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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전혼-510화 (510/1,498)

510화 보물은?

멀지 않은 곳에서 혈색 장포를 걸친 여덟 명의 무인들 가슴에 흉악한 대머리 독수리가 수놓아져 있었다.

그 장포 아래의 눈동자에 핏빛이 반짝이고 난폭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중 일곱 명은 무조 이 단계의 경지이고, 우두머리 중년은 무조 삼 단계였다.

"혈색 독수리? 너희들이 왜 여기로 왔느냐?"

임묘가와 정부회의 안색이 일제히 변했다.

혈색 독수리는 무인들 조직이었는데, 그들은 여러 산맥을 다니며 전문적으로 강탈과 악행을 일삼았다.

예전에 한 무조 오 단계의 강자는 혈색 독수리들에게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검을 들고 삼만 리를 쫓아다녔지만 결국 잡지 못하고 돌아갔다.

혈색 독수리는 그 난관을 이겨내자 이름을 날렸다.

"하하, 우연의 일치 아니냐? 마침 우리 형제 몇 명이 할 일이 없어 운소산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너희들을 만나다니 이런 우연이 있나."

우두머리 중년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그는 양송, 하호, 진남을 보더니 의아한 듯 물었다.

"어? 이 형씨들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혈색 독수리냐? 너희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난 천도문 내문제자, 제방 천백칠십여 위의 양송이다. 이자는 나의 사제이다. 눈치가 있다면 썩 물러가거라."

양송은 일어서서 내려다보았다.

그의 차가운 표정은 마치 그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것 같았다.

"하하하."

그러나 혈색 독수리의 여덟 명은 그의 말을 듣고도 동시에 크게 웃었다.

그들은 비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리 웃느냐?"

양송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 웃냐고? 네가 멍청하니까 그렇지!"

중년인이 웃음을 거두니 흉악해졌다.

"천도문의 내문제자? 설령 네가 신방의 천재라고 해도 경지가 부족하면 나한테 건방 떨 생각은 하지 말거라. 형제들, 저자들이 모인 건 여기에 귀한 보물이 있다는 거다. 어서 나서거라."

중년인의 말이 끝나자 혈색 독수리 여덟 명은 놀라운 혈기를 뿜어내며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들은 마치 지옥의 수라가 된 듯 임묘가와 정부회 등을 죽이려 했다.

"너희들……."

양송은 몸이 굳어졌다.

그는 이들을 제압하지 못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여덟 명의 경지는 그들과 많은 차이가 났다.

그런데 뭘 믿고 공격을 하는 걸까?

양송은 혈색 독수리 여덟 명이 여러 산맥을 돌아다니며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은 것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을 믿었기에 상대방의 배경이 아무리 대단해도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 양송이 입을 열었다.

"정 장로, 임 장로 저자들은 실력이 별로입니다. 그러니 정 장로께서 저들을 막아내고 저와 하호가 들어가서 보물을 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오면 꼭 똑같이 나눌 것입니다."

양송은 역시 천도문의 제자답게 정세를 꿰뚫어 보았다.

그는 눈빛이 번뜩였고 계략이 떠오르자 바로 입을 열었다.

"좋다."

정부회와 흑포 장로는 눈빛을 반짝이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먼저 들어간다고? 허튼……!"

임묘가는 분노했다.

양송과 하호의 계획은 매우 좋았다.

'만약 두 사람을 들여보내면 우리는 누구를 보낼 것인가? 진남과 소일천랑을 보내야 하나? 하지만 둘은 무조 일 단계밖에 되지 않는다. 설령 수단이 있어도 양송과 하호에게서 어떻게 보물을 빼앗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진남이 그녀에게 전음했다.

"임 장로, 괜찮습니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보물, 전승 등을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너희들이 가겠다고?"

임묘가는 어안이 벙벙했다.

'진남이 이 상황에서도 농담하는 건가?'

상대방은 예측불허의 실력을 지닌 무조 삼 단계였다.

"저를 믿으십시오."

진남은 그녀의 두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계속 전음했다.

"그럼…… 그렇게 하거라."

임묘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왠지 그녀는 진남의 두 눈을 마주치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혈색 독수리에 함께 맞서나 흩어지나 불리한 건 자신들이었다.

그들은 실력이 너무 약했다.

유일한 방법은 진남에게 희망을 거는 것이었다.

"하하, 임 장로는 역시 사리가 밝습니다.

임묘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양송과 하호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진남을 힐끗 훑어보더니 두 갈래의 빛이 되어 수많은 시골 사이를 번개처럼 날아갔다.

"현월, 삼황자를 잘 지켜주시오."

진남은 나지막하게 외치고 몸을 날려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그 모습을 보자 임묘가, 현월, 정부회 그리고 혈색 독수리들도 황당해했다.

모두가 경악했다.

'혼자 간다고?'

'설마 무조 일 단계인 그가 무조 삼 단계인 두 명에게 맞서려는 건가?'

특히, 임묘가는 진남이 소일천랑과 함께 갈 거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놀랐다.

'흥, 정말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정부회와 흑포 장로는 냉소를 지었다.

'설마 동술이 좀 있고 비장의 무기가 있다고 양송과 하호에게 도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진남은 아직 너무 어렸다.

"하하하! 재밌네, 재밌어. 형제들, 이들이 우릴 막고 다른 사람들이 보물을 얻어 온대. 이들을 서둘러 죽여야겠구나."

혈색 독수리의 중년 남자는 크게 웃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엄청난 혈광이 드러났고 기운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흥! 덤벼라!"

임묘가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그녀의 앞에는 혈색 독수리가 있고 뒤에 시골들이 있었다.

설령 그녀가 무조 사 단계의 강자라 할지라도 조금만 방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정부회와 흑포 노인은 그녀의 일시적인 맹우일 뿐이었다.

현월은 낮게 으르렁댔다.

그는 진남이 무슨 배짱으로 뛰어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진남을 위해 기도했다.

오랫동안 진남의 탈것이 되어주었는데 그가 죽으면 홍몽지기를 얻을 수 없을 터였다.

천기견과 천기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시골 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보물을 약탈하며 즐거워했다.

삼황자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장로는 그의 전승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적과 싸웠다.

그리고 그의 형제가 위험한 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보자 무기력감이 들고 분노가 솟아올랐다.

무기력하게도 그는 자신이 한 역천개명이 이렇게 보잘것없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그가 너무 연약하여 주위의 사람들을 번거롭게 할 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산골짜기 속에서 대전이 벌어졌다.

혈광 제술은 하늘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강기를 뿜어댔다.

방원 수십 리가 끊임없이 흔들렸고, 큰 요괴들조차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양송과 하호는 대문 입구에 이르러 막 들어서려 했다.

그런데 그들은 갑자기 뭔가를 발견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들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의아해했다.

"진남?"

양송과 하호는 진남이 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이놈이 우리와 같이 들어가려는 건가?'

"내가 먼저 들어가마."

진남은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 대문을 열어 들어갔다.

"이놈이……!"

하호는 진남의 뒷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믿을 수 없었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조 일 단계인 진남이 감히 우리에게 싸움을 걸다니. 오늘 그가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강한지 우리의 수단이 센지 봐야겠다.'

양송은 안색이 더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진남이 믿는 구석이 있기에 그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는 무조 삼 단계의 내문제자고 제방 천여 위이니 진남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빠르게 문 안으로 들어섰다.

대문 가운데에는 작은 길이 있었고, 그 길은 백골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위에는 검붉은 반점이 있었다.

피는 굳은 듯 뒤쪽을 향해 뻗었는데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 백골 길에는 금제가 가득해. 쉽지 않겠어……."

양송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의 두 눈에서는 도광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는데, 바로 도동(刀瞳)이었다.

"사, 사형. 보십시오……."

하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양송은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떴다.

진남은 산책을 하듯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모든 금제를 잘 피해 다녔다.

도동을 가진 양송은 이곳의 금제가 얼마나 강한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도 조심스레 움직여야 했다.

"저자를 따라가자."

양송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도동으로 살피고 진남이 걸어가는 궤적을 따라 두 사람은 그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둘은 속도가 훨씬 느렸다.

"저건……."

문득 진남이 앞을 바라보았다.

길의 끝은 활짝 트여 있었고 삼십여 장이나 되는 궁전이 나타났다.

궁전은 캄캄했고 양옆에서는 푸른 불꽃이 펄럭이고 있었다.

불빛 가운데 검붉은 관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관이 흡사 귀신처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운이 약하지 않은 걸 보니 모든 보물이 저 고관에 들어있겠군."

진남의 왼쪽 눈에서 보라색의 빛이 반짝였다.

그는 왼손으로 고관 오른쪽 귀퉁이 관 뚜껑을 잡고 위쪽을 향해 그대로 당겼다.

삐걱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관 뚜껑이 위로 열렸다.

양송과 하호는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다급해져서 걸음을 다그쳤다.

둘도 이내 고관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관 뚜껑을 열어본 진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고관에는 시체는 없었지만, 금빛이 섞인 핏물이 있었다.

그 핏물 아래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의 중앙에는 동그랗고 하얀 구슬이 나타났다.

양송과 하오는 그 하얀 구슬에서는 나오는 사악한 기운에 가슴이 떨렸다.

"공력주다! 소문에 의하면 바로 마도대수(魔道大修)가 죽기 전에 평생 배운 것과 자신의 무혼, 온몸의 힘을 모아 만든 기묘한 구슬이야. 저 구슬을 얻으면 역천개명할 수 있고 공력이 느는 것은 물론 마도대수의 기억을 얻을 수 있어."

양송과 하오는 놀라운 표정을 드러냈다.

공력주는 중주에서도 극히 드물었다.

게다가 백골 골짜기나 공력주의 기운으로 보아 일대 마도대수이자 마조 정상급에 도달한 자가 남긴 것이 틀림없었다.

설령 마도대수가 생전에 무혼이 천급 일품이어서 역천개명을 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속에 담긴 공력과 무예 기억은 그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게다가 만일 구슬의 주인이 생전에 개세천재에 천급 오품 무혼을 갖추었다면, 어떠할까?

두 사람의 시선은 거의 동시에 뜨거워졌다.

"공력주는 내 거다!"

양송은 크게 소리치며 번개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등 뒤에 있던 고도를 뽑아 손을 뒤집더니 고도를 관 속의 핏물에 꽂았다.

바로 그때,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지지직-

특이할 것이 전혀 없던 핏물은 놀라운 부식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도는 부식이 되어 짧은 시간에 칼끝이 녹아 사라졌다.

"이건……?"

양송은 깜짝 놀랐다.

그의 고도는 반보제기였다.

한데. 쉽게 부식된 것으로 보아 그 핏물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사형, 제가 하겠습니다."

뒤쪽에 있던 하호는 눈에 빛이 스치더니 제술을 펼쳤다.

온통 보라색 불에 감긴 큰 손이 나타나 고관을 잡았다.

그는 고관을 핏물까지 같이 가져가려고 했다.

펑-!

손으로 내리쳤지만, 고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동에 의해 큰 손이 사라졌다.

"이 관도 좋은 보물인 거 같아."

옆에 서 있던 진남의 눈이 반짝였다.

고관과 핏물은 마도대수가 생전에 손을 써놓았다.

진남은 전신의 왼쪽 눈으로 살펴보았지만 힘에 막혀 안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 손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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