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절세전혼-643화 (643/1,498)

643화 도와주지 않은 걸까?

"묘묘 공주……."

강벽난은 마치 심장이 칼에 찔린 것만 같았다.

그녀는 몸을 약간 휘청거리더니, 이내 바로 서고 예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깨달았다. 우리가 만난 환상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제방이 우리더러 이들을 상대하라고 하는 건 우리의 마음을 시험하려는 거다. 안 그래?"

"시주의 분석이 맞다."

불타 진자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맞아."

어청동이 다급하게 맞장구를 쳤다.

"두 번째 임무가 시작되면 순간이동 부적을 써 위치를 바꿔 상대를 교환하자. 그러면 이번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거다."

강벽난은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덧붙였다.

"근데, 이렇게 해도 될진 모르겠다."

"난 좋은 거 같다!"

어청동은 눈을 반짝였다.

진자래도 강벽난의 제안에 솔깃했다.

"좋다. 해보자."

진남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른다. 하나, 일단은 시도라도 해 봐야지."

넷은 침묵했다.

제방은 교활하고 신과 같은 힘이 있다.

그들의 계획이 별로 소용없을 것 같았다.

결국 자신의 마음과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다음 이 주 향 사이에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때, 시커먼 빛이 다시 뿜어져 나와 그들을 기묘한 공간에 끌어들였다.

휙-!

진남 등은 하늘에서 내려와 풀밭에 떨어졌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보았다.

풀밭 앞에는 마을이 있었다.

안에 크고 작은 몇백 개 가정이 있었다.

저녁때가 되자, 밖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이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어찌 됐건 임무는 계속해야 한다. 산적이 공격하면 잘 보고 행동하자.'

"이 마을에는 무인이 없다. 마을 가운데의 큰 종이 보물이다. 암황성보다 더 쉽다."

진남은 마을을 쭉 한번 돌아보고는 말했다.

"자, 이건 순간이동 부적이다."

강벽난은 순간이동 부적을 각자에게 나눠줬다.

그들은 기운을 거두고 마을의 동서남북 네 개 방향으로 흩어졌다.

사대 산적이 네 개 방향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조금씩 흘러갔다.

세 시진 후 하늘은 먹처럼 시커메졌다.

마을 안의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어 마을은 조용해졌다.

이때, 휙 휙 휙 하는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 개의 시커먼 그림자가 동서남북 네 개 방향에서 엄청난 속도로 마을로 날아왔다.

"위치를 바꾸자!"

강벽난은 낮은 소리로 외쳤다.

진남 등은 순식간에 손에 쥔 부적을 사용했다.

그들이 막고 있던 방향이 바뀌었다.

진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세상을 뒤흔드는 힘을 폭발해 흑포인을 공격했다.

펑-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 진남의 공격을 막았다.

진남은 눈을 찌푸리고 사방을 둘러봤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번과 같이 다른 세 명은 현묘한 힘에 쌓여 꿰뚫어 볼 수 없었다.

"진남."

흑포인은 면사포를 열었다.

묘묘 공주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흥! 나를 속이지 마라. 너는 환상일 뿐이다!"

진남은 숨을 길게 들이쉬고 콧방귀를 뀌었다.

'제방, 대단하구나. 지난 일까지 꿰뚫어 보다니.'

"맞다. 나는 환상이다."

묘묘 공주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그녀가 부정할 줄 알았다.

"너 아마 모를 거다. 나는 환상지만, 묘묘 공주의 본체에서 뽑아낸 본원의 힘이 연마된 것이다."

묘묘 공주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면 그녀도 중상을 입게 된다. 네가 나를 칼로 찌른다면 그녀의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올 것이다. 너…… 계속 공격할 거야?"

진남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묘묘 공주 본체에서 본원의 힘을 뽑아냈다고?'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제방이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에 진남은 불쾌했다.

'내 무도심을 시험하는 것뿐인데 이럴 필요까지 있어?'

진남은 화를 참고 냉랭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궁금하구나. 너는 제방이 만들어 낸 것이냐? 아니면 제사가 환술을 이용해 변한 것이냐?"

'묘묘 공주'는 표정이 굳더니 이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알 필요 없다. 너는 무도규칙을 초월한 사람이라서 무척 마음에 드는구나. 공격하지 않을 테니 나를 죽이거라. 나를 죽이면 너도 진급할 수 있다."

진남이 들고 있는 단천도가 베고 싶다고 웅웅거렸다.

그러나 단천도는 이내 조용해졌다.

"나는 공격하지 않을거다."

진남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하하하, 공격하지 않겠다고? 이 묘묘 공주가 아까운 게냐? 네가 공격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하겠다. 한두 번은 참을 수 있어도 몇백 번, 몇천 번을 참을 수 있을까? 실로 궁금하구나!"

'묘묘 공주'는 크게 웃더니, 광화장도(光華長刀)를 들고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쿵-!

바로 그때, 이변이 생겼다.

진남의 납계 속 오래된 상자에 있던 옥패가 엄청난 기운을 뿜었다.

동시에, 진남의 발아래에 몇천 송이의 꽃들이 피어났다.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묘묘 공주가 나타났다.

묘묘 공주는 금사수정(金絲水晶) 치마를 입고, 머리에 구봉왕관(九鳳王冠)을 쓰고 있었다.

얼굴은 희고 피부는 옥처럼 반지르르했다.

다만 장난스럽고 귀엽던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그녀는 천하의 생명을 굽어보는 위엄을 풍겨 만물을 겁에 질리게 했다

"공, 공주?"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공주가 옥패에 강한 의지를 주입했을 줄 몰랐다.

"아니……!"

눈앞의 '묘묘 공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방의 두 번째 관문에서는 대제 부적의 의지라고 해도 강한 제압을 받아 눈곱만한 위력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이 정도 위엄을 풍기다니. 묘묘 공주는 대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서 이 정도의 의지를 옥패에 주입한 거지?'

묘묘 공주가 차가운 시선으로 말했다.

"감히 내 모습으로 진남을 속이고 위협하다니. 간이 부었구나."

그녀가 섬섬옥수를 휘둘렀다.

수많은 꽃잎들이 모여와 백화지검(百花之劍)이 되었다.

"뭐 하는 거야? 날 죽이면 너도……."

'묘묘 공주'는 당황했다.

그녀는 묘묘 공주가 미련 없이 공격할 줄 몰랐다.

'묘묘 공주'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백화지검이 날아와 그녀를 산산조각 냈다.

"공주! 뭐 하는 짓이야!"

진남의 표정이 변했다.

"바보. 걱정 말거라. 저자는 널 속이려고 거짓말을 꾸민 거야. 내 본원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한다."

묘묘 공주의 두 눈에 묘한 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

"진짜와 가짜도 구별하지 못하다니. 왜 이렇게 멍청한 거냐?"

"진짜 아무런 영향이 없는 거지? 그럼 됐다."

진남은 안도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제방의 능력이 너무 강해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너와 연관된 일이니까 시도할 수도 없더라고."

묘묘 공주는 멈칫하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속아도 싸다."

슉-!

그녀는 여러 채색의 빛으로 변해 납계 속 옥패로 돌아갔다.

"임무는 계속된다. 이제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얼른 가서 그들 셋을 도와주자."

진남은 심신을 가다듬고 움직였다.

제방의 두 번째 임무는 잔인했다.

마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묘묘 공주가 나서서 도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진남은 어떤 결말을 맞았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

진남은 현묘한 힘이 덮여있는 왼쪽을 바라보았다.

진남의 손에 들린 단천도가 엄청난 도의를 뿜었다.

그곳은 강벽난이 있는 곳이었다.

"진남, 나를 상관하지 말고 불타와 청동을 도와주거라! 나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진남이 끼어들려고 하자 강벽난이 외쳤다.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지? 설마 안에서 변고가 생긴 걸까?'

"내가 말했잖아, 네 도움은 필요 없다고. 난 한 번도 네 도움이 필요했던 적은 없었다."

강벽난은 냉랭하게 말했다.

"알겠다."

진남은 어쩔 수 없이 돌아섰다.

'강벽난이 나를 못 오게 하는 건 마음속 비밀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강벽난은 지혜가 많고 수단이 비범하니 두 번째 관문을 넘는 것도 별문제 없을 거야.'

"베어라!"

진남은 칼을 휘둘러 엄청난 도기를 뿜어 현묘한 힘을 억지로 찢었다.

진남은 허공 삼 리에 흉악한 마두들이 가득한 것을 보았다.

마두들은 입을 쩍 벌리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불타를 향해 포효했다.

진자래의 불광이 점점 미약해지고, 표정도 고통스럽게 변했다.

"하하, 땡중아, 네가 어찌 내 상대가 되겠느냐? ……응?"

우쭐거리며 웃던 마녀 천천은 이상을 발견하고 진남을 돌아보았다.

진남은 살짝 놀랐다.

그는 불타 진자래가 마주한 사람이 마녀 천천일 줄 몰랐다.

그리고 진남은 똑똑히 보았다.

불타 진자래의 몸속에서 엄청난 불력이 꿈틀댔지만, 불타 진자래는 그 불력이 방출하지 못하게 죽어라 누르고 있었다.

'불타 진자래가 일부러 마녀 천천에게 져주는 거야?'

마녀 천천은 안색이 확 변했다.

"붕멸영역!"

진남은 무표정하게 붕멸영역을 드러내 마녀 천천을 진압했다.

"불타! 저자가 나를 죽이려고 해!"

마녀 천천은 커다란 눈에 두려운 기색을 드러내더니 불쌍하게 말했다.

"불동명왕지상(不動明王之像)!"

불타 진자래는 안색이 변하더니, 두 손에서 불광을 가득 뿜었다.

불광은 명왕의 형상으로 변해 진남에게 달려들었다.

진남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미 상황을 예상했던 그는 붕멸영역으로 명왕을 막았다.

그리고 그는 단천도를 휘둘렀다.

도기는 마녀 천천에게 날아가 그녀를 부숴버렸다.

적들은 보기에는 강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만 그들 각자의 마음속 허점을 노렸을 뿐이었다.

"천천……."

불타 진자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환상일 뿐이다. 속지 말거라!"

진남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커다란 종소리처럼 진자래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빛을 잃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몰래 한숨을 내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주 사람들은 불타 진자래의 불심이 이미 흔들렸다는 것을 모를 것이었다.

마녀 천천이 불타를 이기고 제방 이 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불타 진자래가 그녀를 공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남은 다른 쪽을 바라보았다.

진남은 어청동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맹우이니 서로 돕는 게 당연했다.

진남은 단천도를 휘둘러 현묘한 힘을 찢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에 그는 경악했다.

어청동 앞에 있는 자는 제방 일 위인 석청동이었다.

둘은 불타와 마녀 같은 장면이 아니었다.

둘 다 칼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미묘했다.

"진남? 뭐 하는 거야?"

어청동은 진남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를 도와 저자를 죽여줄게."

진남은 발끝으로 땅을 차서 날아갔다.

그는 석청동을 향해 단천도를 휘둘렀다.

"안 돼!"

어청동은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석청동의 앞에 막아서며 호통쳤다.

"이건 사형의 본원 분신이다. 다치게 해서는 안 돼!"

"본원 분신? 다 거짓말이다. 이건 환상일 뿐이니 너무 빠져들지 말거라."

"환상? 환상이라고 해도 죽이면 안 돼!"

어청동은 진남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 법인을 만들었다.

여러 개의 영광이 석청동을 그녀의 뒤에 묶어 보호했다.

그녀는 말했다.

"사형을 죽이려면 나부터 죽여!"

'의외네……. 이 여인은 성격이 악랄하고 죽음을 무서워했다. 그런데 석청범을 위해 모든 걸 감당하다니.'

진남은 석청범을 힐끗 쳐다봤다.

장난스러운 석청범의 미소를 본 진남은 시선이 냉랭해졌다.

진남은 공격할 준비를 했다.

바로 그때.

제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남, 진자래 임무 완성. 도장으로 돌아간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었다.

허공에서 강하고 현묘한 힘이 떨어져 진남과 불타 진자래를 감싸더니 제자리에서 사라졌다.

어청동은 그 모습을 보자 안도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형의 본원 분신을 보호했으니 모든 것이 가치가 있었다.

그녀는 문득 생각이 나서 마을 한쪽에 여전히 남아있는 현묘한 힘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사망도인은 왜 아직 저기에 있지? 진남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은 걸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