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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600화 (600/1,498)

600화 네가 못생겨서 그런 거야

흑발 노인 일행은 숨도 크게 못 쉬었다.

제방 백 위 안에 드는 천재 둘의 싸움은 보기 힘들었다.

"진남, 내 너를 과소평가했구나! 실력이 이렇게 강하다니! 그렇다면 오늘 무서운 게 어떤 건지 보여주마!"

석청명은 이를 악물고 법인을 만들었다.

그의 몸에서 펑펑펑 하는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고 검은색을 띠는 핏방울들이 튕겨 나와 수정산에 주입되었다.

"어?"

진남은 눈썹을 추켜세웠다.

"일어나라!"

석청명은 호통쳤다.

거대한 수정산은 통째로 솟아오르더니, 진남에게 날아오며 강대한 강기를 풍겼다.

석청명의 피는 만물에 녹아들어 만물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다.

석청명은 진전제자라 총명했다.

그는 머리 없는 수라와 수정산의 관계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진즉에 발견했다.

수정산은 영이 있기에 머리 없는 수라를 죽인 진남을 미워했다.

석청명이 한 행동은 불붙는 집에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었다.

그는 수정산의 힘으로 진남을 제압할 생각이었다.

수정산의 위엄은 진남을 반쯤 죽일 수 있을 터였다.

"안 돼!"

흑발 노인 일행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커다란 산의 위엄에 그들은 압박감을 느꼈다.

"산을 옮겨 나를 죽이려고? 좋은 수단이다!"

진남은 겁을 먹기는커녕 흥분된 표정을 지었다.

"붕멸도의, 베어라!"

진남은 외치며 오른팔에서 엄청난 검은색 도기가 폭발하며 수정산을 베었다.

진남은 붕멸의지를 도기에 실었다.

"수정산을 베려고? 꿈도 야무지구……."

석청명은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쿵-!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수정산의 뒤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고 한 그림자가 날아왔다.

진남이 수정산에 구멍을 뚫어버린 것이었다.

"죽어라!"

진남은 마신처럼 석청명의 머리 위로 날아올라 칼을 휘둘렀다.

"유목지순(幽木之盾)"

다급해진 석청명은 고함을 지르며 비장의 법보를 꺼냈다.

시커먼 나뭇가지들이 그의 머리 위에 모여들어 커다란 방패로 되었다.

펑-!

나무 방패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수많은 유유한 빛을 뿌렸다.

반동의 힘에 석청명은 멀리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기세등등하고 흥분하던 석청명은 입가에 피를 흘리며 처참한 모습이 되었다.

"진남, 너 딱 기다려!"

석청명은 상처를 살필 새도 없이 고함을 지르며 또 부적을 꺼냈다.

부적에서는 약간의 제위가 느껴졌다.

이건 제부였다.

도망갈 때 사용하는 제부였다.

흑발 노인 일행은 그 모습에 경외감을 드러냈다.

진남은 머리 없는 수라와 싸우고도 석청명을 저 정도로 제압할 수 있다니, 대단했다.

'진남은 겨우 무조 육 단계잖아! 한데, 어떻게 저런 힘이 있을 수 있어?'

흑발 노인 뒤에 있던 사내와 여인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흑발 노인이 그들에게 진남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린 이유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도망가려고?"

진남은 왼쪽 눈에서 보라색 빛이 반짝거렸다.

공격하려던 그는 무언가 발견하고 표정이 변했다.

'무조 정상급 강자가 왔어?'

석청명은 제부를 꽉 움켜잡았다.

제부가 부서지면서 엄청난 제광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제야 석청명은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때, 석청명의 뒤쪽 허공이 무너졌다.

하얗고 가느다란 손이 허공에서 뻗어 나와 제광을 움직이지 못하게 눌렀다.

"어허, 어디로 도망가려고?"

석청명은 표정이 확 변했다.

그는 여인에게서 엄청난 기운을 느꼈다.

"아니……?"

그가 입을 열자 얼굴을 가린 여인이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강대한 천지의 힘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쿵-!

제광이 부서지고 석청명은 땅속에 꽂혔다.

그의 몸에는 여러 갈래의 상처가 생겼다.

"넌 참 말도 안 듣는구나."

얼굴을 가린 여인은 진남을 올려다보며 면사포를 벗고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

"진남아."

"공, 공주?"

진남은 그리워하던 공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너 일부러 나를 피하는 거지? 방금 용제원에 갔더니 네가 떠났다고 하더구나. 엄청 애를 써서 겨우 찾았다!"

진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무량종에서 헤어진 후 진남은 오랜만에 공주를 만났다.

그때보다 공주는 키도 크고 체격도 더 완벽해지고 예뻐졌다.

예전의 공주는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얼굴이 하얗긴 했지만 멀리서 보면 여자아이 같았다.

그런데 이제는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

"뭘 봐?"

진남의 표정을 확인한 묘묘공주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서 진남을 흘겨봤다.

"아, 어떻게 왔어?"

진남은 저도 몰래 물었다.

"왜? 오면 안 돼?"

묘묘공주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잖아. 볼일이 끝나면 그때 내가 널 가만히 안 둘 거야!"

"아, 그래!"

진남은 그녀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는 환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공주는 경지도 달라지고 외모도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알던 공주였다.

진남은 석청명을 바라보았다.

"진남, 너, 너 나를 죽이면 내 스승님인 곽릉대제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나를, 나를 풀어주면 좋은 건 다 줄게. 우리 사이도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석청명은 몸을 움찔거리며 두려워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곽릉대제를 들먹여야 살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네 스승님? 곽릉대제? 흥! 그가 나에게 시비를 걸려고 찾아오면 좋겠구나!"

진남은 차가운 시선으로 도기를 휘둘렀다.

제위 팔십이 위 석청명이 죽었다.

진남은 흑발 노인 일행에게 시선을 돌렸다.

셋은 움찔하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진남도 무서운데 무조 정상급의 여인까지 나타났다.

그들은 이제 도망갈 희망이 전혀 없었다.

"진, 진남 도우. 무주무혼과 무주무수를 전부 가져가고 우리 목숨만 살려줘. 우리 셋은 천지에 맹세할 수 있어. 누구에게도 네 행방을 밝히지 않으마."

흑발 노인은 두 눈에 간절함이 드러났다.

진남은 평온한 표정으로 무주무수를 거두고 말했다.

"무주무혼은 너희들 것이니 가져가도 된다. 너희들을 죽이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조건이 있다."

"조건?"

흑발 노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쉬워, 삼대 제자와 흑룡의 행방을 알려주며 된다."

진남이 말했다.

중장에선 무주무수를 얻은 것만 해도 충분했다.

이제 내장으로 갈 때가 되었다.

삼대 제자와 흑룡은 내장에 있었다.

진남은 그들이 먼저 소식을 알아보고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그들을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았다.

게다가 삼대 제자들이 연황전장에 온 것은 어떤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진남은 그들을 쫓는다면 지보를 얻을 수도 있었다.

"그게……."

흑발 노인은 망설이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좋다. 알려줄게. 부디 진남 도우도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흑발 노인은 삼대 제자의 행방을 진남에게 알려주었다.

진남은 궁양이 준 지도를 훑어보며 위치를 확인했다.

"좋다. 가도 된다."

진남은 손을 흔들었다.

"진남 도우, 고맙다!"

흑발 노인 일행은 안도하며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이 몇 걸음 옮겼을 때 진남이 그들을 불렀다.

"잠시만."

흑발 노인 일행은 몸이 굳었다.

그들이 입을 열려고 하자 진남은 말했다.

"너희 셋은 그나마 똑똑한 거 같다. 그러니 빨리 흑룡을 떠나 혈갈에 가입하거라. 흑룡은 곧 없어질 거다."

흑발 노인 일행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진남과 묘묘공주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 * *

전의가 가득한 하늘에 진남과 묘묘공주가 나란히 날아가고 있었다.

진남은 묘묘공주의 얼굴을 힐끔 훔쳐봤다.

그는 이제 묘묘공주의 내력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반신지국의 칠대 세력 중 하나인 유실 약원의 공주로서 신분이 고귀했다.

'그런 신분의 그녀가 어떻게 하역의 현령종까지 오게 되었을까? 왜 중상을 입었을까? 설마 유실 약원에 변고가 생긴 걸까?'

진남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는 머뭇거리다가 결국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진남, 너 중주에서 꽤나 잘 지냈나 보구나. 여러 세력이 너를 노리고 목숨을 취하려는 걸 보니 말이다."

묘묘공주가 놀렸다.

"어……. 그 얘기는 안 하면 안 될까?"

진남은 머리를 긁적였다.

"응. 말 안 해도 돼."

묘묘공주는 눈을 굴리더니 진남에게 바싹 붙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거 알려줘. 진짜 단천대제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그건……."

진남은 공주에게서 풍기는 시원한 향기를 맡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답해!"

묘묘공주는 눈썹을 추켜세웠다.

"아, 알고 있어."

진남은 정신을 가다듬고 경계하는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단천 보물을 노리지 말거라. 너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다."

"말하기 싫은 거네! 혼자 다 차지하려는 거잖아!"

묘묘공주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유실 약원의 공주다. 고작 단천 보물에 관심을 가질 리 없잖아."

"음, 너에게 의미가 없는 건 사실이야."

진남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그럼 단천 보물에 뭐가 있는지 알려줘. 그리고 너는 어떻게 단천 보물이 나에게 별 의미가 없는지 알아?"

"……."

묘묘공주는 진남을 한참 괴롭혔다.

진남이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자 공주는 그제야 그를 놓아주었다.

그녀의 은방울 굴러가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진남, 물어볼 게 있어."

묘묘공주는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응, 물어보거라."

"종문이거나 중주에서 너에게 그렇게 하는 여자 무인이 있었어?"

묘묘공주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예쁜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그렇게 했다니?"

진남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그렇게 했다는 게 뭐야?"

"그, 그 있잖아. 에잇, 여자 무인이 너에게 좋아한다거나 그런 비슷한 마음을 드러낸 적이 있어? 혹은 여인이 너에게 반려자가 되어달라고 한 적 있어?"

묘묘공주의 얼굴이 더 발갛게 되었다.

"좋아한다거나 반려자가 되고 싶다는 말?"

진남은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그거 물어보는 거였어? 당연히 없지."

"진짜?"

묘묘공주는 눈에 빛이 났다.

그녀는 깔깔거리고 웃더니 말했다.

"네가 못생겨서 그런 거야. 다들 너를 싫어하나 봐."

"그럴 리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할 새 없었던 거지."

"네가 못생겨서 다들 너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네,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둘은 한마디씩 주고받았다.

마치 현령종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내장에 도착했을 때 진남은 깜짝 놀랐다.

그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을 줄 몰랐다.

게다가 좀 아쉽기도 했다.

진남은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궁양과 함께 있어도 진남은 겪었던 일을 잘 이야기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주가 물어보자 그는 중주에서 겪었던 일들을 전부 알려주었다.

진남은 공주를 싫어하던 때도 있었다.

공주는 그에게서 좋은 것들을 빼앗아 가고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진남은 알게 되었다.

공주는 입이 거칠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이 진남을 공격할 때면 항상 그의 앞에 서서 지켜줬다.

진남은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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