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9화 제방 팔십이 위 석청명
"이봐, 이봐. 뭐 하는 거냐? 웬 놈이냐? 여기는 우리 흑룡의 세력권이다. 어서 행동을 멈추거라. 아니면 혼내주겠다."
큰 외침이 울려 퍼졌다.
팔에 흑룡 그림을 새기고 흉악하게 생긴 사내 두 명이 걸어왔다.
이들은 각각 무조 경지 팔 단계와 무조 경지 육 단계였다.
"흑룡의 세력권이라고?"
진남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는 궁양이 준 지도에 따라 찾아온 것이었다.
또, 연황전장에는 강제로 땅을 차지하는 경우가 없었다.
사내들은 진남이 속아 넘어가지 않자 서로 마주 보더니,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의 몸에서 엄청난 살기가 솟아올랐다.
그들은 처음에는 힘을 들이지 않고 보물을 얻으려 했다.
그런데 진남이 양보하지 않으니 혼내주려 했다.
진남의 기운은 겨우 무조 경지 육 단계였다.
그들은 진남을 공격하려 했다.
"마침 너희들로 연습하면 되겠다!"
진남은 눈길이 싸늘해지더니 시커먼 빛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붕멸 영역이었다.
"이건 뭐지?"
사내들은 안색이 변하고 위기감이 들었다.
그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부적을 꺼내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들의 몸과 손에 쥐고 있던 부적은 흑광이 덮는 순간 일제히 붕멸되었다.
"너……."
사내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진남이 이렇게 강할 줄 전혀 몰랐다.
그들은 결국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산산조각 났다.
붕멸의지는 매우 대단했다.
"아!"
진남은 우울한 표정으로 이마를 쳤다.
붕멸 영역을 펼치자 사내들이 붕멸했을 뿐만 아니라 방원 일 리 이내의 모든 것이 붕멸했다.
"붕멸 영역은 자주 쓰지 말아야겠구나……. 붕멸의지만 써야겠어."
진남은 중얼거리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앞으로 움직였다.
궁양이 정리한 지도는 진짜 대단했다.
진남은 지도에 표기된 곳에 도착하자 많은 보물을 발견하고 전부 긁어모았다.
중장에는 무조 칠 단계의 악마와 수라 등이 가득했다.
생전에 싸우던 기억이 아직 있어 매우 강했다.
진남은 또 몇 무리의 무인들도 만났다.
그를 공격하지 않는 무인들은 그도 공격하지 않았다.
그를 공격하는 무인들은 한 명도 봐주지 않았다.
연황전장은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매우 위험했다.
"무주무수는 찾기 쉽지 않구나. 이렇게 많은 보물을 긁어모았지만 하나도 보지 못했다니……. 종적조차 찾을 수 없다."
진남은 중얼거렸다.
이때, 그는 뭔가 느낌이 들어 고개를 쳐들었다.
하늘 위에 몇십 개의 금광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다.
"누군가 구원을 요청하는 건가?"
진남은 손을 뻗어 금광을 집었다.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우, 무조 십 단계에 맞먹는 수라의 공격을 받고 있소. 수라는 이미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소. 그러나 우리의 힘으로는 부족하오. 부디 도우가 도와주길 바라오. 성공하면 보물을 사 분의 일 나눠주겠소."
말이 끝나자 금광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날아갔다.
길을 안내하는 것이었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눈이 반짝거리더니 빠르게 따라갔다.
반 주 향이 탈 동안 날아간 진남의 앞에 팔십여 장이 되는 수정산이 나타났다.
산 중턱에는 제술을 펼칠 때 나는 빛이 연신 반짝였다.
진남은 멈춰 섰다.
그는 성급히 다가가지 않고 왼쪽 눈에 보라색 빛을 번뜩이며 살폈다.
흑발의 노인과 사내 한 명 그리고 여인 한 명이 어떤 대진을 만들어 기운을 하나로 뭉쳤다.
그들 앞에는 삼 장 높이의 시커먼 수라가 있었다.
수라는 머리가 없고 양손에 검을 들고 있었는데,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수라는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고 초록색 피를 흘렸다.
머리가 없는 수라의 뒤에는 사각형의 동굴이 있었다.
동굴은 안에는 거인이 숨을 쉬는 것처럼 영기가 들락날락했다.
흑발 노인 일행은 동굴 안에 있는 것을 노리는 게 분명했다.
"흑발 노인은 무조 팔 단계이고 사내와 여인은 각각 무조 육 단계이다. 저들은 흑룡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머리 없는 수라가 이상하다. 체내에 신비한 물건이 있는 것 같은데……."
진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그는 결정을 내렸다.
'보물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쿵-
진남은 기운을 드러냈다.
그는 비도처럼 날아가며 주먹에 붕멸의지를 잔뜩 실어 머리 없는 수라의 가슴을 때렸다.
"누군가 왔다!"
흑발 노인 일행은 기뻐하더니 곧 안색이 변해서 호통쳤다.
"썩 물러가거라! 고작 무조 육 단계가 달려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들은 나타난 사람의 경지가 이렇게 낮을 줄 몰랐다.
머리 없는 수라는 민첩하게 알아차리고 쌍검을 휘두르며 수많은 검기를 진남에게 날려 보냈다.
진남은 왼쪽 눈을 반짝이더니 검기를 꿰뚫어 봤다.
그는 보답천하를 펼치며 날렵하게 검기를 피했다.
"부숴라!"
진남은 빠르게 머리 없는 수라 앞에 날아갔다.
그의 주먹에서 붕멸의지가 터졌다.
강한 검기는 붕멸의지를 만나자 조금씩 부서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흑발 노인 일행은 깜짝 놀랐다.
진남을 살피던 그들은 문득 청년의 얼굴이 낯익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곧 청년이 누군지 생각이 났다.
삼대 제자는 진남이 잔양성에 오자 바로 흑룡의 통령에게 알렸다.
흑룡의 통령은 흥미가 생겨 흑룡 전체에 진남을 발견하면 바로 보고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흑발 노인 일행은 진남을 알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지금 흑룡은 진남의 적이었다.
"뭐 하느냐? 죽기 싫으면 이것의 왼쪽 무릎을 공격하거라!"
진남은 셋을 쳐다보지도 않고 호통쳤다.
머리 없는 수라는 중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전력이 강했다.
수정산은 어떤 강자가 살아있을 때 제술로 변화한 것이다.
강자의 의지는 아직도 흩어지지 않고 강하게 남아있었다.
머리 없는 수라는 수정산과 기이한 연관이 있었다.
수정산은 머리 없는 수라의 경지를 제압했다.
"왼쪽 무릎을 공격하라고? 음……. 알았다!"
흑발 노인 일행은 왜 왼쪽 무릎을 공격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저도 모르게 머리 없는 수라의 왼쪽 다리를 향해 강한 공격을 퍼부었다.
머리 없는 수라는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다.
기다리고 있던 진남은 붕멸의지를 폭발시켰다.
머리 없는 수라는 검을 들어서 막으려고 했지만 강한 힘에 뒤로 두 걸음 밀려났다.
바로 그때, 흑발 노인 일행의 공격이 머리 없는 수라의 왼쪽 무릎에 닿았다.
우-!
머리 없는 수라는 분노와 고통이 섞인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다시 살기가 폭등했다.
머리 없는 수라의 화가 폭발했다.
"공격이 먹혔다!"
흑발 노인 일행은 깜짝 놀라서 진남을 바라보았다.
'설마 동술로 머리 없는 수라의 결점을 알아본 걸까?'
"계속 공격하거라!"
진남이 외쳤다.
그는 뒤로 십 장 정도 물러나더니 머리 없는 수라의 분노를 이용하여 그를 십 장 이내에 발목을 묶어두었다.
"좋다!"
흑발 노인 일행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이어서 엄청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진남은 왼쪽 눈의 우세를 최대로 발휘하여 머리 없는 수라를 단단히 묶어 두었다.
그리고 흑발 노인 일행은 머리 없는 수라의 왼쪽 무릎을 연이어 공격했다.
드디어 펑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머리 없는 수라가 고함을 질렀다.
머리 없는 수라는 왼쪽 다리가 부러지면서 왼쪽으로 넘어졌다.
"베어라!"
위쪽에서 준비하고 있던 진남은 오른팔을 칼로 변화시켜 머리 없는 수라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칼에 붕멸의 의지를 실었다.
푸확-!
이미 중상을 입은 머리 없는 수라는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그것의 가슴은 벌어지며 초록색 피를 뿜어냈다.
"이겼다!"
흑발 노인 일행은 무척 기뻤다.
진남이 오기 전 그들은 절망하고 있었다.
그들은 가슴을 짓누르던 돌멩이를 드디어 내려놓았다.
진남은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그는 머리 없는 수라의 가슴을 바라보았다.
"어?"
흑발 노인 일행도 진남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주무수다!"
머리 없는 수라의 가슴에서 사람 키의 절반 정도 되는 검은색 나무가 검은빛을 뿜었다.
나무의 줄기, 가지, 잎에서 짙은 제의가 풍겼다.
"무주무수?"
진남은 눈을 반짝였다.
'이곳에서 무주무수를 만날 줄이야!'
무주무수를 연화한다면 진남의 붕멸무수는 반 장 넘게 자랄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 도우, 동굴에 천급 이품의 무주무혼이 있다. 네가 우리를 도왔기에 머리 없는 수라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니 네가 먼저 고르거라."
흑발 노인은 눈을 반짝이더니 공수하고 말했다.
"장로, 그건!"
그의 뒤에 있던 사내와 여인이 다급하게 불렀다.
'진남은 흑룡의 적이잖아. 그런데 왜 진남에게 양보하는 거야? 진남을 죽이지 않는 것만 해도 충분한데 그더러 먼저 고르라고 하다니?'
"입도 벙긋하지 말거라!"
흑발 노인은 둘을 노려보더니 신념을 전했다.
진남은 의아했다.
그는 사실 흑발 노인이 태도를 바꾸고 모른 척할 줄 알았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무주무수를 잡으려고 했다.
천급 이품의 무주무혼도 중요하지만 진남에게는 무주무수가 더 의미가 있었다.
"하하. 무주무수와 무주무혼이라니, 오늘 톡톡히 벌었구나!"
이때,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죽 도포를 입은 청년이 환한 표정으로 비검을 밟으며 날아왔다.
그는 진남을 보자 눈이 가늘어지고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진남? 하하하! 진남아, 용제원에 얌전히 처박혀 있지 않고 연황전장까지 오다니!"
청년은 창우궁의 진전제자였다.
그는 진남의 몸에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과 반신 전승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흥분했다.
진남을 잡으면 단천대제의 보물을 얻고 탄탄대로를 걸어 제방 일 위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진남이 천도중 등을 이겼다고 했지? 하지만 곽무룡의 말을 들어보면 그때는 영야암전이라서 다들 보이지 않았다고 했어. 진남은 동술이 강해서 천재들이 서로 공격하는 와중에 이득을 본 거지!'
"석청명(石聽命), 왜 왔느냐?"
흑발 노인은 표정이 변했다.
"석청명? 제방 서열 팔십이 위 석청명이라고?"
노인의 뒤에 있던 사내와 여인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평소였으면 그들도 석청명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큰 싸움을 치르느라 이미 체력을 많이 소비했다.
석청명은 이렇게 좋은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도 않을 거고 그들을 놓아줄 리도 없었다.
진남은 표정이 싸늘해졌다.
궁양이 준 영패에는 석청명에 대해 창우궁의 진전제자라고 소개했다.
진남은 창우궁에 대해 아무런 호감도 없었다.
"용합팔방장(龍合八方掌), 진남을 진압하라!"
석청명은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바로 진남을 공격했다.
여덟 마리 용의 형상이 솟아오르며 진남을 눌렀다.
석청명은 첫 공격에 최강 살초를 날렸다.
진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몸에서 붕멸의지가 하늘로 솟구쳤다.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석청명의 공격은 진남의 머리 위에 떨어지기 직전에 모두 흩어졌다.
공격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강한 제술이다!"
흑발 노인 일행은 충격을 받았다.
머리 없는 수라를 상대할 때 진남은 비슷한 수단을 펼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진남의 진짜 실력이 아닐 줄은 몰랐다.
"응?"
석청명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로 반응했다.
그의 뒤로 천급 사품 무혼과 칠 장 높이의 역천무수가 동시에 솟아올랐다.
"무혼과 무수는 서로 엮여 진남을 죽여라!"
석청명이 고함을 질렀다.
그의 무수와 무혼이 서로 엉키더니 붉은색의 커다란 나무가 되어 진남을 눌렀다.
나뭇가지들과 나뭇잎에서 서늘한 한기가 폭발했다.
한 방에 방원 일 리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푸슉-!
진남은 몸을 날려 힘껏 칼을 휘둘러 봉쇄를 뚫었다.
그는 발끝으로 땅을 차더니 석청명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진남은 놀란 석청명을 향해 연신 주먹을 날렸다.
쾅- ! 콰콰콰쾅-!
폭발음이 연이어 들렸다.
진남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석청명이 따라갈 수 없었다.
석청명은 허둥지둥 수단을 펼쳐 방어했다.
그러나 법보를 사용하던 제술을 펼치던 붕멸의지를 만나면 모두 힘을 잃었다.
석청명은 연신 뒤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