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9화 저자가 어떻게 온 거지?
"허허, 진남. 우리를 또 속이려고? 잘하는군. 이번에는 임 장로도 같이 연기하는군……"
양송 일행은 차갑게 웃었다.
'우리가 바보인 줄 알아?'
'진남은 연속 두 번 우리를 속였다. 한데, 이번에도 속을 줄 알아?'
운소산맥은 백 개 산의 금지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무조 경지 정상급 강자가 오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정상급이 아니라 무조 육 단계도 오는 경우가 적었다.
그런 강자들은 십금(十禁), 구해(九海), 삼하(三河) 같은 곳을 드나들었다.
쿵-! 쿵-!
그때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에 무조 경지 정상급 강자 셋이 기운을 숨기지도 않고 폭풍처럼 날아가며 수많은 강풍을 일으켰다.
요수들은 안색이 변해서 울음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 이건 무슨 상황이야?'
양송 일행은 안색이 변하고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무조 경지 정상급!'
'진짜 무조 경지 정상급이다!'
'그것도 셋씩이나!'
양송 일행은 바로 제술을 펼쳐 기운을 거두고 몸을 숨겼다.
기운을 거둬들이니 감쪽같이 사라진 것 같았다.
양송 일행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들은 진남이 이번에는 사실을 말할 줄 몰랐다.
계속 망설이고 있다가 세 강자에게 들켰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어?"
진남은 날아가는 세 그림자를 보며 눈썹을 추켜세웠다.
세 그림자 중 한 명은 노인이었는데 기운이 이상했다.
때로는 요기가 가득했고 때로는 마기가 솟아올라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노인 옆에 두 청년은 제기 옷을 입었는데, 그들의 차가운 표정에서 뼛속 깊숙하게 박힌 거만함이 드러났다.
최립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거만함이었다.
"천급 칠품 무혼?"
그들을 살피던 진남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청년은 천급 칠품 무혼을 가진 자들이었다.
즉, 반신지국 삼대 세력 중 신방에 오른 천재들이었다.
셋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그때 노인이 살짝 멈칫했다.
진남은 그 모습을 보자 얼른 전신의 왼쪽 눈을 거뒀다.
그러자 노인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날아갔다.
잠시 후, 하늘은 다시 잠잠해졌다.
다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만약 그들의 눈에 띄었다면 짧은 시간도 버틸 수 없었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 저 노인은 두 청년보다 경지가 낮지만, 수단을 알 수 없어!'
숨을 내뱉던 진남의 눈에 빛이 스쳤다.
반신지국의 두 천재와 무조 정상급의 강자가 운소산맥에 왔다는 것은 한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운소산맥에 엄청난 기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진남!"
양송은 버럭 화를 냈다.
"뭐 하는 짓이냐? 너 때문에 우리가 다 죽을 뻔했다! 세 명의 무조 정상급 경지였어! 기분이 안 좋다고 쉽게 우리를 죽일 수 있는 자들이었다고!"
하호와 정부회는 눈에서 불을 뿜으며 달려들었다.
"양송, 억지 부리지 마라. 내가 방금 말했잖아, 무조 정상급 경지라고, 기운을 숨기라고."
진남은 차갑게 말했다.
"너, 너……."
양송은 입만 벙긋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랬다.
진남은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진남이 또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다들 조용히 하거라. 방금 무조 경지 정상급인 존재가 셋이나 나타났다. 빨리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자. 다시 저 셋을 만나면 큰일이다."
이때 임묘가가 입을 열었다.
양송 일행은 화가 나서 진남에게 따지려고 했다.
그러나 임묘가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들은 역천개명할 수 있는 기연을 찾으러 왔다.
한데. 기연이 강하니 강자들도 끌린 것 같았다.
진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장서서 빠르게 걸었다.
그 뒤로 진남은 양송 일행에게 장난치지 않았다.
오히려 왼쪽 눈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여 위험을 전부 비켜 갔다.
만약 전신의 왼쪽 눈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요수, 강자들에게 이미 발목을 잡혔을 것이다.
심지어 죽음을 겪었을 수도 있었다.
"거의 다 왔다!"
진남은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양묘가 일행과 양송 일행은 정신을 가다듬고 집중력을 발휘했다.
앞쪽 수림이 별안간 어두워지고 서늘한 살기를 풍겼다.
진남은 방원 십 리 이내에 요수 한 마리 없고 다른 곳과 다르다는 것은 느꼈다.
멍, 멍-!
문득 얌전하던 천기견들이 짖었다.
말을 하려던 그들은 절망에 빠졌다.
'이, 이게 뭐야? 왜 계속 짖는 소리밖에 할 수 없는 거야!'
진남의 어깨에 느긋하게 누워있던 천기서도 벌떡 일어나 생각에 잠겼다.
'앞에 무언가 있구나!'
진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천기견들과 천기서는 무척 이상했다.
아무리 수련해도 경지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길흉을 알아보는 눈은 탁월했다.
임묘가 일행과 양송 일행도 무언가 느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얀 안개에 쌓인 앞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건……."
몇십 리를 더 들어가던 진남은 몸이 굳었다.
"무슨 상황이지?"
양송 일행은 가슴이 덜컹했다.
그들은 앞을 잘 볼 수 없으니 바로 제술을 펼쳐 주변을 지키면서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몇백 보 더 나아가 앞에 있는 것을 확인한 그들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앞에는 잡초가 무성한 길들이 여러 갈래 있었는데, 그 위에 백골들이 흩어져 있었다.
백골들은 길을 따라갈수록 점점 많아지다가 산골짜기에 이르러는 전부 백골들뿐이었다.
* * *
같은 시각, 운소산백 더 깊숙한 곳.
쿵-!
한 노인과 두 청년은 엄청난 기운을 풍기며 날아가더니 문득 멈춰 섰다.
"앞에 있습니까?"
한 청년이 입을 열었다.
"우리를 속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를 속이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 않습니까?"
다른 청년은 태도가 더욱 냉랭했다.
뼛속 깊숙하게 박힌 오만함이 느껴졌다.
"허허, 앞에 있다니까 그러네. 나한테 배짱을 두둑하게 줘도 자네들 미움을 살 짓은 못하오."
노인은 곱사등처럼 등이 굽고 웃음소리는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말했다.
"두 분, 방금 그곳에 있던 사람 중 한 청년의 동술이 참 대단했소.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느낌이었소. 혹시……."
"중주의 천재들일 뿐입니다. 가장 높은 경지가 무조 사 단계였으니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
청년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계속 아래로 내려갑시다. 저곳은 이 산의 금지요. 우리 경지로 함부로 달려들면 안 되오."
노인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마치 두 청년 앞에서 쥐꼬리만 한 성깔도 없는 것 같았다.
* * *
그 시각, 백골지지(白骨之地) 앞.
"백골지지에는 백장무가 없다. 땅 위의 백골도 이상해. 보물은 백골지지의 가장 안쪽에 있는 저 문을 열면 있겠지……."
진남은 왼쪽 눈에서 보랏빛을 반짝거리며 모든 것을 살폈다.
앞에 벌어진 광경은 기괴하긴 해도 사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일단 들어가자. 그리고 전에 협의 봤던 대로 기연을 발견하면 각자의 능력으로 얻도록 하자."
양송은 진남을 훑어보며 말했다.
백장무가 없으니 그는 진남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공격할 수는 없었다.
백골지지가 어떤 상황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임묘가의 힘을 빌릴 일이 있을지도 몰랐다.
"좋다."
임묘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장섰다.
양송, 하호, 정부회 등은 그 뒤를 따라 백골지지로 들어갔다.
구불구불한 길은 아무런 위험이 없었다.
종종 백골을 밟아 끼익 하는 소리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표정이 진지했고 무조의 힘도 대기 상태였다.
"임 장로, 산골짜기의 백골지지는 살기가 숨겨져 있습니다.
잠시 후, 먼저 들어가지 말고 제술로 그것들을 나오게 하세요."
진남은 임묘가에게 전음했다.
"아?"
임묘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남의 동술은 얼마나 대단하길래 백골지지도 다 꿰뚫어 보는 걸까?'
잠시 후, 사람들은 산골짜기 입구에 도착해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산골짜기에 위험이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었다.
"열리거라!"
임묘가는 양송 일행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손가락을 튕겨 기묘한 빛은 산골짜기에 주입했다.
그러자 웅웅웅 거리는 진동 소리가 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바닥에 누워있던 백골들이 모이더니 골격을 이루었다.
텅 빈 눈에 초록색 불꽃이 떠올랐다.
백골은 임묘가 일행과 양송 일행을 보며 놀라운 살기를 드러냈다.
백골 골격은 기운이 무조 일 단계 정도가 되었다.
시골들은 한눈에 봐도 몇백 개는 되었다.
"임 장로, 수단이 대단하십니다. 산골짜기의 비밀을 알아보시다니! 기연은 산골짜기 뒤쪽에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우리 연합해서 이것들을 치우고 가는 게 어떻습니까?"
양송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역시 임묘가를 남겨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자."
임묘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곁눈질로 진남을 살폈다.
'백골들을 전부 처리하고 기연을 쟁탈할 때가 되면 진남은 어떤 숨겨둔 수단을 사용할까?'
임묘가 양송 등은 하늘을 찌를듯한 기운을 풍기며 동시에 출발했다.
양송, 하호, 정부회 그리고 흑포 노인은 비록 무조 삼 단계밖에 되지 않았지만 앙송과 하호는 천도문의 내문제자이기에 도의가 엄청났다.
임묘가의 무조 경기 사 단계의 기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죽어라!"
양송은 큰소리로 외치며 허무지도를 들고 용맹하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그는 제술도 사용해서 엄청난 도법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백골을 없앴다.
하호의 도법은 양송과 비슷했다.
그 역시 빠르고 힘이 넘쳤다.
다만 앞으로 돌진하는 기세가 조금 모자랐다.
임묘가, 정부회, 흑포 노인 모두 손을 썼다.
산골짜기에 수많은 폭발음이 터지고 싸우는 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싸울 때는 나쁘지 않군."
진남은 양송과 하호를 훑어보다가 싸움에 목말라 하는 현월을 보자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조금 도웁시다."
아우우우-!
현월은 길게 울음소리를 내더니 은색 빛으로 변해 시골 바다에 뛰어들었다.
진남은 산책하는 것처럼 여유롭게 무조의 나무 힘을 빌어 시체를 타격했다.
삼황자는 진남의 뒤에 바짝 붙어서 비술로 몸을 보호했다.
"흥!"
양송과 하호는 진남이 싸움에 뛰어들자 표정이 차가워졌다.
그들은 진남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회를 봐서 단단히 혼내줄 생각이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연합한 사람들은 대군처럼 앞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했다.
고작 삼 주 향의 시간에 그들은 시골을 절반이나 없앴다.
물론 그들이 공격하는 속도도 현저히 늦어졌다.
시골들은 무조 일 단계의 경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없애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다들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실력을 보류하고 있었다.
"저 대문을 보거라!"
시골들과 싸우던 정부회는 무언가 발견하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의 시선은 정부회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산골짜기의 깊고 은밀한 곳에 어두운 대문이 있었다.
문은 반쯤 열려있었는데, 그 사이로 검은빛이 흘러나와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기연이 있는 곳이구나!"
임묘가, 양송, 하호 등은 가슴이 떨렸다.
진남은 이미 그 문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이때.
갑자기 양송 일행은 눈빛이 차가워지고 살기를 뿜었다.
기연도 찾았고 시골도 반이나 없앴으니 임묘가 일행을 남겨둘 필요가 없었다.
"진남……."
임묘가는 그들의 생각을 눈치채고 진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 전에 이변이 벌어졌다.
"하하하!"
커다란 웃음소리는 뒤쪽에서 울려 퍼졌다.
"무량산의 임 장로와 심염마문의 정 장로 아니냐? 그러고 보면 인연인가 봐! 다 같이 이런 곳에 온 걸 보면 말이지. 한 가지 물어보자. 이렇게 난리 법석을 떨며 여기로 온 이유가 뭐냐?"
양송과 하호 등은 살기가 사라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저자가 어떻게 온 거지?‘