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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93화 (593/1,498)

593화 썩 꺼져라!

용제원의 신비하고 깊숙한 곳에서 몇십 명의 장로들이 동시에 엄청난 대진을 열었다.

옅은 광막이 하늘에서 펼쳐지더니, 잠시 후 용제원을 전부 감쌌다.

광막의 위쪽에 태고 대요들의 형상들이 떠올라 엄청난 요위를 풍겼다.

마치 하늘을 전부 진압할 것 같았다.

중요진천대진은 무제 강자라고 해도 하루 내에는 뚫을 수 없었다.

구미요제는 진남의 곁에 서서 손을 휘둘러 흰색 빛을 주입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봉주들, 장로들 그리고 내문제자들은 전부 도장에 모이거라!"

슉-!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곧 상처를 입은 진남을 발견했다.

"어라? 진남이잖아? 상처를 입었어?"

"반신 전승을 찾으러 간 거 아니었어? 언제 온 거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왠지 진남과 연관이 있는 일 같아."

봉주들과 장로들은 서로 속닥거렸다.

"조용하거라!"

구미요제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하겠다!"

도장은 조용해졌다.

다들 뭔가 느낀 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곧 방대한 기운을 풍기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얼굴이 보이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천광도제와 곽릉대제가 나타났다.

그들 뒤에는 여러 문파의 대장로들이었는데, 모두 중주의 거물들이었다.

"하하하!"

곽릉대제는 멈춰 서서 호탕하게 웃었다.

"구미, 오랜만이오. 자네는 여전히 아름답구려! 그런데 용제원은 이게 무슨 뜻이오? 우리가 왔는데 대진을 열다니, 설마 용제원은 우리를 환영하지 않소?"

"용제원의 행동은 우리를 서운하게 하는구려."

천광도제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구미요제 선배님, 진법을 열어주십시오."

"우리는 용제원 사람들과 교류하려고 왔습니다."

다른 장로들도 입을 열었다.

용제원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모두 표정이 굳었다.

이들은 불순한 목적으로 온 게 확실했다.

"도우들, 교류하러 오는 건 문제 없다."

구미요제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들어오면 조용해야 한다. 용제원 대진은 시끄러운 인간족들을 싫어해."

그녀가 손을 휘두르자 대진이 서서히 사라지며 틈이 생겼다.

곽릉대제와 천광도제는 화를 내지 않았다.

그들은 천천히 도장에 들어와 사람들 앞에 섰다.

"허허, 구미. 긴말은 하지 않겠소. 반신 전승은 여러 세력들이 함께 갔소. 무야 전승은 더 말할 것도 없소. 얻은 사람의 소유요. 하지만 단천대제의 물건은 무야 전승에 있는 것이 아니니 내놓고 여러 세력이 공유해야 하오."

천광도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러 세력들이 함께 단천 보물을 찾고 천재들을 보내 능력껏 얻게 하는 게 어떻소?"

그의 말은 천도문의 입장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남은 서른네 개의 이성 세력의 입장이었다.

용제원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반신의 무덤에서 진남이 전승을 얻을 줄 몰랐다.

게다가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도 얻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충격을 받은 동시에 그들은 깨달았다.

천광도제와 곽릉대제가 연합하여 온 것은 용제원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상처를 치료하던 진남은 서서히 눈을 뜨더니 두 눈에 차가움이 떠올랐다.

이게 바로 중주 여러 이성 세력들의 진짜 모습이었다.

충분한 이익이 있다면 도덕, 인의, 체면, 공평 등은 전부 팽개치고 파렴치하게 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

"쉽게 말하면 여러 세력들이 연합하여 용제원을 괴롭히겠다는 거 맞소?"

구미요제는 입가에 비웃음을 드러냈다.

천광도제, 곽릉대제 그리고 여러 세력의 장로들은 못 들은 척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좋소. 이 일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오. 문파 전체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오."

구미요제는 돌아서서 용제원 사람들에게 무표정하게 말했다.

"다들 똑똑히 들었느냐? 지금 손을 들어 투표하겠다. 단천대제의 물건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자들은 손을 들어라!"

"잠깐!"

그때, 천광도제가 입을 열었다.

"또 무슨 일이 있소?"

구미요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의 눈에 한기가 반짝였다.

천광도제는 허허 웃으며 용제원 사람들을 일일이 훑어보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들 손을 들기 전에 잘 생각하거라. 나는 기억력이 매우 좋다. 너희들의 생김새는 다 기억했고 누가 손을 들었는지 여러 세력들에 잘 전달하마."

그는 이어서 말했다.

"중주의 다른 세력들과 친구가 되느냐 적이 되느냐는 너희들의 선택에 달렸다."

천광도제는 대놓고 그들을 협박했다.

이때,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제 대인,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목목이었다.

천광도제나 곽릉도제 같은 사람들 앞에서도 그녀는 겁을 먹지 않고 작고 흰 손을 번쩍 들었다.

"너……?"

천광도제와 곽릉도제 등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용제원의 봉주, 장로 제자들은 그 모습에 두 눈에 빛이 돌았다.

그들도 천광도제가 허튼 말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남을 위해 모든 세력의 미움을 받는 게 가치가 있는 일일까?

"원장님께 아룁니다.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때, 단호한 목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졌다.

급히 달려온 화지진이었다.

용제원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화지진과 진남이 어떤 사이인지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둘은 물과 불처럼 맞지 않았다.

그런데 화지진이 진남을 지지하다니?

진남도 깜짝 놀랐다.

그가 무우선에서 도망을 갈 때 화열도 장로들 앞을 막았다.

"용제원의 사람을 인간족들이 괴롭히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외문제자라고 해도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화지진은 목목 옆으로 다가가서 손을 번쩍 들었다.

그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진남을 미워했다.

진남을 죽이고도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 말이 맞았다.

내부에서 어떻게 싸우든지 외부 사람들이 진남을 괴롭히게 할 수 없었다.

용제원 사람들은 몸을 흠칫 떨었다.

화지진의 말이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원장님,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전공 장로가 나섰다.

"원장님,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감히 우리를 위협하려고? 어림도 없다!"

오동방이 전의가 가득한 표정으로 나섰다.

"원장님, 전룡봉 봉주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원장님, 봉황봉 봉주와 봉황봉의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원장님……."

한 명 또 한 명이 나섰다.

그들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진남은 얼떨떨했다.

나선 이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서른다섯 개의 세력들이 연합해서 압력을 가하자 모두 나섰다.

잠시 후, 사람들 대부분이 태도를 표했다.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전부 손을 들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장관이었다.

용제원 전체가 하나로 뭉쳤다.

천광도제, 곽릉도제와 장로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고작 진남을 위해 용제원 전체가 그들과 맞설 줄 몰랐다.

'이것들이 단체로 미친 거야?'

천광도제는 화를 참으며 차갑게 말했다.

"용제원 덕분에 견문을 넓혔다. 정말 감탄한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단천대제의 물건을 내놓으면 한 사람당 만 개의 제정과 한 개의 제령단(帝靈丹)을 주겠다. 그리고 다른 세력들의 친구가 되는 거다. 어떠하냐?"

위협이 안 되니 유혹을 했다.

한 사람당 만 개의 제정과 한 개의 제령단을 준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그저 손을 내려놓기만 하면 얻을 수 있었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단천대제의 물건을 내놓는다고 해도 큰 피해는 없었다.

용제원에서도 단천대제의 물건을 나누는 데 사람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떠냐고?"

구미요제가 활짝 핀 꽃처럼 웃더니 말했다.

"진남이 가진 물건을 내놓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리 시끄럽게 할 필요 있소? 내 건의를 들어보겠소?"

"요제 대인!"

"요제……."

용제원 사람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구미요제는 못 들은 것처럼 천광도제 일행을 바라보았다.

'늙은 여우!'

천광도제와 곽릉대제 그리고 장로들은 속으로 욕을 했다.

그들은 드디어 알아차렸다.

구미요제가 이렇게 한 것은 그들이 대가를 내놓기를 기다리고 단단히 한몫 챙기려는 것이었다.

"허허, 구미요제, 말해 보시오."

천광도제가 담담하게 웃었다.

"자네들은 양대 대제의 분신들이고 나머지 서른세 명은 무조 경지 정상급의 장로들이요. 이런 세력은 진정한 무제 강자도 감히 못 건드리지."

구미요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 원장 대인이 또 싸움을 좋아하오. 당신들이 우리 원장 대인과 백 합을 싸워준다면 모든 물건을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그녀가 말을 마치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용위가 용제원 위쪽 하늘에 퍼졌다.

용제가 직접 나타났다.

용제원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언제부터인지 하늘에 커다란 먹구름이 가득하고 자잘한 번개들이 끊임없이 번쩍였다.

뇌광에 방대한 짐승의 그림자가 언뜻 비쳤다.

천지는 억눌린 것처럼 답답했다.

엄청난 용위에 사람들은 가슴이 떨렸다.

"용제 대인!"

"용제 대인이 왔어!"

"하하, 이제 저놈들이 우쭐대는지 보자!"

용제원의 사람들은 그의 위압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더 흥분되었다.

용제는 중주뿐만 아니라 반신지국에서도 유명했다.

그는 경지가 대제 정상급이라 반신 강자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니 용제의 실력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지금껏 용제의 본체는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직접 나타났다.

"용제?"

천광도제와 곽릉대제 그리고 장로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전개였다.

그들은 연합하여 압력을 가하면 용제원에서 진남이 얻은 물건을 얌전히 내놓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종문 전체가 진남을 감싸고 돌 줄이야.

심지어 진남을 위해 용제까지 나섰다.

쿵-!

하늘에 먹구름이 진동하며 공간이 생겼다.

그 공간으로 거대하고 흉악한 용머리가 쑥 나타났다.

용머리는 마치 커다란 산 같았다.

그의 보라색의 전의가 가득한 두 눈이 천광대제 일행을 쳐다봤다.

바라보기만 했는데 천광대제 일행은 엄청난 압력을 느꼈다.

"용제 선배님, 우리가 선배님과 싸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본체가 오셨으니 우리들은 선배님의 상대가 못 됩니다."

천광도제는 침착하게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요구가 있으면 무엇이든 제시하십시오."

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요구?"

용머리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실력이 낮은 무인들은 귀가 웅웅 울렸다.

"내 요구는 너희들이 썩 꺼지는 것이다!"

슉-!

크고 단단한 용 발이 먹구름 속에서 나타나더니 천광도제 일행을 내리쳤다.

다섯 발톱에서 서늘한 빛이 번쩍였다.

천지가 환해지는 것 같았다.

"용제! 감히 공격하는 겁니까!"

천광도제와 곽릉대제는 안색이 변하고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그들은 엄청난 발톱에 맞서 바로 최강 제술을 펼치며 뒤로 물러섰다.

"도망가려고? 고작 분신들이 용제원에 와서 도발하다니, 부서져라!"

용제는 목소리가 차가웠다.

발의 공격이 더 빨라졌다.

사람들 눈앞에서 흰빛이 번쩍이더니 천광도제와 곽릉대제의 분신이 용 발에 붙잡혔다.

두 대제가 미처 반응하기 전에 용 발이 그들을 꽉 움켜잡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분신이 터졌다.

"이런……."

다른 세력의 장로들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서늘해졌다.

쿵-!

용 발은 서른여 명의 장로들에게 날아갔다.

거대한 발이 장로들 가슴에 부딪혔다.

장로들은 방어 법보, 진법, 제술 등을 펼쳤지만 전부 부서졌다.

처절한 비명이 들리더니 모든 장로들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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