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2화 너무 조용히 살았나 보구나
이틀 후.
진남의 눈에 기쁜 기색이 드러났다.
그는 드디어 타요봉을 철저하게 연화하여 마음대로 공제할 수 있었다.
땡- 땡-
이때, 낡은 동종 소리가 먼 곳에서 울려 퍼졌다.
"대전에 참가하는 모든 내문제자들은 빠르게 도장으로 오거라. 반드시 일 주 향의 시간 안에 집합해야 한다."
위엄 있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 퍼졌다.
"후, 용제원의 내문제자들과 겨뤄보자!"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용제원의 내문제자가 되려면 첫 번째는 큰 공을 세워야 한다. 두 번째는 천급 삼품 무혼과 비슷한 혈통이 있어야 하고 또 경지가 높아야 한다.
내문제자 중에 제방 서열에서 순위가 높고 실력이 강한 자들이 많을 것이다.'
* * *
잠시 후, 도장 위.
몇십 명의 내문제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미리 온 자들은 순위가 뒤인 다른 요족들이었다.
아니면 기연을 만나 역천개명하여 혈통을 진급시킨 적이 없는 요수들이었다.
휙-!
진남은 도장 뒤편에 도착했다.
호기심, 의문, 놀라움, 질투가 가득한 몇십 개의 눈길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진남은 용제원에서 두 번이나 큰일을 저질렀다. 때문에,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그가 왔으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끌렸다.
"진남도 왔군."
"저자는 인족봉 봉주이기도 하고 내문제자이기도 하니 오는 건 정상적이다. 그러나 대전은 실력을 보는데……"
"저자는 고작 천급 일품이야. 경지는 기껏해야 무조 이 단계나 삼 단계고. 과연 대전이 시작된 후에도 계속 건방지게 구는지 보자."
다들 웅성거렸다.
진남은 이런 상황이 이제는 적응되었다.
그는 왼쪽 눈을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둘러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용제원의 내문제자들이구나. 다들 경지가 보통이 아니구나. 하나, 가장 강한 자들은 아직 오지 않았어.'
"너는 용제원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구나."
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진남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목목이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목목은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드리우고 두 눈에서 싸늘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또, 사람을 끄는 무정한 기운을 은은히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경지가 무조 사 단계에 도달했다.
'응? 목목의 천유만절의 체질은 어떤 기운에 눌린 것 같구나. 또, 그녀는 공법으로 천유만절체의 사의를 자신의 힘으로 전환시키는구나. 구미요제의 수단이 보통이 아닌 것 같구나. 경지가 이렇게 빠르게 높아지다니.'
진남은 대꾸하지 않고 목목을 훑어보았다.
그녀의 상황을 훤히 꿰뚫어 보았다.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너를 죽일 것이다."
목목은 진남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검을 내리칠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진남은 어이가 없었다.
'구미요제는 목목의 체내에 있는 독소를 발견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를 도와 독소를 풀지 않았지? 아직도 내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줄 아는구나.'
이때, 내문제자들 무리가 소란스러워졌다.
몇십 명의 흰옷을 입은 남녀가 하늘에서 날아왔다.
그들은 짙은 악기를 뿜고 기세가 방대했다.
그들은 용제원 서열 순위 이십칠 위인 혈라혼옥수족(血羅渾玉獸族)이었다.
"좋다. 가장 강한 자는 무조 구 단계에 도달했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한 무리 한 무리의 제자들이 다가왔다.
어떤 자들은 짙은 화염의 기운을 뿜고, 어떤 자들은 스산한 기운을 뿜었다.
또 어떤 자들은 강한 혈하의 힘, 검망의 힘이 있었다.
다들 용제원 서열 순위 삼십 위 안에 든 요수들이었다.
적혈뇌망(赤血雷蟒族)은 서열 십오 위였다.
금시대붕(金翅大鵬)은 서열 팔 위였다.
자염룡사(紫炎龍獅)는 서열 이십삼 위였다.
수정석원(水睛石猿)은 서열 오 위였다.
진남은 저도 모르게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많은 요수족은 소문으로만 듣고 그도 오늘 처음 봤다.
그 시각, 도장에는 이미 제자들이 이백여 명이나 모였다.
요기와 위압이 사방을 진동했다.
원한이 있는 종족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대치하고 있었다.
목목은 경지가 요조 사 단계에 도달했지만, 인간족이라 요족들의 위압에 몇 걸음 뒤로 밀렸다.
진남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때, 오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가 진남이냐?"
진남은 고개를 돌렸다.
젊은 남녀 아홉 명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몸에서 흉악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
맨 앞에 선 청년은 이마에 보일 듯 말 듯한 반달표식이 있었다.
경지가 요조 팔 단계에 도달했다.
이들은 소일천랑족이었다.
많은 제자는 이 광경을 보곤 눈썹을 찌푸렸다.
그들도 소일천랑과 진남 사이의 갈등을 아는 게 분명했다.
"맞아."
진남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현아다. 내문제자대전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족장님께서 명령하셨다."
현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날카롭고 시뻘건 송곳니를 드러내고 악기를 뿜으며 말했다.
"혹시 반항하면…… 죽을지도 모른다."
그를 따르는 소일천랑들은 모두 하찮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봉주면 뭐 해? 무혼이 고작 천급 일품인데.'
이에 진남이 답하기도 전에 현아는 진남하고 말을 길게 하는 것이 창피한 일인 것처럼 소맷자락을 날리며 떠나갔다.
"현아라고……?"
진남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때, 세 개의 엄청난 요위가 하늘에서 밀려왔다.
도장에 있던 요족 천재들과 제자들은 일제히 안색이 변했다.
요위는 천급 사품 무혼의 요위와 대등했다.
"응?"
진남도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날아와 도장의 세 귀퉁이 허공에 멈췄다.
여인은 분홍색 긴 치마를 입고 있어 그녀의 새하얗고 예쁜 얼굴이 더욱 부드러웠다.
촉촉하고 맑은 두 눈에 아름다운 빛이 반짝거렸다.
자꾸 보면 마치 소용돌이처럼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일 것 같았다.
목목은 가볍게 움직여 그녀의 뒤에 다가왔다.
두 남자 중 한 명은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는데, 싸늘한 두 눈만이 보였다.
그는 사람 형상의 심연 같았다.
다른 한 명은 잘생긴 얼굴로 파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등에 장검을 메고 허리에 옥패를 걸고 있었다.
뼛속에서부터 깊은 오만함이 흘러넘쳤다.
그와 방원 이 장 안에 서 있던 제자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뒤로 몇 걸음 물러서 가까이 가지 못했다.
"소청청(蘇靑靑)이다! 그녀는 구미천호의 이대 최강자야! 그녀가 직접 오다니!"
"소청청은 진짜 아름답구나!"
"저자는 암름(暗凜)이야, 암흑기린족의 두 번째 천재야!"
"헉! 오동방(敖東方)이 왜 왔지?"
"……."
깜짝 놀란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들은 구미천호족, 암흑기린족 그리고 태고자금전룡족이었다.
세 종족은 용제원에서 가장 강한 세 개 종족이었다.
세 종족의 족인들은 혈통이 가장 낮다 해도 태어날 때부터 대단했다.
보통 요수는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소청청, 암름, 오동방! 삼대 요족은 진짜 대단하구나. 이들은 모두 경지가 무조 오 단계에 도달했다. 혈통은 더 대단하구나. 오동방은 체내에 신비한 힘이 있어.'
그들을 훑어본 진남은 표정이 굳었다.
이들은 도장에 있는 일부 요조 정상의 존재들보다 경지가 많이 약하지만, 혈통이 대단하여 등급을 넘어 싸우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또, 그들에게는 비장의 수가 매우 많았다.
진남도 그들을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그러나 만약 진남이 타요봉을 쓰면 결과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아무리 강한 요족 천재라도 경지가 요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타요봉 앞에서는 반항할 수 없었고, 모든 비장의 수도 효력을 잃었다.
"자네들 빨리 왔군."
무뚝뚝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마에 상처가 있는 청년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뒤에는 무뚝뚝하고 검은 옷을 입은 청년이 세 명 따르고 있었다.
소청청, 암름, 오동방은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신념으로 소통하는 게 분명했다.
"화극무도(花極無道)가 왔어!"
"소문에 화극무도는 역천개명 했대. 저들 삼대 천재들보다도 더 강할 거야."
"맞아. 화극무도는 전에는 천급 일품 무혼의 혈통이었어."
도장이 또다시 시끄러워졌다.
청광독유족은 삼대 천재 외에 용제원에서 가장 강했다.
'화극무도는 무조 육 단계의 경지구나. 다른 힘도 조금 있어. 역천의 기운이 있는 걸 보니 역천개명 했던 적 있구나. 한데, 저자의 뒤에 있는 흑의청년들은……'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흑의청년들은 특수한 수단으로 기운을 차단하여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볼 수 있었다.
'요조 정상의 강자구나! 수련한 공법 등이 모두 같고 살기가 가득하다. 싸움을 많이 겪은 것 같다. 한데, 오동방, 소청청, 암름 등은 모두 혼자 다니는데 왜 화극무도는 세 명의 강자를 데리고 다니지?'
"진남이라고?"
시끄러운 도장에서 화극무도는 진남을 보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전음했다.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화극무도? 내 짐작이 맞는다면 너는 화지진의 명을 받고 내문제자대전에서 나를 죽이려는 거구나."
진남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너 틀렸어."
화극무도는 미소를 지으며 전음했다.
"네가 지닌 보물을 내놓고 우리 청광독유족에 항복하면 목숨을 살려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알아서 하거라."
말을 마친 화극무도는 고개를 돌리고 진남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진남은 눈빛이 싸늘해졌다.
'이번 대전은 재미있구나.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두 번이나 위협을 받다니! 심지어 두 번 모두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조용하게 살았나 보구나.'
휙-!
이때,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여러 산봉우리의 봉주들이 강림했다.
하늘에는 그림자가 빼곡하고 위압이 넘쳤다.
시끄럽던 도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제자들."
화열이 먼 곳에서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뒤에 후광이 번쩍거렸다.
화열은 방대한 기세를 뿜으며 말했다.
"내문제자대전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대전의 규칙을 설명하겠다."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도장을 훑어봤다.
"이번 대전은 생사를 가리지 않는다. 다만, 너희들은 모두 용제원의 뛰어난 천재들이니 적당히 하거라.
대전은 구미계에서 열린다. 구미계에는 천재지보가 수없이 많다. 역천개명할 기회도 있다. 모두 너희들의 운과 실력에 달렸다.
대전을 시작하기 전에 영패를 하나씩 나눠주겠다. 영패를 부수면 돌아오게 되고 자격을 잃는다. 또, 상대방의 영패를 빼앗을 수 있다. 영패가 많은 자가 이긴다."
화열은 말을 멈췄다.
적지 않은 내문제자들은 전에 대전에 참가한 적 있어 그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제자들만이 미간을 찌푸렸다.
"재미있구나. 화극무도와 현아가 나를 위협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생사를 가리지 않는다니. 그러니 나를 죽인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겠구나."
진남은 눈썹을 찌푸렸다.
'이번 음모는 아마 화지진이 꾸민 것일 거다.'
"이번 대전은 상품이 매우 간단하다."
화열이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영패가 가장 많은 자는 용제원의 진전제자가 되어 만요원에 들어가 수련하게 된다."
요족 천재들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