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2화 전쟁 준비를 하거라!
"진남이 도기를 드러내 살초를 피했어!"
동술을 펼쳐 상황을 지켜보던 장로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고도들의 위력은 그들도 직접 보았다.
"영야암전에서 진남이 엄청난 도의를 드러냈습니다!"
"맞습니다, 처음에 저는 도천중인 줄 알았습니다!"
영야암전에 참가했던 천재들이 입을 열었다.
"진남에게는 내력이 신비한 보도가 있습니다. 그 칼 덕분에 경지를 뛰어넘어 적을 상대하고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도천중의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렸다.
세 개의 고도는 그의 피와 살과 이어졌다.
그래서 방금 받은 충격을 그는 고스란히 느꼈다.
"무조 오 단계의 경지가 보도 덕분에 이 정도 힘을 발휘하다니, 그럼 그 칼은……."
여러 대장로들도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들 눈에 진남은 보물창고 같았다.
그때, 옅은 제의가 멀리서 풍겨왔다.
여러 장로들과 천재들은 안색이 변해서 걸음을 멈추었다.
이건 무제 강자가 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느 무제 강자가 오는 걸까?'
잠시 후, 커다란 소리와 함께 허공이 무너지고 커다란 손이 쑥 나오더니 삼대 제자와 신방 천재를 끌고 들어갔다.
장로들과 천재들은 몸이 굳은 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허공에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황금 거인이 스쳤다.
그들은 황금 거인을 잘 알았다.
이성 세력 창우궁의 궁주 곽릉대제였다.
진남은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한기가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다.
"이야, 너 이제 큰일 났다. 무제 강자가 오는 것 같구나."
단천대제는 경박스런 말투로 말했다.
진남은 깜짝 놀랐다.
동시에, 무언가 느껴져서 고개를 들자 머리 위 오 리의 허공이 부서졌고,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황금 거인이 보였다.
황금 거인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금색 눈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방대한 제위가 폭풍처럼 주변을 휩쓸자 세상 만물이 떨었다.
"이건……."
진남은 몸이 살짝 굳었다.
그는 무제 강자가 직접 나설 줄은 몰랐다.
무제 강자는 창람대륙에서 진정한 거물이었다.
제방 오 위에도 들지 못한 후배를 직접 나서서 상대하는 경우는 무척 적었다.
한데, 진남은 무야 전승과 단천대제가 남긴 상자를 모두 가지고 있기에 대제까지 불러들인 것이었다.
이 두 가지가 따로 있었다면 무제 강자는 직접 끼어들지는 않고 암암리에 빼앗았을 것이다.
"아니다, 저건 분신이야. 무제 강자의 분신이구나."
진남은 상황을 파악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무제 강자의 분신이라고 해도 쫓아오는 장로들과 천재에 비한다면 무척 강했다.
무제의 힘과 의지는 장로들이 비교도 못 할 정도였다.
"하하하! 진남. 당장 물건들을 내놓거라. 아니면 오늘 여기가 네 무덤이다!"
곽무룡은 황금 거인 옆에 서서 기고만장하게 웃었다.
'네가 전승을 얻은들 뭐 하냐? 우리 아버지가 나서면 얌전히 내놓아야 하잖아.'
다른 두 제자와 신방 천재도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꿈 깨라!"
진남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온몸에 힘을 모아 황금 거인에게 주먹을 날렸다.
붕멸의지도 최대한으로 끌어모았다.
'상대가 무제든 무신이든 도망가지 못할 바에는 먼저 공격하는 게 나아.'
시간을 끌 수 있는 만큼 끌고 그래도 안 되면 모든 경지를 다 드러내고 목숨 걸고 싸우면 그만이었다.
곽무룡 일행은 떨떠름했다.
그들은 진남이 먼저 공격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용기가 대단하구나!"
곽릉대제의 말은 감탄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의 금빛 눈은 냉랭했다.
그는 황금손을 쑥 뻗더니 아무런 제술도 펼치지 않고 진남을 힘껏 내리쳤다.
순식간에 수많은 금빛이 모여 선산을 이루어 진남을 눌렀다.
진남은 안색이 변하더니 왼팔을 들었다.
그때.
먼 허공에서 오색 찬란한 도광이 번뜩이더니 금빛을 산산조각 냈다.
곽무룡 일행은 안색이 변했다.
곽릉대제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
"무슨 뜻이오?"
쿵-!
먼 허공이 무너지고 빛이 반짝이는 그림자가 서서히 나타났다.
엄청난 제위가 주변을 휩쓸었다.
천도문의 양대 도제 중 한 명인 천광도제였다.
그도 곽릉대제처럼 분신으로 나타났다.
장로와 천재들도 거의 도착해서 진남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들은 천광도제를 보자 안색이 다시 한 번 변했다.
'또 다른 대제가 오다니!'
"양대 무제라……."
진남은 안색이 굳었다.
'일이 좀 커졌구나!'
"하지만 양대 무제는 사이가 좋지 않을 거다. 게다가 다른 종문의 장로들도 있으니 어쩌면 살길이 있을지도 몰라."
진남은 두 눈에 빛이 돌았다.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가지? 두 무제의 갈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허허, 다른 뜻은 없소. 진남 도우는 우리 천도문과 인연이 있소. 그래서 천도문에 모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오."
천광도제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진남이 그의 후배가 된 것처럼 진심으로 말했다.
"헛소리."
곽릉대제는 주변을 훑어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창우궁과 천도문은 연합해야 하오. 용제원 사람들이 올 수 있소."
"그럼 좋지."
양대 대제는 처음에는 대립하더니 곧 한편이 되었다.
진남은 안색이 변했다.
무제 강자들은 역시 쉽지 않았다.
그들은 상황 파악을 잘해서 둘의 갈등을 이용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때, 진남의 뒤쪽 허공에 파문이 일더니 칠 촌 길이의 자룡이 뛰쳐나왔다.
자룡은 진남의 어깨에 올라앉았다.
"원장님?"
진남은 깜짝 놀랐다.
"진남, 저들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거라. 잠깐이면 된다."
칠촌자룡이 전음했다.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라고요?"
진남은 빠르게 알아차렸다.
천광도제와 곽릉대제는 무언가 느끼고 동시에 칠촌자룡을 바라보았다.
"허허, 칠촌자룡, 도망가려고 했소?"
"그대로 멈추시오!"
두 대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달려들었다.
용제가 직접 왔다면 그들은 겁을 먹고 물러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작 칠촌자룡이 왔으니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단천대제가 남긴 상자가 여기 있습니다. 빼앗는 사람이 임자입니다!"
진남은 손가락으로 상자 하나를 튕겼다.
상자에서 단천도의 도의가 짙게 풍겼다.
"단천대제의 상자?"
천광도제와 곽릉대제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오기 전에 상황을 알고 있었고 이것 때문에 왔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진남이 그것을 꺼낼 줄은 몰랐다.
"속임수다!"
두 대제는 빠르게 알아차리고 강대한 신위를 드러냈다.
방원 몇십 리의 천지에 힘이 가득했다.
"분신연소(分身燃燒)!"
칠촌자룡은 망설임 없이 불타오르더니, 엄청난 힘으로 진남을 감쌌다.
용의 포효와 함께 진남은 사라졌다.
양대 무제가 아래로 공격을 쏟아부었지만 그대로 땅에 떨어지며 큰소리를 냈다.
땅이 갈라지고 산들이 흔들렸다.
"도, 도망갔어?"
멀리서 지켜보던 대장로와 천재들은 얼떨떨했다.
'용제의 칠촌자룡이 오긴 했지만 양대 무제 분신의 눈앞에서 진남이 도망을 가다니?'
"대단하다, 진남. 양대 무제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침착하게 우리를 속여서 시간을 벌다니. 그리고 용제도 칠촌자룡을 태우면서까지 진남을 구하다니!"
곽릉대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다 잡은 진남을 놓치다니!'
"……이제 어렵게 됐소."
천광도제는 시선이 차가워졌다.
"천재들은 각자의 종문으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여러 종문의 장로들은 우리와 함께 용제원으로 가자! 용제원을 압박해서 단천대제의 물건을 내놓게 해야 한다! 단천대제가 남긴 전승은 모든 세력이 공유해야 한다!"
곽릉대제가 입을 열었다.
장로들은 엄청난 위엄에 감히 거절도 할 수 없었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차선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세력의 힘을 합쳐 억지로 빼앗으려고 했다.
"맞습니다.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은 공유해야 합니다!"
"대제의 말씀이 맞습니다. 용제원은 물건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 함께 갑시다!"
천광도제의 분신과 곽릉대제의 분신이 앞장서고 장로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들은 위풍당당하게 용제원으로 향했다.
"에잇, 그놈을 놓치다니. 어쩔 수 없이 반신제국에 돌아가 종문에 보고를 해야겠구나."
신방 천재는 음침한 표정으로 욕설을 퍼붓더니 자리를 떴다.
이제 그가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의 종문은 반신제국에 있었다.
게다가 그의 종문은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 때문에 중주에 올 리도 없었다.
"진남 그놈은 목숨도 질기구나! 하지만 아버지가 나섰으니 이제 도망가지 못할 거다!"
곽무룡도 욕을 하더니 거만하게 말했다.
삼대 제자도 바로 자리를 떴다.
"진남은 역시 요주의 인물이야."
"그래 봤자지. 보물 덕분이 아니면 전승을 얻을 수나 있겠어?"
"여러 세력이 동시에 압력을 가하면 용제원도 진남을 위해 모든 세력과 맞서지는 않을 거야. 진남에게 전승을 내놓으라고 할 게 분명해!"
천재들은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삼삼오오 자리를 떴다.
"진남은 신비하고 강한 도의로 나의 세 고도를 그 정도로 제압했어. 대체 어떤 칼을 가지고 있는 걸까? 나도 빨리 세 개의 고도가 영지를 회복하게 해야겠어……."
도천중은 중얼거리더니 두 눈에 차가운 빛을 뿜으며 사라졌다.
그는 단천대제가 남긴 물건보다 진남이 가지고 있는 칼에 더 흥미가 생겼다.
* * *
같은 시각 용제원.
슉-!
하늘에서 붉은빛이 다급하게 내려오더니 도장에 떨어졌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도장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
"뭐, 뭐야?"
"사람이 떨어진 것 같은데?"
순식간에 용제원의 장로들은 놀라서 날아왔다.
구덩이를 들여다본 그들은 깜짝 놀랐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진남이 있었다.
그는 기운이 무척 약했다.
"콜록, 콜록……."
진남은 기침하면서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상처들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칠촌자룡이 몸을 태우며 허공을 넘을 때 힘의 파동이 너무 커서 진남은 중상을 입었다.
"진남, 이게 어찌 된 일이냐?"
한 장로가 다가와서 물었다.
진남이 입을 열려고 하는데 뒤쪽 허공이 찢어지더니 하얗고 영롱한 발이 나타났다.
그리고 하얀 손목이 진남의 팔을 잡아당겨 그를 일으켜 세웠다.
등 뒤에서 향기가 전해져 진남의 코에 전해졌다.
구경 온 장로들은 여인을 보자 어안이 벙벙했다.
'구미요제 대인 아니신가?'
"괜찮다. 이제부터 모든 것은 나에게 맡겨."
구미요제는 요염한 눈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구덩이에서 나왔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상처를 치료했다.
구미요제는 장로들을 둘러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살벌함이 떠올랐다.
"용제원의 모든 봉주들, 장로들 그리고 제자들에게 알린다! 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거라!"
"그리고, 중요진천대진(衆妖鎭天大陣)을 열거라!"
그녀의 목소리가 용제원에 울려 퍼졌다.
폐관수련 중이던 봉주와 장로 그리고 제자들이 모두 깨어나서 경악했다.
"무슨 큰일이 벌어진 거야?"
"설마 적이 용제원을 공격했어?"
"용제원을 공격해? 누가 감히 그런……!"
용제원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다들 궁금증을 안고 구미요제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전룡봉, 구미봉, 기린봉 등 봉우리에서 엄청난 진법이 반짝이고 엄청난 기운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