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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40화 (540/1,498)

540화 화염지성(火焰之城)의 청년

"……!"

이때, 도장 위쪽에 처절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엄청난 사념을 띤 깊고 그윽한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지가 이 광경을 느낀 게 분명했다.

사념이 강림해 진남을 죽이려 했다.

"나는 아홉 그루의 무조 나무를 이루었다! 한데, 고작 사념으로 나를 죽이려고?"

진남은 길게 소리쳤다.

아홉 그루의 무조 나무가 동시에 하늘로 솟아오르더니 사념을 향해 날아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사념이 산산조각 나고 허공에 큰 구멍이 생겼다.

"응?"

진남은 눈길이 사나워졌다.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전의가 뿜어 나오기 시작했다.

"전신의 나무와 무조의 나무는 근원이 다르다. 서로 지위를 다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조 나무는 나 자신의 나무 같다. 이 무조 나무를 더 강해지게 하여 전신의 나무를 통제하게 해야겠다."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빠르게 생각을 굴렸다.

"뇌겁의 힘! 빠르게 솟아올라 무조 나무를 진급시키거라!"

진남은 손을 저어 보이지 않는 흡인력을 뿜었다.

공간에 흩어져있던 수많은 뇌정광점을 전부 빨아들여 무조 나무에 주입했다.

윙- 윙-

무조 나무는 세게 떨렸다.

뇌정괌점을 흡수하고 기운이 쑥쑥 올라갔다.

주위의 꿈틀거리던 전신의 나무는 숨을 죽이고 꼼짝하지 않았다.

"나의 의지를 안에 넣자."

그는 계획이 있었다.

진남은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두 눈을 감더니 하역에서부터 오면서 느낀 것들을 전부 무조 나무와 소통하고 융합하기 시작했다.

도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 * *

대전 안, 먼 곳.

사마공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사마공의 모습을 본 천기견들은 뭔가 느낀 것처럼 앞으로 가 발을 휘둘러 사마공의 허벅지를 쳤다.

사마공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너희 둘……."

사마공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담담하게 말했다.

"고맙다. 아니면 나는 짧은 시간에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지 못했을 거다."

천기견들은 눈을 흘겼다.

'고맙다는 사람이 성의가 없군. 보물이나 주지?'

사마공은 고개를 돌려 도장에 앉아있는 진남을 보더니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이번에 진남이 도겁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다.

그는 오래전에 도제전승을 얻었다.

줄곧 전승에서 얻은 여러 가지 수단으로 세상을 돌아다니며 수없이 많은 걸 훔치고 한 번도 손해 보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이번 생은 그저 이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주의 백발노인이 그에게 말했다.

"젊은이, 길은 그게 끝이 아니오."

사마공은 그 말을 듣고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오늘 드디어 전설 속의 무도규칙을 깨는 일이 진짜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팔천 년 전의 그때뿐만 아니라 또 누군가 해냈다.

해낸 사람은 바로 그의 형제였다.

"나는 전에 세상의 모든 진귀한 걸 훔치고 평생 즐기면서 살면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도제선배님, 선배님께서는 무제가 한계이고 창람대륙의 모든 걸 훔치는 것이 한계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도신이 되겠습니다. 땅, 하늘, 그리고 구천을 훔치겠습니다."

사마공은 두 눈이 이글거렸다.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 * *

진남은 이번에 꼬박 오 박 오 일을 폐관했다.

그가 눈을 떴을 때 무조 나무는 삼 장까지 자랐다.

나무줄기는 회백색이 아니고 보라색이 섞여 있었다.

전광이 휘감긴 것처럼 위압이 더 강해졌다.

여덟 그루의 전신의 나무마저 눌려 꼼짝 못 했다.

"후, 드디어 성공했다. 앞으로 이것을 자아무수(自我武樹)라고 부르자."

진남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뇌겁을 넘었으니 그의 경지도 새로운 서막을 연 셈이었다.

그의 전력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폭로되는 걸 막기 위해 길이가 삼 장인 자아무수만 드러내는 것이 한 가지.

자아무수만으론 무조 사 단계와 일반적인 무조 오 단계와 싸울 수 있었다.

다른 한 가지는 다른 여덟 그루의 무조 나무였다.

무조 나무를 전부 드러내면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진남은 아직 알 수 없었다.

"진남, 드디어 깨났소? 요 며칠 자네를 기다리느라 죽는 줄 알았소."

사마공의 원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본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왠지 사마공이 어딘가 변한 것 같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디가 변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하,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저와 함께 용제원으로 돌아가겠습니까?"

진남은 웃으며 사마공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는 인족봉 봉주로서 오십 명의 제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만약 사마공이 그와 함께 인족봉으로 돌아간다면, 그의 실력, 타요봉, 사마공의 도술을 연합하여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아니오. 나는 가지 않겠소."

사마공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도제의 전승을 가지러 가야 하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우리 연합합시다!"

"좋습니다."

진남은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진남은 누구든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스스로 걷게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다.

"일단은 우리 함께 산을 나갑시다. 주 성주 일행이 밖에서 지키고 있을 겁니다."

진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에서 빛이 반짝거렸다.

주 성주 일행이 있으면 그는 마침 모든 실력을 드러낼 수 있을 터였다.

"좋소!"

진남, 사마공 등은 기이한 동굴을 나왔다.

"어떻게 된 거지?"

동굴을 나온 진남 등은 어리둥절했다.

산골짜기 안에 훨훨 타오르던 화염이 천하가 물을 뿌린 것처럼 약해졌다.

무조 삼 단계가 아니라 무성 정상의 강자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을 정도였다.

"진남, 하늘을 보시오!"

사마공이 말했다.

진남은 고개를 들어보았다.

하늘 위의 빨간 구름은 현란한 주황색이 더해져 커다란 무지개 같았다.

"천지이상에 화도산맥의 전승이 변한 것 같소. 우리는 운이 좋소. 두금(斗金) 나침반, 네 개의 영혼을 소환하여 알아보거라."

사마공은 손을 뒤집었다.

그의 손에 이상한 나침반이 나타났다.

나침반에서 빛이 반짝거리더니 두 개의 빛이 뿜어 나와 먼 곳으로 날아갔다.

"저쪽에 있소!"

사마공은 나침반을 거두며 말했다.

"가봅시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강한 전승이 나타나면 반드시 기회를 잡겠다고 생각했다.

진남 일행은 빛이 날아간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

잠시 후 수많은 수림 속에 금색 화염이 훨훨 타는 것이 보였다.

몇백 리 떨어진 거리에서도 진남 일행은 엄청난 위세를 느낄 수 있었다.

"진짜 강한 화염이군. 천화(天火) 같소."

사마공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천화는 이름 그대로 천도지화(天道之火)였다.

만물을 태울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다.

"응? 또 누군가 왔습니다……."

진남은 왼쪽 눈을 움직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는 방금 다른 방향의 수림에서 강한 그림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전진하는 걸 봤다.

화도산맥의 이변을 그들만 느낀 것이 아니었다.

몇십 리 가니 금색화염의 본 모습이 진남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금색화염은 하나의 성이었다.

화염이 한데 뭉쳐 성을 이루고 안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빠르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무런 위압도 없었지만, 소름이 끼쳤다.

휙-!

이때, 엄청난 기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왔다.

다섯 명의 무조 정상의 강자들이었다.

강자들은 금색화염지성(金色火焰之城)으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큰일 났소. 전승지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오다니……."

사마공은 흥분했던 표정이 우울해졌다.

진남은 고개를 젓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몇백 리 떨어져 있어 그의 왼쪽 눈은 안에 있는 물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더 가까이 가야 볼 수 있었다.

삼십 리 정도 더 가니 주위의 수림은 금색화염지성의 빛에 물들어 온통 금색으로 변했다.

사마공은 다른 곳에 몇십 개의 다른 기운이 있는 걸 느꼈다.

앞에는 무조 정상의 강자들이었다.

다만 이들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금색화염지성의 위력을 아는 게 분명했다.

"전신 제일 식, 전자무쌍!"

진남이 낮게 소리치자 기세가 최대로 높아졌다.

그는 왼쪽 눈을 움직여 금색화염지성을 바라봤다.

이번에 그는 제대로 보았다.

성 안의 커다란 검은 그림자는 화염의 요수들이었다.

아무런 경지가 없는 요수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와 나이가 비슷한 청년이 화염지성의 가운데서 두 손을 휘저으며 입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누구지?'

청년이 문득 행동을 멈추었다.

그의 등 뒤에서 세 개의 붉은 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천급 삼품 무혼이었다.

그의 머리 위에 길이가 사장 되는 무조 나무가 떠올랐다.

'어떻게 된 거지? 천급 삼품 무혼? 무조 사 단계의 경지?'

진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금색화염지성은 무조 정상의 강자도 가까이 갈 수 없고 주위에서 맴돌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데, 저 청년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지?'

'설마…….'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저 청년은 강한 전승을 얻었고 금색화염지성이 바로 그 전승 중 하나일 것이다.'

"중주는 진짜 전승이 수없이 많구나."

진남은 중얼거리며 시선을 거두려 했다.

이때, 신비한 청년의 손에 금빛 찬란한 화필(火筆)이 나타났다.

청년은 붓끝을 허공에 대고 빠르게 글을 쓰고 있었다.

글자가 나타나며 제술의 의지가 천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설마 제술을 만드는 건가?

제술은 대제지술(大帝之術)로, 경지가 무제 경지에 도달해야만 만들 수 있다. 한데, 제술을 만들려 하다니. 무예 천부가 대단한가 보구나.

……어쩌면 화도산의 강한 전승을 얻어 제술을 만드는 능력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청년은 계속 글자를 써 내려갔다.

반쯤 썼을 때 제술의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청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화필을 움직이지 않고 손을 저었다.

제술의지가 전부 사라졌다.

일반사람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이제 곧 성공하는 데 왜 포기하는지 이해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진남의 눈에 놀라움이 드러났다.

'범상치 않구나! 저자가 창조한 제술이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위력이 하늘에 닿을 정도는 아니다. 저자는 완벽을 추구하고 있구나. 자신을 초월하려는 거구나!'

이때, 태고의 목소리가 신비한 젊은이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청년은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려 동술을 움직여 진남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두 쌍의 눈이 마주쳤다.

진남은 어리둥절했다.

'주위에 무인들이 수없이 많은데 왜 나를 바라보는 거지?'

신비한 청년은 웃더니 공수하고 진남을 향해 예를 올렸다.

"재미있구나."

진남은 눈을 반짝거리며 공수했다.

신비한 청년은 앞을 가리키더니 고개를 돌리고 다시 화필에 정신을 집중했다.

"아쉽구나. 이번에는 기회가 없구나. 아니면 저자와 이야기를 해 보고 싶은데……."

진남은 감탄했다.

그도 무예를 좋아했다.

그는 처음으로 무예천부가 강한 자를 만나 호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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