남이 잘못한 것이 없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방원 몇십만 리의 하늘이 환해지더니 두 개의 대단한 위압이 드러났다.
위압을 느낀 무인들은 영혼마저 떨렸다.
"독령, 너 뭐 하는 거냐?"
분노한 외침이 울려 퍼지더니 땅이 흔들리고 법력이 혼란스러워졌다.
황뢰지존과 장소지존이 허공에서 걸어 나왔다.
둘은 엄청 무척이나 화가 났다
장소지존은 안색이 시커멨다.
"두, 두 명의 구천지존이 다 오셨어?"
모든 무인들의 눈에 짙은 놀라움이 드러났다.
구천지존들은 평소에는 한 번 보기도 어려웠다.
또, 장소지존은 신분이나 지위가 다른 구천지존을 훨씬 초월했다.
"사, 사형?"
독령선왕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사형이 평소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사형이 어떻게 핵심제자들의 싸우는 데에 직접 오셨지? 그것도 황뢰지존과 함께 오다니! 설마…… 진남 때문인가?'
그는 더욱더 의아했다.
'도기가 잘린 진남 때문에 사형과 황뢰지존이 직접 올 의미가 있나?'
"오늘의 일은 잠시 후에 다시 따지겠다."
장소지존은 차갑게 말했다.
그는 황뢰지존과 함께 돌아서더니 허공을 향해 공수했다.
태도가 매우 경건했다.
"스승님께서 태황지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의 말은 선뢰가 천지에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스, 스승님?"
사람들은 놀라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장소지존과 황뢰지존이 스승님이라고 부르는 분이라니? 설마…….'
* * *
"스승님이 태황지계로 가셨나?"
궁우태황종의 제삼소세계에서 폐관하거나 깊이 잠들었던 구천지존들, 심지어 더 대단한 거물들이 깨어났다.
그들은 매우 강한 동력을 드러내 모든 걸 넘어 도장 위를 주시했다.
그들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들이 아는 스승님은 큰일이 벌어지지 않으면 절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 * *
도장 위는 조용해졌다.
허공에서 위엄 있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두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노인은 아무런 기운도 뿜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체내에는 천지를 파괴할 것 같은 힘이 있는 걸 느꼈다.
장소지존과 황뢰지존도 노인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제자 장공, 사조(師祖)를 뵙습니다."
"제자 풍화, 건결 선배님을 뵙습니다."
장공과 풍화장사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인사했다.
"스, 스승님, 스승님께서 어, 어떻게……?"
독령선왕은 완전히 넋을 잃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잘 알았다.
'스승님은 적어도 몇백 년 동안 태황지계에 오지 않았다. 둘째 제자인 나도 이미 오십여 년을 스승님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왜……? 설마 그냥 우연히 지나던 길일까?'
"건결? 설마 선임 장로 건결로도이신가? 소문에 그 분은 이미 제일선역에서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지?"
삼청고교와 천허조교의 태상장로들은 깜짝 놀랐다.
몸도 살짝 떨렸다.
건결로도가 아직 살아있다는 건 그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예를 차릴 것 없다."
건결로도는 손을 저었다.
그는 독령선왕을 무시하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보기 드문 미소가 번졌다.
사람들은 봄바람이 부는 것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
"진남, 제법이구나. 삼 개월 사이에 도기를 다시 만들다니. 나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 * *
건결로도의 말에 주시하던 모든 구천지존들은 경악했다.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고? 저 녀석은 대체 누구지?"
"저 녀석은 이번 제일선싸움의 제일선이라고 들었어. 승선하자 바로 도경대성의 경지에 도달했대. 다만……."
"뭐? 대단한데!"
"하하하, 우리 종문에 대단한 인물이 나타났구나!"
진남의 소문을 들은 후 구천지존들 대부분은 눈에 칭찬, 의문, 감탄이 드러났다.
몇 명만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 * *
"도,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고?"
독령선왕은 번개에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는 이제 의혹이 절반 이상은 해결되었다.
풍화장사가 진남을 도우러 오고, 사형과 황뢰지존이 함께 온 것이 모두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핵심제자가 도기가 잘렸다 다시 만들었다면 이 정도 중시를 받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은 달랐다.
이미 앞선 제일선싸움에서 진남의 비교할 수 없는 자질과 대단한 잠재력을 그들은 제대로 보았다.
즉, 진남은 조만간 궁우태황종의 제일 핵심제자가 되고 심지어 구천선역 전체의 절세천재 중에서도 서열이 앞을 차지하는 존재가 될 것이었다.
"어르신, 과찬이십니다. 제가 도기를 다시 만든 건 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진남은 공수하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구든지 화도선염을 만나고 선복 등급의 천재지보와 진귀한 영약을 가득 얻었다면 도기를 다시 만들 수 있었을 것이었다.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 수련에 있어서 운도 실력이다."
견결로도는 말했다.
눈에 빛이 스쳤다.
사실,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들었다 해도 그가 직접 나타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삼 개월 전에 비월이 그들에게 했던 당부가 생각났다.
또, 진남에게서 벌어진 여러 가지 일을 생각하고 진남의 배후에 무형의 대단한 힘과 연관 있다는 걸 느꼈다.
이런 힘은 진남 스스로도 모를 수 있었다.
"됐다. 중요한 것부터 말하겠다. 오는 길에 상황을 들었다. 너를 위해 공정하게 처리해주겠다."
견결로도는 담담하게 말했다.
"독령, 네 아들을 데리고 악연(惡淵)에 가 백 년 동안 연마하거라."
독령선왕은 안색이 창백해졌다.
"스승님, 악연은……."
그는 말을 채 다하지도 못하고 견결로도의 눈길에 몸을 떨더니 입을 다물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독령선왕은 고개를 숙이고 우홍과 함께 앞으로 날아갔다.
그는 매우 후회되었다.
진남이 도기를 다시 만든 걸 알았다면 절대 아들에게 창명목을 빼앗으라고 시키지 않았다.
또, 앞뒤를 가리지 않고 진남을 공격하고 위협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건결로도께서 직접 진남을 위해 사건을 처리해주셨어!"
도장의 태상장로들과 다른 사람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건결로도의 행동은 매우 명확한 신호였다.
건결로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남, 오늘부터 너는 궁우태황종의 육 대 핵심제자 중 한 명이다. 오늘 일로 너는 적지 않은 억울함을 당했다. 그러니 너의 요구를 한 가지 들어주겠다."
잠깐 멈칫하더니 그는 한마디 보탰다.
"물론 공법이나 천재지보 등에 한해서다. 너무 어려운 요구는 들지 말거라."
진남은 공수하고 말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저는 다른 요구가 없습니다."
궁우태황종에서 그에게 창명목과 진귀한 영약들을 준 것만으로도 그는 만족스러웠고 감사했다.
건결로도는 진남을 흘겨보더니 말했다.
"안 된다. 반드시 말해야 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궁우태황종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그게……."
진남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저에게는 구홍이라는 사형이 있습니다. 우리 종문의 내문제자입니다. 사형이 앞으로 종문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길 바랍니다."
장소지존과 황뢰지존은 어이가 없었다.
'오늘 같은 일을 겪었는데 궁우태황종에서 누가 감히 구홍을 괴롭힐까?'
건결로도도 어이가 없었다.
그는 영패를 던져주며 말했다.
"이건 궁우태황경(穹宇太荒經) 완성본이다. 갖고 가서 제대로 수련하거라. 나는 간다."
말을 마친 그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사라졌다.
장소지존과 황뢰지존은 진남에게 당부했다.
장소지존은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황뢰지존은 풍화장사와 장공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갔다.
뭘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천지에 가득하던 여러 가지 위압이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은 모두 시름을 놓았다.
눈길이 진남에게 쏠렸다.
두려움, 부러움, 질투 등이 가득하고 매우 복잡했다.
하지만 더 이상 무시는 없었다.
여기 있는 모든 패자들을 모두 합한다 해도 진남과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과 진남은 신분 차이가 매우 컸다.
이것이 바로 구천선역이었다.
"하하! 진남 도우. 오늘 나는 너를 다시 보게 됐다……."
태상장로들은 웃는 얼굴로 진남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진남은 모두를 응대했다.
마지막에 그는 사람들을 벗어나 만소와 서선지에게 걸어갔다.
조리점 등 개세천재들은 진남을 보자 당황하며 빠르게 떠나갔다.
그들은 더 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진남, 너 진짜 대단하다. 나는 진심으로 너에게 탄복했다!"
만소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매번 진남을 볼 때마다 그는 크게 놀랐다.
진남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긴말하지 않고 서선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선지야, 나는 할 일이 있어 한동안 떠나야 한다. 무슨 일 있으면 이 영패로 나에게 연락하거라."
사람들은 부러운 눈길로 서선지를 바라보았다.
서선지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장난하듯 말했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요. 이 영패가 있으니 상행천에서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겠어요."
진남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나는 적이 매우 많다……."
둘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남은 손을 저어 작별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 떠나갔다.
오는 길에 그는 이미 혈안인선과 함께 제사소선역으로 가기로 약속했었다.
서선지는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알게 된 지 오 년도 되지 않았다.
진남은 이미 예전의 어린 인선이 아니었다.
그녀도 우러러봐야 할 정도로 강해졌다.
모르는 사이에 둘의 거리도 멀어졌다.
이것이 무도세계의 슬픈 현실이었다.
상대방의 경지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가는 길도 점점 달라졌다.
정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만날 기회가 점점 적어졌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만소도 안색이 매우 복잡했다.
예전에 진남은 커다란 좋은 점을 아무 고민 없이 그에게 줬다.
하지만 이제 진남은 그와 너무 멀어졌다.
문득 그는 약속을 어기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후회가 되었다.
도장에서 벌어진 일들이 폭풍처럼 궁우태황종, 삼청고교, 천허조교, 그리고 상행천소선역의 크고 작은 세력에 전해졌다.
많은 강자들과 천재들은 소문에 깜짝 놀랐다.
사라졌어야 할 이름이 다시 눈부신 모습으로 자신들의 앞에 나타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 * *
같은 시각, 궁우태황종, 제삼소세계 안.
"스승님, 이 소문이 구천선역 전체에 퍼지면 다른 무상도통들이 망연자실할 겁니다."
장소지존은 그 광경이 생각난 듯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럴 수 없다. 비월이 신념을 전해왔다. 나더러 진남의 모든 소식이 만상선령에 나타나지 않게 하라는구나."
건결로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요?"
장소지존은 깜짝 놀라 물었다.
"만상선령에서 누군가의 소식을 없애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게다가 기껏해야 십 년밖에 유지하지 못 합니다. 비월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겁니까?"
"나도 당연히 물어봤지. 그녀는 지금 뭔가 발견했는데, 사람들이 진남에게 관심을 가지면 안 된다는 한마디만 했다. 다른 건 말하지 않았다."
장소지존은 입꼬리가 비틀렸다.
그녀의 성격은 한결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